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2화(21/300)
제 22화
그렇게 신화가 조용히 사람 거미의 무리를 진즉에 초토화시키고 이동하고 있을 무렵.
“킬킬킬.”
어둠 속에 모습을 숨기고 있는 스켈레톤 아처들이 침입자의 존재를 감지하고는 기이한 웃음소리를 냈다.
이곳은 던전에 들어온 각성자가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루트였다.
학습 능력이 있는 스켈레톤 아처, 약칭 아처들은 그래서 이곳에 하나의 트랩을 설치했다.
빛이 닿지 않는 곳에 매복하는 한편, 지나쳐 가야만 하는 거대한 석실에 사체를 잔뜩 채웠던 것이다.
몬스터의 사체가 부패하면서 내는 특유의 유독가스가 방출돼 석실 안은 죽음의 공간으로 변했다.
폭증한 이산화탄소와 급감한 산소는 진입한 각성자들을 픽픽 쓰러지게 만들었다.
영리한 함정이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목숨을 잃은 각성자들의 시체도 제법 많이 쌓여 있었다.
아처들의 사기는 높았다.
요 근래 이 던전이 공략된 적이 없는 것도 아처들이 만든 트랩이 매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흐음…….”
그때, 석실의 입구에서 팔짱을 낀 채로 서 있는 불청객의 모습이 보였다.
아처 대장이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하자, 모두 조용히 그를 응시했다.
그리고 독화살을 활시위에 올린 뒤, 언제든 당길 준비를 마쳤다.
겁화의 궁.
이것은 이 던전을 지키고 있는 아처들의 고유 재능이기도 했다.
화살이 표적에 닿는 순간, 거대한 불길이 일어나는 일종의 궁마법이었다.
일단 신체 어느 부위라도 뚫고 들어가면, 체내의 마력을 매개체로 불길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잘 모르는 각성자는 이것을 마력 태움 현상, 즉 마나 번(Mana Burn)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저벅.
끼리릭.
불청객이 한 발을 내딛자, 아처들이 더욱 활시위를 뒤로 힘껏 당기기 시작했다.
이제 머지않아 저 불청객은 목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거나, 어지럼증을 겪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곳을 찾았던 각성자 모두가 통과의례처럼 겪었던 일이었다.
그중에 눈치가 빠르거나 회피 능력이 좋은 각성자들은 살아서 도망을 쳤고.
반응이 늦은 각성자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불귀의 객이 되었다.
아처들은 자신들의 터전에 함부로 들어서는 침입자들을 백발백중 죽이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고무되어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더군다나 그간 최소 네다섯 명으로 팀을 이뤄서 왔던 것과 달리, 오늘은 한 명이었다.
오히려 과녁이 될 만한 사람 수가 적어 아쉬워하는 기색이 아처들 사이에서 역력했다.
바로 그때.
“크윽!”
“클클클.”
아니나 다를까, 두 걸음 정도 안으로 들어선 불청객이 목을 움켜쥐더니 신음을 토했다.
때가 왔다.
어쩌면 이렇게 바보 같을까!
“쿠웃!”
아처 대장은 저 불청객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겠거니 하고는 바로 공격 지시를 내렸다.
피핑! 핑! 핑!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그에게로 날아들었다.
시독(屍毒)을 포함해서 각종 독을 묻힌 독화살이라 스치기만 해도 마비였다.
바로 그때.
파직!
석실 내부를 은은하게 비춰 주던 천장의 횃불이 무언가에 의해 꺼져 버렸다.
하지만 아처들은 당황하지 않고, 묵묵히 계속 연속적으로 화살을 쏴 댔다.
티잉! 티잉! 팅!
“……?”
한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화살에 맞았다면 살점이 뚫리는 소리가 나야 했다. 푸욱, 이라든가 푸슉, 이라든가.
하지만 마치 금속에 부딪혀 나는 듯한 청명한 목소리가 석실 내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는 순식간에 입구에서 중앙으로, 중앙에서 통로로 가까워져 왔다.
즉, 바로 코앞이었다!
“왜, 기분 좋았어?”
“케엑!”
눈앞에서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방금의 불청객이었다!
석실은 물론이거니와, 아처들이 대기하고 있던 이곳 역시 산소가 매우 부족한 곳이었다.
호흡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아처들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는 곳이지만, 각성자는 다르다.
이곳에서 가쁜 숨을 쉬어 가며 고통을 호소해야 맞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이 불청객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너희들 뼛가루는 쓸모가 많거든. 잘됐다. 보아하니 뼈에 생기가 도는 게 우려 내기 딱 좋겠어.”
“헤엑!”
생기발랄한 선전포고.
백전백승의 전적을 자랑하던 아처들에게 천적이 나타났다!
* * *
티잉! 티잉! 티잉!
당황한 아처들은 내게 쉴 새 없이 화살을 쏴 댔지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마고스로부터 얻은 강철의 꽃을 이용해 얻게 된 재능, 강철 강화를 발동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유지를 위한 마력 소모가 엄청난 재능이지만, 현재 마력으로 30분은 거뜬히 유지할 수 있었다.
재능 자체가 마력을 미친 듯이 잡아먹는 하마이기는 해도, 그 값은 확실하게 했다.
“나중에 연기자나 할까? 산소가 부족하기에 숨이 막힌 척을 좀 해 줬더니, 그거에 끔뻑 속아서 열심히 화살을 날리냐?”
티잉! 티잉!
뻐억! 빠아악! 빠각!
나는 녀석들이 쏴 대는 독화살을 유유히 받아 내며, 차례대로 녀석들의 목뼈를 분질러 버렸다.
스켈레톤 계열의 몬스터는 따로 심장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경추나 척추를 박살 내 골격계의 연계를 불가능하도록 막는 것이 가장 빠른 처리법이었다.
“강철 강화가 이래서 사기라니까. 궁수 계열의 몬스터는 물론이고, 각성자들도 상극이잖아?”
나는 뿌듯한 표정으로 겁에 질린 듯이 뒷걸음질치는 아처들을 차례대로 분질러(?) 나갔다.
녀석들은 너무 당연하게 압승을 자신했는지 우왕좌왕하다가 죽어 가는 모습이었다.
사실 C랭크쯤 되는 스켈레톤 몬스터라면, 뼈 자체에도 다양한 강화 버프가 들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순간적인 화력을 B+랭크급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인지.
녀석들은 내 힘찬 주먹질에 마치 무너지기 직전의 젠가처럼 파스슷 소리를 내며 흩어져 갔다.
일방적인 학살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애초에 믿는 구석이 화살밖에 없었던 녀석들에게 내가 가진 강철 강화는 완벽한 카운터펀치였다.
상성을 극복할 방법이 없는 녀석들에게 죽음은 예정된 운명일 수밖에 없었다.
“역시 마력의 폐와 심장이 이럴 때 정말 최고야. 산소호흡기가 따로 필요 없지.”
나는 가슴 언저리를 만족스럽게 쓸어내렸다.
개변으로 강화된 심폐 능력은 아무리 공기가 희박한 곳이라고 해도, 더 많은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준다.
아예 이산화탄소로만 꽉꽉 채워 넣은 곳이 아니라면, 몇 분 정도 버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입을 막고, 한쪽 콧구멍으로만 숨을 쉬는 느낌?
답답하긴 하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닌 딱 그 정도의 선.
내가 이런 트랩 구간에서도 발휘할 수 있는 심폐 능력의 힘이다.
누군가에게는 죽을 것 같은 고통의 장이 되는 곳이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는 공간이 된다.
스윽. 스윽. 스윽.
나는 죽은 스켈레톤 아처의 뼛조각들을 한곳에 잘 모아 두었다.
칼레를 제압하고 아티팩트를 얻고 나면, 되돌아 나오면서 수집할 전리품이었다.
바로 그때.
키시싯. 키시싯.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특유의 숨소리를 내는 몬스터의 기척이 들려왔다.
‘칼레의 파수꾼.’
누군지 알고 있다.
칼레가 부리는 수하 중 하나로 자신이 있는 보스 방 외곽으로 보내 두는 정찰병이다.
침입자의 경로를 꼼꼼하게 훑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해 칼레가 종종 입구나 그 근처에 함정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리해서 침입자의 움직임에 따라 나름대로 적절한 대응 수단을 갖춰 두는 것이다.
‘잘됐네. 칼레를 찾으려면 방을 여러 개 둘러봐야 하는데 녀석이 길을 밝혀 주면 시행착오가 줄지.’
나는 일찌감치 입 안에 모아 둔 침을 빠르게 원하는 형태로 변화시켰다.
‘추적의 침.’
바로 추적 능력이 있는 침이다.
내가 침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형태는 크게 네 가지 형태다.
독성의 침. 치유의 침.
접착의 침. 추적의 침.
이번에 쓰려는 것은 추적의 침으로, 대상의 흔적을 좇을 수 있는 침이었다.
원리는 간단하다.
침이 묻은 상대는 침이 발산하는 특유의 마력을 계속 뿜어내게 되는데.
내가 이것을 시각으로 감지할 수 있기에 흔적을 따라 뒤를 쫓으면 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피를 흘리며 도망치는 부상자의 뒤를 쫓는 원리와 비슷했다. 흔적이 남아서다.
이미 스켈레톤 아처들도 제압한 마당이라 여기에 더 이상 볼일이 없었다.
파앗!
나는 힘찬 도약과 함께 저 멀리서 나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파수꾼을 향해 달려갔다.
키시싯!
파수꾼의 대응도 제법 빨랐다.
녀석은 내가 움직이자마자 바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서두른 나머지 벽에 한 번 쿵 부딪히고 말았고.
“퉤!”
처업!
내가 힘껏 뱉은 침이 엉덩이에 정확하게 묻어 버렸다.
녀석은 깜짝 놀라 침이 묻은 엉덩이를 손으로 비비고 털어 냈다.
다만 별 이상이 없자 안심했는지 나를 한 번 노려보고는 쏜살같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보인다.’
그러자 녀석의 이동 경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개변된 두 눈은 내가 가진 마력의 흔적을 옅은 에메랄드빛의 형태로 좇을 수 있었다.
그리고 파수꾼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에메랄드빛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았다.
일반 각성자에게는 보이지 않을 색깔이 내게만 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추적의 침과 개변된 눈의 환상적인 시너지 효과였다.
“그러면 편하게 안내를 좀 받아 보실까?”
나는 부리나케 도망간 파수꾼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한다니까.
* * *
크고 작은 전투는 계속 있었다.
조용하다 싶으면,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낸 C랭크의 몬스터들이 앞을 막아섰다.
‘평균 C랭크. 마력의 소모량을 3배 이상 늘리면 B랭크. 순간적인 고화력은 A랭크 수준의 화력까지 가능.’
이것이 수많은 몬스터 샌드백을 토대로 삼아, 객관적인 내 힘의 위력에 대해 내린 분석이었다.
즉, 마력의 소모와 회복이 똑같이 맞는 선에서라면 C랭크 몬스터를 쉽게 제압할 수 있다.
마력을 점점 깎는 형태로 화력을 늘린다면, B랭크 몬스터까지 상대할 만하다.
그리고.
폭발적이고 위력적인 화력을 뿜어내며, 단기간의 집중 전투를 치른다면 A랭크까지 커버 가능했다.
‘그래 봤자야. 아직 S, SS, SSS, EX까지 갈 길이 멀어. 생각해 보니 회귀 3일 차에 S랭크 운운하는 것이 더 웃기긴 하지만.’
나는 흠집조차 나지 않은 황 노인의 슈트와 깔끔한 광택을 뽐내고 있는 아티팩트 건틀릿을 봤다.
전투가 길어지지 않고, 거의 일격필살 방식으로 끝내다 보니 전체적으로 상태가 깔끔했다.
보통 난전을 치르면 슈트는 물론이고 아티팩트까지 온통 몬스터의 체액, 혈액이 뒤섞여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1시간쯤 걸렸네. 진보미에게 했던 말을 정확히 지키겠는데?”
나는 슈트의 손목 부분에 내장되어 있는 전자시계를 보고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서두르지 않고 필요한 녀석들만 딱딱 제압하면서 오니, 보스 방까지 1시간이 걸렸다.
“칼레의 혼돈까지만 얻고, 병점역 집부터 정리해야겠네. 고림화학 주식도 슬슬 사는 게 좋겠고.”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 할 일은 태산인데 몸이 하나라는 게 참 아쉽다.
분신 재능이 있으면 참 좋겠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얻을 방법이 없었다. 5년 정도 더 있어야 한다.
“그르르…….”
이윽고 나선형 계단을 따라 한 층 내려간 위치에 있는 보스 방에서 분노에 찬 듯한 몬스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출귀몰의 칼레.”
지하 대석실 중앙.
그곳에서 녀석이 독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