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2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23화(222/300)
제 223화
얼마 후.
‘투신의 강림인가……?’
제노스는 신화와 정신없이 주고받은 공방전 속에서 느꼈던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무리 밀어내려고 해도 밀리지 않고 꼿꼿한 대나무처럼 버티는 신화의 방어력 때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공격 또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빠르고 거칠었다.
공수의 전환이 순식간에 이뤄지고, 양쪽 모두 빈틈이 없으니 제노스로서는 영 죽을 맛이었다.
‘다른 인간 동료를 마치 자신의 수족처럼 완벽하게 부리는군. 그와 동시에 내 동선을 극단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제노스는 혀를 내둘렀다.
이유인즉, 후방의 윤별이를 비롯해서 다른 팀원들을 제노스가 몇 번이고 직접 노리려 했지만.
신화가 악착같이 앞을 가로막은 탓에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마법으로 견제하는 것은 확실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의 가까운 거리를 내주지도 않았다.
‘까다롭군…….’
제노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신화가 ‘블링크 링’과 ‘인비저블 링’을 번갈아 활용하는 전략에 넘어가 너무 많은 유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블링크 링을 이용해 제노스의 앞뒤로 움직이길 반복하면서 그의 시야를 계속 교란시켰고.
인비저블 링을 이용해서 구현한 투명화 덕분에 신화의 위치를 놓칠 때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이는 탐색전에서 제노스가 적의 움직임을 오로지 ‘시각’에만 의존해 좇는다는 것을 알고 던진 노림수였다.
보통 시각 외에도 기감이라든가 후각과 같은 별도의 방법으로 은신한 적을 감지하기 마련이지만.
제노스는 은신 감지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던 것이다.
신화는 전투 중 발견한 제노스의 빈틈을 절대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이용했다.
당하는 입장에선 약이 오르지만 그렇다고 변화를 줄 뾰족한 수가 없었다.
뚝뚝. 뚝뚝.
전투 시작 전만 해도 쌩쌩하기 그지없었던 여섯 개의 팔.
하지만 지금은 세 개의 팔에서 굵은 핏방울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저것은 후방 기습을 통해 윤별이가 만들어 놓고 간 상처였다.
그녀의 모든 단검 공격에는 ‘고통의 상흔’이라는 특수 효과가 존재했다.
재생이나 치유를 막지는 못하지만, 지혈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처음에 상처가 한두 개일 때는 문제 될 것이 없었지만.
허리나 옆구리 등에도 상처가 제법 생겨나면서 출혈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내가 너무 인간을 얕봤군. 특히 대장 놈.’
제노스가 신화를 응시하며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처음에는 적당히 시간을 끌면서 신화 일행을 각개격파하려고 했지만, 노림수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
이 다섯 일원의 중심점이자 컨트롤 타워로 보이는 신화를 전력을 다해 박살 내는 것뿐이었다.
기둥이 될 철골이 무너지면 버틸 수 있는 건물이 없듯, 팀의 근간을 무너뜨리기로 한 것이다.
-흐으으읍!
마지막 결심을 마친 제노스는 전신에 힘을 바짝 불어넣으며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방금까지 꿈틀거리던 여섯 개의 팔이 마치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듯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리고 새 팔이 돋아났다.
‘시작이네.’
제노스의 변화를 확인한 신화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자신이 설계해 놓은 판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신화는 전투 내내 제노스가 한 차례 ‘각성 변이’를 일으키길 기다리고 있었다.
각성 변이를 하면 새로운 신체를 획득하면서 몸의 움직임이 비약적으로 빨라지지만.
그런 반면에 내구성과 방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즉 얻는 만큼 잃는 것이 있는 셈.
“…….”
신화가 조용히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진보미와 눈을 마주쳤고, 앞서 약속했던 신호가 빠르게 오갔다.
짧게만 합을 맞췄던 부분이기는 하지만, 신화는 그간 진보미가 보여 준 실력을 믿었다.
그녀 역시 한소준, 최지혁 못지않게 팀원의 움직임을 꼼꼼히 연구하고 지원하는 데 특화된 각성자였다.
연계의 만족도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최소한 95점은 줄 수 있을 만큼 실력이 있었다.
상대가 방어력을 버리고 공격력을 얻은 만큼, 약점을 분쇄하려면 파괴적인 맹공은 필수였다.
“후우.”
모두 내려놨다.
신화 역시 방어할 생각은 포기하고, 체력 회복에 대한 부분은 한소준에게 맡기기로 했다.
적에게 한 번 할퀴이면 자신은 두 번 할퀴어 되돌려 주면 되는 것이기에.
“간다!”
다시 제노스에게 쇄도했다.
초월 가속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려 질주하는 신화는 전광석화처럼 빨랐다.
한데 바로 그때.
-가소…….
제노스가 신화의 동선을 완벽하게 읽어 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려던 바로 그 순간.
파앗!
신화가 바로 코앞에 나타났다.
진보미의 왜곡환진과 연계해 만들어 낸 기습적인 노림수였다.
“롭네!”
푸우욱!
-크아아악!
제노스가 미처 끝맺지 못한 뒷말을 완성한 신화는 날카롭게 변형된 오른팔의 검을 그에게 찔러 넣었다.
그러나 제노스가 순발력 있게 피하는 바람에 심장을 뚫진 못하고, 대신 하복부에 15cm가량의 자상을 입혔다.
쉬이익! 쉬익!
제노스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 와중에 검과 창을 휘둘러 신화에게 역공을 가하려고 했지만.
스으윽!
뒷걸음질로 빠르게 왜곡환진을 이용해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뒤늦게 결계를 발견한 제노스가 그곳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후웅!
그러나 이미 닫혀 버린 왜곡환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공허하게 허공만 뚫었다.
-쳇!
바로 그때.
위이잉!
다시 왜곡환진이 열렸다.
한 차례의 공격이 엇나간 상황이었기에 제노스의 무게중심은 무너져 있는 상태였다.
다음 순간.
우우웅!
-……!
제노스는 두 눈을 의심했다.
이번에는 열린 결계를 통해 윌슨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고 대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싶을 정도로 윌슨이 바로 그의 코앞까지 날아왔다는 사실이다.
-씨X…….
욕이 절로 나오는 것은 제노스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었다.
우드드득!
누가 들어도 뼈가 으스러지는 게 분명한 소리가 났다.
쉬이이잉!
굉음을 내면서 제노스의 얼굴과 부딪힌 윌슨은 제노스의 코와 턱뼈를 완전히 짓눌러 버렸다.
-커헉…….
제노스가 콧물과 침을 질질 흘리며, 아픈 얼굴을 부여잡고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시원하게 한 방을 먹인 윌슨은 기분 나쁜 바람 소리를 내며, 결계를 통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힘겹게 제노스가 전방을 응시했을 때, 결계는 또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분명 신화와의 거리가 수십 미터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왜곡환진을 이용한 연계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바로 그때.
타타탓!
이번에는 정공법을 택하기로 했는지, 신화가 정면에서 ‘정직하게’ 질주하며 쇄도하기 시작했다.
기세등등했지만, 제노스의 눈에는 신화에게 반격할 틈이 충분히 보이는 쇄도였다.
우웅! 우웅!
결단을 내린 제노스의 팔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속성 마법을 발현하는 네 개의 팔이 일제히 신화에게 향하며, 마력을 대폭 응축한 것이다.
한 번에 고화력의 마법을 전개해서 신화를 한 차례 방어하도록 유도한 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검격과 창격으로 괴롭힐 생각이었다.
한 차례의 각성 변이로 신체 능력이 오른 자신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노림수였다.
콰과과과과!
굉음을 내며 마법이 날아왔다.
거대한 마법 구체의 크기만 봐도 신화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공격이었다.
“…….”
신화는 어떤 반응도, 표현도 없이 정직하게 제노스를 향해 돌격하는 중이었다.
‘오만한 인간.’
제노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앞서의 노림수가 성공했다고 해서 자신이 당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그 정도로 자신은 바보가 아니다!
하지만.
-……?
제노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더 이상 뒤가 없다는 듯 달려들던 신화가 갑자기 제자리에 멈추더니, 그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그 대신 신화가 있던 자리에 타원형 모양의 결계가 생겨났다.
이번에도 진보미가 펼친 왜곡환진이었다.
슈우우욱!
이윽고 왜곡환진의 결계 안쪽으로 제노스가 펼친 마법이 깔끔하게 빨려들어 갔다.
최악의 상황은 그다음에 바로 벌어졌다.
콰콰콰콰쾅!
-크아악!
어찌 손을 쓸 새도 없이 안으로 파고들어 간 마법 구체가 제노스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진보미가 왜곡환진의 입구와 출구를 각각 신화의 앞과 제노스의 머리 뒤로 설계했던 것이다.
그리고 ‘미끼’의 역할을 한 신화는 아주 맛깔나게 제노스의 공격을 유도한 것이었다.
화력을 대폭 늘려 펼친 일격이었기에 무방비 상태에서 뒤를 강타당한 제노스의 충격은 컸다.
푸우욱!
귀찮게 계속해서 후방을 괴롭혔던 윤별이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번에는 제노스의 옆구리에 아예 깊숙하게 단검을 찔러 넣었다.
마비 독이 잔뜩 묻은 단검으로 이것을 빼낸다고 해도, 마비 효과는 여전히 남는 치명적인 암수였다.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제노스가 우왕좌왕하는 틈을 노린 연계 공격이 이어졌다.
화륵. 화륵. 화르르륵.
퍼엉! 퍼엉! 퍼어어엉!
진보미의 화염계 주술 중 하나인 ‘화식, 폭류화’에 의한 화염 폭발이 일어났다.
-크어어억!
가뜩이나 자기의 마법에 두들겨 맞아, 만신창이가 된 제노스의 등판에 불꽃이 떨어지자.
참을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신화가 공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바로 그때.
“여길 못 보네.”
제노스는 싸늘하게 깔리는 신화의 말을 듣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푸욱!
어디서 어떻게 펼쳐진 것인지도 알 수 없는 검격이 그대로 제노스의 정수리를 뚫었다.
신화가 나타난 곳은 전방도, 후방도 아닌 바로 제노스의 머리 위였다.
진보미가 또 한 번 펼쳐 낸 왜곡환진이 예상 밖의 위치에서 신화가 나타나도록 만들었다.
이 위치는 전방 공격에 용이하게 꺾인 검과 창을 든 양팔이 커버하기에도 어려운 위치였다.
하지만 두꺼운 외피와 뼈를 가진 제노스답게 정수리 두피 일부만 뚫렸고, 내부는 무사했다.
그래서 빠르게 수습하고 반격을 가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시간을 주겠냐?”
-끄으! 끄으! 끄아아아!
신화는 제노스에게 찰나의 여유도 주지 않고 공격을 이어 갔다.
정수리를 꿰뚫고 들어간 오른팔의 검을 중심으로 몸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초월 가속을 전개했다.
비유하자면, 살아 있는 인간 드릴이 된 셈이었다.
팽이처럼 신화의 몸이 회전하기 시작하자.
고열과 연기가 발생함과 동시에 두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검날이 쭉쭉 안으로 파고들어 갔다.
드드득! 서거걱! 서걱!
버텨 낼 수 있는 한계점이 지나자, 순식간에 무너진 뼈와 살점이 사이좋게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몸이 회전하고 또 회전했지만, 이 정도는 신화에게 전혀 어지럽지 않았다.
“와…….”
“살인 병기를 보는 것 같아.”
“……이렇게 우악하고 잔혹하게 보스 몬스터를 죽이는 각성자가 세상에 존재할까?”
팀원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루한 공방전이나 구식 인해전술로 보스 몬스터를 지지부진하게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노림수와 유인, 완벽한 설계로 깔끔하게 보스 몬스터를 잡는 현장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