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37)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37화(236/300)
제 237화
‘더럽게 아슬아슬했네.’
나는 온 힘을 다해 장동식을 향해서 달려갔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계산된 거리에 도착했을 때, 블링크 링을 이용해서 장동식의 앞에 바로 붙었다.
“제길.”
아슬아슬하게 타이밍은 맞췄지만, 문제는 동시에 장동식에게 전개된 공격이었다.
위이잉!
일단 리베인이 전개한 능력으로 ‘보이는’ 공간 왜곡은 장동식을 밀쳐 내 회피했다.
하지만 부하들이 쏟아 낸 화염 구체들까지는 피할 겨를이 없었다.
콰쾅! 콰콰쾅! 쾅!
결국 공격을 전부 받아 낸 것은 내가 펼친 실드 스톤이었다.
물론 화력이 어마어마했던 탓에 실드는 와장창 깨져 버렸고, 일부 구체가 내 몸을 타격했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가슴팍을 뜨겁게 불태우고 멍이 제법 드는 선에서 알맞게 교환을 마쳤기 때문이다.
“아앗!”
나는 장동식의 몸을 붙잡은 다음, 바로 도약해서 현장을 빠져나왔다.
“…….”
리베인의 싸늘하게 굳은 표정이 내 뒤를 훑었다. 하지만 다급하게 달려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신감으로 보였다.
생각했던 그림이 깨지기는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나까지 장동식과 묶어 처리하겠다는 판단?
쿵!
어쨌든 거리를 두고 선 리베인과 그 일파를 정면에 둔 채, 장동식의 구출에 성공했다.
“쿨럭!”
한데 방금 공격이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했던 모양이다.
장동식을 내려놓고 가슴을 손끝으로 쓸어내리는데, 기침과 함께 한 움큼의 피가 토해져 나왔다.
스페셜 슈트가 흡수할 수 있는 충격 에너지 이상의 압박이 내부까지 전해진 모양이었다.
“강신화! 괜찮나? 아니, 소희를 구하지 왜 나를 이렇게…….”
나를 바라보는 장동식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뭐야, 벌써 감동이라도 받은 거야? 나보다 두 배는 큰 거구가 눈물까지 글썽이니 감동적이기보다는 되레 웃겼다.
“당신을 구할 이유가 생겼어.”
“구할 이유가……?”
“일단 뒤로 물러서. 당신 능력으로는 저놈들 못 이겨.”
“상대는 리베인이야. 강신화, 너도 어려워.”
“피차 저쪽도 내가 껄끄럽기는 마찬가지일걸.”
나는 장동식을 살짝 밀쳐 내듯이 뒤로 쭉 밀어냈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꺼낸 아케로의 의안으로 빠르게 살폈다.
그러자 리베인을 포함해서 모든 이들에게 암흑 기가 느껴졌다.
특히 리베인에게서는 강대한 암흑 기의 파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놈이 사도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리베인이 말했다.
“강신화, 네놈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다. 한국에서 제법 유명하다지?”
“아휴, 알아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 고맙습니다?”
“네놈이 여기에 왜 나타난 건지 모르겠군. 카스론과 무슨 관계냐? 무슨 수작질이냔 말이다.”
리베인은 사도들의 자리에 끼어든 내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수작은 레체로의 사도인 네가 부리고 있지. 안 그래? 나스 대륙에서 편히 살 것이지, 왜 지구에 와서 지X이냐?”
“강신화, 암흑 기가 형편없는 것으로 봐서는 사도 같지는 않은데. 카스론을 따라다니는 추종자냐?”
리베인은 손끝을 미세하게 흔들고 있었다. 내게서 암흑 기를 캐치하려는 듯했다.
애초에 암흑 기가 먼지 한 톨만큼도 없는 사람에게서 애써 찾으려는 꼴이 우습기는 했다.
“사도니 추종자니 다 지긋지긋하네, 진짜. 너희들 같은 쥐새끼들 때문에 내 은퇴가 자꾸 미뤄진단 말이다.”
“……은퇴?”
뜬금없는 단어를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리베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녀석의 부하들은 나를 반원으로 둘러싼 형태로 진형을 짰다.
“장동식.”
“응.”
“상황이 안 좋게 풀린다 싶으면 무조건 빠져나가. 퇴로는 내가 잡아 줄 수 있으니까.”
“그러면 너는? 그럴 순 없다.”
“내가 무슨 브로맨스 영화 찍으려고 여기 온 줄 알아? 내가 도우러 온 사실을 가치 있게 만들고 싶으면, 빠져나가서 딸을 구해.”
“…….”
“긴말 안 해. 괜히 나 돕는답시고 앞에서 방해하지 마. 그때는 같이 패 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장동식에게 마지막 당부를 할 즈음, 리베인이 굳었던 양손을 뚝뚝 풀며 말을 이었다.
“강신화, 마지막 경고다. 사도도, 추종자도 아닌 놈이 괜히 미꾸라지처럼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마라. 조용히 꺼지면 이후에 목숨은 부지할 수 있게 해 주마. 물론 입단속은 잘 해야겠지만 말이다.”
“싫다면?”
“장동식과 같이 끌려가서 영원히 백치로 만들어 살인 기계로 굴릴 수밖에.”
“재밌겠네.”
“강신화, 그럼 이거라도.”
장동식이 뒤에서 내게 뭔가를 휙 던졌다.
흘깃 살펴보니 그가 일전에 나와의 전투에서 사용했던 너클이었다.
마력을 응축하고 방출하는 능력이 탁월해서 내심 탐이 났었는데, 시기적절하게 대여를 해 줬다.
“리베인은 EX랭크고, 나머지도 최소 A랭크 이상이야. 긴장해.”
“어차피 먼저 죽는 데는 장유유서, 남녀노소, 실력 고저가 없어!”
파아앗!
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용수철처럼 앞으로 몸을 내뻗으며 달려 나갔다.
어차피 내가 원하는 것은 저들과의 난전, 그리고 동시에 장동식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수비적으로 임하면 당연히 장동식도 같이 위험해진다. 그건 내가 결코 원치 않는 그림이다.
“이스말! 너는 장동식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직접 마크해라. 나머지는 강신화부터 제거한다.”
내심 리베인이 장동식을 추적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확실히 내가 관심을 끌긴 끌었던 모양이다.
리베인은 부하 하나만 장동식에게 붙이고는 모든 화력을 내게 집중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었다.
바로 그때.
꾸드드득.
리베인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손짓과 함께 얼굴 바로 앞에서 공간이 왜곡되는 것이 보였다.
공간 왜곡 재능이었다.
‘일단 바로 예측되진 않는군.’
파팟!
재빨리 몸을 뒤로 후퇴시켜, 공간 왜곡에 걸려드는 것을 피했다.
리베인의 재능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현생이 처음이었다.
전생에는 듣기만 했을 뿐, 직접 그와 대면한 적은 없었다. 니콜라스도 리베인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고.
‘전투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분석을 해야겠어.’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어차피 리베인은 계속 나를 노리는 공격을 펼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개변으로 성장한 뇌가 어떤 고정된 패턴을 발견해 낼 것이다.
‘그렇다면……!’
콰아아앙!
나는 아공간에서 불러 낸 윌슨을 전력을 다해 리베인을 향해 던졌다. 마력을 제법 실은 일격이었다.
이것으로 리베인이 죽거나 부상을 입을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를 너무 얕보는 처사다.
일단 수를 줄이는 게 중요했다.
리베인의 손과 발을 잠시 묶어 두고, 짧은 시간에 다른 ‘잔챙이’들을 처리한다!
그것이 내 계산이었다.
“하아압!”
힘차게 기합을 내지르며, 가장 선두에서 내게 쇄도하던 녀석에게로 접근했다.
놈은 달빛에 반짝이는 메이스를 들고 있었는데, 그것은 쇳조각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으랴아앗!”
거구의 몸에 터질 듯한 근육을 가진 그는 내 움직임을 계산하여 정확히 예상 동선을 노렸다.
이대로 정직하게 들이박는다면 메이스에 찍혀 어디든 터진 수박처럼 박살이 날 터였다.
휘이이잉!
파공음을 내며 날아드는 메이스에서 붉은빛이 일렁였다.
A랭크 이상의 각성자라면, 단순한 무기 타격뿐 아니라 거기에 뭔가를 더할 거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
그는 나름 위력적인 노림수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글쎄.
이미 예상한 패턴이었다.
바로 그때.
“훗.”
내 실력을 얕봐도 한참은 얕봤는지, 녀석은 이미 노림수가 먹힐 것으로 예상하고 웃고 있었다.
물론 예리하긴 했다.
가속이 최대치로 붙은 시점에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지 않는 한, 경로를 비트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 얕봤다는 거지.’
팀 미스틱의 동료들이 매번 내게 반복해서 하는 말이 있다.
나는 각성자로서의 상식도 통하지 않는 ‘이레귤러’라고. 늘 비정상이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내가 왜 그런 말에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는지 그 이유를 몸소 보여 줄 참이다.
다음 순간.
콰앙!
나는 아스팔트 지면을 박차면서 몸을 날렸다.
정면으로 질주하던 몸이 물리법칙을 거슬러 그대로 직각으로 솟구치는 변동이었다.
“……!”
몸에 엄청난 하중이 실리고,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터져 나갈 것 같은 부담이 가해졌지만.
개변된 근육과 뼈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해 현명하게 충격을 완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도약할 때 힘껏 실은 체중을 이용해, 검의 형태로 개변해 낸 오른팔로 놈의 목을 그었다.
쇄애애액!
“끅!”
상황은 순식간이었다.
나는 놈의 목 앞에서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가듯 통과했고.
투둥. 퉁. 퉁.
사과 꼭지처럼 덧없이 잘려 나간 그의 목이 처량하게 지면을 나뒹굴었다.
“X발……. 뭐야, 저거.”
동료가 눈 깜짝할 사이에 비명횡사하는 장면을 목도한 각성자들은 멈칫했다.
“하압! 핫!”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바로 이어서 진격권을 전개했다.
진격권 두 방에 체내의 마력이 남김없이 소진됐지만, 심장의 마력으로 즉시 보충했다.
“……?”
“……뭐야?”
진격권의 레퍼토리를 알지 못하는 녀석들은 내 기합에 움찔하고는 자리에 멈춰 섰다.
하지만 얼마 후.
퍼엉! 퍼어어엉!
“크헉.”
“꺼헉.”
가슴 한가운데에서 일어난 대폭발로 각성자 둘이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나자빠졌다.
진격권은 이래서 무섭다.
피격을 당하고.
하나, 둘.
그사이에 몸에 붙은 진격권의 기운을 털어 내거나 교란하지 못하면, 그대로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망할 XX!”
그때, 제법 움직임이 빠른 녀석 하나가 내 앞까지 파고들었다.
눈으로 경로를 추적하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좁혀 온 거리였다.
그는 날카로운 단도를 들고 있었는데, 노림수는 확실해 보였다. 바로 내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찢겨 나간 옷 사이로 드러난 슈트의 두께가 생각보다 두꺼웠기 때문일 것이다.
슈트의 보호 부위를 노리는 것보다, 보호가 불가능한 얼굴을 노리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을 터.
현명한 판단이었다.
암살을 위해 적의 취약부를 노리는 것은 오래된 정공법이자 변하지 않는 진리였다.
“훗.”
씨익 웃었다.
그 자체로 상대에게 확실한 경고를 보낸 셈이지만.
“큭.”
녀석도 똑같이 웃음으로 대응했다. 확신이 있는 모양이다.
화아아악.
나는 왼손에 끼운 너클에 마력을 잔뜩 실었다.
마력을 쭉쭉 빨아들이듯이 흡수하는 것을 보니 마력 친화력이 매우 높은 아티팩트 같았다.
아마 장동식이 별도 개조를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마력 흡수가 빠를 수가 없다.
다음 순간.
후우웅!
쿠우우우!
녀석과 나의 팔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서로를 노리며 들어갔다.
놈은 단도로 내 양미간을 뚫고, 확실하게 목숨을 앗아 갈 생각인 듯했다.
내가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것은.
자신의 공격이 ‘먼저’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일 터.
하지만 난 자신 있었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한 번 당하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