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24)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24화(223/300)
제 224화
-커컥! 컥! 커걱…….
살아 있는 인간 드릴이 되어 정수리부터 뚫고 들어간 변칙 공격을 보란 듯이 성공했다.
나 혼자만의 성과는 아니었다.
진보미의 왜곡환진과의 연계가 정말 환상적이었고, 신부님의 방깎 디버프 중첩도 너무 좋았다.
그런 가운데 내가 작정하고 검날로 뚫고 들어가니, 제아무리 제노스라고 한들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대개 각성자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보스 몬스터를 공략할 때.
절대 무리하지 말고,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며 차근차근 체력을 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반은 맞았지만, 반은 틀렸다.
강한 체력에 비해 순발력과 대응력이 좀 떨어지는 보스 몬스터라면 정공법도 잘 통하기는 한다.
하지만 변수 창출에 능하고, 자체적으로 학습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몬스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투가 길어질수록 위험 요소를 학습하여 줄이면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수정’을 해서다.
내가 판단한 제노스는 후자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런 노림수를 꾀한 것이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었다.
제노스가 접근 루트를 예상했다면, 오히려 역으로 붙잡혀 중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녀석의 여섯 팔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병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스페셜 슈트를 입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숨에 넝마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위험성을 고려하고서라도 승산이 있다고 여겼기에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대성공.
정수리부터 시작해서 뇌부 전체가 완전히 갈린 제노스는 신음만 몇 번 토해 내고는 그대로 죽어 버렸다.
까뒤집은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녀석의 최후를 더욱 애처롭게 만들 뿐이었다.
“후아, 하아아.”
쿵! 털썩!
나보다 더 전투에 집중했던 동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흙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모두들 단기간에 극도의 집중을 한 탓인지 낯빛이 좋지 않아 보였다.
체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보스 몬스터의 일격에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극한의 긴장 속에서는 정신이 금방 지치기 때문이다.
흔히 심력이 소모된다는 표현은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상황이 해결되고 나니 몸 전체의 긴장이 쭉 풀리면서 축 늘어지게 된다.
소위 말해 ‘현자 타임’이 온 것처럼 말이다. 이는 비단 동료들뿐 아니라, 나 역시 똑같이 겪는 현상이다.
동료들이 쉬는 동안.
“내놔라, 초월의 꽃.”
나는 싸늘하게 식어 가는 제노스의 멱살을 움켜쥐고, 오아시스를 갈구하는 사막의 여행자처럼 채근했다.
물론 죽은 자는 말이 없었지만.
바로 그때.
“오…….”
죽은 제노스의 심장 언저리에서 꽃 하나가 불쑥 솟아올랐다.
앞서 먹은 적이 있는 초월의 꽃과 똑같이 생긴 녀석이었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기에 바로 꽃을 입에 털어 넣었다.
던전 공략 시 나오는 모든 꽃의 소유권에 대해선 전적으로 내 것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그래서 동료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오물오물. 냠냠.
초월의 꽃은 감미로운 달콤함이 느껴지는 초콜릿처럼 입속에서 사르르 녹아들었다.
예전에 먹은 초월의 꽃은 시큼한 레몬 맛이었는데, 이번 녀석은 또 맛이 달랐다.
꽃을 먹는 것은 늘 그렇지만, 정말 짜릿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다른 각성자와 완벽하게 차별화되는 능력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평범한 일반인이 각성자가 되는 것도 마치 바늘구멍 같은 1%의 선택을 받아야 하지만.
그 각성자들이 평생 꽃을 하나라도 먹을 확률은 무려 0.01%에 수렴한다.
대한민국의 총인구를 5천만이라고 가정한다면, 각성자는 50만 명 남짓 되고.
그중에 단 50명만 꽃 맛을 보는 것이다. 문제는 50명이 획득한 꽃도 전부 유용하진 않다는 점이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소화의 꽃’ 같은 것도 존재한다.
어떤 재능을 주냐고?
쾌변의 재능을 준다.
말 그대로 평생 변비에 걸리지 않고 튼튼한 대장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꽃이다.
이런 ‘꽝’에 가까운 꽃도 존재하기 때문에 초월의 꽃이 갖는 가치가 아주 크게 느껴질 수밖에.
꿀꺽-.
이윽고 완벽하게 녹아 버린 초월의 꽃이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넘어가는 순간.
“아……!”
전신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쾌감과 희열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눈을 까뒤집었다.
극치감이 느껴질 때, 거부할 수 없을 위력으로 분출되는 육체적인 반응이었다.
“온다.”
최대한 담백하게 느낌을 말하려고 했지만, 벌써부터 온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기존에 내 몸에 잠재되어 있던 초월의 꽃 두 개의 기운이 합쳐지면서 연쇄반응이 일어나서다.
이미 머릿속, 그러니까 뇌 쪽에서는 폭죽이 연신 터지는 것 같은 격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누가 말한 것도, 들은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바로 지금이 ‘타이밍’임을 느꼈다.
뇌 개변에 돌입했다.
어차피 초월의 꽃만 먹으면 뇌 개변의 성공 확률은 100%다.
물론 성공할 확률이 100%라는 것이 뇌의 활성화가 최대치로 되는 것은 아니다.
즉, 세심하게 마력을 다루면서.
정말 뇌 주름마다 개변으로 획득한 각성의 기운을 밀어 넣는다는 개념으로 임해야 한다.
이미 뇌 개변에 대해서는 팀원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언질을 해 둔 상태.
내가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들이 곁에서 집중을 방해하거나 어지럽히지는 않을 것이다.
집중, 집중, 또 집중.
지금까지 내 몸에 일어난 모든 개변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개변이 일어나고 있기에.
나는 단 한순간도 다른 데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뇌 개변에만 집중했다.
“아…….”
뇌 전체에서 탄산이 톡톡 터지는 느낌이 들며, 정말 참을 수 없는 쾌감이 몰려왔다.
그것은 몸을 움찔거리게 만들 정도로 강렬했는데, 나는 역설적으로 그 쾌감을 무시했다.
함정 신호다.
이 쾌감에 취해 쾌감 자체에 몰입을 하면, 그 시간만큼은 개변에 대한 집중을 놓치기 때문이다.
이래서 전생에도 뇌 개변은 내게 무척 어려운 과제였다.
옆에서 니콜라스가 수십 번도 넘게 보조를 해 줬고, 심지어 하다가 위험에 빠져 백치가 될 뻔했던 적도 있었다. 아슬아슬한 경험이 많았다.
“…….”
한바탕 쾌감의 폭풍이 휘몰아친 이후, 바로 찾아온 고요함을 힘껏 붙들었다.
“크윽.”
그러자 이번에는 일반적인 편두통의 5배 정도 되는 강도의 고통과 함께 새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전생, 현생을 모두 아우르는 수많은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경험이었다.
선명한 장면들.
거기서 나를 바로 잡아끈 것은 2010년의 대격변 당시 사별을 해야 했던 부모님의 모습이었다.
‘은퇴하면 납골당에 있는 부모님의 유골함도 함께 섬에 모시자. 때늦은 효도이기는 하지만…….’
문득 든 생각을 명확히 했다.
계속 지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내 두뇌가 절대 잊어선 안 될 일들을 다시금 짚어 주는 듯했다.
특히 한소준과 신부님의 최후의 모습도 떠올랐다.
둘 다, 내가 보는 앞에서 운명을 달리했던 동료인 만큼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지만.
같은 실수와 비극을 절대 반복하지 말라고, 뇌가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것 같았다.
‘전생에는 2029년 처음 초월의 꽃을 먹었고 이후 10년이 훌쩍 지나고서야 겨우 뇌 개변에 성공했는데, 현생은 2개월 컷이네.’
전생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변화에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휘몰아친 기억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톡톡 튀는 청명한 기운만이 남았다.
‘이거구나!’
이것이 개변으로 생겨난 특수한 기운임을 알아차리고는 의식적으로 머리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뇌의 개변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었다.
개변 과정 동안, 내게 일어난 급격한 변화나 충격에 반응하지 않은 덕분인지.
머릿속이 상쾌한 느낌과 더불어 당장 하늘로 훨훨 날아오를 것만 같은 가벼움으로 가득 찼다.
뇌의 모든 부위가 세포 단위로 알알이 터지는 것처럼 저마다 존재감을 뽐냈다.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여태껏 고생해 왔던 뇌가 한 차례 환골탈태를 하고, 완벽히 새로운 형태로 거듭났음을.
다음 순간.
하늘을 여기저기 수놓고 있는 수많은 뭉게구름.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셀 수 없이 많은 낙엽까지.
모든 것이 내 시야에 완벽하게 들어왔다. 단 하나도 허투루 놓침이 없는 절대 집중이었다.
분명 나는 동시에 많은 것을 보고 있었지만, 그 어떤 움직임도 놓치지 않았다.
구름과 수많은 낙엽의 이동 경로가 굳이 누가 말하거나 계산해 주지 않아도 훤히 보였다.
다중 연산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애써 고생하려 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예측됐다.
심지어 곁을 스치고 지나간 바람이 시야에 보이는 낙엽에 어떤 변화를 줄지도 예측됐다.
아니나 다를까, 눈앞의 현실은 계산한 그대로 변수 없이 흘러갔다.
“개변의 끝을…… 봤어.”
가슴이 쿵쾅거렸다.
개변의 끝판왕과도 같았던 뇌 개변이 확실히 끝났다.
이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중 연산이 가능해진 나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갖게 됐다.
애초에 개변으로 변화시켜 둔 시각, 후각, 청각 등과 연계될 폭발력을 생각하면 기대가 더 컸다.
개변된 감각들이 정보를 빠르게 수집할 것이고, 개변된 뇌는 처리를 초고속으로 해낼 것이기에.
팀원들을 살폈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과의 거리가 바로 가늠됐다.
게다가 내가 초월 가속을 이용해 접근했을 때, 얼마만큼의 시간에 도달할 수 있는지도 계산됐다.
누가 직접 연산을 해서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예측이 됐다.
이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살아 있는 인간 슈퍼컴퓨터가 된 셈이었다. 로봇이라고 할까?
‘육체 개변은 끝났다.’
단언할 수 있었다.
전생에 개변의 끝을 본 당사자이기에 더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선언이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의 마음은 지금 같지 않았다.
지금은 대단히 뿌듯하고 완벽한 끝에 도달했다는 성취감에 기쁘고 만족스러웠지만.
전생에 개변의 끝을 보았던 나는 무척 혼란스러워했다.
이런 내 모습이 순수한 인간이 아니라 개변이라는 재능에 잠식되어 버린 괴물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계산하고 해석해야 할 데이터처럼 보이는 부분들이 견디기 힘들었었다.
잠시 나인 로드를 탈퇴해서, 홀로 시골에 파묻혀 살았던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때는 어린아이처럼 겁도 많았고, 가끔 스스로에게 혐오감을 느낄 때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완전체로 거듭난 내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레체로? 사도들? 이제 전부 다 덤벼라. 완전체가 된 나를 상대로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자신감도 충만해졌다.
“후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노스에게서 얻은 차원석이야 이제 차근차근 분배하면 될 문제.
이 던전에서의 볼일은 끝났다.
남은 것은 밖으로 나가서, 나와 팀원들의 마력 증진에 도움이 될 던전 투어를 도는 것이다.
“자, 다들 마무리합시다!”
팀원들을 불렀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던전을 나설 시간이었다.
이것으로 일라이저와의 인연이 나에게 꼭 필요했던 이유도 완벽하게 사라졌다.
놈의 이용 가치는 끝났다.
이젠 쓸모없는 쭉정이일 뿐.
일정에 준비된 던전을 모두 공략하고 일라이저와 미련 없이 ‘손절’하면 되는 셈이다.
그렇게 던전을 완벽하게 공략한 이후, 시간은 유수와도 같이 흘러.
어느새 5일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