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3화(22/300)
제 23화
5분 후.
“케헤에에엑.”
“끄엑.”
칼레가 선봉으로 보낸 두 마리의 파수꾼이 차례대로 내 공격에 머리가 터져 죽었다.
오른팔을 철퇴의 형태로 변형시켜, 묵직한 끝으로 머리를 그대로 후려쳤던 것이다.
파수꾼 녀석의 두개골 쪽 부분이 유독 약하고 얇다는 점에서 착안한 일격필살의 공격이었다.
“…….”
거리를 두고 나를 노려보던 칼레는 살짝 뒷걸음질을 치더니.
프슷. 프스슷.
이내 자신의 몸을 여러 개의 분신으로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진짜 분신 능력은 부럽다니까.”
짝짝.
나는 칼레를 향해 박수를 쳤다.
진심으로 부러운 능력이었다.
나를 똑같이 닮은 또 다른 내 모습으로 상대를 기만할 수 있다면, 공격의 레퍼토리도 다양해질 테니까.
파앗!
이윽고 칼레와 칼레의 분신이 세 방향으로 흩어졌다.
녀석은 빠른 기동성을 바탕으로 분신을 이용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 속셈인 듯했다.
분신의 공격 능력은 10% 정도로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한번 빈틈을 내주면, 순식간에 본체와 분신의 연계에 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이건 평범한 각성자들이 칼레를 상대했을 경우의 얘기고.
‘결국은 재롱잔치지.’
내게는 아니었다.
개변된 눈은 환각을 구분하고, 왜곡을 보정하며, 어둠 속에서도 적을 적외선으로 찾아낸다.
그래서 나는 칼레의 본체가 내 우측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정면과 좌측의 녀석은 거짓이라는 사실을 시작과 동시에 알아차렸다.
그러나 녀석은 이를 모르는지, 분신들로 하여금 현란한 스텝을 밟게 하며 나를 교란시키려 했다.
캥거루를 빼닮은 모습의 칼레.
이 녀석에게서 아티팩트를 얻으려면, 녀석에게서 극한의 감정을 이끌어 내야 한다.
즉, 정말 죽을 것 같아서, 온 힘을 다해서 싸울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일반적인 각성자 공략의 방식처럼 다수의 인원이 대미지로 찍어 누르는 방식을 채택하면.
공략은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녀석은 ‘칼레의 혼돈’을 드롭 하지 못한다.
이것이 내가 오기 전까지 수많은 각성자들이 칼레를 공략했음에도 아티팩트를 얻을 수 없었던 이유다.
‘한 마디로 극한의 두려움과 도전 정신을 동시에 자극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결론은 하나다.
압도와 압살, 그리고 자극.
일대일로 칼레를 확실하게 찍어 눌러야 내게 두려움을 갖고 더 독기를 품고 대응하게 된다.
두려움과 독기, 그리고 오기라는 복합적 감정.
이것이 체내에 특수한 변화를 일으켜 비로소 아티팩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가 이토록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전생에 아티팩트 주인이었던 나미나가 자신의 SNS에서 상세하게 후기를 남겼었기 때문이다.
아티팩트의 효율을 시연해 보이며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그때 쌍욕을 몇 번이나 했던 기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스르르륵.
바로 오른팔을 다시 검의 형태로 변환시켰다.
여러 가지 무기의 형태로 변환이 가능하지만, 역시나 가장 무난한 것은 검이다.
“케에엣!”
이윽고 칼레가 세 방향에서 동시에 쇄도하기 시작했다.
나는 좌측의 칼레를 봤다.
마치 본체의 위치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헛다리를 짚은 듯이 시선을 돌렸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곁눈질로 확인한 본체의 칼레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멍청한 각성자 놈이 역시나 속아 넘어갔다! 딱 그런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좌측의 칼레를 향해 검날을 내지를 준비를 했다.
이것은 페이크(Fake).
나는 오른팔 개변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력만 남기고, 나머지 마력의 절반을 모두 왼팔에 집중시켰다.
“캬아아악!”
분신 칼레가 나를 향해 몸을 힘껏 날리며, 확실하게 시선을 잡아끌었다.
“…….”
본체는 차분하게, 어느새 내 등 뒤로 이동해서는 조용히 덮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굳이 뒤를 보지 않아도 기척과 흐름으로 느낄 수 있는 변화였다.
바로 그때.
“그딴 개수작은 안 통하지!”
나는 갑자기라는 단어가 딱 어울릴 정도로 홱 몸을 돌려, 전력을 다해 등 뒤의 칼레를 쳤다.
그 순간.
파아아아앙!
왼손에 착용한 아티팩트 건틀릿의 수많은 구멍을 통해, 방출 마력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고강도의 압축력을 이용해 응축시킨 마력을 좁은 틈을 이용해 일거에 방출시키는 공격.
그것은 마치 수압을 높인 호스를 통해서 물줄기를 쏟아 내는 것과 같았다.
같은 양의 마력이어도 보조 장치 없이 허공에 그냥 날리는 것보다 파괴력이 상당했던 것이다.
“쿠웩!”
애초부터 내가 본체의 위치를 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일까?
칼레는 방어 동작조차 취하지 못했다.
이윽고 도달한 방출 마력은 장애물 없이, 시원하게 녀석의 흉부를 후려쳤다.
와득!
확실하게, 아주 또렷하게 뼈 몇 개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녀석이 막거나 회피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만큼, 이번 공격이 예상 밖이었다는 증거였다.
“커허억!”
중심을 잃고 허공으로 붕 뜬 칼레의 몸이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날았다.
본체가 타격을 입은 탓에 통제력이 사라진 분신들은 저마다 우왕좌왕하다가 이내 소멸했다.
‘나도 적잖은 마력을 썼군.’
방금 전의 공격에 마력 보유량의 반을 썼다.
이 정도면 필살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필살기에 준하는 정도는 확실히 된다.
‘녀석은 학습도 빠르고, 대응도 빠른 녀석이지. 지금 잡은 기회를 놓치면 장기전이 되기 십상이야.’
나는 허공에서 버둥거리며 어떻게든 중심을 잡으려고 하는 녀석의 모습을 보았다.
칼레의 무서운 점은 인간에 가까운 지능을 가지고 있어, 한 번 당한 레퍼토리에 두 번 다시 당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즉,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파팟!
바로 칼레의 뒤를 따라붙었다.
녀석에게 불의의 일격을 확실하게 먹였을 때, 조기에 승부수를 던질 생각이었다.
* * *
뻐억! 빠악! 빠악!
“케헥! 크헥! 커헥!”
철구의 형태로 변한 신화의 주먹이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내리꽂힐 때마다 칼레의 두 다리가 들렸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칼레는 죽을 맛이었다.
비장의 한 수로 꺼내 든 분신술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간 탓이었다.
그간 거점을 찾아온 각성자들은 자신의 분신을 상대하며 매우 고전을 했었다.
워낙에 움직임이 현란한 데다가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 수 없어 화력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의 적은 달랐다.
분신이 가하는 공격은 적당히 맞아 버리고, 정확하게 본체를 노렸다.
사실 처음 본체의 위치를 간파 당했을 때만 해도, 운이 좋았거니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비록 탄로가 나기는 했지만, 한 대 맞아 주고 다시 반격하면 된다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오산이었다.
칼레는 신화가 내지른 왼쪽 주먹, 정확히는 왼손에서 방출된 마력을 뒤집어쓰는 순간.
여유로운 판단이 오만과 오판의 결정체가 되었음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자신의 신체에서 가장 두껍고 내구성이 높은 흉곽의 뼈들이 모조리 금이 가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중 일부는 부러져 들어가면서 장기의 어딘가를 찔렀는지, 신음을 토할 때마다 역류하는 피가 함께 쏟아져 나왔다.
물론 칼레도 일방적으로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신화에 의해 눕혀진 상태에서도 어떻게든 양쪽 손을 움직여, 신화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하지만.
터엉! 터엉!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신화가 강철 강화를 이용해서 칼레에게 노려진 신체 부위만 선택적으로 강화시킨 탓이었다.
분명 전력을 다해 후려쳤는데, 신화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주먹질이라면 칼레도 자신 있었다.
그간 이 주먹으로 얼마나 많은 각성자들의 머리를 부수고, 심장을 으깨고, 내장을 터뜨렸던가?
어떤 각성자들은 칼레의 주먹을 두고 핵주먹이라며 두려움에 떨곤 했었다.
당연히 이곳을 빠져나간 생존자도 없었다.
하지만 신화의 앞에서는 이래서야 애기 주먹 수준도 안 될 판이었다.
오히려 칼레에게서 옆구리를 공격당할 때면, 신화는 더 추진력을 실어 철구를 내리쳤다.
그뿐만 아니라.
퍼엉!
우득.
“끄허!”
왼팔을 통해 방출된 고압의 마력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포지션에 있는 칼레의 몸 여기저기에 골절을 일으켰다.
그것은 마치 압축기 같은 것으로 찍어 누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제아무리 신체와 골격이 강화된 칼레라고 해도, 하나의 점에 집중되는 엄청난 강도의 압박을 견뎌 낼 정도까진 아니었다.
투 트랙이었다.
신화는 오른팔의 철구로 칼레의 얼굴을 인정사정없이 내리찍어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도 어렵게 만들었고.
왼팔의 마력 방출을 이용해 팔꿈치, 손목, 무릎, 어깨 등의 관절 부위를 집요하게 부쉈다.
시간이 흐를수록 칼레의 몸은 바람 인형의 모습처럼 변해 가고 있었다.
팔과 다리가 꺾여서는 안 될 방향으로 접히기 시작한 것이다.
“크흐으으…….”
칼레가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이 짙게 묻어나는 신음, 혹은 울음소리를 냈다.
눈앞의 인간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마치 저승사자와도 같았다!
분명 몸의 여기저기를 차례대로 부수고 있는데, 표정의 변화가 하나도 없었다.
승자의 쾌감, 희열?
그런 것도 없었다.
마치 기계적으로 신체를 차례대로 해체하듯이, 필요한 부위만 부러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독한 놈, 악귀, 저승사자.
이런 수식어들만이 칼레의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두려움의 근원이 되어 떠돌았다.
보스 몬스터는 죽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던전의 초기화와 함께 부활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보스 몬스터는 알지 못한다.
마치 오래전부터 자신의 터전이었던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칼레에게 신화는 자신이 이곳에 거점을 마련한 이후, 처음으로 두려움을 안겨 준 상대였다.
지금껏 자신의 손에 죽어간 수많은 C, D랭크 각성자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극한의 두려움!
그것은 오금을 저리게 하고, 전신을 부르르 떨게 만드는 부끄러움의 근원이기도 했다.
“……!”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
상대는 겨우 한 명일뿐.
몸 여기저기가 부러지고 비틀어지긴 했지만, 그것은 잠재 능력을 끌어내면 회복할 수 있었다.
이 역시 누가 알려 준 것이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머릿속에 담겨 있던 칼레 본연의 지식이었다.
다음 순간.
파아앗!
칼레가 붉은 안광을 폭사하며, 전신의 기운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심장에서 출발한 회백색 기운이 전신으로 뻗어 나갔다.
각성.
순식간에 몸 전체를 빠르게 회복시키며, 본래의 능력을 다시금 되찾는 칼레의 히든카드였다.
바로 그때.
터업!
힘껏 왼손을 뻗은 칼레가 신화의 목을 움켜쥐었다.
방금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보스 몬스터의 품격이 제법 드러나는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사람들 싸움도 그래. 꼭 자기가 불리해질 것 같으면 상대 목을 잡곤 하지. 근데 내 목은 강철 목이거든?”
꾸드드득.
빠르게 강철 강화를 마친 신화의 목이 꼿꼿하게 세워지며, 힘껏 목을 움켜쥔 칼레의 손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끄득. 끄드득.
칼레는 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어떻게든 신화의 목에 압박을 주려 했지만, 신화는 멀쩡했다.
되레 웃고 있었다.
그리고.
처업!
이번에는 신화가 칼레의 두꺼운 목을 움켜쥐었다.
“나도 똑같이 잡았다. 넌 이제 어떻게 할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대로 되돌아온 손길이 우악스럽게 칼레의 목을 쥐어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