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04)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04화(203/300)
제 204화
‘왜 이렇게 대응이 빠르지?’
신화와의 전투가 이어질수록 VVIP, 즉 러셀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점점 커져만 갔다.
애초에 전투를 하기 전부터, 러셀은 신화의 실력을 ‘SS랭크’로 상향하여 판단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가 무너뜨린 각성자는 모두 그 정도 되는 실력자였기 때문이다.
즉, 신화를 ‘이레귤러’로서 인정하고 충분히 상향 평가를 해서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이 내 공격에 너무 손쉽게 대응을 하고 있잖아.’
신화의 대응이 너무 깔끔했다.
러셀이 가지고 있는 재능은 단순 개수로만 따져도 15가지가 넘었다.
물론 포괄적인 재능의 범주에서 열다섯 가지고, 하나하나 소규모까지 분리해서 생각하면 그보다 3배는 됐다.
지금껏 이런 러셀의 공격을 받아 낸 각성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몇 가지 눈에 익은 재능은 대응한다고 쳐도, 갑자기 튀어나온 변수를 대응하진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항상 승리를 거듭해 왔고, 제물이 된 상대의 ‘인육’을 먹음으로써 재능을 흡수해 왔다.
재능 포식자.
그것은 나스 대륙에서 넘어온 이후, 각성자로 새 삶을 살게 된 러셀에게 내려진 축복이었다.
오히려 사도로 지냈던 과거보다 지금이 더 압도적으로 강했다.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각성의 과정에서 ‘흑마법’을 모두 잃었음에도 전혀 아쉽지 않았다.
‘어떻게 이 모든 재능에 대한 대응법을 알고 있는 것일까.’
러셀은 그게 의문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그리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유망주라고 해도.
이들에게는 항상 치명적인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실제로 유망주나 기대주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많은 각성자가 그러했다.
경험은 시간이라는 절대적인 조건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쌓여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간 러셀이 흡수한 재능 중에는 유망주에게서 얻은 것이 참 많았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에 비해, 빈틈이 많아 목숨을 빼앗기가 손쉬웠으니까.
하지만 신화는 아니었다.
상대하면 할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벽과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흔들리지도 않았다.
‘나스 대륙의 전장에서 뼈가 굵어진 나를 이토록 위협할 수 있는 놈이 있을 줄이야.’
러셀은 혀를 내둘렀다.
지금껏 대련이나 모의 전투 개념으로 WSA 내부의 많은 실력자를 상대해 왔다.
SSS+랭크인 자신.
이를 상대로 낮게는 A랭크 각성자부터 높게는 SSS랭크 각성자까지 많은 실험을 했다.
결과는 연전연승.
단 한 번도 그들에게 밀리거나, 그들의 공세에 당황하며 고전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신화는 그간의 모든 기억을 갱신하며 처음으로 당황스럽다는 감정을 안겨 주었다.
“VVIP!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어? 그렇게 여유가 많아?”
퍼억!
“크윽!”
잠깐 생각이 다른 곳에 가 있는 사이, 빈틈을 파고든 신화가 복부에 그대로 일격을 먹였다.
전투 내내 느낀 것이지만, 신화가 내지르는 일격은 평범한 주먹질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도로 정제된 힘을 압축시켜서 담은 일종의 특수 기술이었다.
무강 대륙의 무공인 ‘폭권’을 알지 못하는 러셀의 입장에선 전혀 가늠할 수 없는 변수였다.
한편, 신화는 폭권 1장부터 8장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활용해서 집요하게 러셀을 괴롭혔다.
탐색전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러셀이 무공과 체술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확인해서였다.
‘원래 나스 대륙의 흑마법사 대부분이 그랬지. 무강 대륙에서 넘어온 무공과 체술에 약했어.’
일종의 상성 관계였다.
지구의 각성자들은 나스 대륙의 흑마법에 취약점이 많았고.
흑마법사들은 무강 대륙의 무공에 취약했다.
그리고 무강 대륙의 무림인들은 각성자들의 ‘재능’에 또한 약했다.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관계에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신화는 각성자의 재능과 무공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상황.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경험을 나스 대륙에서 얻은 러셀의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죽어라!”
콰우! 콰우우! 콰어!
수세에 몰린 러셀이 신화를 향해 전개한 재능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수많은 검은 손을 만들어 내며 상대를 속박하는 재능이었다.
변수 창출을 위한 노림수였다.
대외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특수한 재능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간 러셀이 다른 각성자를 상대할 때 쏠쏠하게 재미를 봤던 재능이기도 했다.
망자의 손길.
강령술과 관련된 재능을 부리던 각성자에게서 흡수한 알짜 재능이었다.
한번 검은 손에 몸의 어느 부위라도 잡히면, 즉시 마비 현상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확실히 녀석이 재능이 많긴 하네. 재능이 이렇게 만물상 수준으로 튀어나올 줄이야.’
신화는 침착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간 많은 재능을 포식해 왔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어지간한 각성자라면 어떤 재능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재능들도 많아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난 다 보인다는 거지!’
러셀은 신화가 가진 경험의 깊이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파팟! 팟!
블링크 링을 재빠르게 활용하며 신화가 연속 회피로 망자의 손길을 피했다.
허공에서 두 차례 불규칙적으로 손길이 뻗어 나오는 것이 특징인데 이를 성공적으로 피한 것이다.
“……!”
러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신화가 너무 깔끔하게 회피를 해서, 오히려 시전한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망자의 손길은 타깃형이다.
대상을 지정하면, 그 대상이 있는 위치에서 갑자기 손길이 뻗어 나오는 식이다.
그래서 보통 한 번은 회피해도.
기습적으로 한 번 더 튀어나오는 공격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화는 애초에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너무 쉽게 공격을 피해 냈다.
“무디다, 무뎌!”
그 대가로 러셀이 받은 것은 단숨에 접근하여 옆구리를 할퀴고 지나간 신화의 검날이었다.
“크윽!”
뜨거운 열감과 함께, 고통을 머금은 굵은 신음이 절로 토해졌다.
파아앗!
일격을 당한 러셀이 황급히 공간 이동 재능을 활용하며 30m쯤 되는 거리 뒤로 물러섰다.
“왜? 겁먹었어?”
한껏 미소를 머금은 채, 손끝을 까딱이는 신화의 도발이 러셀의 눈에 들어왔다.
당장에라도 달려들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지만, 러셀은 다시금 마음을 진중하게 가라앉혔다.
러셀 나름의 긴 탐색전이 끝났다.
러셀이 판단하기로 신화에게는 ‘세 가지’가 없었다.
첫째는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었고.
둘째는 의도적으로 보여 준 것이 아니라면 방어에 빈틈이 없었다.
셋째는 어떠한 형태로 노림수를 가져가도 그것에 당황하는, 경험의 부족이 없었다.
‘내가 놈을 너무 과소평가했군. 좋아. 충분히 높게 쳐줘도 되겠어. 이러니 녀석의 재능이 더욱 탐나는군.’
러셀이 신화의 실력에 대한 평가를 상향 조정했다. 최소 SSS- 이상으로.
지금껏 러셀이 상대해 온 각성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였다.
비록 적이지만 충분히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있었다.
‘놈의 힘과 경험의 근원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다만 러셀은 이 한 가지 궁금증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짐꾼 생활을 하던 그에게 도대체 어떤 신의 조화가 있었던 것일까?
* * *
같은 시각.
‘VVIP의 치명적인 약점이 확실하게 보이네. 체화된 능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나는 그의 다양한 능력 활용을 보면서, 그의 실력과 경지를 가늠해 보고 있었다.
확실히 재능의 개수는 많았다.
전생의 경험이 많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두 눈 뜨고 당했을 재능도 상당히 많았다.
그런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VVIP에게 희생되었을 각성자들이 도대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도 가지 않아서였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VVIP는 가지고 있는 풍부한 양적 재능에 비해, 질적인 깊이는 현저하게 떨어졌다.
물건으로 비교하면 외형은 완벽하게 복사해 낸 것이 맞는데, 안의 내용물이 다른 느낌이었다.
이는 ‘미쉘’의 행세를 할 때, 내가 느꼈던 생각과 비슷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아마도 각성자의 재능을 흡수하는 능력은 있지만, 경험까지 터득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워낙 가진 재능이 많다 보니 훈련을 하더라도 전부 아우를 수는 없었을 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강한 적이야. 심지어 힘을 전부 쓰지도 않았어.’
나는 느끼고 있었다.
VVIP가 내 실력을 테스트하는 느낌으로 점점 대응의 수준을 높여 가고 있음을.
퍼억! 퍼어억!
“크윽!”
가속이 붙기 시작한 VVIP의 공격에 다시금 하복부의 빈틈을 노출하며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녀석에게는 내가 가진 ‘초월 가속’, ‘블링크’ 같은 형태의 재능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연이어 이를 연계하기 시작하면 움직임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아무리 낮게 잡더라도 SSS랭크 또는 그 이상의 각성자임이 틀림없는 그이기에.
어떻게든 버티려 해도 점점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코 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A와 SSS라는 랭크와 마력, 파괴력의 간극으로 인해 생기는 태생적인 문제였다.
“카아악, 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구역감을 참지 못하고 또다시 피가 잔뜩 섞인 가래를 뱉어 냈다.
잠깐 사이에 단 두 번의 공격만을 허용했을 뿐이었지만, 입은 내상의 정도는 상당히 심했다.
심지어 비싼 슈트까지 새것으로 든든하게 착용했음에도 이를 뚫고 들어와 더 큰 충격을 안겼다.
“강신화, 어떠냐. 내게 감히 도전할 마음을 품었다는 사실이 슬슬 부끄러워지지 않나?”
“부끄럽긴 하네. 남의 재능이나 훔쳐 쓰는 놈에게 이렇게 당하니까 기분이 더럽기도 하고.”
“…….”
“명심해. 나는 A랭크 각성자야. 네가 압도하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하잖아?”
한껏 녀석의 심리를 자극했다.
어차피 여기서 어중간하게 전투를 마무리 짓고 나갈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을 것이다.
내가 죽든가, 놈이 죽든가 둘 중 하나다.
“좋아. 그 패기를 높이 사서 확실하게 압도해 주지!”
다시 VVIP가 달려들었다.
전보다 더 빠른 움직임이다.
화아아악!
무심하게 던진 녀석의 화염구가 내 전방 시야를 완벽하게 가리며 날아들었다.
‘젠장.’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화염구의 뒤편에 바짝 근접해서 달려들고 있는 VVIP의 살기가 느껴진다.
양자택일의 딜레마다.
화염구를 먼저 방어하면, 곧바로 뒤에서 이어질 녀석의 공격을 막아 낼 수가 없고.
화염구를 포기하면 그 자체 대미지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마법계 재능과 가속 능력을 동시에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보통은 불가능하지만, 흡수한 재능의 개수가 워낙에 많은 VVIP에게는 쉬운 선택지였다.
‘소모전으로 가야겠어.’
처음부터 각오는 했지만.
그래도 부활의 꽃을 사용하지 않을 방법을 찾았던 나였다.
하지만 역시 날로 먹기는 힘들겠다 싶었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큰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노림수를 가져가지 않으면, 쉽게 상황이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불로소득처럼 얻을 수 있는 손쉬운 승리는 이런 수준급의 각성자를 상대할 때는 절대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역설적으로 계획이 더욱 명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