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00)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00화(199/300)
제 200화
‘이 녀석, 눈에 익잖아.’
나는 아가우트를 보았다.
물론 아가우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녀석의 생김새가 내가 생각하는 종족과 일치했다.
블랙 오크.
레체로가 있는 나스 대륙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종족이다.
이름 그대로 블랙 오크여서 피부가 매우 검었고, 흉포하면서 사나운 성격을 지녔다.
게다가 오크라는 종족의 일반적 인식과 달리, 거구에 신장이 커서 상당히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아가우트의 생김새는 입고 있는 복장으로 봐서는 영락없는 블랙 오크 ‘로드’의 복색이었다.
용맹한 전사나 투사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왕이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우리 블랙 오크는 길을 잃고 떠돌고 있다……. 나의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는가?
아가우트는 또렷하게 나스 대륙어로 말했다.
당연히 마리나나 토시오는 아가우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생소할 테니까.
하지만 나는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고, 바로 앞에 있는 미쉘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녀의 눈에도 묘한 눈빛의 변화가 있었다. 알아들었지만, 애써 모른 척하려는 느낌이었다.
‘던전의 몬스터가 나스 대륙이나 다른 차원에서 넘어오는 일이야 흔한 일이야.’
일단 사실 관계는 그랬다.
일전에 만났던 다수의 몬스터가 나스 대륙어를 하고는 했었다. 그건 이상하지 않았다.
당장에 다른 던전에서는 무강 대륙의 말을 하는 몬스터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아가우트만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오크 군락이 전부 넘어왔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
보통 특정 대상만 강제로 던전에 소환되는 것으로 알려진 패턴을 생각해 보면…….
이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누군가에 의해 강제된 ‘추방’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다.
이를테면 샤미와 같은 경우처럼 말이다.
‘어쩌면 아가우트에게 나스 대륙과의 연결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나나 니콜라스가 알지 못한?’
그럴듯한 생각이 들었다.
아가우트는 전생에 만나 본 적이 없는 몬스터다.
그리고 블랙 오크는 나중에 나스 대륙으로 넘어가, 그들의 사료(史料)를 살피다가 본 역사 속의 존재일 뿐이었다.
실제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듯했다.
“저와 신화 씨가 저 아가우트라는 보스 몬스터를 일차적으로 맡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일단 녀석과 부하를 구분해서 싸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게 가죠. 마리나와 미쉘 님이 일반 몬스터를 맡아 주시고.”
토시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대인 공격에 특화된 미쉘과 마리나라면 블랙 오크 군대를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일 터.
그 대신 일격에 파괴적인 힘을 쏟아 넣으며, 확실하게 제압할 필요가 있는 아가우트에게는.
지속적인 화력의 기대치가 높은 나와 토시오가 붙는 그림이 최상으로 보였다.
“미쉘 님! 우회해서 뒤로 가죠! 확실히 보스 몬스터가 아닌 저 녀석들은 약해 보여요.”
“알겠어요.”
파팟! 팟!
즉시 마리나와 미쉘이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미쉘은 살짝 껄끄러운 표정이기는 했다.
아마 가까이서 내 모습을 관찰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겠지.
‘나스 대륙에 존재했던 몬스터들의 왕은 저마다 특이 재능이 하나씩은 있었어.’
기억을 되짚었다.
이를테면 그레이 엘프의 왕이었던 요하네스에게는 죽는 순간까지 영원히 따라가는 화살이 있었다.
그것을 ‘신의 화살’이라 불렀는데, 텔레포트나 블링크를 해도 대상에게 끝까지 추적해 날아갔다.
화살에 확실히 위해를 가하거나 파괴하지 않으면, 화살을 쏠 때마다 유도가 걸리는 셈이었다.
이런 식으로 마치 게임 속의 보스 몬스터처럼 특이 재능을 주었기에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분명 아가우트에게도 그에 준하는 능력이 있을 터였다. 그것도 매우 ‘의외’적인 부분으로.
우웅! 우웅!
체내의 마력을 끌어올리며 아가우트를 향한 일격을 준비하는 사이.
“으랏차!”
토시오가 먼저 움직였다.
어차피 원거리에서 빙결 마법으로 견제를 할 테니 그의 안전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곧 내가 아가우트의 근거리에서 녀석을 상대할 예정이었으니까.
하지만 바로 그때.
-죽음.
아가우트가 손끝으로 토시오를 가리켰다. 순간, 아가우트의 눈빛에서 붉은 안광이 폭사됐다.
‘젠장, 흡공이잖아!’
나는 정체불명의 ‘지정’의 이유를 알아차렸다.
그것은 상대방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끌어오는 흡공이었다. 자석에 끌려오듯 당기는 것이다.
파앗!
화악!
“아앗!”
나는 아가우트가 펼쳐 낸 흡공의 수인이 맺히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토시오를 낚아챘다.
토시오를 다른 방향으로 끌어당기면서, 그를 패대기치게 되는 볼썽사나운 광경이 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흡공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대상은 보통 시전자의 손에 인형처럼 잡히게 된다.
즉, 화력은 높아도 내구성이 떨어지는 마법사 계열의 토시오라면 죽을 수도 있다.
처업!
아슬아슬하게 피한 덕분에 토시오는 끌려가지 않았다. 대신 그가 입고 있던 외투가 아가우트의 손에 쥐어졌다.
-…….
노림수를 가져간 것치고는 성과물이 시원찮은 탓인지 아가우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이게 뭡니까?”
“흡공입니다. 아가우트에게 지정되면 끌려갑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두 눈이 휘둥그레진 것이 토시오는 매우 놀란 모습이었다. 아마 이런 경우는 처음일 것이다.
“지금 당장은 설명해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제가 가까이서 경로 차단을 할 테니, 반드시 30m 이상의 원거리를 지키세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신화 씨는 괜찮은 겁니까?”
“그건 제가 걱정하죠.”
나는 토시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고는 바로 지면을 박차면서 아가우트에게로 나섰다.
흡공 같은 재능은 상대가 손을 뻗을 때, 찰나의 순간에 몸을 비틀어 대응해야 한다.
미리 피한다면 경로를 수정하기 때문에 의미 없는 동작이 되고.
늦게 피하면 흡공에 끌려가 버리기 때문에 뒤늦은 대응이 된다.
-겁쟁이의 맛이 난다.
이윽고 다시 한번.
아가우트가 나를 지정했다.
망할 X.
좀 직접 달려오든가. 그게 귀찮아서 흡공을 난사하며 나를 끌어들이려는 꼴이라니!
시잉!
찰나의 순간.
내 가슴팍 근처에 아주 잘게 쪼개진, 미세한 단위의 수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맺혔다.
나는 침착하게 그 수인을 피해 몸을 살짝 틀었다. 그러자 수인은 허공에 맺혔다가 이내 아가우트에게로 휙 빨려 들어갔다.
-호오…….
아가우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자신의 흡공에 대응한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내가 전투 짬밥이 몇 년인데.
수많은 형태의 흡공을 당해 본 내 입장에서는, 이런 흡공은 사실 교과서에 가까운 흡공이었다.
즉, 가장 피하기 쉽단 뜻이다.
“신화 씨, 대단하군요!”
“토시오 씨! 아가우트를 계속 빙결로 둔화시켜야 합니다! 놈의 발목을 꾸준히 잡으세요!”
“알겠습니다!”
그 와중에도 칭찬을 날리는 토시오를 보면서, 다들 내게 참 관심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내 움직임, 대응, 모든 것 하나하나가 그들에게는 신기하면서 귀감의 대상이 되는 모양이다.
시잉! 시잉!
그 이후로 연달아 두 번의 흡공 시도가 있었지만, 나는 어렵지 않게 피해 냈다.
몰라서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알고 당하는 일은 절대 없다. 그건 회귀자로서 용납 못 하지!
그리고 빠르게 아가우트와 거리를 좁힌 뒤, 녀석의 앞에서 바로 패럴라이즈 네크리스를 던졌다.
처억!
-끄거거걱!
노림수는 효과적이었다.
내가 목걸이를 던지자 본능적으로 그 목걸이를 움켜쥔 아가우트는 제자리에서 마비 상태가 됐다.
바로 이어서 체내 마력 절반을 담은 윌슨이 아가우트의 상복부를 통타했다.
콰아앙!
-커헉!
식스팩을 연상케 하는 근육 라인이 잡혀 있는 아가우트의 신체는 매우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녀석도 무적은 아니었기에 내 윌슨에 당하자마자 바람 빠지는 신음을 토해 냈다.
-부순다!
물론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아가우트가 양손 깍지를 껴서 큰 주먹의 형태로 만들더니.
후우웅!
이내 엄청난 양의 마력을 집중시켜 순간적으로 세로로 내리치는 거대한 일격을 만들어 냈다.
그것은 스치기만 해도 몸이 플라스틱 병처럼 찌그러질 것 같은 파괴적인 일격이었다.
파팟!
가까스로 블링크로 피했다.
회피 동작이 아닌, 공간 이동을 활용한 것은 순간적으로 몸이 직감한 공격의 위력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콰아앙!
지면에 내리꽂힌 아가우트의 양 주먹이 일진광풍을 일으키고,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 냈다.
마치 대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반경 30m 공간의 모든 지면이 갈라지고 무너졌다.
“힘이 미쳤네.”
진심으로 감탄했다.
한편으로는 이쯤은 되어야 보스 몬스터라고 할 만하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간 상대했었던 보스 몬스터와 비교하면 확실히 힘이 장사인 녀석이었다.
순간 소름이 쫙 돋으면서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나로 하여금 긴장하도록 만들었다.
‘뭔가 녀석에게서 나스 대륙의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나 되는 녀석이 아무 이유 없이 이 던전에 오게 되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심지어 일반 던전도 아니고, 시크릿 던전으로 취급하고 있는 특수한 던전이 아니던가?
누가, 왜, 어떻게 이 녀석을 여기에 데려다가 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있을 듯했다.
다만 아가우트 스스로도 여기에 왜 왔는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녀석을 죽이거나 했을 때, 이에 연계해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전적으로 ‘직감’이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나만의 경험이기도 했다.
니콜라스 녀석은 ‘직감’을 근거 없는 추측이라면서 늘 무시했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직감을 느끼는 대상이 표본이 될 수많은 경험과 데이터를 가진 사람이라면 의미 있는 추측이 된다.
-죽여 버리겠다!
이번에는 아가우트가 허공에 주먹을 내뻗었다. 나처럼 마력 방출의 일환인가 해서 유심히 살피자.
지이잉!
“……XX.”
공간이 갈라졌다.
무슨 말인가 하면, 공간을 왜곡시키는 파장이 일직선 형태로 방출되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걸리면 파장이 스친 모든 부위가 왜곡에 걸려들어 갈가리 찢기게 된다.
침착하게 피한 나는 아공간에서 바로 소환한 MZ-20을 아가우트에게 조준했다.
마력탄총.
근거리에서는 마력 방출보다 더 빨리 상대를 타격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었다.
타앙!
푸슈슈슛!
-크헉!
왕년의 사격 솜씨는 어디 안 간다더니, 명중이었다.
기습적으로 마력탄총으로 전개한 정조준 일격은 아가우트의 왼쪽 눈을 그대로 강타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즉시 아가우트의 왼쪽 눈이 터져 나가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눈만 잃은 수준에서 끝난 것이 오히려 녀석에게는 천만다행인 상황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
-반드시 널 죽여 버리겠다!
아가우트가 손끝으로 다시금 나를 지정했다.
흡공인가 싶어서 재빠르게 회피 동작을 취했지만, 아니었다.
그 대신, 몸에서 붉은빛의 기운이 자체적인 발광을 일으키기 시작하더니.
“아니……?”
나와 아가우트를 둘러싼 주변의 환경이 순식간에 뒤바뀌기 시작했다.
그것은 환각도, 환상도, 왜곡도 아닌.
던전과 분리된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는 예기치 못한 특이 현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