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35)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35화(234/300)
제 235화
‘정말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실감이 날 정도로 하나부터 열까지 많은 것이 다르네.’
마카디는 신화와 함께 암흑 제단 전체를 샅샅이 훑고 다니며 연신 감탄했다.
인비저블 링의 특이한 투명화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신화는 안티 인비저블의 결계도 바로 알아봤다.
다른 이들처럼 감지 마법을 쓴다거나 특별하게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감지한 것이다.
마치 눈에 훤히 결계가 보이는 듯했다. 절대로 그럴 리 없는 결계의 마법진이 말이다.
신화 덕분에 마카디도 그간 겉핥기식으로만 확인했던 제단의 내부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다.
제단 외부만 봐서는 교단의 일반 단원이나 하급 병사들이 즐비한 시설이라고 여겼는데.
결계가 겹겹이 구축되어 있었고, 외부의 시선에서 차단된 내부의 사정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많은 수의 검사와 마법사가 은밀하게 주둔 중이었으며.
더 나아가 ‘레크나트 암흑 기사단’도 있었다.
특히 기사단의 단장도 있었는데, 단장은 소드 마스터급의 실력자만이 오를 수 있는 자리였다.
그제야 마카디는 깨달았다.
암흑 제단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박살 낼 수 있었던 레체로의 의식을 위한 구조물이 아니라.
정말 그가 목숨을 걸고 지키고 있는 최고급 보안으로 보호되는 중요 시설이라는 것을.
신화가 아니었다면 이러한 내부 사정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을 터였다.
중간중간에 적들에게 발각될 뻔한 위기도 제법 있었다. 전부 다 마카디의 실수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신화는 마카디를 껴안고 도약을 하거나.
혹은 신속하게 초월 가속을 이용해 현장을 빠져나오는 방법으로 슬기롭게 대처했다.
신화에게는 평소와 다를 부분이 없는 평범한 대처였지만, 마카디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할아버지 오블란을 상대로 압도했던 전투의 재능도 그렇고.
몇 가지의 단어나 분류들로 신화의 경지를 함부로 해석하고 재단할 수 없었다.
“후아!”
“이제 숨 좀 돌릴까요?”
“……정말 대단해요. 지금까지는 할아버지를 포함한 그 어느 누구도 이렇게 제단 내부를 속속들이 본 사람이 없었어요.”
“뭐, 아티팩트의 힘인 거죠. 많은 보조를 받았을 뿐입니다.”
“엄청 떨려요. 적의 심장부, 그 안에 숨겨진 무서움과 치부를 함께 본 느낌이랄까?”
“그건 저와 생각이 같네요.”
신화가 웃었다.
오늘 보고 들은 것은 하나도 남김없이 데이터화되어 개변된 뇌에 차곡차곡 저장됐다.
스치듯 지나가며 본 사람의 모습도 모두 기억에 남았다.
나중에 또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누군지 알아차리지 못해 헤맬 일은 없을 것이다.
‘제단을 파괴하려면 속도전으로 갈 수밖에 없겠어. 조금만 시간을 줘도 대비 체계가 확고하게 갖춰질 가능성이 크다.’
신화가 내린 총평이었다.
내부의 구조는 레체로의 신중한 성격을 닮아 이중, 삼중, 아니 그 이상으로 보안이 되어 있었다.
외곽에서부터 차례대로 접근하듯이 들어오는 방법을 쓴다면.
도착하기 전에 제단 육각탑 주변에 정예 전력을 전부 배치하거나, 하강 장치를 이용해 육각탑을 지하에 숨길 가능성이 컸다.
그러므로 은밀하게 내부의 깊숙한 곳까지 침입한 뒤에 전광석화처럼 일 처리를 끝내야 할 듯했다.
“저희에게 신화 씨의 도움이 꼭 필요해요! 할아버지의 ‘라디우스 나이츠’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힘주어 말하는 마카디의 두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라디우스 나이츠.
레체로가 섬기는 대악마이자 옛 마왕으로 불리는 ‘레크나트’와 대척점에 있는 존재다.
흔히 빛, 축복의 신이라 부르는 존재가 바로 라디우스였다.
그 라디우스를 섬기는 신성 교단의 핵심이 바로 라디우스 나이츠기에 레체로의 암흑 교단과 정반대편에 서 있는 셈이다.
“일단 나스 대륙에서 한 번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길지는 않아요. 차근차근 협력을 할 겁니다.”
“제가 뭘 도우면 되죠?”
신화를 통해 새로운 경험과 가능성을 본 마카디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라디우스 나이츠의 행보에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혹시 은밀하게 구축된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다면 알려 줘요. 이 제단 말고, 다른 곳도 가 봅시다.”
“하지만 활성화하기 위한 마나가 부족해요. 제 마나로는 무리예요. 출력이 높은 마정석이 필요할 텐데…….”
“마력은 걱정할 것 없어요.”
신화가 웃으며 답했다.
말 그대로였다.
마력이라면 차고 넘치는 신화였다.
참 다행스럽게 마나, 마력을 이용하는 시설은 이유 불문하고 서로 호환이 됐다.
마법진만 있으면 됐다.
활성화에 필요한 마력의 공급은 신화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신화는 마카디와 함께 남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대륙 전역의 제단을 찾아다녔다.
허투루 일분일초도 낭비하지 않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마카디는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력으로 버텨 내며 조사에 임했다.
24시간을 알찬 조사의 시간으로 채운 뒤.
신화는 다시 시크릿 던전으로 돌아왔다. 무사 귀환이었다.
* * *
“후우……. 역시 집이 최고야.”
-꺄악! 신화! 얼른 뭐라도 입어! 내 앞에서 더럽게 뭘 흔들면서 다니는 거야!
“미안. 그런데 더럽다는 표현은 좀 그렇지 않냐…….”
-저리 가! 이 변태 자식아!
“하, 내 집인데 어딜 가라는 거야. 알았다. 알았다고.”
-변태! 변태 신화!
“한 번만 더 변태라고 하면, 미용 샵이 아니라 욕조에서 널 목욕시킬 줄 알아.”
-읍…….
주인인 내가 직접 씻기는 애정 가득한 목욕을 극도로 꺼리는 샤미에게 가장 효과적인 엄포였다.
이내 샤미는 꼬리를 축 내리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후아, 이제 좀 몸이 풀리네.”
젖은 머리를 털어 내며, 나는 냉장고에서 꺼낸 캔맥주 하나를 들고 창가로 향했다.
내 몸은 자체 회복력이 다른 각성자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좋았다. 비교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하지만 나스 대륙을 다녀온 뒤의 회복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상당히 더뎠다.
전생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어쨌든 그래서 하루를 온통 잠만 자며 푹 쉬었더니 이제야 몸이 말을 듣는 기분이었다.
‘일단 호주로 가서 아일라 녀석부터 처리하는 게 좋겠어. 전략적 위장을 이용한다면 접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이미 내 머릿속 살생부에 아일라 블란쳇, 일라이저 로우, 리베인의 이름이 선명히 적혀 있었다.
니콜라스는 내게 확실한 메시지를 줬다. 사도 카스론, 즉 장동식을 제외한 모든 사도를 죽이라고.
나는 쉬운 놈부터 칠 생각이다.
셋 중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것은 일라이저다. 그다음이 리베인이고.
‘전에 골든 스카이 길드의 사람들을 제법 만나 뒀으니, 위장할 얼굴 후보는 충분히 있지.’
아일라는 과시욕이 있었다.
전생에 나인 로드에 합류했던 그녀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 지금인 셈.
대외 활동도 길드 마스터의 활동량을 몇 배나 넘을 정도로 많은 만큼 노릴 기회는 많을 것이다.
‘일단…… 바빠지기 전에 지제역이나 좀 다녀올까?’
나는 그간 바쁘게 밖으로 도느라 신경을 도통 쓰지 못했던 지제역으로 갈 계획을 세웠다.
3월 1일, 즉사의 안개 지대가 걷히면서 던전이 생성되었고 각성자의 뉴 메카가 된 지제역 일대.
이곳은 하루가 다르게 새 건물들이 들어서고, 인프라가 정비되면서 더욱 번화가로 변신하고 있는 중이었다.
개발 사업에 대한 일체를 진성태의 양화 그룹에 위임했지만, 그래도 직접 한번 살피고 싶었다.
자정을 막 앞둔 시간에 드라이브 삼아 바람도 쐴 겸 다녀오기에 좋은 장소이기도 했고.
특별한 일 없는 밤.
오늘은 누구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는 기분 좋은 ‘침묵’을 즐기며, 그렇게 밤을 보낼 생각이었다.
* * *
그로부터 1시간 후.
“X발…….”
장동식은 작업실에 설치해 둔 특수 모니터에서 연신 깜빡이는 붉은 신호를 보고는 욕을 내뱉었다.
세상의 모든 신호가 그렇듯이 ‘적신호’는 절대 기분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침입자 발생.
그것도 미리 구축해 둔 방어 시스템으로 처리하지 못해 무력화된 구역이 늘어날 때 발생하는 최악의 신호였다.
장동식의 손과 눈이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촬영되고 있는 CCTV 화면 속에서 침입자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했다.
문제는 그 CCTV도 침입자들에 의해 빠르게 무력화되며, 여기저기서 박살이 나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윽고 화면 속에서 보고 싶지 않았던 얼굴이 잡혔다.
사도 발카디아.
리벤저스의 수장인 ‘리베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였다.
“아빠아아아…….”
“소희야!”
작업실 바로 옆방에서 막 잠에 들었던 딸이 깨자, 장동식의 마음은 더욱 급해졌다.
리베인이 직접 왔다면 선택지는 둘뿐이었다. 그를 따라가 협조하거나 거부하고 그와 싸우거나.
전자는 전혀 생각이 없으니 선택지는 무조건 후자밖에 없는데, 문제는 딸의 안전이었다.
“아빠……. 무슨 일이야?”
“아빠가 중요한 손님이 올 거라서 소희가 잠깐 혼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
“응! 아빠에게 중요하면 소희에게도 중요한 손님이니까!”
“옳지. 아빠랑 같이 놀던 장난감 방으로 가자. 거기서 아빠가 일 끝날 때까지 기다려, 알았지?”
“응! 응!”
장소희가 장동식의 손을 붙잡고 졸졸 그 뒤를 따라갔다.
“랄랄라.”
“…….”
기분이 한껏 좋아진 딸의 반응과 달리 장동식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지금 이 순간에 그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둘뿐이었다.
애초에 고객과 제작자의 관계를 제외하면, 그 어느 누구와도 사적인 인연을 맺지 않았던 그였다.
오래된 인연은 황석철이 전부.
하지만 황석철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장동식도 그 경지를 헤아릴 수 없는 미지의 실력자였다.
‘망할…….’
결국 연락을 할 사람은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강신화.
사실 그에게 손을 벌릴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장동식 자신 하나만 죽는 문제로 끝난다면 애초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겠지만.
문제는 딸이었다.
자신이 죽고 홀로 남겨진 딸을 누가,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혹여나 통화를 딸이 듣고 불안해할까 싶어, 장동식이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적기 시작했다.
수신자는 강신화.
큰 ‘민폐’임을 알고서도 절실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보내는 SOS 요청이었다.
* * *
같은 시각.
“음?”
번화가로 탈바꿈한 지제역 던전 일대를 흡족하게 둘러보던 나는 장동식에게서 온 메시지를 보았다.
웬만해서는 그에게서 먼저 연락이 올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했는데, 한밤중에 대체 무슨 일일까?
혹시나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건가 싶어 바로 내용을 확인했다.
[내 딸, 소희를 부탁해. 예전에 왔던 작업실 층계, 거기서 지하로 세 층을 더 내려가면 딸이 있다.갑자기 내뱉는 염치없는 부탁이라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도저히 딸을 지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이렇게 민폐를 무릅쓴다.
강신화……. 제발 꼭 부탁한다.
발카디아와 그 무리에게서 딸을 온전히 지키려면 같이 죽지 않고는 답이 없을 것 같다.
어떻게든 내가 상대해 보겠다.]
‘리베인이 직접 왔어?’
레체로의 사도 발카디아.
놈이 우리나라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