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1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13화(212/300)
제 213화
[내일 언제 와요?] [한국 시간으로 19시쯤일 듯합니다! 괜찮으신가요?] [마침 할 일 없는 저녁이네요. 괜찮아요. 시간 비어요.] [신화 씨가 어디 계신지만 알려 주시면 제가 가겠습니다! 같이 맛있는 밥 먹어요!] [제가 공항으로 가죠.] [아닙니다! 저 같은 사람을 데리러 오시게 만드는 건 실례입니다! 제가 직접 모시고, 밥도 사고 그러고 싶군요! 장소 알려만 주세요!]해바라기가 해를 보는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니콜라스의 개인 메시지들.
사실 별것 아닌 내용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신화는 보면서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
‘나도 독한 놈은 못 되는 모양이네. 더럽게 물러 터졌어.’
신화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니콜라스의 모습은 전생에 회귀한 니콜라스를 대했던 자신의 모습과 비슷했다.
앞날이 캄캄했던 신화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함께하자고 손을 내민 니콜라스는 마치 신과 같은 존재였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신화를 어떻게 하면 강하게 만들지 그 방법까지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늘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한데 지금의 니콜라스는 예전의 자신을 쏙 빼닮은 듯했다. 그렇게 내가 좋은 걸까?
‘그래. 만나서 재밌게 놀자. 간만에 기분 전환도 좀 하고, 녀석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어 보고. 그래야지.’
순수한 마음과의 만남.
신화는 이번 만남이 가지는 의미를 그렇게 정리했다.
녀석에게 언제 회귀를 하느냐는 등, 현재의 본인이 전혀 알지도 못하는 얘기는 일절 하지 않기로.
그저 자신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그리고 ‘신화바라기’로서 니콜라스를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래요. 그럼 주소는…….]신화는 때마침 생각해 둔 장소를 니콜라스에게 보냈다.
거기면 녀석과 만나 시간을 보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했다.
바로 그때.
드르르륵.
이번에는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윤별이였다.
“인기인의 스마트폰은 한시도 쉴 시간이 없군. 여보세요?”
-신화야, 바빠?
“전혀요. 무슨 일이에요?”
-아, 정산 보고를 할 게 있어서. 돈 문제와 관련해선 신속하게 알려 달라고 했으니까.
“그렇긴 하지만, 자정이 다 되어 가는데 너무 무리해서 말할 것 없어요, 누나. 아침도 괜찮은데.”
-그래도. 내가 역량이 안 되는 게 아닌데, 괜히 농땡이 피우고 싶진 않아.
“쉬엄쉬엄하라는 거죠. 아무도 재촉하지 않아요. 그냥 정시에 말해 줘도 괜찮아요.”
-어쨌든 판매 및 판매 예정 계약 체결까지 전부 끝냈어. 선입금도 전부 다 받았고.
“어때요, 총액은?”
-5일 후인 4월 15일까지 생산될 강화, 마력 포션에 대한 예정 판매도 포함하면 2005억 원.
“시세 유지가 잘되고 있나 보네요?”
-응. 적당히 판매량을 조절하니까 꾸준히 수요가 있어. 일부러 경쟁을 붙이는 중이야.
“알겠어요. 확인했어요.”
-응. 그럼 내일 봐. 잘 자고, 좋은 꿈…… 꾸고. 알았지?
“클클, 평소에 안 하던 멘트를 다 하네요. 어색하게.”
-그러게. 다들 너무 딱딱하다고 하기에 변화를 줘 봤는데, 나랑은 역시 안 맞네.
“좋은 꿈 꿀게요. 누나도 잘 자고, 이왕이면 내 꿈 꾸면서 자요. 알았죠?”
-앗…….
“훗, 끊을게요.”
신화는 윤별이에게 한껏 장난을 쳐 놓고 전화를 끊었다.
돈은 쭉쭉 벌리고 있었다.
이번 호주 방문에서 아일라의 골든 스카이 길드에 포션을 판매하고 받은 금액까지 합치면.
무려 300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물론 이 돈의 대부분은 크리비아 아일랜드와 율리아네스 섬에서 진행될 건축 대금으로 들어갈 터.
다만 이 정도 금액이면 이제는 정말 호화로운 은퇴지를 조성하는 작업이 어렵지 않을 듯했다.
물론 각종 다양한 시설을 추가할 때마다 비용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어차피 돈을 벌기는 쉽다.
“어쨌든 이제는 돈 걱정을 따로 할 필요가 없겠어. 앞으로 돈 때문에 골치 아플 일도 없겠네. 스페셜 슈트 판매 예정도 있고, 주식도 몇 개 리스트업을 해 뒀고.”
신화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에서 큰 걱정거리 하나가 사라졌다는 의미이기에.
* * *
바로 더미 던전에 진입한 후.
“와, 근력초가 무슨 던전 입구에서부터 자라고 있냐. 구하기 힘든 이 식물을 이렇게 얻는다고?”
나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입구 근처에서 무성하게 자란 근력초를 열심히 캤다.
근력초로 만든 ‘건강 주스’는 나를 포함한 팀 미스틱의 동료들 전원이 열심히 먹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나중에 혹시나 ‘다른 동료’가 생길 것을 대비해, 전부 다 갈아서 만들어 뒀다.
어차피 아공간에 넣어 두면 시간이 아무리 지난다고 해도 변질될 우려는 거의 없으니까.
-형님, 오셨습니까!
“아, 깜짝이야. 가만히 나무처럼 보여 가지고 너는 아닌 줄 알았는데, 너였네.”
-헤헤, 열심히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가꾸고 있었지요.
쿠웅! 쿠웅!
고목처럼 위장(?)을 하고 있던 디엔트가 거구의 모습을 한껏 드러냈다.
높이나 덩치만 놓고 본다면, 충분하게 나를 압도하고 남을 녀석.
하지만 지난번에 아주 호되게 ‘참교육’을 당한 덕분에 녀석은 아주 순한 양이 되었다.
디엔트의 말대로 녀석의 손길이 닿은 곳에는 생기가 감도는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이 아이들 좀 심어 봐. 아주 중요한 아이들이라 앞으로 잘 키워야 할 녀석들이야.”
-오? 이 녀석들은 우리 던전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녀석들인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내가 밖에서 구해 왔지. 일단 한번 봐 봐. 앞으로 계속 던전에서 키울 수 있겠어?”
나는 디엔트에게 카트라를 비롯한 다수의 풀들을 건네며 물었다.
강화 포션 제작에 필수 요소인 카트라를 비롯해, 마도나스 같은 각성 보조 식물도 구해 왔다.
애초에 내가 이번 호주행에서 구해 온 식물들은 전부 마력, 각성, 집중력 증진에 필요한 것이었다.
-호오……. 다들 새침한 녀석들이기는 한데, 던전의 흙과는 궁합이 좋겠습니다.
“새침한 건, 어떻게 알아?”
-보세요. 저의 손길을 슬쩍슬쩍 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까?
“헐, 정말이네.”
디엔트의 말대로 녀석의 손길이 닿으려고 하자, 카트라가 옆으로 파르르 흔들렸다.
물론 디엔트의 손아귀에 잡혀 있어 더는 피할 수 없지만, 감정이 짙게 묻어나는 듯했다.
“어쨌든 다 문제없다는 거지?”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좀 필요하긴 하겠지만, 뭐 이 녀석들은 까탈스럽지는 않겠네요.
“잘 좀 부탁한다. 나한테 아주 소중한 식물들이라서 죽거나 없어지면 아주 슬플 거야.”
-허억! 주먹은 제발…….
아무 생각 없이 주먹을 움켜쥐었을 뿐인데, 디엔트는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앞서 학습한 ‘타작’의 공포 효과 때문인지 겁을 먹어도 단단히 먹었다.
-아참, 형님.
“응?”
-전에 말씀드린 대로 이제 던전에 달빛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생이 좀 바뀌었어요.
“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 달빛이 너무 밝아서, 태양이 사라졌다는 것을 몰랐어.”
디엔트의 말대로 하늘에는 휘영청 높이 뜬 보름달이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내가 아는 지구의 달과 다르게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햇빛 못지않게 주위가 밝았던 것이다.
-그래서 북쪽의 들판을 갈아엎고, 이번에 새로운 녀석들을 심어 볼까 하는데요.
“음? 저건 뭐지?”
바로 그때.
디엔트가 한옆에 수북하게 쌓아 둔 식물을 바라보던 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딱 봐도 뭉텅이로 잔뜩 뽑아서, 폐기할 생각에 가져온 식물이 분명해 보였다.
“……이거 해피콜라스잖아?”
나는 쓰레기처럼 쌓여 있는 식물을 보고는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정식 명칭으로 말하면 매우 길고, 애칭으로 ‘해피콜라스’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다.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전생에 니콜라스가 자신의 이름에 해피를 더해 붙인 애칭이다.
이유인즉,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만드는 아주 유용한 식물이라는 뜻에서였다.
우선 해피콜라스는 희귀 식물 중에서도 특히 구하기가 어려워서 초희귀 식물이라고 불린다.
각성자 세계에서의 가치를 따지면, 꽃에 준하는 희귀성을 가질 정도이기 때문이다.
-예? 형님께서 아시는 식물입니까? 단지 잡초일 뿐인 걸요.
“야, 이거! 혹시 더 있어?”
-예. 조금만 걷어 냈으니까 나머지는 남아 있죠.
“이거 여기서 쭉 자라는 식물이야?”
-그렇진 않습니다. 어쩌다가 영문도 모르게 나는 잡초인데, 이번에 또 자랐더라고요. 예전에 뽑아냈던 건 다 없애 버렸고요.
“헐…….”
이미 지나간 일에 아쉬움을 가져서는 안 된다지만, 해피콜라스의 가치를 알기에 그만 내 입이 떡 벌어졌다.
-혹시 제가 잘못을…….
드드드드.
사시나무가 떨듯 디엔트가 떠는 것이 보였다. 순간 내게서 느껴진 살기를 읽었나 보다.
해피콜라스의 특징은 먹는 즉시 체내의 모든 마력의 흐름을 부작용 없이 상승시킨다는 점이다.
상승 과정에서 마력이 순환하는 통로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마력과의 친화력을 대거 높인다.
전생에 이 풀을 찾은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몇 뿌리 안 되는 양을 발견하고도 니콜라스가 무척 행복해했던 기억이 난다.
회귀 지식으로도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식물이라며 엄청 기뻐했었는데.
그때보다 몇십 배는 더 많은 양의 해피콜라스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꾸준히 키울 수는 없는 것 같지만.
“일단 저 식물은 다 나한테 넘겨. 그리고 이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날 안내해 줘.”
-잡초를 말입니까?
“나한테는 잡초가 아니니까 그렇지, 인마! 내게 엄청 강력한 힘이 되어 주는 식물이라고!”
-예! 예!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형님!
쿠웅! 쿠우웅!
디엔트가 헐레벌떡 육중한 몸을 이끌고 나를 안내했다.
해피콜라스는 정말 엄청난 파급효과를 지닌 식물이다.
이것을 먹게 되면 한 차례에 최대 3단계까지, 적어도 1단계의 마력 급상승이 ‘무조건’ 일어난다. 조건부도 아닌 무조건이다.
그리고 그 상승은 ‘반드시’ 랭크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높은 랭크일수록 변동 폭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도, 나 역시 기대치가 SS-랭크가 되는 셈.
한데 이런 식물이 내가 먹을 양만 있는 게 아니라, 더 있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그로부터 약 20분 후.
더미 던전의 북쪽 끝자락에 도착한 나는 은은한 달빛이 내리비치는 언덕에 자란 식물을 보았다.
해피콜라스였다.
디엔트가 말한 대로 아주 많지는 않지만, 나를 포함 십수 명은 충분히 먹을 양이 자라 있었다.
평균 다섯 뿌리 정도를 먹을 때마다 몸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미쳤네, 미쳤어…….”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만 봤던 기연을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아무도 모르던 곳에서 외로이 자라던 ‘잡초’가 사실은 알고 보니 영약이었다, 같은?
오늘 이 던전에 왔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디엔트가 뽑은 해피콜라스는 하마터면 비료가 될 뻔했다.
“야, 디엔트. 왜 진즉에 이런 식물이 있다고 말 안 했냐?”
퍼억!
-크허어어억!
나는 사심을 잔뜩 담아 디엔트의 옆구리를 쳤다.
물론 녀석의 잘못이 아니긴 한데…… 그래도 좀 맞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