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18)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18화(217/300)
제 218화
“EX랭크. 각성자 시스템의 끝. 극의라고 할 수 있지.”
“그렇습니다.”
“대내외적으로 공개하는 랭크는 SSS+랭크를 유지하도록 해. EX랭크 타이틀, 그런 것 필요 없다.”
“알겠습니다. 과한 관심을 받을 필요는 없지요.”
EX랭크.
며칠 전, 일라이저가 진입한 랭크였다.
물론 EX랭크 안에서도 -와 0, +로 등급이 갈리기는 했다.
하지만 EX랭크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전 세계 각성자 서열의 Top 10에 들었음을 의미했다.
어지간해서는 죽일 수 없는, 가공할 만한 힘과 위력을 가진 파괴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아무리 강신화가 날고 긴다고 해도 기껏해야 S랭크 언저리의 각성자일 뿐이야. 내 발끝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물론입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마스터.”
“녀석이 급성장하는 기대주이고 유망주인 것은 맞으나, 괜히 주눅들지 말란 얘기다. 벨릭.”
“예!”
똑똑.
이내 노크와 함께 중요한 손님이 보좌관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신화였다.
“왔군! 강신화.”
“예. 일라이저 님, 벨릭 님. 배려해 주신 덕분에 정말 편하게 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만나자마자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는 신화의 모습은 110% 저자세였다.
신화는 인사를 끝내기가 무섭게 아공간에서 꺼낸 마력, 강화 포션을 우르르 앞에 내려놓았다.
“이번에 약속한 물건인가?”
“예. 남는 물량 하나 없이, 정말 비행기 안에서 제작한 양까지 싹싹 긁어서 맞춰 놓은 겁니다.”
“와우, 신경 많이 쓰셨군요.”
푸짐하게 준비해 온 포션을 확인한 일라이저와 벨릭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신화가 제작한 포션 외에도 다양한 던전 필수 품목이 함께 포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즉, 확실한 ‘접대’의 의미가 내포된 선물이 함께 들어 있었다.
그 속내가 뿌듯하게 느껴졌기에 일라이저가 흡족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물론 당사자인 신화의 머릿속은 몇 수 이상을 앞서가는 기만의 경지에 있었지만 말이다.
“벨릭, 이것들은 네가 직접 창고에 보관하도록. 길드에서 중요하게 쓸 물품들이니.”
“예, 제가 바로 챙겨서 보관하겠습니다. 그럼, 말씀들 나누십시오.”
벨릭이 접견실 내부에 있던 카트를 이용해서 빠르게 신화가 가져온 물건들을 옮겼다.
벨릭이 자리를 비우고, 방음 처리가 확실하게 된 접견실 안에는 신화와 일라이저만이 남았다.
“강신화, 요즘 성장은 어떻지?”
“S-랭크에서 멈춘 상태이긴 합니다만……. 지금도 충분히 빠르니 만족하고 있는 중입니다.”
랭크는 직접 측정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기에 신화는 열심히 밑밥을 깔았다.
“이번에 임시 라이선스 발급을 요청한 던전 중에 U-1224 던전 말이야. 자신 있나?”
“그래도 쓸 만한 재능이 여럿 있다 보니, 한번 꼭 도전해 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마침 말이 나왔기에 물어보는데 강신화, 네 미래시 재능 말이야. 내 미래도 봐줄 수 있나?”
“만능으로 모두 다 볼 수는 없지만, 직관적이고 짧은 이미지로 느끼고 체감할 수는 있습니다.”
“어떤 미래가 보이지?”
“호주의 골든 스카이 길드의 집중 견제만 현명하게 넘기시면, 5년 후 일라이저 그룹은 지금보다 3배 이상 커진 거대 길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인가?”
“제가 왜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남의 미래는 궁금하지 않아도, 일라이저 님의 미래는 저도 궁금한 걸요.”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술술 늘어놓는 신화의 연기력은 단연 일품이었다.
일라이저의 5년 후?
전생의 기억을 되짚어 말한다면, 사실 아무 일도 없다.
‘넌 반드시 내가 죽인다. 네 목은 반드시 따고 은퇴를 하든 말든 할 거니까, 딱 기다려라.’
하지만 신화가 만들고 싶은 미래는 있었다.
그것은 앞서 신화에게 수작질을 부리다가 홀연히 저세상으로 떠난 VVIP의 뒤를 따르게 하는 것.
이는 은퇴를 당장 내일 하게 된다면 바로 오늘 꼭 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미래시 재능……. 참 부럽군. 각성자의 재능이라는 게, 참 때로는 복권 같단 말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반대로 저는 일라이저 님의 화염 재능이 정말 부럽습니다.”
“구현하기 쉽지 않은 재능이기는 하지.”
화르륵. 화르륵. 화르륵!
일라이저가 손끝을 움직이고 눈빛을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사방에서 불길이 솟구쳤다.
사람을 산 채로 언제든지 불태워 버릴 수도 있는 지옥불이었다.
신화가 수십 번도 넘게 머릿속에서 떠올린 일라이저와의 전투에서 가장 큰 변수이기도 했다.
“어쨌든 그 미래시 덕분에 던전을 공략할 방법이 어렴풋이 보이기는 하나 보군.”
“원하신다면 알려 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애초에…….”
“액체화 재능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대안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하하, 맞습니다.”
“일단 공략이 완료되면 사전에 약속한 대로 노하우는 공유를 해 주었으면 좋겠군. 가능, 불가능의 여부를 떠나서 말이야.”
“물론입니다.”
“기대가 커, 강신화.”
“저도 일라이저 님께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열심히 해 봐. 내가 뒤는 확실하게 봐주도록 하지.”
“예! 감사합니다!”
겉으로는 배를 갈라 오장육부라도 내어줄 것 같은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뼈를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X의 XX.’
속으로는 까득 이를 갈고 있었다.
어차피 등 뒤에 비수를 꽂는 것은 한 번이면 족하니까. 그때까지는 조용히 지나갈 속셈이었다.
* * *
초월의 꽃이 있는 U-1224 던전 공략 일정은 6시간 후인 새벽 2시로 잡았다.
한국 시간으로는 점심 무렵이기 때문에 우리 팀원에게는 큰 부담이 없는 시간이었다.
“자, 다들 이것 열다섯 뿌리씩. 책임지고들 먹읍시다.”
나는 일라이저가 숙소로 잡아 준 호텔의 VIP 룸에서 던전에 대한 세부 브리핑을 깔끔하게 마친 뒤.
동료들에게 해피콜라스를 내밀었다.
해피콜라스는 돈 받고 팔 생각이 없었고, 내가 미래를 보고 투자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천만에 하나라도.
훗날 신부님이나 한소준, 윤별이나 진보미가 나와 전혀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전생에 갚지 못한 마음의 빚이 있거나, 혹은 먼 미래를 봤을 때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네 사람에게 해피콜라스를 나눠 주어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인원으로 계산하면 앞으로 열다섯 명에게 추가로 더 ‘마력 각성’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게 뭐예요? 형님, 이러다가 저희 진짜 전부 토끼 되겠어요. 어째 먹는 게 다…….”
한소준이 입술을 삐죽였다.
“안 물어보고 먹는다면 나중에 기쁠 거고, 다 알고 먹으면 김빠질 텐데?”
“……마약이에요?”
“미쳤냐?”
“하하하.”
팀원 중 나에게 스스럼없이 농담을 던지는 유일한 사람이 한소준이다.
녀석이 재밌는 농담을 분위기에 맞게 잘하는 덕분에 팀 분위기는 항상 업 텐션이 유지되는 편이다.
녀석은 언뜻 보기에 결벽, 강박에 꽂혀 있는 입맛 까다로운 각성자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그의 진가를 모르고서 하는 소리였다.
한번 마음을 연 동료에게는 오히려 신부님을 뛰어넘는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녀석이다.
다만 처음에 봤을 때 유독 튀는 ‘똘끼’와 유별남 때문에 편견이 생기는 것이다.
“네 사람에게 제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먹어 줬으면 좋겠어요. 전 이미 먹었고요.”
“저도…… 먹어요?”
진보미가 어색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팀원이 아닌데도 챙겨 주느냐는 눈빛이었다.
“그럼 보미 씨는 빼고 먹이겠어요? 다 같이 먹어야죠.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먹으면, 나중에 더 기쁠 겁니다!”
“그럼 내가 먼저!”
열심히 바람을 잡자, 늘 그랬듯이 신부님이 해피콜라스를 움켜쥐고는 입에 털어 넣었다.
언뜻 보기에는 깻잎처럼 생겨서 먹을 만해 보이지만, 맛은 역시 최악이다.
온갖 괴식에 단련된 나도 한 번은 인상을 찌푸리고, 입속에 고인 침을 뱉어 내야만 했다.
안 그러면 며칠은 안에서 특유의 ‘상한 시금치’ 맛이 계속 난다. 맛은 정말 최악인 셈.
“중간에 입 안 가득 못 참을 정도의 맛이 배는 것 같으면, 그때 시원하게 침 한 번 뱉으세요.”
적절한 팁도 얹어 줬다.
다들 ‘은밀한’ 경고에 바짝 긴장하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군소리 없이 해피콜라스를 먹기 시작했다.
지금껏 뭔가를 하거나 먹으라고 했던 것을 순순히 따랐을 때, 손해를 본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그로부터 1시간 후.
방 안에 편히 둘러앉아 있던 동료들에게서 하나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2주 정도 걸리는 경우도 꽤 많은데.
“어……?”
“어어?”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다들 젊어서 약빨(?)이 잘 받는 것인지, 해피콜라스의 반응이 생각보다 꽤 빨리 일어났다!
팔짱을 낀 채로 기다렸다.
변화가 빨리 일어나는 경우에는 먹은 해피콜라스의 총량만큼 각성이 금방 일어나기 때문이다.
“와……. 형님. 저, 지금 심장 멎을 것 같아요. 왜 제 랭크가 S+에요? A가 아니고?”
“어때?”
“순환하는 마력의 총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어요! 이렇게 격변이 일어났는데, 아픈 곳 하나 없이 이렇듯 평온할 수가 있다고요?”
첫 번째 변화를 겪은 사람은 바로 한소준이었다.
해피콜라스를 먹기 전까지 A랭크였던 한소준.
내가 볼 때는 워낙에 포텐셜이 있는 녀석이라 그때 실력으로도 충분히 S랭크로 봐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확실하게 랭크가 올랐으니, 이제는 SS랭크급에 준하는 힐러의 위력을 보여 줄 터였다.
확신할 수 있었다.
녀석은 나처럼 완벽하게 호흡이 맞는 각성자가 있을 때, 200%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저 녀석의 사용 설명서는 내가 확실히 알고 있다.
그리고 팀의 동료들과 진보미도 점점 ‘한소준 사용법’을 알아 가고 있고 말이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먹으라고 했지?”
“형님……. 이거 정말 미친 것 같아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식물은 어떤 각성자도 쉽게 구할 수 없을 거예요. 정말 말이 안 돼요.”
“너만 놀랄 상황은 아닌 것 같으니까 좀 기다려 봐라.”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손끝까지 파르르 떨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녀석을 보니 뿌듯했다.
바로 그때.
“와아!”
“아!”
“말도 안 돼……!”
약속이라도 한 듯이 거의 동시에 진보미, 신부님, 윤별이가 탄성을 터뜨렸다.
‘그분’이 오신 모양이다.
아무리 낮게 잡아도 최소 랭크 한 단계는 오르는 만큼, 모두에게 일어난 변화는 극적일 것이다.
바꿔 말하면, SSS+랭크급으로 분류되는 초월의 꽃 던전 공략이 한층 수월해진다는 얘기다.
‘드디어.’
때가 된 듯했다.
던전에 들어갈 때는 ‘영재’의 수준으로 뇌를 활용하는 나겠지만.
나올 때는 반드시.
‘살아 있는, 인간 슈퍼컴퓨터.’
에 준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회귀 이후, 매일 학수고대하며 기다려 온 뇌 개변을 끝낼 모든 준비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