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화(2/300)
제 2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내가 사는 원룸이 역에서 가깝다는 점이다.
레드 존의 저녁은 ‘야생’ 그 자체였다.
소매치기나 퍽치기는 애교에 속했고, 어두운 곳으로 끌려가 흠씬 두드려 맞는 일도 빈번했다.
우범지대이다 보니, 여성이 거의 살지 않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드르르륵.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리며,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월세 연체 중. 내일까지 75만 원 확실하게 입금 바랍니다.]집주인의 칼 같은 문자였다.
월세를 25일 18시까지 내기로 되어 있는데, 그 시간이 지나자마자 곧바로 문자를 보낸 것이다.
월세 75만 원!
“진짜 헬(Hell)이네.”
지옥이 멀리 있지 않다.
3평 남짓한 방에 한 달을 사는데, 75만 원을 내야 한다. 관리비까지 합치면 80만 원이 넘는다.
관리비는 얼어 죽을!
관리해 주는 것도 하나 없는데.
일단 잔고를 확인했다.
전생에는 얼마나 풍요로운지 흡족함을 즐기기 위해 잔고를 늘 확인했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대한은행 : 예금주 강신화 님] [현재 잔고 : 5,252원]“일당 30만 원을 합쳐도 월세 해결이 안 되네. 나…… 진짜 힘들게 살았구나, 이때.”
자조 섞인 웃음이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전생에 꿈꾸었던 웰빙 라이프는 회귀로 날아갔으니 그렇다 치고.
현생의 ‘헬 라이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문제였다.
‘니콜라스 녀석을 만나기 전까지, 이 시절부터 5년 이상을 헤매고 또 헤맸지.’
돌이켜 보면, 분명 나는 이 시절을 덧없이 허비하며 살았다. 인생에서 가장 아까운 시간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앞으로 내게 벌어질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뿐인가?
내가 몇 년을 허비하며 꽃피우지 못했던 ‘재능’을 지금 당장, 바로 일깨울 수 있다!
동료들은 전생에 나를 고인물이라고 불렀다.
모든 것을 꿰뚫고 통달한 최고의 각성자라는 찬사였다. 맞는 말이었다.
그 정도로 나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고, 고생과 시련도 회피하지 않았다.
덕분에 내게는 오십 평생이 항상 투쟁과 도전의 연속이었고, 그것이 오롯이 지식으로 남아 있었다.
‘내 인생에는 늘 여백이 없다고 말하곤 했었는데. 여백 없이 살아온 삶이 무척 의미 있게 됐어!’
오직 나만이 미래를 안다.
아울러 지금의 나를 극적으로 바꿔 줄 수 있는 미래의 지식을 모두 갖고 있다.
‘오히려 이번 생에는 일찍 웰빙 라이프를 즐겨 볼 수도 있겠는데?’
펼쳐지는 상상의 나래!
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대재앙의 날은 아직 한참 남았다. 2052년이니까 앞으로 32년이나 넉넉하게 남은 셈이다.
그러면 이왕 과거로 온 이상 돈과 명예, 힘을 바짝 챙겨 조기에 은퇴하면 어떨까?
내겐 미래 지식이라는 든든한 자산이 있지 않은가?
‘넉넉잡고 3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확실한 계산이 섰다!
3년 바짝 고생하고 난 뒤.
남태평양에 있는 무인도들을 사서 그곳을 지상 천국으로 만들어 화려한 은퇴자의 삶을 누리는 것이다.
다가올 대재앙?
걱정 없다.
자칭 ‘회귀자’라고 불렀던 니콜라스 녀석이 있지 않은가.
녀석이 회귀하면 알아서 지지고 볶고, 방법을 찾아 모두 다 해결할 것이다. 전생에도 그랬으니까.
‘이거 개꿀이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최악의 시절로 다시 돌아왔다는 생각만 하며 낙담했는데.
아니다. 생각이 잘못됐다.
나는 꿀단지를 잔뜩 들고 회귀한 셈이었다. 이제 꿀단지를 풀며, 열심히 꿀을 빨면 된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물론.
‘아무리 생각해도 적응 안 되는 환경은 어쩔 수 없네, 진짜.’
현실은 아직까지 지옥이었다.
어느덧 집 앞, 5층 원룸.
내 집은 꼭대기에 있다.
엘리베이터는 물론 없다.
그리고 환풍구 구조의 문제인지 몰라도 아래층의 담배 냄새와 악취가 진동을 하는 집이다.
몇 번이고 집주인에게 수리 요청을 했는데, 콧방귀도 안 뀌는 거지 같은 집이기도 했다.
‘일단 오늘만 버티자. 내일부터 미래 설계를 완전히 새로 하는 거야!’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허름한 원룸 건물의 입구로 들어서려던 바로 그때.
“어이, 강신화. 퇴근이냐?”
누군가 내 어깨를 거칠게 붙잡았다.
친한 사람의 터치라고 하기에는 어깨를 찍어 누르는 느낌이 강한, 기분 나쁜 손길이었다.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내게는 잊을 수 없는 이 시절의 흑역사, 박도원의 얼굴이다.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매끈한 민머리에 힘줄이 잔뜩 솟아 있던 녀석이라 더 기억이 선명했다.
내가 사는 원룸 일대에서 골목대장 노릇을 하는 폭력 조직 ‘도원결의’의 두목이기도 하다.
무슨 생각으로 이딴 이름을 지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유관장 삼형제가 이 사실을 알면 저승에서도 불호령을 내리실 것이다.
“그런데?”
나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기억이 맞으면 박도원의 랭크는 D랭크다. 나는 F랭크고.
분명 랭크 두 단계의 간극이 존재하고, 이는 상당한 힘의 격차를 의미한다.
F랭크가 평범한 인간보다 2배 정도 향상된 신체 능력을 가진 것이라면.
D랭크는 F랭크 각성자의 네 배 이상은 족히 되니까 말이다.
“데에……? 이 XX, 너 지금 나한테 말을 놓은 거냐? 짐꾼을 하더니 던전에서 갑자기 대가리가 어떻게 휙 돌기라도 했냐?”
주사위는 던져졌다.
내가 여기서 하루라도 편히 지내려면, 박도원을 확실히 손봐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녀석은 늘 나를 찾아와서 하루의 일당을 뜯어내고 괴롭힐 것이다. 과거처럼.
내가 전생의 짐꾼 시절 5년을 흑역사로 생각하며, 늘 치를 떠는 이유가 바로 이놈 때문이다.
화아악.
나는 심장에 위치한 마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체내에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이 시절에 마력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전혀 몰랐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안다.
비록 F랭크의 신체이기는 해도, 소량의 마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려 일격을 가하는 방법이 있다.
‘과거의 나는 많은 것을 착각하고 있었어.’
그때는 스스로를 육체의 단순 강화만 가능한 강화 계열의 각성자로 판단했었다.
그래서 다른 능력은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무식하게 힘만 잔뜩 쓰면서 다녔다. 완력만 믿고.
‘하지만 내 재능은 강화는 기본이고, 다양한 것을 변형시킬 수 있는 변화 계열에 가까웠지!’
그래서 마력을 안정적으로 컨트롤하면, 필요 부위만 선택적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다!
지금 시도하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맞대응에 가장 좋은 선택지 중 하나인 ‘폭권’을 발동할 준비를 마쳤다.
‘전조가 없어 공격의 타이밍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폭권의 강점이다.
나는 전생에 ‘무강 대륙’에서 넘어온 묵철이라는 녀석에게서 폭권을 배웠다.
당시에 녀석의 바짓가랑이를 꼭 붙잡고, 내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주며 알려 달라고 애원했던 기억이 난다.
내게 있어 가장 접목하기 좋게 최적화된 권법이었기 때문이다.
무강 대륙과 지구가 연결되는 것은 2030년 새해 벽두의 일.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이다.
어쨌든 지금 내가 가진 마력으로는 폭권 1장만 겨우 구현이 가능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쫄았냐? 왜 말이 없어?”
내가 말없이 조용히 있는 모습을 본 박도원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지레 겁을 먹고, 순한 양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왜 말이 없냐고. 내가 우습게 보이냐?”
녀석이 다시 묻는다.
“…….”
나는 좀 더 기다렸다.
한 방에 녀석을 해치우려면, 양팔의 위치가 좀 더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
그래도 명색이 D랭크의 각성자다. 반사적으로 손을 올려 막기라도 하면, 공격의 위력이 반감된다.
“자, 오늘 잔고 확인 들어간다.”
이윽고 박도원이 제멋대로 오늘자 일당을 확인한답시고 내게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녀석에게 빈틈이 생겨났다.
“뒈져, 이 XX야!”
나는 미련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폭권, 제1장 – 폭(暴)]일순간 움켜쥔 주먹 전체가 강철처럼 단단하게 강화되더니.
즉시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뜨겁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대장간의 화로에서 달군 고열의 쇳덩이처럼, 폭발적인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단순히 주먹만 강화된 것이 아니라, 성질까지 변화한 것이다.
뻐억!
“커헉!”
박도원이 어찌 반응할 새도 없이, 폭권은 그대로 그의 얼굴 한가운데에 꽂혔다.
워낙에 초고도 비만으로 살이 찐 녀석이라, 얼굴 면적도 일반인의 2배는 족히 넘었다.
과녁이 넓으니 훨씬 좋네.
대충 주먹을 내지른 것 같은데도 정확히 얼굴에 명중했다.
쿠아아아아! 콰앙!
총알처럼 날아간 박도원의 몸은 원룸 외벽에 절반이 넘게 꽂혔다.
녀석의 외형을 쏙 빼닮은 모양 그대로 외벽에 선명히 찍혔다.
“어흑…….”
가뜩이나 덕지덕지 붙은 살 때문에 눈, 코, 입의 경계가 애초부터 모호했던 박도원의 얼굴은.
폭권에 아예 박살이 나 버렸다.
완전히 부러진 코, 폭삭 내려앉은 눈 뼈, 모조리 부러진 이 때문에 얼굴이 엉망진창이었다.
마치 흐물거리는 연체동물의 얼굴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끄극.”
하지만 아직 녀석의 상태는 정신을 차릴 정도는 되어 보였다.
‘D랭크 각성자니까 이 정도 맷집은 예상했던 바이기도 하고.’
나는 아직 체내에 남아 있는 마력을 재차 끌어올리며, 박도원을 향해 묵묵히 걸어갔다.
“더, 더 대체…… 어케…… 나를 어케……?”
입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 때문인지 박도원이 어렵게 겨우 뒷말을 붙였다.
박도원의 눈빛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겠지.
F랭크 각성자가 D랭크 각성자를 일격에 때려눕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게 상식이니까.
하지만 회귀는 상식이 아니다.
회귀자의 이점을 톡톡히, 그리고 슬기롭게 누려 갈 내게 앞으로 벌어질 일은 당연히 상식 밖의 일.
‘짧고 굵게 치고 빠진 다음! 빠르게 은퇴하는 거다. 이런 거지같은 XX들에게 엮일 일 없이.’
다짐을 마쳤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제물이 될 고사용 돼지를 눈앞에 뒀다.
‘폭권을 지금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시간을 10년이나 단축한 거야. 이 순간부터 이미 전생의 나를 뛰어넘고 있다는 얘기가 돼!’
되짚어 생각해 보니, 정말 엄청난 특전을 누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게 바로 회귀자의 강점이다.
박도원 같은 놈은 이제 넘지 못할 산이 아니라, 내 흑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존재일 뿐이다.
“하아압!”
일갈과 함께 한 번 더 놈의 얼굴에 폭권의 일격을 가했다.
다음 순간.
콰아아앙!
원룸 건물 전체가 뒤흔들릴 충격파와 함께 박도원의 몸 전체가 완벽하게 외벽 안으로 꽂혔다.
끝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곳 하나 없이, 금이 가거나 부러져 버린 박도원은.
“끅…….”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전생에 나를 폭행하고, 돈을 갈취하고 목숨을 협박하며 늘 고통스럽게 했던.
지독한 악연을 완벽하게 끊어 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