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20)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20화(219/300)
제 220화
“와, 와……. 푸하하! 정말 대단하네. 신화 형님은 이제 마력탄총으로도 사기를 치네?”
한소준이 웃었다.
방금 눈앞에서 직접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한소준이 아는 마력탄총은 보통 대인전이나 소형 몬스터를 저격할 때 쓰는 무기였다.
외피가 취약한 몬스터의 즉사를 노리거나 혹은 각성자의 강화 슈트에 상처를 입히는 용도.
그렇기에 마력탄총을 정말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능력자가 아니면, 별로 긴장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신화가 마력을 최대치로 장전해서 날린 일격은 가공할 만한 위력을 보였다.
후드득. 후드드득.
오우거 로드의 머리통이 흔적도 없이 파괴되어 피와 살점으로 흩뿌려진 것이다.
‘로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중간 보스급의 녀석이었지만 신화 앞에서는 파리 목숨이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신화를 보면 과연 더 놀랄 것이 있을까 싶다가도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한소준이 냉정하게 평가한 신화는 근접전에는 매우 강하지만, 원거리 공격에는 분명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윌슨을 이용해서 원거리 공격의 약점을 어느 정도 메우고 있기는 하지만.
윌슨을 투척하고 회수하는 과정에 필요한 절대 시간이 존재하기에 공격이 ‘지속적’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소준은 신화의 원거리 공격 부족이 늘 아쉬웠다.
그래도 이번에 진보미가 임시로 팀에 합류하면서 원거리 주술 지원이 가능해져서 좋았다.
한데 신화는 이제 스스로 원거리 공격까지 소화할 수 있음을 방금 전의 공격으로 증명해 준 것이다.
아무리 진보미의 주술이 강력하다고 해도, 신화처럼 일격에 오우거 로드의 머리를 날릴 순 없었다.
“전방! 전방 마딜로 군단!”
바로 그때.
앞서 전방에 나가 있던 신화가 뒤이어 나타난 새로운 몬스터 무리를 확인하고는 외쳤다.
오우거 무리들은 일찌감치 팀원들에 의해 제거된 뒤였다.
랭크 수준으로 놓고 보면, A랭크 미만의 오우거들.
이들은 해피콜라스로 랭크업이 된 데다 풀 도핑까지 마친 팀 미스틱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아주 빼곡하게 뭉쳐서 오고 있네. 신화야, 내가 확실하게 판을 짜주고 싶은데. 어때?”
“형이라면 무조건 믿죠.”
신화의 옆에 자리를 잡은 최지혁이 회심의 미소를 머금은 채로 전방의 마딜로를 주시했다.
신화는 최지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는 것으로 그에게 힘을 보태 주었다.
“후우우…….”
최지혁이 집중에 들어갔다.
이윽고 혈루 반지에 담긴 피의 기운이 몸에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그의 눈빛이 붉게 변했다.
‘신부님의 말 못 할 고민과 정체성에 대한 외로움이 담겨 있는 변화지.’
신화는 묵묵히 집중하는 최지혁의 모습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드러내어 내색한 적 없지만.
최지혁은 일과가 끝나고 사제관에 돌아가면, 매일 참회와 사죄의 기도를 올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사죄와 참회를 위해서 의미 있는 희생의 기회를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전생에 자신에게 했던 최지혁의 말이 떠올랐다.
그가 신화를 대신해 죽기 일주일 전, 속 깊은 얘기를 나누다가 나온 말이었다.
그때, 농담이라도 절대로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타박을 했던 기억도 났다.
다음 순간.
구릉. 구릉. 구르르릉.
접근해 오는 마딜로 무리의 머리 위로 핏빛 구름이 생겨났다.
랭크와 마력의 폭등 덕분인지 기존에 비해 범위가 훨씬 더 넓어졌다. 어림짐작으로도 3배 이상.
‘블러디 레인. 피의 빗줄기.’
우웅! 우웅!
신화는 최지혁이 펼친 디버프의 이름을 되뇌며, 살짝 경직된 양손을 풀었다.
이제 전속력으로 달려 나갈 때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절망……. 버텨 낼 수 없는 악마의 유혹으로 그들을 저승으로 인도하여 주소서…….”
최지혁은 디버프를 이어 가며 중첩을 유도했다.
이번에는 절망의 늪이었다.
블러디 레인처럼 적의 방어력을 대폭 깎는 디버프로 중복 적용이 가능한 기술이었다.
크르흣! 크르흐흣!
두 개의 디버프에 휘말린 마딜로들의 움직임이 크게 느려졌다.
절망의 늪에 걸리면 이동 속도가 느려짐은 물론, 지면이 끈적한 점액질처럼 변하기 때문이다.
“형.”
“응?”
“이왕 디버프 중첩하는 김에 카오스 사이트와 망자의 저주까지 모두 걸어요. 그래야 한 방에 끝내죠.”
“가능하겠어?”
“형. 저, 강신화예요.”
“가장 신뢰할 만한 답변이네! 좋아! 마침 범위가 괜찮으니, 한 번에 걸어 볼게!”
“나머지 세 사람에게 ‘팀 미스틱’의 첫 번째 멤버 위상을 보여 주자고요.”
“자극 엄청 되는데? 가자!”
신화가 지핀 불씨에 최지혁이 연이어 디버프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마력의 총량이 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풍부해진 덕분에 네 개의 디버프를 중첩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졸지에 최지혁이 구현한 거대한 디버프의 함정에 빠진 마딜로들이 흐느적거렸다.
“가자!”
신화는 힘껏 소리치며.
파팟. 팟. 팟.
블링크 링을 활용해, 일순간 마딜로 무리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크오오오! 카오오오!
불청객의 냄새를 맡은 마딜로들이 날카로운 이빨과 함께 적의를 드러냈다.
식별 안경으로 살피니, 다들 차원석을 체내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알찬’ 녀석들이었다.
‘초월 가속!’
신화는 망설임 없이 마딜로 무리의 한복판에서 몸을 초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오른팔의 개변을 이용해 날카로운 검의 형태로 만들었다.
예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번뜩이는 예기를 잔뜩 머금은 무시무시한 오른팔의 검이었다.
다음 순간.
신화가 순식간에 가속에 돌입한 나머지, 오른팔이 검날로 변한 사실을 모르는 마딜로 몇몇이.
쿠웨! 쿠웨에!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며 신화를 잡아먹기 위해 용맹하게 달려들었다.
그것은 불나방이 불에 달려드는 것과 흡사한 광경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마딜로들은 알지 못했다.
쇄애액! 쇄액! 쇄액!
믹서에 갈리는 야채처럼 신화에게 접근한 마딜로 모두가 썰려 나갔다.
미처 비명을 지를 새도 없었다.
검날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는 완벽하게 절단된 마딜로의 살점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목에 닿으면, 목뼈와 골수가 고스란히 잘려 정육점의 고기처럼 변했고.
배에 닿으면, 복막이 찢어지면서 오장육부가 터져 나와 사방이 온통 악취 가득한 끔찍한 현장이 되었다.
터업! 터업!
그런 바람에 주변에 몰려들던 마딜로들은 동족의 살과 피를 얼굴에 뒤집어써야만 했다.
마딜로의 몸이 거의 종잇장 수준이었다.
방어력을 깎는 디버프가 둘이나 중첩된 데다 둔화 디버프인 망자의 저주까지 걸린 상태.
여기에 카오스 사이트로 시야의 왜곡까지 벌어지며 마딜로들의 혼란은 극대화됐다.
“다 죽어, 이 XX들아!”
신화는 극한의 최대치로 속력을 높여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쯤 되자.
이제는 정말 마딜로를 거침없이 갈면서 다니는 인간 믹서가 되어 버렸다.
“와우…….”
지켜보던 최지혁에게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뒤이어 현장에 도착한 진보미와 한소준, 윤별이의 입이 떡 벌어진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미쳤네.”
윤별이의 짧은 한 마디가 이곳에 있는 모두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미쳤다.
한 명의 각성자가 수십 마리가 넘는, 그것도 맷집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마딜로 무리를 썰고 있다!
디버프를 덕지덕지 둘러쓴 데다 빠른 움직임을 눈으로도 좇을 수 없는 신화의 회전력까지 더해지자.
물 먹은 휴지보다도 더 쉽게 찢어지고 터져 나가며 마딜로가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죽어, 이 자식들아……!”
크웨! 웨에! 키에에에!
신화가 할퀴면서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주인을 잃은 살점과 선혈뿐.
그렇게 무려 100마리에 가까웠던 마딜로 무리는 순식간에 도축된 짐승 신세가 되어 버렸다.
확인 사살을 굳이 할 것도 없는 전멸이었다.
모든 마딜로가 사이좋게 차원석을 드롭하며 세상을 떠났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형!”
“응?”
“디버프 완전 좋은데요? 마력의 부담만 없으면, 이렇게 4종 세트로 항상 밀고 나가죠!”
“그럴까? 부담은 전혀 없어! 랭크가 오르니까 마력이 이렇게 넉넉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자신을 향해 엄지를 척 들어 보이는 신화에게 최지혁이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 각성자들이 기를 쓰고 랭크를 올리려고 하는지 이제야 확실히 실감이 났다.
매번 체내의 잔여 마력을 걱정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너무 넉넉하게 느껴져서 마력을 어떻게 해야 더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정도였다.
이것이 바로 B랭크와 A랭크 사이에 존재하는 엄청난 차이였다.
“자! 지혁 형과는 확실히 일대일 호흡을 맞춰 봤고, 다음으로 나와 호흡을 맞춰 볼 사람은?”
“제가 해 볼게요. 팀에서 대미지 딜링만 담당하는 입장에서 ‘밥값’을 확실히 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좋아요. 이제는 보미 씨와 제가 앞서 전진하죠. 나머지 세 사람은 차원석 회수하고 따라오고!”
그렇게 다음 타자가 정해졌다.
진보미.
매번 어떻게 해야만 팀 미스틱의 화력에 얹혀 가는 무임승차가 되지 않을지 고민해 왔던 그녀였다.
* * *
아직까지 U-1224 던전 내에서 위험 구간이 등장하지는 않았기에 나는 훈련을 겸하며 전진했다.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기에 앞서, 확실하게 호흡을 맞춰 보는 의미도 있었다.
보스 몬스터 제노스.
기억이 생생했다.
물론 전생에는 이 녀석에게 초월의 꽃을 얻지는 못했다.
니콜라스 -망할 X- 가 먹었기 때문이다. 나보다 자기가 더 필요하다며 먹었다.
어쨌든 제노스와 치열하게 벌였던 혈투의 기억은 마치 어제의 일처럼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 녀석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딜 집중, 딜 중지, 패턴 숙지와 같은 지극히 ‘게임적’인 흐름에 익숙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한 사람씩 지정해서 모든 능력을 최대치로 이끌어 내어 쓰게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여유, 안배, 비축, 저장 따위의 단어를 생각할 겨를이 전혀 없다.
바로 그때.
“아, 망할. 몬스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집중포화 구간이 나오네.”
나는 전방에 보이는 새로운 지형을 확인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 던전도 시크릿 던전처럼 고농축의 마력탄이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일라이저 그룹의 각성자들이 공략을 못 하고 있었는데, 그 구간이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파훼하는 방법은 내가 직접 성공했었으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다만 진보미의 주술 실력을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었다.
마력탄이 방출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은 보이지 않는 투명한 결계 때문이었다.
열 걸음 정도 앞에 있는 결계가 방음을 확실하게 했기에 소리로는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신화 씨, 제가 도울게요.”
“응? 보미 씨는 위험해요. 슈트로는 저 마력탄 집중포화를 단 한 번도 견디기 힘들 겁니다.”
괜한 패기를 앞세우며 진보미가 나서려 하기에 그녀의 앞을 제지했다.
실력 발휘는 좋지만, 오만과 만용은 금물이다. 여기선 진짜 죽을 수도 있다.
한데 바로 그때.
“왜 견뎌요? ……안 맞으면 되잖아요? 제게는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 있는 걸요?”
그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