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05)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05화(204/300)
제 205화
그 이후.
열을 얻어맞고 여덟을 돌려주는 철저한 손해뿐인 교환이 꾸준히 이뤄졌다.
확실히 VVIP는 지금까지 내가 상대했던 모든 각성자들 중에서 가장 수준급의 실력자였다.
각성자의 랭크와 사회적 지위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차라리 잘됐어. 나에게 어떠한 부분이 여전히 부족한지, 반드시 채워야 할 공백이 뭔지 알았으니까.’
강한 동기부여도 됐고, 목적의식도 확실히 생겼다.
VVIP는 나로 하여금 성장에 대한 원초적인 욕망을 크게 자극했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몸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애초에 등가교환을 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점점 손해 보는 교환을 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악, 하악, 하악.”
저절로 몰아 쉴 수밖에 없는 가쁜 숨과 함께 최악을 향해 달려가는 체력의 고갈이 여실히 느껴졌다.
‘즉사의 일격’처럼 육체, 정신이 멀쩡하지만 한 번에 큰 힘을 쓰고 났을 때의 탈진감이 아니었다.
이것은 마치.
계속 누적된 대미지로 인해 찾아온 죽음의 기운이 나를 붙잡아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에 그대로 몸을 맡겨 버리면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죽어 버릴 것만 같은 끔찍한 두려움이기도 했다.
‘이게 죽음으로 향할 때의 몸이 느끼는 전조 증상 같은 거구나.’
죽음을 이렇게 가깝게 느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생의 대재앙은 전투 자체가 많고 복잡하긴 해도, 내가 죽을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를 했고, 우리 나인 로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강신화! 정말 형편없군!”
퍼억!
우측에서 사선으로 강하게 올려친 VVIP의 주먹이 내 두개골을 강하게 흔들었다.
그리고 실감했다.
방금의 일격이 죽음으로 향하는 급행열차를 출발시킨 것만 같다고.
“X신 X끼.”
퍼어억!
“크헉!”
하지만 그냥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일격을 얻어맞고 비틀거리는 듯하면서, 그대로 오른쪽 다리를 뻗어 VVIP의 턱 아래를 올려쳤다.
물론 빈틈 많은 동작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질러 버린’ 일격이었기에 먹혀들었다.
퍼억!
다시 반격을 당했다.
처음부터 계속 이런 식이었다.
두 번 맞고 한 번을 카운터펀치를 먹이든지 하는 식이었다.
나는 ‘부활의 꽃’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나름대로 배짱을 부려 보고 있는 것이었지만.
VVIP는 그런 노림수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듯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2020년에는 아직 부활의 꽃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시점이니까.
각성자 세계와 던전에 존재하는 꽃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명되는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5년 후였다.
그때부터 전 세계의 모든 던전에 대한 탐색과 파악이 끝나며, 본격적인 공략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부활의 꽃도 그때쯤 알려지게 되는데, 문제는 이미 레체로가 손에 넣은 뒤라는 점이었다.
“이대로 가면 넌 죽어, 강신화!”
“그럼 죽여, 미친X아.”
“두렵지 않나?”
“이거나 먹어.”
가운뎃손가락 들어 보이기.
유치하기 짝이 없는 도발을 해 댔지만, 나는 지금의 상황에 어느 때보다도 집중하고 있었다.
신기했다.
죽음이 임박했다고 생각하자, 푹 꺼질 것만 같은 몸 상태와 다르게 모든 부분에서 집중력이 높아졌다.
적당한 집중이 아니라 ‘초집중’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될 만큼.
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초월한 상태에서 덤덤하게 현장을 관조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신이 있다면 바로 이런 느낌일까?
분명 피와 땀, 살점이 뒤섞여서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처절한 전투의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놀라우리만치 제3자의 시선으로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보인다. 확실하게 보여.’
그리고 VVIP의 모든 공격적인 동작 속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미세한 빈틈을 찾아냈다.
완벽을 상징하는 숫자가 100이면, VVIP가 보여 준 98을 제외하고 찾아낸 2의 빈틈이었다.
‘전생에 묵철이 그랬지. 무강 대륙에서는 ‘죽음이 곧 깨달음이다.’라는 명언도 있다고. 그때는 그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자 모든 것이 완벽하게 보였다. 하나도 남김없이 철저하게.
[불멸의 투지 – 강인한 인내] [본인의 의지로 발동, 5초간의 무적 상태를 얻을 수 있습니다.모든 대미지와 피해에 완전 면역이 되며, 어떠한 방해에도 굴하지 않는 굳건한 상태가 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일주일]
이 노림수는 아껴 뒀다.
죽고 나서 부활의 꽃으로 되살아난 직후에 사용할 가장 큰 노림수다.
전생에 실험이 끝났던 데이터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서 정말로 죽게 될 경우는 대상에게 버프가 이동하지만.
부활의 꽃을 보유 중인 각성자가 죽었을 경우에는 버프가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류’ 상태로 버프 이동이 유보되고, 그사이에 자동으로 부활이 이뤄지는 식이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즉사의 일격이 가성비 면에서는 효과적이겠네. 클클.’
속으로 웃음을 터뜨리며, VVIP에게 날릴 일격을 준비했다.
사용 직전에 보유하고 있던 체력과 마력에 무관하게 최대 화력이 똑같다는 것.
그것이 바로 즉사의 일격이 지닌 강점이기도 하다. 각성자 시스템의 허점이기도 하고.
“힘의 차이를 느껴라!”
이윽고 비틀거리는 내게 확실한 한 방을 먹이기 위해, VVIP가 검붉은 구체를 응집시켰다.
아까부터 눈여겨봤던 재능인데, 상대에게 자석처럼 순식간에 날아가는 구체를 만드는 재능이다.
문제는 그 구체가 거대한 쇳덩이처럼 단단해서 타격을 당하는 순간 억 소리가 난다는 점이다.
게다가 본인이 직접적인 타격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돌아오는 리스크도 적었다.
“하아압!”
기합과 함께 VVIP에게 쇄도했다. 어차피 죽을 상황. 즉사의 일격을 반드시 먹이기 위해서였다.
“잘 가라.”
세상 거만한 표정을 하고서 마지막 멘트를 날리는 VVIP의 모습을 보니 역겨웠다.
딱 그 표정이다.
한 번도 누군가에게 진 적이 없어서 패배자의 심정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그런 표정.
“……!”
나는 묵묵히 입을 닫고, 즉사의 일격으로 끌어올린 모든 파괴력을 오른쪽 주먹에 담았다.
체내의 마력까지 모조리 긁어모아, 정말 영혼까지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최후의 한 방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전투에서 내가 이끌어 낸 화력의 최대 수치를 갱신했을 게 틀림없었다.
다음 순간.
뻐어어억!
“크헉!”
“크윽…….”
VVIP와 나의 입에서 신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생명의 불씨가 꺼져 가는 와중에 VVIP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더럽게 못생겼네, XX.’
즉사의 일격을 맞고, 고개가 반쯤 돌아간 녀석은.
피와 걸쭉한 침을 토해 내며, 허공에다 헛손질을 열심히 해 대고 있었다.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고, 턱 한쪽이 찌그러져 들어간 것이 우측 턱뼈 아래를 박살 낸 듯했다.
‘이 느낌이구나.’
그와 동시에 나는 마치 수명이 다한 형광등처럼 깜빡이는 시야를 볼 수 있었다.
죽음을 앞두면 천사들이 나타나고, 그리운 사람들이 보이고 세상이 온통 빛으로 가득 찬다는데.
나는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이 불그스름하게 물들어 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이거 나 지옥 갈 팔자인가?’
왠지 나는 천국과 거리가 먼 사람인가 싶었다. 그만큼 어둡고 침침했다.
‘뭐, 밑밥은 다 쳐 놨으니까.’
아쉬운 건 없었다.
사라질 부활의 꽃은 나중에 다른 던전에서 다시 구하면 될 문제니까.
“쿨럭!”
치밀어 오르는 검붉은 피를 힘차게 토한 나는 심연으로 가라앉는 몸에 모든 것을 맡겼다.
이제 반격의 시간이 돌아왔다.
* * *
“후우, 후우, 하하하, 하하하하.”
러셀은 쓰러진 신화의 뒷모습을 보며 광소를 터뜨렸다.
“드디어 해치웠군. 크윽……. 마지막 일격이 좀 위력적이긴 했지만, 이겼으면 됐다.”
쓰러진 신화는 더 이상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혹시나 싶은 생각에 발끝으로 툭툭 건드려 신화를 반대로 눕혔다.
그러자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로 두 눈을 감은 신화의 싸늘한 시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강신화. 확실히 너는 적으로서 가장 껄끄러웠던 녀석이긴 했다.”
팔짱을 낀 채 여유까지 부려 가며 신화를 칭찬하는 러셀의 표정에는 승자의 기쁨으로 가득했다.
진심으로 느낀 바도 그랬다.
확실히 신화는 좀처럼 약점을 노출하지 않았으며, 다양한 변수에 대한 대응 능력이 탁월했다.
아마 신화의 ‘재능’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면, 어떻게든 그를 구슬려 자신의 밑에 두었을 듯했다.
이를테면 지금 아시아 쪽 권역의 담당자로서 열심히 일하는 마리나처럼 말이다.
“하지만 네 재능이 너무 탐나서 처음부터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 재능은 반드시 내 것이어야 해!”
러셀은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그리고 품속에서 날을 잘 벼린 검 하나를 꺼냈다.
“맛있겠군.”
러셀은 입맛을 다셨다.
그가 각성자의 재능을 흡수하는 방법은 그 심장을 먹는 것이었다.
물론 재능 흡수를 위한 절대 시간의 제한이 존재했는데, 10분 안에 먹어야 재능을 흡수할 수 있었다.
스윽.
무릎을 반쯤 꿇은 러셀이 신화의 가슴을 붙잡고는 슈트째로 살점과 함께 찢어 낼 준비를 했다.
다른 부위는 필요 없었다. 아직 식지 않았을 뜨거운 심장만 챙기면 되니까.
그리고 신화의 왼쪽 가슴을 꾹 누른 뒤, 검을 찔러 넣으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
푸욱!
“……?”
러셀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죽은 줄 알았던 신화가 갑자기 팔을 뻗어 자신의 턱 아래를 검으로 꿰뚫었기 때문이다.
미처 방어할 시간조차 없었다.
아니, 방어 태세를 취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상태였다. 눈앞의 신화는 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의 두 눈으로 죽음을 확인했던 신화가 갑자기 자신에게 역공을 가했다.
그것도 손쓸 틈 없이 턱 아래를 꿰뚫은 검날은 얼굴의 한가운데를 지나 뇌를 뒤집었다.
“커헉…….”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몸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말과 움직임으로 연계되는 뇌의 중요 부위를 검날이 관통한 탓이었다.
게다가 검날 자체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마력이 주변 부위를 빠르게 잠식해 갔다.
“꺼거거걱.”
숨넘어가는 소리가 나왔다.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신화가 찌른 검날이 자신의 두개골까지 꿰뚫었음이 확실히 느껴졌다.
최악의 치명상.
분명 당한 것은 맞는데, 어떻게 신화가 되살아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부활의 꽃이라는 걸 먹어서 그래. 넌 모르지? 네가 세상의 모든 걸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마.”
“크거거걱!”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는 신화의 손길을 따라서 검날에 꽂힌 러셀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치 낚싯바늘에 꿰인 지렁이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왕년의 내 실력이면 부활의 꽃도 안 썼을 텐데. 미안하다. 회귀 2개월 차라서 좀 서투르거든?”
“……므르그?”
회귀 2개월 차라니?
러셀은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일단 벌레 같은 사도 XX 중에 한 마리는 이렇게 잡았네.”
자신의 출신을 명확하게 파악한 신화의 한 마디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