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09)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09화(208/300)
제 209화
사실 지금까지는 어느 날 불현듯 회귀한 니콜라스 녀석에게 이끌려 뭔가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상시 5분 대기조로 있는 느낌?
한편으로는 내가 뭘 하게 될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한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마음은 있었지만 일부러 내색할 필요가 없었기에 생각도, 말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해졌다.
우리가 아는 미래에 중대한 문제가 생겼고, 니콜라스는 내게 연결할 수 있는 단서를 남겨 놨다.
전생의 내가 경험하지 못한 ‘문제’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생각과 추측의 폭은 매우 좁아진다.
대재앙 이후에 또 다른 대재앙이 있었다면, 니콜라스가 메시지의 시작부터 언급을 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는 것은.
내가 회귀한 이후에 알게 된 새로운 문제들.
이를테면 레체로와 관련된 문제라든가, 사도와 관련된 얘기일 가능성이 100%다.
다만 니콜라스가 드러내 놓고 말하지 못한 것은 녀석이 늘 말하던 어떤 ‘인과율’ 때문이겠지.
그 인과율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전달할 수 있는 단서를 이번 아가우트처럼 남겨 놨단 얘기일 터였다.
“너도 참 고생이 많네.”
씁쓸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니콜라스 녀석도 대재앙을 막고 나서 자기도 좀 푹 쉬어야겠다고 몇 번이고 얘기했었다.
사실 나랑 같은 장소만 아니었을 뿐, 녀석도 은퇴 계획을 성대하게 세워 놨었다.
한데 쉬기는커녕 그 뒤에 터진 문제를 경험하면서 추가로 안배를 더 해야 했으니…….
영상 속에서 본 환갑을 훌쩍 넘은 듯한 니콜라스의 모습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을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 내게도 변수지만, 피차 놈들에게도 내가 변수인 건 마찬가지야.’
나는 간단명료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은퇴를 위한 힘찬 발걸음이 몇 걸음 뒤로 물러나게 된 것은 안타깝고, 아쉽고, 분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사도나 레체로에게도 내 존재는 계산이 안 된 변수에 해당될 것이다.
회귀자의 존재.
그것은 분명 회귀한 ‘당사자’인 나도 처음에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황당했으니까.
‘서로가 카운터펀치야.’
웃으며 생각했다.
누가 먼저 상대의 약점과 문제를 꿰뚫어 보고 한 방을 먹이느냐의 싸움이다.
지금까진 완벽한 내 우세였다.
여기에 니콜라스의 안배까지 더해졌으니, 확실한 뒷배를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에라이, 망할 XX…….”
그래도 니콜라스를 향한 욕지거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인 로드에 들어올 짬도 안 되는! 서른다섯 번째 순번이었다는 내게 왜 이런 중임을 맡긴 걸까?
녀석, 말은 그렇게 했어도 왠지 나를 최우선 순위로 생각한 것 같아서 내심 고마웠다.
모르겠다.
직접 속내를 말한 적이 없으니, 나 좋을 대로 해석할 뿐.
어쨌든 미래는 명확해졌다.
은퇴는 계획대로 진행하되.
니콜라스가 확실하게 경고 신호를 보내는 녀석들에 대해서는 내가 개입할 수밖에 없겠다.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아닌 그 어느 누구도 이 중요한 사건에 개입할 수는 없었다.
할 일은 해야지.
대신 나중에 보상은 비싸게 받아 낼 거다.
그러면 니콜라스가 회귀를 꼭 해야 하는데……. 망할 X, 오기는 할까. 꼬락서니를 보니 어째 안 올 것 같다.
* * *
[아가우트의 의지를 발동, 연결 고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연결자의 랭크가 반드시 ‘S+랭크’ 이상이어야 합니다.] [아가우트의 의지를 보유한 당사자만 연결 고리를 이용하여 차원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전투에서 제거된 카스난드 5세는 영원히 소멸, 이후로는 기존의 카스난드 5세가 자리하게 됩니다.]니콜라스와의 연결이 끊긴 신화는 시간의 정상화에 앞서, 이어진 메시지를 추가로 확인했다.
‘어차피 정비할 필요도 있었는데 잘됐네. 밀린 방학 숙제를 하듯이 가볍게 임할 문제는 아니니까.’
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자신의 랭크는 S-.
S+랭크까지 얼마가 걸린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았다.
전생의 지식을 적극 활용, 마력의 폭발적인 증가에 도움이 될 던전만 선점하면 될 것 같아서다.
일단 시크릿 던전에 오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아가우트의 의지를 발동할 수 있는 듯했고.
카스난드 5세도 기존이라는 표현을 썼으니, 아마 S랭크 수준의 원래 녀석이 자리할 것이다.
[체류 시간은 의지에 불어넣은 마력의 양에 정비례하며, 최대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문제는 이거네.’
최대치가 정해져 있기는 하나, 어쨌든 사용자의 마력만큼 머무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뜻.
그렇기에 단서를 더 많이 찾으려면 보유한 마력을 어떻게든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앞으로의 성장에서도 다른 그 무엇보다 ‘마력’이 중요한 요소가 되는 셈이다.
[대상자에 한정하여 일시적으로 멈추었던 시간이 5초 이후 활성화됩니다.]“잘 준비해서 올게.”
신화는 마지막 정리 멘트를 남기고는 시간이 정상화되기를 기다렸다.
자신만 부지런히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고, 토시오와 마리나가 멈춰 있는 모습은 신기했다.
시간을 멈추는 재능이 있으면 참 유용할 텐데 전생에도 그런 각성자는 없었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시크릿 던전의 공략을 마쳤다.
마리나와 토시오에게는 신세계를 탐사하며 새로운 문물 – 극상급 차원석 – 을 알게 된 즐거운 여정이었겠지만.
신화에게는 달랐다.
VVIP, 즉 러셀이라는 거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아껴 뒀던 부활의 꽃을 써야만 했다.
게다가 그동안 숨겨져 있던 판도라의 상자를 연 만큼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그날 밤.
귀국에 앞서서 신화는 마리나의 배웅을 받으며 간사이 공항까지 왔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시간까지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는 덕분에.
미리 마리나가 예약해 둔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맛도 좋고, 분위기도 매우 좋은 공항 인근의 레스토랑이었다.
“이번 시크릿 던전 공략, 정말 신세를 많이 졌네요. 매번 신화 씨에게는 신세만 지네요.”
“별말씀을요. 각자 해야 할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에이, 괜한 겸손은 됐어요. 단언할 수 있어요! 시크릿 던전은 신화 씨 없이는 탐색 불가.”
“음…….”
“맞죠? 딱히 반박할 말이 안 떠오르잖아요? 앞으로 시크릿 던전에 대해서는 많은 협력을 꼭 요청 드릴게요. 고개 숙여 부탁드려요.”
마리나의 말대로였다.
시크릿 던전의 소유 자체는 팀 오사카의 것이 맞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시크릿 던전 내부의 ‘집중 포화’ 구간을 안전하게 넘을 각성자는 유일했다.
바로 신화뿐.
던전 공략 종료 이후 토시오가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려 가상의 공략 계획을 짜 봤지만.
신화 없이는 도저히 공략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서 인해전술로 입구를 돌파하더라도, 두 번째로 나오는 집중 포화 구간에서는 결국 전멸했다.
그러니 마리나와 토시오가 신화에게 저자세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흥미가 많은 던전이라 자주 올 듯합니다. 이번에 못 가 본 루트도 좀 있잖아요?”
“그렇죠.”
“조만간 또 찾아오죠. 던전 리셋이 끝나면 바로 연락 주고요.”
“그럼요! 사실은 극상급 차원석 때문에…… 제법 욕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고요.”
마리나의 반응을 보니, 앞으로 시크릿 던전의 출입에는 문제 될 일이 없지 싶었다.
마지막 보스 구역에서만 양해를 잘 구하면, 언제든 니콜라스와의 연결점을 찾을 수 있을 듯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공항 인근의 길을 따라 조용히 산책을 하며, 신화와 마리나는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누가 먼저 제안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길을 따라 걷게 된 시간이었다.
“신화 씨, 그거 알아요?”
“어떤 거요?”
“이번에 신화 씨와 던전에서 꽤 길게 호흡을 맞췄잖아요? 손발도 정말 많이 맞췄고.”
“그랬죠.”
확실히 긴 시간이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쉴 틈 없이 몬스터가 계속 등장했기에 서로 연계할 일이 많았다.
예전에 마리나, 한소준과 괌 던전을 공략했을 때보다 내부 몬스터의 밀집도가 높았던 것이다.
“뭔가 특이한 기시감을 느꼈어요. 저와 신화 씨가 되게 오래전부터 팀으로 활동했을 것 같은?”
“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전투 중에 많은 생각을 하거든요. 지금 내 포지션일 때, 팀원의 연계는 어땠으면 좋겠는가?”
“많이들 하는 생각이죠.”
“그러다 보니 탱킹을 전담한 신화 씨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단 말이에요. 과연 나와 시너지가 얼마나 날까?”
“결과가 마음에 들었나 보죠?”
“마음에 든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최고였어요! 내 머릿속을 들어왔다 나갔나 싶을 정도로 자리를 잘 잡아 주더라고요!”
“하하하.”
신화가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지만, 사실 너무 당연한 결과였다.
전생에 나인 로드는 아홉 명이었지만 마치 한 몸인 듯 환상의 호흡을 보여 주었었다.
팀이 결성된 이후로 특별한 일이 아니면 어떤 던전을 가도 아홉이 함께했으니 그럴 수밖에.
특히나 당시 요구 조건이 까탈스럽기로 유명했던 마리나는 신화를 잡는 ‘저승사자’였다.
그녀의 밑에서 수십 년을 꼬박 시달린 신화일진대, 그 ‘입맛’을 모를 리 만무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기시감이 드는 거죠. 우리는 분명 이번이 겨우 두 번째 호흡인데, 마치 수십 년을 함께한 느낌이 드니까.”
“앞으로도 계속 좋은 호흡 맞춰 보죠. 뭐, 호흡이 좋아서 나쁠 건 없잖아요?”
“그렇죠! 호호호. 아 참, 그리고 미쉘 씨의 일은 제가 다시 한번 사과드려요.”
“괜찮습니다. 오히려 분배할 입이 줄었으니 잘됐죠.”
신화가 아무것도 모르는 체 너스레를 떨었다.
‘아마 WSA 업무에 다시 복귀하면 이번 일 때문에 머리가 아파지겠지.’
서로 바쁜 시즌이 될 듯싶었다.
* * *
귀국 후.
“…….”
나는 마침 내리기 시작한 새벽녘의 봄비를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자정을 즈음해서 잠이 들었는데, 두 시간 정도만 자고 나서 깨 버린 것이다.
귀국하고 난 이후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몇 가지 생각 때문이었다.
“그냥 내가 나인 로드를 재결성해? 아일라는 배신자고, 니콜라스는 회귀하지 않았으니까…… 세븐 로드쯤으로?”
이유는 간단했다.
니콜라스가 나에게 도움을 전할 안배를 해 놨다면, 빨리 힘을 모아 처리하는 것이 빠를 테니까.
“아냐. 아일라만 배신자일 거라고 단정할 수가 없어.”
이건 뭐 마피아 게임도 아니고.
아홉 명 중에서 확실한 한 명의 배신자가 있다 보니, 나머지도 자연스럽게 의심하게 된다.
정말 배신자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솔직히 없었다.
지금 내게 매우 협조적인 마리나도 결국 사도였던 VVIP의 밑에 있지 않았던가?
물론 내겐 사도나 추종자를 식별할 수 있는 아케로의 의안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케로의 의안만으로 모든 사도나 추종자를 알아낼 수 있다고 100% 확신할 순 없었다.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다.
“거지 같네, 이거.”
생각이 깊어지면 정리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뿌연 연기 속을 마구 휘젓고 있는 느낌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
드르르륵. 드르르륵.
웬만하면 조용한 스마트폰이 새벽임에도 부지런히 울렸다.
발신자는 바로 황석철이었다.
첫 번째 스페셜 슈트가 드디어 완성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