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10)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10화(209/300)
제 210화
연락을 받기 무섭게 나는 황석철의 제작소로 달려갔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각성자로서의 스펙업과 장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제작에 들어간 스페셜 슈트는 극상급 차원석을 활용한 초호화 장비인 만큼.
최우선 관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완성된 겁니까?”
“첫 번째 슈트입니다. 그리고 시제품이 아니라 완제품으로 사전 테스트는 계속했습니다!”
제작소에서 만난 황석철의 얼굴에는 구슬땀과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땀 흘리는 대장장이의 모습……. 그것과 쏙 닮은 황석철의 모습이었다.
“바로 착용해 봐야겠네요.”
“제작소 지하실로 가 보시겠습니까? 세부 테스트는 그곳에서 가능합니다만.”
“물론입니다!”
나는 바로 스페셜 슈트로 갈아입은 다음, 황석철의 안내를 따라 지하로 향했다.
스페셜 슈트는 앞서 내가 입었던 고급 슈트와도 비교가 안 될 만큼 내구성이 좋았다.
금전적 가치로만 따져도 최상급 차원석에 비해 10배는 높은 차원석을 썼기 때문이다.
이후 몇 가지 테스트를 거쳤다.
먼저 압력 테스트.
사전 테스트에서 더미는 30T의 압력을 버텨 냈었다.
하지만 재차 슈트를 직접 착용하고 진행한 테스트에서는 40T까지 도달했음에도 멀쩡했다.
즉, 던전에서 압도적 규모의 대형 괴수를 맞아 설령 그에게 깔리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일반 슈트처럼 그 자리에서 압사되는 것이 아니라 한두 번은 버틸 힘을 주는 셈이다.
그 외에도 특징적인 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
바로 안면 보호였다.
안면처럼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부위를 막을 수 없는 것은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슈트가 가지고 있는 난제 중 하나였다.
전신 슈트 형태로 착용을 하더라도 외부에 노출되는 부분의 안전성은 0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가 슈트를 착용한 각성자들을 상대로 집요하게 얼굴을 노린 부분도 있었다.
이 부위는 슈트를 입은 누구라도 공통적인 노림수를 가져갈 수 있어서였다.
물론 각성자는 바보가 아니다.
그만큼 자신의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각성자들이 방어 동작이나 자세를 약점 위주로 취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부분의 방어가 허술해지기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
이런 복잡한 문제를 나는 스페셜 슈트를 개발함으로써 완벽하게 해결했다.
이어서 슈트 전체에 체내 마력을 고루 분배하기 시작하자.
샤아아아…….
정확히 목 아래에서부터 이마까지를 감싸는 투명한 역장이 활성화됐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감각으로는 확실히 느껴지는 안면 보호 역장이었다.
휘이이이!
황석철으 내 신호에 따라, 실험실 내부에서 상당한 속도의 강풍을 연달아 발생시켰다.
후웅! 후웅! 후웅!
그러자 얼굴을 향해 맹렬히 날아든 바람이 역장에 막혀 옆으로 휘돌아 지나갔다.
“완벽해.”
만족스러웠다.
사물이 아닌 바람인 탓에 아주 얇게만 역장이 활성화되었음에도 제 기능을 확실히 했다.
이 정도라면 수준급의 각성자가 얼굴을 노리는 검 공격이나 마법 공격을 퍼붓는다고 하더라도.
최소 네다섯 번은 별일 없이 얼굴을 지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수비에서 상대가 몸의 어떤 부위를 노리더라도 안심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강점.
전략적으로 ‘아예’ 방어하지 않으면서 오직 공격만 집중할 수 있으니 매우 위협적이다.
“어떻습니까, 신화 씨? 슈트가 마음에 드십니까?”
“완전요. 정말 고생해서 만드셨다는 것이 마감이나 연결 부위에서 여실히 느껴지네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슈트 어디에 마감 처리를 했는지 모를 정도로 표면이 매끄러웠다.
보통 보급형 슈트를 보면 여기저기 박음질 자국도 있고, 색 변형도 심심찮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성능은 지장이 없지만, 매우 값비싼 장비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관상 흉물스러웠다.
하지만 황석철이 제작을 마무리한 스페셜 슈트는 최고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매끄러웠다.
“정말 각성자 세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만한 슈트가 될 것 같군요. 경이적입니다.”
황석철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각 슈트를 한 벌 제작할 때마다 10억의 수고비를 받으니 기쁠 것이고.
아울러 장인(匠人)으로서, 항상 최고의 생산품을 만들기를 바라는 자부심과 도전 정신을 생각하면.
스페셜 슈트만큼 무한한 뿌듯함과 성취감을 안겨 주는 생산품이 또 없을 테니까.
한데 바로 그때.
우웅! 우웅! 우웅!
“……?”
나는 갑자기 공명을 급격히 일으키기 시작한 반지의 상태에 깜짝 놀라 주변을 보았다.
보통 외출을 할 경우에는 만약을 대비해서 항상 ‘감별용 반지’를 끼고 다니기 때문이다.
예전에 장동식을 만나려고 갔을 때, 정체불명의 반지 소유자를 감지한 이후 생긴 습관이었다.
특히 황석철처럼 레체로와 관련된 인물이 아닌 것을 확신할 때는 더욱 끼고 갔다.
이 사람과 있을 때 반지가 반응한다는 것은 그 이외의 인물에 혐의점이 있다는 뜻이니까.
그것이 바로 지금이었다.
마침 개변된 귀 덕분에 강화된 청각이 불청객의 존재를 일찌감치 알려 주고 있었다.
“혹시 손님이 있습니까?”
“아! 마침 가까운 동료가 제작소에 오기로 했지요. 신화 씨와도 안면이 있다고 하더군요.”
황석철과 가까운 동료이면서 나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면 범위가 매우 좁아진다.
일단 마리나가 있지만 여기에 나타날 타이밍은 아니었다. WSA의 일로 무척 바쁠 테니까.
‘설마 장동식이……?’
남은 변수는 장동식밖에 없었다.
황석철과 더불어 제작에서 선의의 라이벌이자 동료인 장동식.
황석철에게 듣기로 그는 20년을 훌쩍 뛰어넘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황석철과 죽마고우처럼 지낸다고 했다.
‘XX.’
나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지금 반지를 통해 느껴지는 공명의 강도로 봐선, 장동식도 무조건 사도라고 봐야 맞았다.
추종자들 중에서 상당한 실력자였던 벨릭도 이것보다는 한참 낮은 공명을 일으켰으니까.
‘놈도 그럼 날 인지하겠네.’
반대의 사실도 명확해졌다.
전에 일라이저를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반지로 서로를 먼저 알아보게 됐다.
다만 뭔가 이상했다.
전에 던전에서 흑마법사의 반지를 얻고 난 다음, 장동식을 만났을 때는 아무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말은 모종의 이유로 선택적으로 반지를 끼거나 빼는 이유가 있다는 뜻도 됐다.
“…….”
폭풍 전야처럼 적막감이 감돌았다.
상황을 전혀 모르는 황석철은 껄껄 웃으면서 장동식을 맞이하러 나갈 준비를 했다.
일단 나도 마음을 가라앉혔다.
만나 보기 전까진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으니까.
다만 언제든 전투에 돌입할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장동식이 앞서 일라이저나 아일라처럼 나에게 처음부터 호의적일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기에.
* * *
제작소에서의 얘기는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우선 스페셜 슈트의 제작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대외적으로 비밀로 하고 있는 만큼.
황석철은 지하실은 물론 스페셜 슈트에 관련해서는 일체 아무것도 말하거나 보여 주지 않았다.
대신 그동안 신화가 알려 준 공식적인 팁이라든가 제작의 애로사항 등등을 얘기했다.
분위기는 좋았다.
이따금씩 신화와 장동식 사이에 묘한 시선의 교차가 있었기는 했지만 서로 웃고 말았던 것이다.
신화가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황석철과 장동식 사이의 끈끈한 우정이었다.
전생에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사실 잘 몰랐다. 이 정도로 막역한지도 몰랐고.
하지만 둘의 대화를 듣고 나니.
서로 호형호제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장동식이 많은 조언을 구하는 듯했다.
특히 장동식이 사별(死別)한 부인에 대해 얘기를 할 때면, 황석철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어쨌든 서로 맥주 한 잔과 짭조름한 안주를 나눈 부담 없는 술자리가 끝나고.
신화가 먼저 일어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아, 저도 마침 가야 해서요. 신화 씨와 나가면 딱 맞겠군요. 아직 해도 안 떴고, 젊은이의 보호 좀 받아야죠. 하하하!”
장동식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 오래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아직도 새벽 5시. 해가 뜨려면 아직 좀 시간이 남았다.
올 것이 온 느낌이었다.
누가 굳이 알려 주지 않아도, 오랜 시간을 살다 보면 직감이라는 것이 생긴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불현듯 생각이 떠오르면 99.9%는 들어맞는 그 예감!
신화는 장동식이 어떤 형태로든 자신에게 진실을 물어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일라이저나 아일라와 달리 ‘곱게’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은 대화 내내 서로 가볍게 오간 눈빛에서 느낀 특유의 살기 때문이었다.
눈빛은 아주 가벼웠지만, 그 깊이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었고 매우 차가웠다.
신화는 대화 내내, 장동식이 노골적으로 뿜어내는 암흑 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밖으로 나와서 조용히 걷기를 약 1분여.
저벅. 저벅.
여전히 봄비는 계속 내렸다.
그리고 손님이 떠난 것을 확인한 황석철의 제작소는 셔터가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문을 닫았다.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즉, 오늘 이후로도 오직 스페셜 슈트 제작에만 매진하겠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바로 그때.
“이 미꾸라지 같은 새끼!”
어둠 속에서 묵묵히 두 걸음 정도 앞서 걸어가던 장동식이 갑작스럽게 공격을 가했다.
그의 오른손에는 보랏빛을 뿜어내는 너클이 끼워져 있었는데, 방출되는 마력량이 상당했다.
“……!”
쿠우웅!
신화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양팔을 X자 모양으로 교차시켜 장동식의 공격을 막아 냈다.
치이이익!
신화의 몸이 뒤로 쭉 밀렸다.
‘최소 SS랭크 이상.’
동시에 장동식에 대한 힘의 측정이 끝났다.
이번 공격이 장동식의 ‘최대’ 화력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면, 예상 기댓값은 더욱 높아진다.
“강신화, 네놈이 추종자였나?”
“그게…….”
정확하게 설명을 하려면 반지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구구절절이 소명해야 한다.
‘사실 그럴 필요는 없지.’
하지만 장동식에게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장동식이 레체로의 사도라면 당연히 그는 자신의 적이니까.
‘다만 왜 아군을 공격하지?’
신화는 그것이 의문이었다.
사도와 추종자들은 나스 대륙에서 넘어온 이방인들로, 지구에 몰래 숨어든 첩자들이다.
그래서 일라이저나 벨릭처럼 공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일라처럼 협력하는 듯하면서도 뒤로 다른 마음을 품고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스 대륙’이라는 같은 고향을 두고 있는 인연이기에.
이 정도로 꺼내 보인 적의가 썩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방금 공격은 신화니까 막았지, 어설픈 각성자면 제자리에서 갈비뼈가 골절됐을 강력한 일격이었다.
“장동식, 잠깐.”
“더러운 클리자드 전투단의 추종자! 리더 발카디아 때문에 사랑하는 내 아내가 죽었다!”
“…….”
이 반지 주인이 클리자드 전투단 소속이었다는 것은 신화도 알았던 사실.
장동식이 바로 이 전투단에 엮인 악연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사랑하는 부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일생 최악의 악연 말이다.
‘빌어먹을.’
복귀하면 좀 쉬나 싶었는데.
마가 끼어도 단단히 끼었는지 귀국하자마자 벌써 주먹다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