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25)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25화(224/300)
제 225화
파죽지세로 신화 일행이 던전을 공략하고 있는 동안.
그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 들은 일라이저와 벨릭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스터, 대단하군요. U-1224도 강신화가 공략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내부 집중포화 구간을 액체화 재능으로 통과했겠지.”
“어떤 보상을 얻었을까요?”
“꽃을 획득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녀석이 굳이 알려 줄 것 같지는 않군.”
“이제 마지막 리스트에 올라온 던전의 공략이 끝나겠군요. 참 대단한 녀석입니다.”
“괜히 아일라가 군침을 흘리는 게 아니야. 그 X과 필요해서 협력하고는 있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어서 영 신경이 쓰이는군.”
“아일라와 협력 관계는 계속 이어 가실 예정입니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라도, 일단 지금은 확실하게 적군과 아군을 구별해 둘 필요는 있잖아.”
일라이저가 가늘게 눈을 떴다.
나스 대륙에서 지구로 넘어온 사도는 총 다섯. 하지만 일라이저가 아는 사도는 한 명뿐이었다.
바로 아일라 블란쳇.
그녀를 제외하면 나머지 세 사도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물론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사도들은 레체로의 총애(寵愛)를 갈구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훗날 나스 대륙과 지구가 연결되었을 때.
저마다 지구에서 최대한의 지분을 차지해 레체로에게 확실한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이다.
‘너희 중에 선택된 한 명에게만 내가 가진 어둠의 힘 중 일부를 나누어 줄 것이다.’
다섯의 사도를 지구로 파견하기 전에 남겼던 레체로의 이 말이 아주 큰 불씨가 됐다.
물론 서로가 경쟁 관계에 서게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적정선까지는 서로 힘을 합치며 공생하는 관계를 만들 것이라고 일라이저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구로 넘어온 다섯 사도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종적을 감추었고, 과거를 지웠다.
얼굴을 바꾸고, 목소리를 고치고, 새로운 삶을 조작해 냄으로써 자신의 흔적을 지운 것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일라이저나 아일라나 다른 사도들의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딱히 불안하거나 걱정되지는 않았다.
애초에 사도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도 지구의 일반인이나 각성자들은 전혀 알지 못할 테니까.
앞으로도 영원히 알지 못할 터였다. 운명의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리벤저스의 리더, 리베인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 녀석도 사도일 가능성이 있는데요.”
“나도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닌데……. 녀석은 워낙 위장에 능하다 보니 얼굴을 본 적도 없지.”
“그렇긴 합니다. 그렇다면 WSA의 대행이 된 조나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스터?”
“예전에 던전 협력 건으로 잠깐 만났던 적이 있어. 그런데 암흑 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의식만 하고 있다면 암흑 기를 숨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잖습니까?”
“내가 의도적으로 암흑 기를 노출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어. 놈은 아닐 거다.”
일라이저와 벨릭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계속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들 중에는 리베인처럼 진짜 사도를 제대로 짚기도 했고.
조나스나 토시오처럼 엉뚱한 사람을 후보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도와 사도 사이의 연결 고리가 전혀 없다고 단언해도 될 정도로 그들은 단절되어 있었다.
“레체로 님께서는 이것까지 다 예상하시고 우리를 보내신 것일까 싶군. 우리 사도들의 힘만 하나로 합쳐도, 더 확실하게 주류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할 텐데…….”
일라이저는 그 점이 아쉬웠다.
아일라를 제외한 다른 세 명의 사도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이유는 단순하다고 봤다.
다른 사도를 믿지 못하고, 자신들이 견제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아일라도 일라이저와 협력을 논의할 때, 절대 ‘손해’를 보지 않으려 더욱 악착같이 굴기도 했다.
그것은 사실 일라이저도 마찬가지여서, 아일라와는 얕은 동료 의식만을 공유하고 있을 뿐.
마음을 툭 터놓고 협력하는 관계를 맺지는 못하고 있었다.
“답답하군.”
소통과 교류의 부재.
일라이저가 현재 가장 답답해하고 있는 것은 다섯 사도의 문제였다.
* * *
같은 시각.
“마무리는 내가 할 테니까 모두 물러서요!”
신화는 이번에 일라이저의 협조로 리스트에 넣었던 마지막 던전의 보스를 공략 중이었다.
5일 전부터 지금까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던전 공략에만 매진해 온 강행군이었다.
심지어 세 끼의 식사도 던전 안을 이동하면서 해결할 만큼, 시간을 극도로 아껴 썼다.
신화는 팀원들이 지치거나 낙오할까 봐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잠깐 쉬었다가 가겠냐고 묻는 신화를 향해 손사래를 치며, 전진을 재촉했던 것이다.
던전을 공략하는 동안에 거듭된 성장을 경험하면서 랭크가 또 한 번 올랐다.
물론 해피콜라스를 먹었을 때와 달리 같은 랭크 안에서 단계가 변하는 정도의 상승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모두가 체감하는 성장의 효과는 컸다.
애초에 단계가 올라가는 과정도 최소 ‘연’ 단위로 잡을 만큼 긴 과정이기 때문이다.
진보미 SS-, 한소준 SS-.
윤별이 A+, 최지혁 A+.
신화가 준비한 대로 마력 증가 특전을 남김없이 챙긴 네 사람.
그들의 랭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물론 그것은 신화도 마찬가지여서 신화는 이제 SS+랭크가 됐다.
‘이제 SSS랭크급 미만의 던전에서 챙길 수 있는 마력 증가 특전은 끝났네. 남은 특전은 전부 EX랭크의 던전에 있고.’
신화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SS+랭크가 되자 SSS랭크의 세계가 바로 코앞인 듯하여 욕심이 났다.
어쨌든 이제는 EX랭크급의 던전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스펙이 갖춰졌다.
한편, 신화가 보스 몬스터를 향해 너무 가까이 접근하자, 최지혁이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화야, 보조하지 마?”
“마음만 먹으면 이 녀석을 죽이는 건 금방이에요! 그런데 실험을 좀 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알았어!”
신화의 말에 모두가 충분한 거리를 두고 뒤로 물러섰다.
던전의 수준 자체는 SS랭크였기 때문에 앞서 공략했던 던전보다 수준은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신화가 솔로 플레이를 요청한 것은.
보스 몬스터가 뇌 개변의 상태를 실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타트라 넥스(Tatra Nex).
약칭 ‘타넥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 보스 몬스터는 강화형 합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골렘이었다.
강철보다 훨씬 단단하기에 쉽게 찌그러지지도 않고, 찌그러진다고 해도 빠르게 복구됐다.
타트라 넥스는 우람하게 생긴 외형과는 달리.
육탄전으로 싸우지 않고, 몸체 곳곳에 달린 포문을 통해 마력탄을 발사하는 원거리형이었다.
워낙 포문의 개수가 많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마력탄 총 개수가 무려 30개에 달했다.
게다가 경로의 설정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녀석을 잘 모르는 각성자에게는 매우 까다로운 적이었다.
-침입자 감지. 침입자 감지.
-포문 전체 개방.
신화의 위치를 확인한 타넥스가 바로 마력탄을 발사할 준비를 마쳤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골렘답게 각각의 포문이 미세 조정을 거치면서 신화를 향해 방향을 잡았다.
“…….”
사실 지금 신화의 경지라면 타넥스를 순식간에 폐기물 덩어리로 만들 수 있었다.
다만 테스트를 위해 살려 두고 있을 뿐이다. 즉, 강자의 뻔뻔하고도 이유 있는 여유인 셈이다.
다음 순간.
위이잉! 위이잉!
포문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응축된 마력탄이 여기저기서 방출되기 시작했다.
“와……!”
동시에 최지혁을 위시한 팀원들이 일제히 탄성을 터뜨렸다.
타넥스에게서 쏟아져 나온 마력탄의 개수가 최대치인 30개에 달했기 때문이다.
형형색색의 마력탄은 고유의 색깔만으로도 시선을 교란하는 효과가 있었다.
화려하고 예쁜 빛깔을 가진 탓에 위험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잃는 것이다.
“모르겠어…….”
진보미가 솔직하게 말했다.
만약 자신이 저 마력탄을 마주하게 된다면, 두 눈 질끈 감고 운명에 모든 것을 맡길 것 같았다.
“형님이 왜 피하지 않는 걸까요? 그냥 편하게 액체화 재능으로 받아 내려고 하는 걸까요?”
“그건 실험이 아니잖아. 한두 번 써 본 재능도 아닌데 굳이 여기서 뭐 하러 또 실험을 하겠어?”
한소준의 말에 윤별이가 핵심을 짚었다.
그녀는 신화가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뭔가 새로이 획득한 재능이나 개변이 있음을 직감했다.
신화가 진지하게 실험을 할 때는 새로운 재능이나 아티팩트를 얻었을 때였기 때문이다.
눈썰미 좋은 그녀는 제노스의 공략 후 신화가 꽃을 먹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들 지쳐 쓰러져 쉬고 있었던 시간에 벌어진 일이지만.
항상 신화의 움직임을 꼼꼼하고 세심하게 좇는 윤별이는 다 지켜본 상태였다.
모두의 시선이 신화에게 집중됐다.
마력탄이 지근거리까지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신화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준비 시간이 필요한 액체화 재능도 전혀 구현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바로 그때.
“헐……?”
안경까지 착용해 가면서 유심히 지켜보던 한소준이 가장 먼저 탄성을 터뜨렸다.
이어서 최지혁, 윤별이, 진보미 할 것 없이 놀란 표정과 함께 탄성을 내질렀다.
이유인즉, 신화가 반경 1m도 안 되는 범위 안에서 전후좌우로 몸을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손쉽게 마력탄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부산하게 날뛰지도 않았고, 쉴드 스톤 따위를 이용해서 거창하게 막지도 않았다.
편하게 상공을 바라본 상태에서 몇 발자국 스텝을 밟는 것만으로 너무 쉽게 피해 냈다.
나머지 네 사람의 눈에는 어지러이 쏟아지는 빗줄기처럼 경로를 전혀 추적할 수 없었지만!
신화는 양손으로 뒷짐을 진 채 아주 편하게 ‘보고’ 피했다.
감이나 예측 따위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그대로 경로를 계산해서 ‘알고’ 피한 것이다.
쿠웅! 쿠웅! 쿠쿠쿵!
순식간에 서른에 달하는 마력탄이 신화의 목숨을 노렸지만, 전부 애먼 지면만 두드려 댔다.
신화의 옷깃 하나, 머리카락 하나 스치지 못한 타넥스의 마력탄의 끝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대상, 전혀 피격되지 않음.
-포문 조정. 출력 최대화.
-다연발 마력탄 발사.
방금의 공격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타넥스는 마력탄 발사량을 세 배로 늘렸다.
“……설마 이것도?”
한소준의 눈동자에 물음표가 잔뜩 찍혔다.
상공에 무려 아흔 개에 달하는 점이 생겨나며 쏟아진 이 공격은 절대 피할 수 없을 듯했다.
설령 경로를 일일이 다 알려 주고 그려 준다고 해도 절대 피할 수 없을 만큼 수가 많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팟! 파팟! 팟! 팟!
신화는 그저 절도 있게 끊어서 가볍게 네 번만 움직였다.
그 어떤 방어나 대응형 재능을 사용하지 않은 ‘단순 회피’였다.
그런데.
콰콰쾅! 콰콰쾅! 쾅!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쏟아진 마력탄은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신화에게 작은 생채기도 입히지 못하고 덧없이 땅만 두드렸다.
-대상, 피격이 가능한 경우의 수가 연산되지 않음.
-모의 승률 0%. 전략적 우선에 따라 회피 기동을 실시.
쿵쿵쿵! 쿵쿵쿵!
갑자기 타넥스가 후다닥 고개를 돌려서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0%라는 확률 계산에 압도된 보스 몬스터가 난생처음 보이는 경악스러운 도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