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11)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11화(210/300)
제 211화
장동식과의 싸움이 점점 격화되면서, 나는 그가 드러내기 시작한 재능과 마주하게 됐다.
처음에는 아티팩트 너클을 이용한 공격이었고, 그것은 매우 파괴적이었다.
애초에 장동식의 몸집이 거구이긴 했지만, 이와 별개로 힘이 강력했던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에 이어서 나에게 보인 재능이었다.
‘와, 이건 또 뭐야?’
파팟- 팟- 팟-.
순식간에 장동식의 외형이 여러 개의 형태로 나뉘며 쇄도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전생에서부터 항상 볼 때마다 부러워했던 분신술이었다.
분신술이라는 재능 자체가 상당히 희귀한 재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변된 눈으로도 정교한 형태의 분신은 추적이 불가능했다.
환상이나 환각, 또는 조악하게 복제된 형상은 얼마든지 진짜와 가짜를 간파할 수 있었지만.
분신술 자체를 ‘주 재능’으로 삼아, 정교하게 자신의 분신을 조형(造形)한 경우에는 간파가 어려웠다.
본체와 분신이 약간의 이질감도 없이 하나가 된 것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똑같다.
“발카디아의 추종자는 이유 불문하고 죽이겠다고 맹세했다!”
심지어 내뱉는 목소리와 입 모양마저도 장동식과 분신이 똑같았다.
덕분에 서라운드 사운드처럼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쓸데없이 비장하게 들렸다.
“아니, 발카…… 망할.”
일단 폭주하는 장동식을 멈추고 싶었는데, 그는 시뻘게진 두 눈으로 나를 쫓고 있었다.
“…….”
침착하게 응시했다.
본신 하나, 분신 셋.
확률에 맡기기에는 당연히 위험하고, 넷을 다 날려 버리기에는 내 화력이 부족하다.
바로 그때.
유독 아주 미세한 차이로 움켜쥐고 있는 주먹의 너클이 파르르 떨리는 장동식을 보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작은 차이였지만, 분명 감정이 느껴지는 떨림이었다.
‘까짓것 맞아 봤자 죽지는 않아.’
현재 나는 황석철의 제작소에서 시험차 입은 스페셜 슈트를 착용한 상태다.
그 위에 평상복을 겹쳐 입었기에 겉으로 티가 나지는 않지만 말이다.
믿는 구석은 많았다.
슈트도 있고, 여차하면 주천호에게 얻은 불멸의 투지 버프도 쓸 수 있었다.
“하아압!”
기합을 내지르며 나 역시 전력을 다해 장동식을 향한 확실한 일격을 날렸다.
힘 조절? 없었다.
눈까지 까뒤집어 가며 달려드는 맹수를 제압하려면, 확실한 몽둥이 찜질밖에는 답이 없다.
퍼억! 퍼어억!
거의 동시라고 해도 될 타이밍에 나와 장동식의 주먹이 서로의 오른쪽 얼굴을 강타했다.
하지만.
“커헉…….”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장동식은 주먹에 잔뜩 실린 폭권의 화력에 신음을 토하며 날아갔고.
“크윽.”
투우웅!
나는 자체적으로 활성화된 스페셜 슈트의 안면 보호 역장이 성공적으로 공격을 막아 냈다.
내가 신음 소리를 낸 건, 보호 역장이 흔들리면서 얼굴 전체에 전해진 진동 때문이었다.
고통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얼굴 그대로 공격을 받아 낸 것보다는 100배 덜한 고통이었다.
쿠웅! 쿠웅! 쿠쿵!
저만치 멀리 내동댕이쳐진 장동식의 몸이 빗물이 잔뜩 고인 아스팔트 위를 뒹굴었다.
어찌나 내 힘이 강했는지, 물수제비를 뜬 돌멩이처럼 한참을 날아갔다.
태생적으로 타고난 듯한 거구의 덩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걸까?
기절했어도 진즉에 기절했을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카아아악……. 퉤!”
금세 몸을 일으킨 장동식이 피가 잔뜩 섞인 가래침을 뱉어 내며 몸을 일으켰다.
‘사도들 사이에도 뭔가 꼬인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장동식의 날 선 반응을 보며 생각했다.
그는 클리자드 전투단에 대해서 엄청난 적의를 드러내 보였다.
클리자드 전투단은 각각의 사도와 연결되어 있는 전투단이기도 하다.
앞서 클리자드 전투단에 대해서 언급을 했을 때, 일라이저나 아일라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장동식은 반지에서 전투단의 반응을 확신하는 순간, 나를 적으로 규정했다.
‘내부 총질인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사도들 내부에서도 서로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그럴듯했다.
당장에 내게 제거당한 VVIP만 봐도 다른 사도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즉, 레체로의 특명을 받고 지구로 넘어온 다섯 사도가 모두 일심동체(一心同體)는 아닌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신념을 갖고, 스스로의 정체를 숨겨 버린 케이스도 꽤 있는 듯했다.
직접 가까이서 볼 일만 없다면, ‘반지’만 안 끼어도 정체를 숨기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법이네, 강신화. 우연으로 내 분신을 간파한 건가?”
“우연이라니. 나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아서 좀 씁쓸한데?”
“오호라, 정확히 노리셨다?”
“착각하지 마. 네가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고, 완벽하다고 확신하는 건 오만이야.”
“널 죽이고, 내 아내를 죽인 너희 전투단의 죄를 묻겠다.”
“장동식, 한마디만 하자.”
“……?”
“난 클리자드 전투단이 아니야. 반지를 갖고 있긴 하지만 클리자드 전투단은 아니라고.”
“X 까, 이 XX야!”
이야기를 이어 갈 새도 없이 장동식이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한쪽이 넝마가 되어서 쓰러지지 않는 이상은 ‘개싸움’이 끝나지 않을 듯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
내가 쓰러지고 싶지 않다면, 놈이 쓰러질 때까지 미친 듯이 패 줄 뿐이다. 간단한 해결책이다.
* * *
그 이후, 전투가 계속될수록 장동식은 점점 더 정교해져 가는 신화의 공격에 감탄했다.
보통 체력이 떨어지고, 특히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공격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것은 나스 대륙의 삶까지 포함해 기나긴 삶을 전장에서 뼈가 굵은 장동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신화는 전투가 길어질수록 오히려 공격의 짜임새가 더욱 치밀해졌다.
[광폭의 반지] [분류 등급 : A] [입는 체력의 손실만큼 각성 효과를 유발하여, 전투에 대한 집중 효과를 극적으로 높입니다.]바로 신화가 장착한 ‘광폭의 반지’ 덕분이었다.
일전에 자신을 암살하려고 했던 리연에게서 적월검과 더불어서 함께 얻은 아티팩트이기도 했다.
물론 장동식은 반지의 존재 자체도 알지 못했다.
때문에 점점 완성형이 되어 가는 신화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때리면 때릴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벽을 상대하는 느낌.
게다가 일반적인 약점인 안면부를 꾸준히 노렸지만, 슈트가 노림수를 계속 받아 냈다.
‘형님이 요즘 영업까지 중단해 가며 제작에 골몰하셨던 것이…… 이 슈트 때문인가?’
안면 보호 슈트는 지금까지 출시되거나 개발되었다고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한데 신화에게는 특수한 장비가 있으니 십중팔구 황석철의 작품일 것이다.
“뭘 그렇게 넋을 놓고 있어? 전투 안 끝났어!”
퍼어억!
“커헉!”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거칠게 퍼붓는 신화의 공격 하나하나는 정말 ‘핵 주먹’ 같았다.
장동식은 신체를 다양한 무기로 변형시키는 신화의 재능을 계산에 넣어 두고 있었지만.
신화는 전투 시작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주먹만 썼다.
근거리에서 권(拳)을 쓰는 난타전이야, 그쪽에 이골이 난 장동식도 자신 있었다.
지구에서 근접 딜러 계열의 각성자로 각성했고, 부단히 성장하며 수련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화는 장동식의 상상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그야말로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이었다.
믿기지 않았다.
주먹이라면 정말 자신 넘치는!
SSS-랭크의 자신을 이토록 압도할 줄이야.
애초에 신화에게 선공을 가했을 때부터 ‘패배’라는 단어는 전혀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판이었다.
콰쾅! 쾅!
“크허.”
아스팔트를 부수며 한참을 날아간 장동식이 고통스럽게 머리를 내저었다.
힘과 힘의 대결.
여기서 신화에게 완전히 밀려 버렸다. 빗속 난투극으로 누적된 대미지가 슬슬 올라오는 중이었다.
특히 유효타로 얼굴에 세 차례나 허용한 신화의 주먹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맷집과 정신력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장동식도 이것만큼은 버텨 낼 힘이 없었다.
그만큼 신화의 일격은 몸뚱이뿐 아니라 정신적 방어기제까지 무너뜨리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다.
“하, XX.”
빗물이 잔뜩 고인 웅덩이에 대(大)자로 드러누워 버린 장동식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렇게 아내의 복수를 조금이라도 하나 싶었는데…… 복수는커녕 아내 곁으로 가게 생겼다.
“소희…….”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망할 X의 아빠가 꾹꾹 화만 잘 눌렀어도 이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을 텐데.
예전의 불같은 성격을 못 버리고 달려든 것이 이런 최악의 결과를 낳고야 말았다.
신화는 장동식이 예상하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했다.
애초부터 무너뜨릴 수가 없었던 벽에 멍청하게 박치기를 한 것이다. 빨간 망토에 미친 투우장의 소처럼.
처억!
다가온 신화가 멱살을 잡았음에도 저항할 힘이 없는 장동식은 그저 축 늘어져 있었다.
각성자가 된 이후.
전투에서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그런 끝에 무기력함을 느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보통은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서 어떻게든 객기를 부릴 만한 요소라도 있었는데.
신화는 완벽하게 자신의 체력을 끝까지 말려 버렸다.
의도적으로 전력을 다하도록 만드는, 거센 반응을 유도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아니, 말을 좀 하려고 하는데 왜 듣지도 않고 이렇게 끝까지 달려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
“내가 어리석었군. 감정에 휘말려서 객관적인 실력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달려들었으니…….”
장동식의 뒤늦은 후회였다.
사실 SSS-랭크인 자신이 신화에게는 절대 질 리 없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고해성사라고 하는 거야?”
“강신화, 네 실력은 인정하지. 사도가 추종자에게 민망할 정도로 당했으니 고개를 들 수가 없군.”
“…….”
“어리석은 말이라는 것은 안다만, 난 죽여도 좋으니 내 딸 소희는 건드리지 마라. 부탁이다.”
“자꾸 당신 할 말만 할 거야?”
신화가 인상을 찌푸렸다.
장동식은 착각의 나래를 펼치며 소설 쓰고, 각본 쓰고, 결론 내고 혼자 다 하고 있었다.
“할 말이 뭐기에 그러는 거냐.”
“일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해를 풀기 전에 왜 나를 공격했는지 이유부터 들어야겠어.”
“몰라서 묻는 건가?”
“그럼 당연히 모르니까 물어보지 아는데 물어보겠어? 알면 진즉에 당신은 죽었어.”
“……하아.”
장동식이 축 늘어진 몸을 겨우 일으켰다.
누워서는 도저히 말을 할 수 없을 만큼 봄비가 쏟아져서다.
장동식이 탈진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음을 알기에 신화는 그런 장동식을 살짝 부축해 주었다.
그러자 겨우 몸을 앉힌 장동식이 말을 이어 갔다.
“사도 발카디아가 내 아내를 죽였다. 내가 사도의 본분에 충실하지 못하고 변절했다는 이유로.”
“발카디아?”
“정말 모르나?”
“정말 모르니까 얘기해 줘. 어차피 내 손에 뒈질 거면, 속 시원히 하소연이라도 하라고! 멍청한 XX야!”
신화의 시원한 욕지거리에 장동식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