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06)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06화(205/300)
제 206화
회귀자.
러셀은 신화에게서 나온 단어를 듣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회귀자라는 말은 더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제 와 자신이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신화가 거짓말로 회귀를 운운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무엇이냐?’
‘시간을 역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까? 과거로 돌아간다거나 하는 행위 말입니다.’
‘불가능하다. 나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세계의 힘이지.’
‘혹시 레체로 님의 계획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시간을 마음대로 다루는 것은 나도 불가능하며, 내가 섬기는 ‘그분’도 불가능하다고 하셨다.’
‘그렇습니까. 그럼 변수는 없는 셈이군요.’
‘마음껏 네 꿈과 힘을 새로운 세계에서 펼쳐라. 운명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다.’
러셀의 머릿속에서는 레체로와 나누었던 대화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회귀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것이 가능했다면 당장에 레체로부터 과거로 돌아가 많은 것을 바꿨을 것이 아닌가?
“끄극…….”
생각을 좀 더 하고 싶지만.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몸에서 빠르게 생명의 불씨가 꺼져 가고 있었다.
턱 아래로, 머리 위로.
시원하게 구멍이 뻥 뚫린 느낌이 드는 것이 이대로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VVIP, 걱정 마. 네놈을 보내 놓고 나면, 나중에 레체로도 뒤따라서 가게 해 줄 거다.”
“…….”
“이런 게 아니꼬우면 너도 회귀하든가. 전생에 놓친 흑막을 이렇게 처리하니 기분이 후련하네!”
절망적인 표정의 러셀과 달리.
신화의 표정은 정말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처럼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너희 사도들도 참 웃긴단 말이야. 사도로 이 세계에 넘어왔으면 서로 적극 협력해야 하지 않아?”
신화가 나름 예리한 지적을 했다. 사실은 처음부터 이해가 잘 안 갔던 부분이었다.
레체로의 특명을 받고 지구를 접수하러 왔으면, 서로 합심하여 준비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보면, 일라이저와 아일라를 제외하면 다들 따로 활동하는 듯했다.
심지어 서로 간의 긴밀한 정보 공유도 없는 듯했다.
러셀이 일라이저와 한 번이라도 정보를 공유했다면, 신화를 ‘추종자’로 여겼을 테니까.
“됐다. 내가 주제넘게 사도 걱정이나 하고 앉아 있다니. 어쨌든 넌 끝났어.”
푸우욱!
신화가 다시 한번 검을 러셀의 복부에 찔러 넣었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그간 러셀에게 희생되었을 죄 없는 각성자들을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전투를 치르는 동안, 러셀에게서 확인한 재능의 개수만 20가지가 넘었다.
그중에 네댓 가지를 러셀의 고유 재능이라고 봐도, 십수 가지 이상은 남의 것을 빼앗았다는 얘기였다.
방금 자신이 죽은 척을 했을 때, 가슴을 갈라서 심장을 꺼내 먹으려고 했던 그였다.
그렇다면 앞서 희생된 각성자가 어떻게 죽었을지는 유추하지 않아도 뻔했다.
“곱게는 못 죽이겠네.”
순간, 감정이 북받쳤다.
신화는 입술을 굳게 다문 뒤.
비틀거리는 러셀을 향해 현란한 움직임으로 검날을 그려 내기 시작했다.
푸욱! 푸욱! 사악! 사각!
푸슈슛! 푸슈슈슈슈!
춤을 추는 검의 길을 따라 사방으로 러셀의 피가 비산하고, 그의 몸이 들썩거렸다.
‘허탈하군.’
러셀은 죽음을 향해서 돌진하는 자신의 운명을 느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
먹잇감으로 삼은 녀석을 가볍게 제압하고, 그의 재능을 불로소득으로 얻으려 했던 계획이 실패했다.
그것도 자신의 죽음으로.
‘사도들과 레체로 님은 강신화가 회귀자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인가?’
지금의 정황으로 봐선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알았더라면 저렇게 목숨을 붙이고 있을 수 없었겠지.
안타깝게도 러셀의 걱정이 담긴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쇄애액!
신화의 일격에 몸에서 분리된 러셀의 목이 하늘을 날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죽음이었다.
“죽어서도 꼭 사죄해라. 네 그릇된 욕망에 희생된 각성자들에게 말이야. 더러운 XX.”
신화가 남긴 걸쭉한 욕설을 뒤로한 채 그렇게 러셀은 숨을 거두었다.
러셀도, 그리고 이 세계로 러셀을 보낸 레체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곡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 * *
“와!”
VVIP가 죽는 순간, 녀석에게서 출발한 주황색 기운의 버프가 순식간에 세 개나 들어왔다.
물론 녀석 정도의 실력자라면 하나 정도의 버프를 보유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셋은 정말로 의외였다.
[전략적 위장 – 확실한 변화] [직접 만나고 접촉한 대상에 한정하여 그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흉내 낼 수 있습니다. 성별의 전환도 가능합니다.재사용 대기시간, 1일]
“이게 역용술 버프였군.”
상당히 유용한 버프다.
툴팁의 설명대로라면, 당장에 내가 일라이저의 목소리와 얼굴을 흉내 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마 VVIP는 그동안 이 버프를 활용해서 많은 재미를 봤을 것이다.
특히 여자 행세를 하면서 남성 각성자를 유혹한다거나 하는 식의 ‘끔찍한’ 위장도 제법 했겠지.
하다못해 이번에도 미쉘 스트레일리라는 여자 행세를 하지 않았던가?
어쨌든 역용술 버프는 유용하게 쓸 일이 많을 것 같았다. 특히 위장할 때 활용도가 클 것이다.
[집단 면역] [자기 자신을 포함한 반경 10m 내의 지정한 아군 다섯을 정신 금제로부터 면역시킬 수 있습니다.반경 내에 있는 모든 아군은 1시간 동안 어떤 형태의 정신 간섭에도 걸려들지 않습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시간]
“꾸준히 신경 써서 유지할 집중력만 있다면 무한대로 아군을 보호할 수 있는 면역 버프네.”
알짜배기 버프였다.
지금이야 정신 금제술을 걱정할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앞으로 동료들과 좀 더 상위 랭크의 던전을 공략할 일이 생기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침입자 – 각성자 – 의 정신계를 강제로 조작하는 몬스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놈들은 상대하기 매우 까다롭다.
게다가 무서운 것은 한번 정신 금제에 휘말리게 되면 어지간해서는 죽는다는 사실이었다.
전생에 니콜라스도 정신계 재능을 활용하는 각성자를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나인 로드에게 가장 먼저 가르친 것도 정신 금제나 탐색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법이었다.
그 덕분에 처음 KSA 본부장 이하성을 만났을 때, ‘스캔’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고.
버프가 팀 지원이 가능한 형태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신부님, 윤별이, 한소준.
그리고 진보미까지…….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
어쨌든 나중에 이 버프를 동료들에게 유용하게 쓸 일이 생기면 매우 뿌듯할 것 같았다.
한데 바로 그때.
“어?”
나는 마지막 버프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초정밀 마력 응축] [대자연의 기운에 대한 순응 정도를 극도로 끌어올려 마력을 한 차례 더 압축시킵니다.아울러 이를 통해 확보한 빈자리에 정밀하게 응축된 마력을 추가로 채워 넣습니다.] [버프가 즉시 발동됩니다!] [판정 등급 : S-]
“뭐야, 이거.”
순식간에 랭크가 뛰었다.
동시에 몸속 여기저기서 충만해지는 마력의 힘이 여실히 느껴졌다.
설명에 적힌 그대로였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마력이 고도로 압축되면서 순도와 밀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된 빈자리에 마력이 더 채워지니, 당연히 총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대박이네. 이거 진짜 대박인데?”
VVIP에게 이런 알짜배기 버프가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녀석이 보였던 자신만만함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드디어 S가 됐네. 야……. 이건 정말 생각도 못 했는데.”
기분이 좋았다.
VVIP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사도를 처단하고 권선징악을 몸소 실천했다는 것도 기뻤다.
“일단 정리를 해야겠군.”
여운을 즐기는 건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이곳의 상황을 서둘러 정리하고, 토시오와 마리나가 있는 곳으로 합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티팩트도 챙기기로 했다.
주인이 죽은 마당에 소유권이야 먼저 갖는 자의 몫 아닌가.
날 죽이려고 했던 놈이니 ‘합의금’ 조로 아티팩트 정도는 챙겨 줘야 타산이 맞지.
나는 차갑게 식어 가는 VVIP의 몸속을 뒤져 세 개의 아티팩트를 추가로 찾아냈다.
[파슈카트의 체력 회복 팔찌] [판정 등급 : A] [체력의 재생 및 회복량을 기존의 5배로 대폭 증대시킵니다. 상시 유지가 가능합니다.] [칼라이스의 가속 장화] [판정 등급 : A] [장화의 고유 버프를 이용해 순간 가속 능력을 최대 2배까지 강화할 수 있습니다.다른 가속 버프 및 재능과 중첩이 가능합니다.] [썬더 스트로크 링] [판정 등급 : S] [근접 타격의 공격에 고압 전류의 방출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보유 마력 총량의 10%를 고정적으로 소진하며, 30% 미만의 마력을 보유할 시에는 발동되지 않습니다.]
“아까 전투에서 가속과 고압 전류 활용은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좋은 스펙을 저딴 식으로 허비하다니, 쯧.”
혀를 찼다.
녀석은 더욱 집요하게 극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버프와 아티팩트가 있었어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아울러 누군가를 죽이고 빼앗았을 재능도 생각한 것보다는 서툴게 활용했다.
한 남자의 그릇된 욕심이 빚어 낸 악순환인 셈이다. 죽은 사람들만 안타깝게 되었을 뿐.
일단 챙길 것은 다 챙겼다.
껍데기(?)만 남은 VVIP의 시체는 아공간에 던져 넣었고.
나와 녀석의 피가 흩뿌려져 있는 전장은 마력 방출을 이용해 주변의 흙과 수풀을 모두 밀었다.
사방으로 피 묻은 흙과 풀이 흩날리니, 역설적으로 원래 있던 자리가 아주 깨끗해졌다.
“진짜 공략은 이제부터인가.”
궁금했다.
아가우트의 의지를 이용해 어떻게 나스 대륙에 닿을 수 있는지.
또 닿게 된다면 나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회귀자인 나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이기에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니콜라스, 네 녀석은 늘 계획이 있었잖아. 이번에도 있으리라고 믿는다. 진짜 믿는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어디선가 듣고 있을 – 듣고 있기나 할까? – 녀석에게 말했다.
은퇴!
이제는 아련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이 단어가 점점 내게서 멀어지는 느낌. 하지만 그래도 아니길 바란다.
뭔가 녀석의 안배가 있다면!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도 반드시 만들어 놨을 터.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안 그러면 진짜로 나중에 네가 회귀하는 즉시 죽을 때까지 패 줄 거야. 정말 죽을 때까지.”
지금 이 순간에도 크리비아 아일랜드에서는 일분일초가 멀다 하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텐데!
나…… 정말 은퇴할 수 있겠지?
문득, 괜히, 아주 잠깐, 그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은퇴는 다음 생애에나 준비해라. 낄낄낄.’
어디선가 녀석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