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99)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99화(198/300)
제 199화
순간 신화를 향해 쏠린 눈빛은 성공에 대한 기대보다는 ‘전략적 후퇴’인가 싶은 눈빛이었다.
워낙 내부의 악명을 사전 조사에서 파악된 만큼, 신화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저마다 의심으로 채워진 눈빛. 뭔가 마음에 안 드는데요?”
신화가 웃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당연한 반응이었기 때문에 이상할 것도 없었다.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아닌 셋 중 누가 들어갔어도 온몸이 벌집이 되어 죽었을 것이라고.
이것은 각성자로의 랭크가 높고 낮음과 무관하게 십자포화를 버텨 낼 맷집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
단언컨대.
SSS랭크 이하의 각성자 중 이 정도의 집중 포화를 재능으로 버텨 낼 수 있는 경우는 없을 터였다.
그것은 신화가 전생을 포함해서 살아온 32년 짬밥으로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여유 가득한 미소.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넝마가 되다시피 한 슈트.
이질적인 두 모습의 공존에 마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신화에게 물었다.
“일단 다들 들어가시죠. 앞길과 주변은 적절히 잘 뚫어 놨습니다. 공격당할 일은 없을 겁니다.”
“다…… 정리했단 말입니까?”
신화의 확답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가 현실이 되었는가 하는 그런 표정이었다.
마리나는 말할 것도 없고, 부정적인 전망을 했던 토시오의 입도 떡하니 벌어졌다.
신화는 세 사람의 표정을 감상했다. 과연 어떠한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다만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짓는 토시오, 마리나와 달리 미쉘의 표정에는 어색함이 물씬 배어났다.
뭔가 놀란 것은 맞는데, 한 박자 늦게 주변의 반응에 맞춰 리액션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찰나의 어긋남이었지만, 신화의 눈길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재능이 있기에 정리할 수 있었던 거죠. 꼭 저라서가 아니라, 세 분도 제가 가진 ‘액체화’ 재능이 있었으면 능히 해냈을 겁니다.”
“역시 강신화 씨! 저는 처음부터 믿고 있었어요!”
“마리나, 아까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니냐며 걱정했던 것은 너 아니었냐?”
“언제?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오빠?”
“아무튼 정말 대단합니다. 그나저나 신화 씨의 슈트 상태를 보니, 슈트만으로는 절대 내부에서 버틸 수 없었던 모양이군요.”
“네. 아예 차원문으로 넘어올 상대가 죽을 수밖에 없는 트랩을 짜 뒀더군요.”
신화가 아공간에서 새로운 슈트를 꺼냈다. 일찌감치 여분으로 준비해 온 강화 슈트였다.
‘빨리 황석철의 스페셜 슈트가 완성됐으면 좋겠네. 극상급 차원석을 이용한 거라서 내구성이 다른 것들과 차원이 다를 텐데.’
지금 이 순간,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제작에 임하고 있을 황석철이 떠올라서 신화는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길이라면, 신화 본인의 손길보다도 훨씬 더 믿을 만했다. 양품(良品)이 나올 것이다.
“자, 다들 들어가시……. 아니다. 제가 먼저 들어가죠. 만약이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동료들을 먼저 안내하려던 신화가 고개를 저으며 움직임을 저지하자, 마리나가 물었다.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공격을 대비해서인가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다만 슈트만 금방 갈아입죠. 고개만 잠깐 돌려 주시고! 볼 건 없지만요.”
“꺄아악……!”
귀여운 마리나의 추임새와 함께 모두 고개를 돌렸고, 순식간에 환복이 끝났다.
과거에 너무 많이 슈트를 환복해 본 터라, 그야말로 ‘5초 컷’으로 갈아입기가 끝났다.
1초 만에 훌러덩 벗고!
4초 만에 다리부터 목까지, 단번에 주-욱 끌어올리는 노련함이 짙게 묻어나는 쾌속 착의였다.
“들어갑시다. 이제 다들 처음으로 시크릿 던전의 제대로 된 지면을 밟아 볼 수 있겠네요.”
“역시 신화 씨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네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신화 씨가 없었다면 애초에 올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토시오와 마리나가 번갈아 가며 신화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진심이 담긴 인정이었다.
“고생 많으셨어요. 깜짝 놀랐네요. 아무리 준비된 각성자라고 하더라도 내부 탐사가 어렵지 않을까 했거든요.”
미쉘도 말을 보탰다.
뭔가 감정적으로 들떠 있는 듯한 토시오나 마리나와 다르게 그녀는 상당히 절제된 느낌이었다.
‘누구냐, 넌. 누군데 자꾸 숨기는 거야?’
그렇기에 신화는 더더욱 미쉘을 살피는 눈빛이 매서워질 수밖에 없었다.
숨겨진 발톱.
아직 그 발톱이 보이지 않았다.
5분 후.
“와!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이런 장치가 배치되어 있었네요? 이렇게 설계되어 있으니, 차원문 입구에 십자포화가 쏟아질 수밖에요.”
차원문 출입구를 겨누도록 만들어진 마력탄 방출 장치를 본 마리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지금은 신화에 의해 모조리 파괴되어 제 기능을 상실한 장치이기는 했다.
하지만 원래의 형태를 보면 다수의 차원석과 연계되어 있는 방출 장치였다.
일종의 자동화된 대포와도 같아서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계속 발사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시설들이 주변에 100개가 넘었다. 당연히 어떤 각성자가 와도 버텨 낼 수 없을 수밖에.
“이런 탐사에서 신화 씨는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고급 전력이네요.”
토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낯간지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화에게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SSS랭크 반열에 올라 있는 토시오라고 한들 ‘빙결 재능’으로는 이 공격을 버틸 순 없어서다.
“주변에 있던 몬스터도 싹 다 정리하셨네요. 특이점은 없었나요?”
“있을 리가요. 장비의 유지, 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듯한 고블린 공병이라서 바로 처치했죠.”
차분한 미쉘의 질문에 신화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직 특이점은 없었다.
보통 어떤 의미가 숨겨진 던전은 안으로 깊게 파고들어야 그 진가가 발휘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일행이 들어온 곳은 겨우 초입일 뿐. 여기서부터 단서가 있을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우선은 제가 앞장설게요. 이제부터 세 분은 제가 이동한 경로로만 따라와 주세요.”
자연스럽게 미쉘이 신화의 앞으로 나서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사전 브리핑에서 나눈 역할군이 그러했기에 신화를 포함, 어느 누구도 이견은 없었다.
그렇게 전진이 시작됐다.
모든 던전이 그러하듯.
입구에서 먼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몬스터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탐색전과 전투를 병행하면서 싸워 본 결과, 일반 몬스터들의 평균 랭크는 SS+ 이상의 수준이었다.
즉, 이 던전 자체의 랭크 판정을 최소한 SSS랭크급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아마 보스 몬스터를 만난다면, 최소 SSS+랭크 이상일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도 가능했다.
공략 자체는 쉬웠다.
애초에 오버 파워가 일상인 신화는 물론, 토시오가 SSS-랭크의 각성자였거니와.
미쉘도 보고서상으로는 – 물론 신화는 보고서 자체에 의문이 품고 있지만. – SSS랭크의 각성자고.
마리나도 풀 도핑 상태에서 더미를 최대로 활용하면, 최소한 SS+랭크의 화력을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스 몬스터도 아닌 데다 무리지어 나타나는 수준도 아닌 일반 몬스터는 상대하기가 쉬웠던 것이다.
다만 팀의 구성상 신화가 탱킹을 전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세 사람의 시선이 신화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전투 내내 신화의 모든 활약을 지켜본 세 팀원에게는 본의 아니게 이번 던전이 신화의 쇼케이스 현장처럼 돼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전투가 끝나고, 미쉘이 안전 경로로 확보해 놓은 길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신화의 곁에 있던 마리나와 토시오는 번갈아 가며, 앞서 신화가 보인 활약을 연신 칭찬했다.
특히 토시오는 신화의 능수능란한 탱킹에 깊은 감명을 받은 상태였다.
일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팀 오사카 길드지만, 신화처럼 ‘완벽’한 탱커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몬스터의 관심을 끌며,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신화 씨가 소속된 팀 미스틱은 탱킹 걱정이 없겠군요. 지원을 하시는 분들도 신화 씨가 판을 짜 주시니까 어려움이 없을 테고요.”
“주도적으로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이 편해서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탱킹을 전담해야죠.”
“신화 씨의 움직임이 참 견실합니다. 뭐랄까……. 완성형 각성자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에요.”
“하하, 과찬이십니다.”
“팀 오사카에 신화 씨의 반, 아니 반의반만 닮은 탱커만 있었어도 좋았을 텐데.”
“제 생각도 같아요, 신화 씨. 전투 내내 불필요한 동작도 전혀 없으면서 몬스터의 움직임도 완벽히 통제했죠. 99%도 아니라 100%였어요.”
“이러다 하늘로 날아가겠네요. 적당히 하시죠. 제가 칭찬에는 항마력이 좀 낮아서.”
싫은 듯한 티만 살짝 내고는 신화가 환하게 웃었다.
오늘 처음 합을 맞춰 본 네 사람이었지만, 호흡은 꽤 괜찮았다.
특히 마리나와 토시오는 남매 사이라서 그런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거기에 금방 녹아들었다.
하지만 미쉘은 신화의 날카로운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정탐과 암살이 미쉘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주 재능이라고 하기엔 허점이 있어.’
신화는 확신하고 있었다.
마리나나 토시오가 둔감해서 놓친 것이 아니라, 경험이 부족해서 모르는 것이다.
SSS랭크의 각성자가 메인으로 활용하는 ‘주 재능’이라면 반드시 일정량의 숙련도를 담보로 한다.
예를 들어서 프로야구 선수라고 하면, 최소 기본기와 센스를 다년간의 훈련으로 자연스럽게 탑재하게 된다.
하지만 갑자기 연예인에게 프로야구 선수의 ‘연기’를 하라고 시킨다면?
코치를 받은 부분에서는 그럴듯하게 흉내를 내겠지만, 사소한 디테일에서는 놓치는 게 많을 것이다.
미쉘이 딱 그러했다.
분명 정탐과 암살에 특화된 각성자의 모습인 것은 맞았다.
하지만…….
그것을 다년간의 주 재능으로서 활용했다고 하기에는 빈틈이 미세하게 보였던 것이다.
‘미세’한 수준이었기에 토시오나 마리나의 시야에는 들어오지 않을 빈틈이기도 했다.
한데 바로 그때.
-구아아아아!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언덕 너머, 저 멀리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포효한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그 순간, 온몸이 싸늘하게 얼어붙으며 경직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것은 정신적 저항과는 별개로 상대가 고유의 살기를 이용해 위압(威壓)하는 것이었다.
“보스 몬스터일까요?”
“너무 빠르죠. 아직 던전의 끝에 도달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닌 걸요.”
살짝 긴장한 듯한 마리나의 물음에 신화는 한참 남은 지평선 너머를 가리켰다.
아마도 중간 보스 몬스터일 것이다. 다만 느껴지는 위력을 보니 보통 놈은 아닐 듯싶었다.
파팟! 팟! 팟!
이윽고 정탐을 나갔었던 미쉘이 돌아왔다.
“시스템창에 따르면, 중간 보스 몬스터가 이곳에 있습니다. SSS+랭크. 만만치 않을 듯하네요.”
바로 그때.
이어서 마리나와 토시오에게는 생소한, 그리고 신화와 미쉘에게는 익숙한 나스 대륙어가 들렸다.
그것은 SSS+랭크의 중간 보스 몬스터가 포효하며 뱉어 낸 절규였다.
-고향은 어디인가!
-나의 고향은……!
이윽고 언덕 위에 모습을 보인 상대의 정체가 드러났다.
아가우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몬스터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왠지 눈에 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