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3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33화(232/300)
제 233화
‘빈틈이 전혀 없군. 내 공격을 본능적인 동작으로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보고 피했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는가?’
‘할아버지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한 차례의 공격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처음 봐.’
신화와 전투를 펼친 내내.
당사자 오블란과, 할아버지의 전투를 지켜본 마카디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화는 오블란의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짐 없이 묵묵히 공격을 받아 내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탐색전을 할 생각으로 ‘적당히’ 힘 조절을 했던 오블란이었다.
실력을 테스트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라지만 그렇다고 찾아온 사람을 죽일 순 없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래서 모든 힘을 개방하고, 기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윽고 모든 공격에 오러 블레이드를 포함시켜 전개하기 시작했다. 별칭 ‘죽음의 샤워.’
죽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오러 블레이드의 맹공을 받아 내야 하는 오블란의 필살기였다.
레체로가 자신의 반대파를 속속 처단하면서도 감히 오블란은 건드리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오블란 역시 부상으로 인해 이곳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것이 그의 치명적인 약점이 됐지만, 어쨌든 뒤집어서 생각하면 레체로도 오블란을 잡기 위해 여기까지 오진 못했다.
그럴 정도로.
나스 대륙 최강자로 불리는 레체로마저도 두려워하는 오블란을 상대로.
신화는 너무도 깔끔하게 공세를 흘려내고 있었다. 그사이에 반격이 이뤄졌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까앙!
“크윽!”
프스스스슷!
신화가 펼친 진격권에 당한 오블란의 몸이 한참을 뒤로 쭉 밀려났다.
지면에 두 다리를 딛고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책 없이 밀려났을 정도였다.
그나마 진격권의 파장을 ‘검풍’을 이용해 막아 낸 덕분이지 안 그랬으면 몸이 터져 나갔을 일격이었다.
‘정말 좋은 스승이다.’
신화는 만족하고 있었다.
오블란 역시 다리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공격을 잘 막아 내고 있었다.
전력을 다해 공격했지만, 오블란이 정타를 허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만약 오블란의 경지를 랭크로 환산한다면 신화는 자신 있게 EX랭크라고 말할 수 있을 듯했다.
‘다만 그가 과거에 왜 죽었는지는 확실히 알 것 같다.’
전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신화는 오블란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을 알아냈다.
그것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다중 형태의 공격에는 약하다는 점이었다.
다리의 부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생긴 빈틈인 셈.
그래서 일대일로 싸웠을 때는 부상과 무관하게 여전히 강한 것이 맞지만.
레체로에게 ‘죽음’을 당했을 당시의 전투는 분명 일대일 전투가 아니었을 것으로 예측됐다.
레체로의 암흑기사단, 혹은 레체로 본인과 휘하의 실력 있는 심복들이 동시에 나섰다면?
오블란도 더 이상 버텨 내지 못하고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비극이 어느 정도 짐작이 됐다.
‘모든 공격이 창의적인 검로를 갖고 있어. 절대 한 가지 패턴을 고집해서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사람이 아냐.’
신화는 그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강한 힘을 가진 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실수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자만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어차피 적당히 편한 패턴으로 찍어 눌러도 상대를 쉽게 제압할 수 있기에.
공격 패턴이 획일화되고 변수 창출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적들이 그의 앞에서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쓰러지기 때문에.
하지만 자신과 오블란은 그러한 점에서 완벽하게 달랐다.
신화도 오블란을 공격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블란도 마찬가지여서, 끊임없이 수비 위치를 조정하면서 검격에 변수를 뒀다.
신화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지구에서도 쉽사리 찾을 수 없었던, 충분히 가르침을 줄 수 있을 좋은 ‘스승’을 찾은 느낌이랄까?
다음 순간.
‘보인다.’
오블란에게 빈틈이 보였다.
우직하게 파고들면 확실히 그를 무너뜨릴 수 있을 빈틈이 보였다.
미련 없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신화는 보이지 않게,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선배님, 많이 힘드셨군요?’
그것이 오블란의 묘수임을 알아챈 것이다. 일부러 자신에게 내비친 약점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다음 순간.
“하아앗!”
신화가 기합을 내지르며 거칠게 달려드는 듯하다가.
파앗!
제자리에 멈췄다.
“앗!”
그러자 오블란이 탄성을 터뜨리며, 허무하게 검으로 허공을 갈랐다. 노림수가 빗나간 것이다.
스윽.
“멋진 노림수였습니다.”
이윽고 검형으로 변형시킨 신화의 오른팔이 오블란의 목젖에 닿아 차갑고 싸늘한 기운을 풍겼다.
“제길, 보기 좋게 당했군. 내가 졌소. 달리 무릎을 꿇을 필요도 없겠군.”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허허, 승자의 여유인가. 어쨌든 정말 대단하오. 실로 오랜만에 느껴 보는 살 떨리는 느낌이었군.”
“고맙습니다, 선배님.”
“선배라……. 하하, 그 호칭이 참 생소하면서도 기분이 좋군.”
신화가 먼저 청한 악수에 응하며, 오블란이 미소를 지었다.
계시자의 말대로 자신을 찾아온 ‘이방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탐이 났다. 완성형의 실력자였다.
‘오블란이 내게 꾸준히 만들어 낸 변수들은 전부 다 학습을 할 수 있는 교재가 됐어.’
신화는 대만족이었다.
창의적인 상대방의 공격은 자신으로 하여금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과 다르게 개변된 뇌는 동시에 많은 생각을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이를 초월한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스피드 딥 러닝.
순식간에 이뤄진 학습은 패턴화된 공격 속에 숨어 있던 오블란의 변수까지 모두 숙지하게 했다.
단 한 번의 전투로 신화는 스스로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것은 매우 가슴이 뛰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마치 좋은 교재를 습득한 느낌이랄까?
“나눌 얘기가 많을 것 같은데, 시간이 얼마나 있소?”
오블란의 물음에 신화도 그제야 자신에게 시간의 ‘제한’이 있음을 깨닫고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연결 고리의 유지 가능 시간은 총 22시간 13분 21초입니다.시간이 만료되면 대상자는 강제로 복귀됩니다.]
“아직은 넉넉합니다.”
“갑시다. 거처는 한참을 안으로 들어가야 있소. 누추하지만 양해해 주기를 바라오.”
“맹수의 숨결이 머무는 곳은 그곳이 어디건 간에 맹수의 터전일 뿐이지요. 신경 쓰지 마십시오.”
“맹수라……. 의미 있는 말이군. 자, 갑시다. 마카디, 먼저 앞장서거라.”
“네, 할아버지.”
“오블란 님, 괜찮으시다면 제가 직접 업고…….”
“후후, 배려는 고맙지만 괜찮소. 걸으면서 이야기합시다. 여긴 나와 마카디밖에 살지 않으니까.”
“알겠습니다.”
* * *
오블란의 거처로 향하는 내내.
나는 그와 보폭을 맞춰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내용이 중요하지 어디에서 대화를 나누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한참 어린 후배이니만큼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나는 오블란의 부담을 덜어 주었다. 그러자 오블란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설픈 존대를 없앴다.
“계시자가 내게 말했지. 자신이 직접 닿을 수는 없지만, 메신저를 하나 보낼 수 있다고.”
니콜라스 놈.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동안, 여기저기에 엄청 많은 안배를 해 둔 모양이다.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일종의 천기누설을 하는 셈인데, 일이 꼬이면 시작도 하기 전에 다 끝장날 수도 있기 때문에.
“레체로에 대해서 좀 더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레체로는 보통 악독한 놈이 아냐. 천 년 전에 멸망한 암흑 교단을 다시 부활시키고, 금지된 술법으로 그릇된 힘을 양산했지.”
“역시…….”
“가장 큰 문제는 100년의 내전으로 상처가 깊었던 나스 대륙에 바로잡을 힘이 부족했다는 거지.”
“내전이 있었군요.”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 나스 대륙의 역사 자체에 대해서는 귀담아듣지 않았던 나였다.
“애석하게도 지금 나스 대륙에는 레체로를 압도할 영웅이 없어. 나 역시 몸뚱이가 이런 상태고.”
“그의 폭주를 제어할 대항마가 없다는 뜻입니까?”
“앞서 5년 동안 벌어진 대대적인 토벌에서 그 대항마들이 줄줄이 죽어 나갔지. 단언컨대 지금은 없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야.”
오블란의 말은 짧지만 절망적이었다. 물론 누군가의 조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사도와 관련된 문제들도 그렇고, 어지간해서는 나 혼자 해결할 일이 많겠다 싶었으니까.
그래서 니콜라스 놈에게 수시로 속으로 욕을 해 댄 것이다.
도대체 날 얼마나 개고생을 시키려고 하는 거야?
어쨌든 계속 오블란의 말을 경청했다.
“다만 지금이 그나마 요즘 들어 레체로의 경계가 느슨해진 시점이야. 제단 건설로 인해 정신이 온통 그곳에 팔려 있거든.”
“레체로의 위치를 확실하게 특정해 주실 수 있습니까?”
레체로는 용의주도한 놈이다.
전생에도 놈을 죽이기 위해 나스 대륙 전역을 얼마나 휘젓고 다녔는지 모른다.
심지어 아군에게도 자신의 동선에 대해 거짓 정보를 흘릴 정도로 놈은 치밀했다.
“대륙 각지에 설치된 제단에서 출발한 암흑 기의 종착점을 추적하고 있어. 거기에 놈이 있겠지.”
“추적할 단서가 있군요.”
“점점 정보원들이 발각되어 죽어 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끈이 유지되고는 있지.”
떨리는 오블란의 말끝에서 점점 어두워져 가고 있는 미래의 전망이 느껴졌다.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왜 니콜라스가 이때를 즈음해서 내 회귀 시점을 잡았는지.
오블란의 말대로 레체로가 5년 후에 있을 ‘지구’와의 연결을 준비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인 듯했다.
가장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외부의 일에 느슨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지금이야말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노림수를 가져갈 수 있는 좋은 시기인 셈이다.
‘신중해야 해.’
순간 욱하는 마음이 들 뻔했던 것을 꾹 눌러 주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레체로의 위치만 특정되면 단번에 공격해서 놈의 목을 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만에 하나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 컸다.
레체로 같은 녀석은 칼을 뽑았을 때 확실하게 목을 치지 못하면 뒷일이 복잡해진다.
얼마 후.
한참을 오지로 들어가야 당도할 수 있는 오블란의 거처에 도착한 나는 그에게서 양피지를 받았다.
앞서 자이르에게 받았던 것처럼, 무강 대륙어가 빼곡하게 적힌 한 장의 양피지였다.
“계시자가 내게 적도록 만든 문양이야. 어떤 내용인지는 묻고 싶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아.”
“고생하셨습니다.”
“그저 너에게 무사히 건넬 날이 정말 올까 싶었는데, 계시자의 말이 현실이 되니 기분이 묘하군.”
조심스럽게 오블란에게서 양피지를 받아 들었다.
한 글자, 한 글자가 소중해 보이는 양피지의 내용이었다.
니콜라스 녀석이 여기에는 또 무슨 말을 적어 놓았을까?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