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98)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98화(197/300)
제 198화
사도 일라이저 로우.
사도 아일라 블란쳇.
사도…… 미쉘 스트레일리?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안으로 다시 미쉘의 상태를 살폈지만 이변은 없었다.
의안은 정확하게 말해 주고 있었다. 미쉘이 펜타나즈라고 불리는 다섯 사도 중 한 명이라고.
‘하지만 펜타나즈 중에 여자는 한 명이었지. 하지만 아일라가 이미 여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미쉘에서 충돌이 생기는데?’
사전에 확보된 정보와 사실의 충돌이 생기긴 하지만, 미쉘이 사도라는 사실에 변함은 없다. 그것은 확실한 증거니까.
한편 강화된 시력으로 살피니.
미쉘의 손가락에는 특유의 반지가 끼워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사도인데 반지를 끼지 않았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봐야 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정체가 노출될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뜻이다.
물론 아케로의 의안이라는 특수한 감별체를 몰랐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 터였다.
‘사도가 VVIP의 밑에 있고, 반지는 끼지 않았고, 내가 누군지는 알아보지 못한다라…….’
일단 사도나 추종자들끼리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일전에 일라이저와 벨릭과 나눈 말에 따르면, 저마다 각성자 세계에 정착을 마친 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접선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조용히 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다가 반지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라이저나 아일라가 미쉘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은 다분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왜 한 가락 하는 조직에는 다 사도가 한 명씩 있는 거지?’
지금으로선 그런 그림이다.
일라이저 그룹에 한 명.
골든 스카이 길드에 한 명.
그리고 세계 각성자 협회 WSA에 한 명이 있는 상황.
이런 식이라면…… 리벤저스 쪽에도 한 명의 사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 된다.
아니, 이런 구조면 사실 확정적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대격변 이후로 발 빠르게 조직의 세를 불리면서 급성장한 범죄 조직 중 하나니까.
‘일단 까 보지 않고는 알 수 없겠지. 미쉘, 어디 한번 지켜보자. 네 녀석의 목적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백날 추측하고 추론해도 직접 부딪히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다.
“신화 씨, 내리실까요?”
“그러죠. 마침 다 모여 있으니까 최종 브리핑만 하고 입장하면 되겠네요.”
“떨려요, 진짜! 신화 씨와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훨씬 더 설레는 것도 있어요!”
마리나는 기대가 큰 눈치였다.
거의 나를 이번 시크릿 던전 공략의 확실한 스페셜리스트로 생각하는 듯했다.
철커덕. 철컥.
“여어, 반갑습니다!”
차에서 내린 나는 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토시오, 미쉘에게 힘껏 손을 흔들었다.
짐꾼은 없었다.
내가 아공간 아티팩트가 있는 만큼 괜히 짐꾼을 대기시킬 필요가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크릿 던전의 특성상, 짐꾼이 들어오면 오히려 짐만 될 뿐이었다.
내부 정보가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전투 능력이 부족한 짐꾼은 좋은 먹잇감일 뿐이니까.
“강신화 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매번 이렇게 어려운 발걸음을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토시오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사이, 옆에 있던 미쉘도 내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미쉘이에요.”
“반갑습니다, 강신화입니다.”
나는 미쉘과 반갑게 손을 맞잡으며 악수를 했다.
당연히 그녀가 반가워서는 아니었고, 일종의 기감을 감지하기 위한 노림수였다.
‘……?’
뭔가 이상했다.
이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종의 직감 같은 것인데.
미쉘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분명히 양(陽)의 기운이 강력한, 즉 남자의 것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한 이유는 이것이 일종의 기공술 개념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전생에 묵철을 통해서 수행했던 것으로, 숨겨진 상대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장치였다.
‘분명히 남자다. 그런데 감쪽같이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어. 단순히 화장 같은 부분의 문제가 아니야.’
묵철이 알려 줬던 무공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상위 개념의 역용술에 가까웠다.
변장이나 인피면구를 덧씌우는 것이 아니라, 골격을 바꾸고 목소리까지 변조한 게 틀림없었다.
‘너 이 XX, 대체 뭐 하는 놈이냐.’
역겨웠다.
모습을 위장하면서까지 이 자리에 꼭 참여하려고 하는 사도, 미쉘의 정체는 무엇일까?
‘혹시?’
찰나의 순간.
불현듯이 스쳐 지나가는 불길한 예감이 있었다.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지만 혹시 미쉘이…….
‘VVIP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마냥 허황된 추측이라고 하기에는 충분히 전생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양한 각성자 재능 중에는 역용술, 음성 변조 혹은 성별 전환 같은 재능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존재했던 재능으로 현실화되었다고 해서 이상할 게 전혀 없었다.
“훗.”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상황은 매우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 맞는데, 역설적으로 흥미롭게 느껴져서다.
물론 이 문제 때문에 더욱 힘들어질지도 모르는 내 은퇴 계획과는 별개로 말이다.
“전부터 강신화 씨에 대한 소식을 많이 들었어요. 특히 VVIP께서 칭찬을 많이 하시던데요?”
해맑은 목소리로 말하는 미쉘의 모습에서 자연스러움과 자신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눈빛의 흐름을 봐서는.
일라이저나 아일라를 통해 내가 ‘추종자’의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듣지는 못한 것 같았다.
즉, 아직까지는 두 사도와의 커넥션이 없는 듯했다. 별도의 행동 중일 가능성이 높다.
“아유, 얼굴을 뵌 적도 없는 분의 칭찬이라니. VVIP 님의 얼굴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호호, 저도 없어요.”
정말 없을까.
난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자, 그럼 다시 최종 브리핑을 하겠습니다. 역할에 대해서는 얼추 짐작은 하실 겁니다.”
그때, 토시오가 적절하게 화제를 전환했다.
나와 미쉘은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었지만 분명히 서로에게 시선이 머무는 시간이 짧진 않았다.
토시오의 말에 내가 먼저 운을 뗐다.
“탱킹은 제가 맡죠.”
“감사합니다. 그래서 신화 씨가 중심을 잡아 주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더미를 이용해서 자폭형 몬스터나 껄끄러운 몬스터가 있으면 별개로 유인할게요.”
이어서 마리나가 응답했고.
“저는 시계가 확보되지 않은 지역을 확실하게 정탐할게요. 최대한 깊숙이 들어가 볼 겁니다.”
미쉘도 자신의 역할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토시오는 원거리에서 마법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입구군요. 먼저 들어오지 마시고, 제가 다시 되돌아 나올 때까지 기다리시길.”
살짝 찌뿌드드한 몸을 스트레칭과 준비 동작으로 풀어 주며, 나는 자연스럽게 차원문 앞에 섰다.
토시오의 표현을 빌리자면.
입장하자마자 입구로 수많은 마력탄이 십자포화처럼 쏟아진다고 한다.
방어력을 극대화한 실험용 강화 슈트가 단 1초 만에 벌집이 되었다고 하니, 위력이 대충 짐작이 간다.
아마 어지간한 각성자라면 입장하자마자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비명횡사할 것이다.
내부 정보를 조금이라도 입수했다는 것이 되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
내 뒷모습을 지켜보는 세 사람을 뒤로한 채, 나는 시크릿 던전 안으로 향했다.
전생에서는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이 던전에는 도대체 무엇이 숨어 있을까.
꼭 알고 싶었다.
* * *
“미친.”
차원문을 넘어 들어오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하늘을 새까맣게 수놓은 마력탄이었다.
그것은 마치 비바람과 뒤섞여서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문제는 빗줄기는 맞아도 안 아프지만, 저것은 전부 다 위력적인 마력탄이라는 점이다.
스르륵.
바로 액체화 재능을 전개했다.
저 정도 마력탄 규모라면 강철 강화로도 계산이 안 선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강철 강화의 상태로 온몸이 찌그러져서 즉사할 수도 있었다.
견뎌 낼 수 있는 한계치 이상의 피해를 입으면, 단단한 강철 같은 몸도 변형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실전에서 실력이 뛰어난 각성자를 상대할 때 강철 강화를 조심스럽게 쓰는 이유다.
변형이 생기게 되면 원래의 몸으로 돌아왔을 때, 그것은 고스란히 부상이 된다.
골절이나 파열, 혹은 절단과 같이 전투에 큰 영향을 주는 그런 부상들 말이다.
이윽고.
쿠웅! 쿠웅! 쿠웅!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든 마력탄이 내 몸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강하네.’
고통이 가감 없이 느껴졌다.
내 예상으로도 현재 황석철이 제작 중인 극상급 차원석 슈트가 아니면 버텨 낼 수 없을 듯했다.
액체화 재능이니까 관통을 당하면서도 버티는 거지, 사람의 몸이면 진즉에 찢겼을 공격이었다.
“……기가 막히는군.”
여기저기 구멍이 뻥뻥 뚫려지는 몸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절로 났다.
액체가 된 몸이 여기저기 흐물거리고 있음에도 죽지 않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이래서 각성자에게 꽃과 버프는 정말 중요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주니까.
‘나니까 가능한 거지. 내가 아닌 누구도 이 구간을 안전하게 넘어갈 순 없을 거다.’
확신했다.
입구 탐색이 가능한 것은 압도적으로 우월한 내 재능 덕분이라고.
여기는 EX랭크의 각성자가 오더라도 쉽게 탐색하기 힘들 가능성이 컸다.
그나마 즉발로 공간 이동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제로’가 그나마 유일한 대안이랄까?
녀석도 나인 로드의 구성원이었는데, 지금은 어디 있을지……. 행방이 묘연하다.
어쨌든 꿋꿋하게 앞으로 전진해 나가며, 주변을 훑었다.
마력탄은 몬스터나 사람이 쓰는 기술 같지는 않았고, 기계나 장비에 의해서 쏘아지는 느낌이었다.
“역시.”
보였다.
저 멀리 수풀 속에서 진동이 발생하며 포물선의 형태로 방출되는 마력탄을.
내 위치가 가까워질 때마다 각도가 바뀌는 것을 보니, 침입자를 탐지하는 능력도 있는 듯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한 구조는 아니라서 다행이네. 빠르게 처리해 볼까.’
이제는 익숙해진 관통의 고통을 견뎌 내며, 나는 쭉쭉 앞으로 나아갔다.
드디어 ‘시크릿 던전’ 탐색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 * *
그로부터 10분 후.
토시오와 마리나 그리고 미쉘이 한데 모여, 신화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원문 앞에 모여 있는 세 사람 중 가장 초조해 보이는 것은 역시 마리나였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은 아니겠죠……?”
내부를 확인할 수가 없다 보니, 혹시나 신화가 죽은 것은 아닐까 걱정됐던 것이다.
토시오나 마리나도 진입을 일찌감치 단념했을 만큼, 내부가 열악하다는 것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미쉘 님!”
“네?”
“WSA의 어느 부서에서 활동하셨어요? 저도 꽤 내부 사정을 많이 아는데, 완전 초면이라서요.”
마리나가 조심스레 운을 뗐다.
미쉘을 의심한다기보다 정말 그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기에 생긴 호기심에서였다.
“검은 십자회에서 왔어요. 아마 어렴풋이 알고는 계시겠지만…….”
“검은 십자회! VVIP의 직속 활동 조직 중 하나라고 알고 있는 걸요?”
“맞아요. 본래 대외 활동을 잘 안 하지만, 저는 여기저기 호기심이 많아서요. 호호호.”
그렇게 마리나와 미쉘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지려던 바로 그때.
갑자기 차원문이 일렁거리더니 한 개의 인영이 불쑥 나오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후아! 와! 후아아! 진짜 이놈의 몸이 남아나질 않네!”
기다렸던 신화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넝마가 된 슈트와 열기가 피어오르는 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