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2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22화(221/300)
제 222화
얼마 후.
우리는 공격에 유리한 포인트를 선점한 후, 제노스와의 전투에 임할 준비를 마쳤다.
원거리 지원이나 공격이 가능한 신부님, 한소준, 진보미와 달리.
내 옆에 바짝 붙어 있는 윤별이의 표정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도 이제는 A랭크의 각성자였다. 그만큼 해피콜라스가 가져다준 변화는 엄청났다.
“누나, 긴장되죠?”
“나야 후방 공격을 담당할 테니까 괜찮지만, 네가 괜찮을지 걱정돼.”
윤별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마치 천수관음을 연상케 하듯 여섯 개의 팔을 화려하게 뻗고 있는 제노스의 모습은 실로 위압적이었다.
전략적으로 버리는 팔 하나 없이, 여섯 개의 팔 모두가 위협적인 공격 옵션을 가지고 있어서다.
“누나, 저 강신화예요.”
“요즘 그 말을 자주 하는 것 같아. 지혁 오빠도 그러더라? 매번 주변에서 걱정할 때마다 신화가 자기 이름을 그렇게 강조한다고.”
“하하, 가장 명확한 이유가 되잖아요. 왜 자신이 있는지?”
“호호, 그렇긴 해. 그럼 내 본분에 최대한 충실해 볼게. 그래도 무리하다가 다치지 마, 알았지?”
“다치면 소준이가 목숨 걸고 치료해 줄 테고, 후방에는 누나가 있으니 걱정 안 합니다.”
“그냥 다치지 않겠다고 말해 줘.”
“그래요, 알았어요. 모두가 기분 좋게 받아 줄 수 있을 정도로만 다칠게요. 됐죠?”
“응, 됐어. 난 준비됐어. 전투가 시작되면 크게 회전하면서 후방으로 돌아갈게.”
“약속된 것 이상으로는 나서지 말아요. 누나가 노려야 할 것은 좌측 최상단의 팔이에요.”
“오케이.”
그렇게 최종 당부를 마친 다음, 성큼성큼 앞으로 나섰다.
-…….
전방의 제노스는 우리를 주시한 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여섯 개의 팔을 각각 두 개씩 한 쌍으로 맞춰 팔짱을 끼니, 그 모습이 사뭇 기괴했다.
등 뒤에서 이글거리며 피어오르는 붉은빛 기운에서는 짙은 살기가 묻어났다.
척. 척척.
스페셜 슈트의 가동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방금 소리가 들린 것은 허리 뒤쪽에 위치한 차원석 순환 활성 장치를 눌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 두면 차원석의 에너지 소모가 2배 이상 빨라지며, 기능이 극대화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만큼 차원석 에너지의 소모 속도가 빨라지고 자체 타임 어택이 걸린다.
-나는 신이다.
“신? X신 얘기하는 거야?”
뜬금없이 나를 지목하고 헛소리를 하는 제노스에게 헛웃음을 치며 받아쳤다.
-그동안 내 피를 끓어오르게 만들어 줄 놈이 없어서 매우 무료하던 차였다.
“하긴, 우리가 처음이지?”
지금껏 일라이저 그룹에서도 집중포화 구간을 통과하지 못해서 보스 공략이 안 됐던 던전이다.
그래서 내가 서둘러 왔던 것이기도 하고. 초월의 꽃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으니까.
벌써부터 꽃을 먹고 나서 일어날 변화를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이제는 긴 호흡의 싸움이다.
“간다!”
-갈가리 찢어서 죽여 주마!
드디어 전투가 시작됐다.
바로 블링크 링을 이용해서 제노스의 앞으로 붙었다.
진보미가 펼칠 수 있는 왜곡환진에 대해서는 별도 신호를 주기 전까지는 절대 쓰지 않도록 했다.
왜곡환진과의 연계를 회심의 일격의 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아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계획은 정공법이었다.
꾸드득. 꾸드득.
역시 바로 제노스의 발아래에 신부님이 펼친 ‘망자의 저주’가 생겨났다.
지면에서 솟아오른 망자의 어두운 팔들은 제노스의 두 다리를 꽉 움켜쥐며 둔화를 유발했다.
그리고.
“……!”
순간, 시야가 탁 트이는 느낌과 함께 기분 좋은 청량한 기운이 몸 전체를 감쌌다.
한소준이 지원한 각성 재능 중의 하나인 ‘대각성’이었다.
한소준의 마력과 연결된 한 명의 대상자에 한정해 각성의 효과를 200%까지 끌어올리는 특이한 재능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활용을 하고 싶어도 마력의 총량이 부족해서 손가락만 빨았던 기술인데.
이번에 랭크업을 하면서 한소준의 골머리를 앓게 했던 마력 문제가 해결됐다.
도핑에 각성까지 들어오자.
“뽕맛 죽이는데!”
덩달아 기분도 좋아졌다.
-죽여 주마.
바로 제노스의 팔이 움직였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검과 창을 각각 손에 쥐고 있는 맨 위의 팔이었다.
제노스가 여섯 개의 공격 옵션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모든 옵션을 쓰지는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제노스 스스로의 ‘연산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추측됐다.
아마 뇌 개변을 했다면, 여섯 갈래의 공격을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제노스는 주어진 능력에 비해 수행 능력이 떨어져서 그나마 우리가 대응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후웅! 후웅!
까앙! 쿠웅!
전광석화처럼 날아든 창과 검이 강철 강화로 변환시킨 몸에 부딪혀 불꽃을 일으켰다.
“시작부터 힘을 아끼냐?”
-제법이군.
“전력으로 싸우지 않고 여유 부렸다간 팔이 하나씩 잘려 나갈 거야. 제대로 싸워, X신.”
-뭐?
“아까 신이라며? 하는 짓이 영 병 걸린 신 같아서 X신이라고 부르는데 뭐 잘못됐어?”
-쳐죽일 놈!
‘얼굴만 보면 인자하고 자비로울 것 같은데, 생각보다 다혈질인 녀석이네.’
도발적인 멘트에 바로 날 선 반응을 보이는 제노스를 보며 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적의 입장에선 꿋꿋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상대보다는 감정적으로 휘말리는 상대가 훨씬 싸우기 수월하다.
물론 간혹 감정과 투지, 열정과 분노 등이 한데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낼 경우에는 더욱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내기도 하지만 말이다.
-살아 있는 지옥을 펼쳐 주마!
제노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녀석의 네 팔이 힘껏 펼쳐졌다.
그리고 손바닥을 중심으로 응축된 네 개의 마력구가 각각 속성의 색으로 빛나며 출발했다.
언뜻 보기에는 붉은빛, 푸른빛, 회색빛, 하얀빛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광경이지만.
저 마법에 아무런 방어 없이 피격을 당했다간 아무리 맷집이 좋아도 심각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후드드득! 후드드득!
그사이에 꾸준히 팀원들의 지원이 이어졌다.
신부님이 전개한 블러디 레인이 끊임없이 제노스의 몸을 적셨고.
화르르륵! 화륵!
-빌어먹을!
진보미가 펼친 ‘화식, 초열화’가 제노스의 손에서 출발하려던 화염구를 기폭제 삼아 폭발을 일으켰다.
상대의 불씨를 영악하게 가져다가 쓰는,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복장 터지는 응용술이었다.
샤아아!
그리고 제노스의 손에서 나머지 세 개의 마법 구체가 출발하려는 바로 그 순간.
타타타탓! 쇄애액!
타이밍을 맞춰 후방에서 접근한 윤별이가 제노스의 오른쪽 옆구리를 찌르며 지나갔다.
일점 타격.
그녀가 가진 다양한 공격 기술 중 상대적으로 좁은 부위에 극대화된 화력을 싣는 공격이었다.
-크아악!
제노스가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출발한 마법구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날아들었다.
다음 순간.
나는 움켜쥐고 있던 윌슨에 마력을 불어넣은 뒤, 박수를 치듯이 녀석을 세게 후려쳤다.
시잉잉!
그러자 윌슨 내부에서 밀려 나온 마력들이 고루 분산되며, 원형의 역장이 형성됐다.
여기에 아공간에서 꺼낸 실드 스톤을 겹쳐 세웠다.
실드 스톤.
죽은 정만춘에게서 빼앗은 아티팩트로, 활용한 마력에 정비례하게 전방을 방어하는 녀석이었다.
측면은 전혀 방어할 수 없는 전방형 방패지만, 방향만 잘 맞춘다면야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윌슨으로 형성한 역장에 덧대어 씌우니, 꽤 두터운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쿠웅! 쿠웅! 쿠웅!
“좋은데?”
이윽고 제노스의 마법 구체 세 개가 연달아 부딪혔지만, 실드 스톤의 역장이 무난하게 막아 냈다.
실드 스톤 하나만으로는 애매한 견적이었지만, 윌슨과 연계하니까 확실히 든든했다.
-잔재주가 좋군! 어디까지 막아 내는지 보자!
제노스가 곧바로 지면을 박차며 내게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너무 깔끔하게 마법을 막아 냈던 탓인지 더 이상 마법 공격이 불필요하다고 여긴 듯했다.
“전부 원거리 견제 조심!”
나는 미리 팀원에게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내게 바짝 붙어 근접전 형태로 공격을 퍼부으면서.
중간중간에 공백기를 이용해 팀원들에게 다양한 마법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제노스의 모든 공격 레퍼토리를 막고 차단할 수는 없기에 팀원들의 집중도 필수였다.
물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잘하겠지만!
잔소리처럼 말해 줘야 듣기 싫어서라도 한 번 더 고삐를 단단히 죄게 된다.
이것은 전생에 니콜라스의 지론(持論)이기도 했다.
쓴소리와 잔소리는 많이 할수록 좋다는 변태 같은 X.
그사이.
타타타탓! 푸욱!
-크아악!
팟! 팟! 팟!
제노스가 내게 정신이 팔린 틈을 노리고, 윤별이가 또 한 번 제노스의 허리춤을 찔렀다.
그리고 그녀 특유의 긴 보폭을 이용한 후방 이동을 통해, 신속하게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후웅!
뒤늦게 후방을 가르는 제노스의 검은 의미 없이 허공만 휘젓고 말 뿐이었다.
‘이제 좀 확실히 보이네.’
탐색전은 충분히 한 것 같았다.
나를 포함한 팀원들 역시 제노스의 공격과 방어 패턴을 보면서 감을 잡은 듯했다.
다들 알아서 위치를 재조정하면서 좀 더 유리한 포인트를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노스와 전력으로 싸우고,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이 있다면 이번 전투에서 모조리 교정해야 한다.’
나는 방향성도 확실히 잡았다.
이번 미국 투어가 끝나고 나면, 바로 시크릿 던전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컸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아가우트의 의지를 통해서 나와 나스 대륙이 연결되었을 때.
나스 대륙으로 넘어가서 레체로와 바로 싸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즉, 생각지도 않은 형태로 언제든 레체로와 마주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제노스와의 전투는 매우 중요한 일전임과 동시에 내 한계를 테스트할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이 던전을 공략하고 순회를 돌 다른 던전들은 이곳보다는 난이도가 더 낮기 때문이다.
“제노스, 남기고 싶은 유언은?”
꾸욱. 꾸우우욱.
제노스를 한껏 도발하며 느슨했던 몸의 개변 상태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근육이 우람하게 부풀어 올랐지만, 스페셜 슈트의 탁월한 내구성과 신축성은 몸의 급격한 변화를 가볍게 소화해 냈다.
-수컷들은 모조리 죽이고, 암컷들은 취하겠다.
“정말로 끔찍한 발언이네. 좋아, 잘 들었다. 나중에 지금 아무 말도 안 한 걸 후회하게 될 거다.”
-나는 신이라고 했다!
“하, 저 X신 XX.”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제노스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제 싸움 중간의 여유나 휴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핑이나 각성 효과는 무한대가 아니고, 극도의 긴장 상태라 체력의 손실도 커질 터.
전투가 길어져서 좋을 것은 없었다.
오히려 단기간에 화력을 퍼부어 제노스가 내 레퍼토리를 읽기 전에 죽이는 편이 백배 낫다.
‘초월의 꽃! 정말…… 미치도록 갖고 싶다!’
제노스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육체 개변의 마지막 퍼즐을 제공할 녀석이 내 눈앞에서 보란 듯이 ‘파닥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