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38)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38화(237/300)
제 238화
“미친X…….”
신화를 향해 끊임없이 ‘공간 왜곡’을 펼치던 리베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데려온 부하들이 줄줄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안면 보호 역장? 말도 안 되는 이 신기술은 어디서 나온 거고?’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물음표투성이의 일만 벌어졌다.
신화가 보인 재능, 대응, 신체 능력, 입고 있는 슈트, 방어법……. 이 모든 것이 그의 예상 밖이었다.
리벤저스의 정예는 아니어도 사도인 리베인을 따르던 추종자들을 데려온 자리였다.
심지어 그들은 전부 A랭크 이상이었고, S+랭크의 각성자도 있었다.
일대일로 신화를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충분히 시간을 끌고 버텨 줄 수는 있는 전력이었다.
하지만 전투가 시작된 지 1분, 아니 30초도 되지 않아 모든 계산이 어그러졌다.
부하들이 전부 죽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그나마 막판에 리베인이 자신의 부하 하나를 제물로 삼아, 신화를 공간 왜곡에 휘말리게 한 게 유일한 성과였다.
심지어 그것도 부하의 목숨을 희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신화의 머리카락만 몇 가닥 잘라 낸…….
그야말로 초라한 성공이었다.
게다가 장동식을 마크하게 했던 부하 이스말은 신화가 기습적으로 던진 윌슨에 머리가 깨져 죽었다.
“후, 이제 우리 최종 보스님만 남은 건가?”
“……실력이 제법이군. 카스론은 저리 가라 할 실력이야. 어떻게 그런 힘을 얻은 거지?”
“뭘 어떻게 얻어. 내 손으로 내가 직접 찾아서 얻은 거지.”
“사도도 아니고, 추종자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안다는 건……. 혹시?”
“혹시 뭐?”
“레체로 님이 은밀히 보낸 감시자인 것이냐? 생각해 보니 레체로 님의 곁에는 아케로라는 놈이 있었지. 우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던 레체로 님의 노리개였다만…….”
‘아케로? 나한테 뒤통수 맞고, 의안을 선물로 주고 간 그놈 말인가? 헛다리가 제법인데?’
신화는 서로 연대가 약한 사도들을 보면서, 레체로도 보는 안목이 참 없다는 생각을 했다.
확실하게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는 형제 같은 전력을 지구로 보냈어야 하는데.
욕심 가득한 야심가들만 모아서 – 장동식은 제외하고 – 보내 놨으니, 일심동체가 될 리 없었다.
그래서 전에 던전에서 아케로를 만났을 때, 일라이저의 사주를 받았다고 둘러댄 게 잘도 먹히지 않았던가?
지금도 상대가 의심하는 그대로 앵무새처럼 똑같이 질러 주면 완전히 먹혀들 것 같았다.
“제길, 들켜 버렸군.”
“아케로, 네가 카스론과 인연이 닿아 있는 줄은 몰랐군. 하지만 말이야, 놈은 썩은 동아줄이다.”
“글쎄, 레체로 님께서는 카스론만 믿고 가라고 하셨다. 사도의 리더로 그가 적합하다고 하셨지.”
“…….”
“내게 암흑 기가 없는 게 아냐. 네놈의 실력이 부족해서 내 암흑 기를 한 톨도 감지하지 못할 뿐.”
“이, 이 XX…….”
진짜 입에서 나오는 말을 아무렇게나 ‘지껄여 댄’ 것뿐이었지만, 리베인은 진지하게 믿었다.
망상이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망상에 근거가 더해지면 왜곡된 사실에 대해 완전히 확신해 버리게 되니까.
‘어떻게 강신화는 우리 내부 사정을 저렇게 많이 아는 걸까? 아케로일 리가 없는데.’
장동식은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신화를 보며, 그의 배경이 궁금해졌다.
분명 나스 대륙과 사도에 대한 많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맞는데…… 그는 틀림없는 지구 출신이었다.
정말 미래시 하나만으로 다 보이는 걸까? 그렇다면 더더욱 무서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둘 다 죽이고 레체로 님이 기대할 뿌리조차 뽑는 게 낫겠군.”
“그래, 누구의 뿌리가 뽑히는지 한번 보자. 일대일로 수도 맞췄으니 신명나게 싸울 수 있겠군.”
“난 EX랭크다. 기껏해야 S랭크나 SS랭크인 네놈이 날 이길 방법은 영원히 없을 거다.”
“나도 그런 줄 알았어. 근데 세상에 영원한 건 없더라고.”
“카악, 퉤!”
신화는 속에서 치밀어 올라온 핏물과 가래를 한데 뒤섞어 뱉어 냈다.
처음 장동식을 구할 때, 정면으로 마법을 타격당한 여파가 아직 남아 있었다.
개변된 몸의 경이적인 회복력 덕분에 버티고 있을 뿐, 일반 각성자였다면 벌써 쓰러졌을 몸 상태였다.
바로 그때.
“…….”
위이잉.
잠시 침묵한 리베인의 전신에서 금빛 섬광이 일기 시작하더니 투명한 막이 만들어졌다.
장동식이 소리쳤다.
“통곡의 벽이야! 저게 발카디아의 가장 까다로운 재능이다! 불사의 역장이야!”
불사의 역장.
외부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 무적의 역장을 일컫는다.
리베인을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만든 최고의 재능이기도 했다.
전생에 직접 불사의 역장을 경험해 보지는 못한 신화였기에 우선 탐색부터 하기로 했다.
장동식이 조심하라고 외치는 것으로 봐서는 그 역시 파훼법을 모르는 것이 분명했으니까.
‘여차하면 불멸의 투지를 써야겠네.’
일전에 주천호에게서 얻어 낸 무적의 버프를 떠올렸다.
여차하면 이것으로 5초 무적 상태를 유도하여, 껄끄러운 상황을 한 차례 넘길 필요가 있을 듯했다.
“이거나 먹어라, XX!”
시원한 욕지거리와 함께 신화는 늘 맹공의 선봉장이 되는 윌슨을 전력으로 투구했다.
극상급 차원석 덕분에 환골탈태한 윌슨은 신화의 원거리 공격 지분의 대부분을 맡고 있는 효자였다.
“훗, 기세는 좋군.”
리베인은 제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바로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신화의 귓가 부근에서 뭉친 검은빛 구체 두 개가 붉게 달아오르더니 이내 터졌다.
콰콰쾅!
“크윽……!”
리베인이 자신의 공격과 무관하게 방어 대신 공격을 우선시하자, 신화의 계산이 한 차례 꼬였다.
액체화 재능을 이용해 가까스로 폭발을 받아 낸 신화는 충격파에 휘말려 지면을 볼썽사납게 굴렀다.
반면에 리베인은.
투우우웅!
불꼬리를 만들어 내며 날아든 윌슨을 너무 쉽게 통곡의 벽으로 막아 냈다.
끼이이이잉!
윌슨이 약이 오른 듯, 잔여 마력까지 화력에 추가하며 돌진하려 애썼지만.
“가소롭기 짝이 없군.”
역장에 가로막힌 윌슨은 무기력하게 제자리에 있을 뿐이었고, 리베인은 그런 윌슨을 움켜쥐었다.
신화가 복귀 신호를 급히 보냈지만, 윌슨은 통곡의 벽에 반쯤 끼인 상태라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잔재주는 여기까지다.”
우득! 와드드득! 콰직!
키이잉!
“윌슨……!”
신화의 눈앞에서 윌슨이 뿌연 연기를 뿜어내며 반파됐다.
워낙 단단해서 크게 찌그러지거나 박살이 나진 않았지만, 리베인의 완력에 기동 불능의 상태가 됐다.
딱! 따딱!
신화가 손을 몇 번이고 튕겼지만, 바닥에 떨어진 윌슨은 묵묵부답이었다.
다만 평소에 아무것도 없었던 매끈한 단면에.
‘X_X’의 모양으로 출력된 새로운 표시만이 녀석의 현 상태를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나는 무적의 존재다. 놀아 주는 것도 이 정도면 되었으니 이제 네놈부터 죽이겠다.”
‘무적의 재능 따윈 없어.’
신화는 확신했다.
무적의 재능이라는 것이 존재했다면, 전생에 니콜라스가 가장 먼저 손에 넣으려고 했을 것이다.
극한의 이득을 추구했던 녀석이 그런 재능을 놓쳤을 리가 없었다.
설사 그 재능을 가지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재능을 가진 각성자를 반드시 나인 로드에 영입했을 터.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것을 보면 분명히 리베인의 재능에도 ‘약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 그러면 오늘 아주 신명나게 놀아 보자!”
빈틈을 찾기 위한 탐색전이 필요했다.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재능.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재능을 파훼하기 위해서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게 고민하지 않고 달려드는 것은 신화의 전매특허이자 트레이드마크였다.
* * *
5분 후.
“허억, 허억, 진짜 정신 나간 미친 재능이군.”
뚝. 뚝뚝. 뚝.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는 붉은 핏물을 씁쓸하게 내려다보았다.
통곡의 벽은 누가 그런 네이밍을 했나 싶을 만큼, 이름에 딱 들어맞는 재능이었다.
어떻게든 리베인에게 가까이 접근해 폭권을 포함한 각양각색의 공격을 전개했지만.
전부 막혔다.
충격을 완화해 주는 수준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아예 대미지를 0으로 만들었다.
이유인즉, 맹공을 마구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리베인은 한 걸음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녀석은 여유롭게 양손을 저으며 공간 왜곡과 폭발, 전이를 일으키며 나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내가 리베인의 공간 활용 능력이 눈에 점점 익어 가면서 뇌로 예측이 가능해졌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진즉에 왜곡에 휘말려 수십 조각의 고깃덩어리가 되었을 아찔한 공격이었다.
“강신화, 벌레를 잡을 때 말이야. 언제가 가장 쾌감이 큰지 아나?”
“죽이기 직전이겠지.”
“맞아!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벌레가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우왕좌왕할 때지. 죽음을 앞둔 공포가 느껴질 때거든. 하하하!”
“그래서 그게 지금이냐?”
“고양이 앞의 생쥐처럼 겁먹은 네 눈빛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군!”
뭐지, 이 병X은?
겁을 집어먹은 게 아니었다.
나는 탐색전 시작부터 리베인의 눈빛과 움직임, 역장의 흐름을 꼼꼼하게 훑고 있었다.
직접 파형과 파동을 체감해 보기 위해서 위험한 수를 던졌고.
당연히 실패로 돌아가면서 리베인의 역습에 당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리베인의 공간 활용 재능은 확실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수준급이었다.
가까스로 신체가 절단되는 것은 막았지만, 이미 뭉텅이로 잘려 나간 신체 부위만 다섯 곳에 달했다.
나중에 샤워하려고 옷을 다 벗으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누더기 같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알 것 같아.’
90% 정도 확신이 왔다.
통곡의 벽을 앞에 두고 통곡하지 ‘않을’ 방법이 무엇인지를.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외부에서 공격을 퍼붓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나 같은 사람 수십 명이 붙어도 리베인을 죽일 수 없는 것은 확실했다.
모든 공격이 0의 대미지로 치환되고 아주 짧은 강직 상태만 유발하기 때문이다.
“…….”
리베인의 손등 윗부분에 가볍게 남겨 놓은 작은 상처에 시선을 두었다.
내가 기나긴 탐색전을 통해 리베인에게 입힌 유일한 상처였다.
물론 상처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아주 작은 생채기일 뿐이지만.
의미가 있는 상처였다.
통곡의 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베인의 역장을 뚫고 들어가 스크래치를 낸 것이니까.
물론 저 상처를 내기 위해 나는 왼쪽 허벅지의 살점 한 뭉텅이를 내줘야 했다. 완전히 밑지는 장사였다.
‘된다.’
이윽고 90%의 확신은 날카로운 판단과 전략적인 계산이 합쳐져 100%로 바뀌었다.
뇌는 순식간에 수많은 연산을 초월적으로 해냈고, 리베인의 예측 가능한 대응을 모두 잡아냈다.
파치잉! 카치잉!
“……제길!”
그사이 또 한 번의 왜곡이 일어나며, 아슬아슬하게 머리카락 위쪽이 잘려 나갔다.
반응이 0.1초만 느렸어도 머리카락이 아니라, 얼굴 절반이 잘려 나갔을 공격이었다.
점점 템포를 맞추기가 어려워져 가고 있었다. 역시 EX랭크 각성자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까다로웠다.
다음 순간.
‘지금이다!’
확실한 공격 경로가 보였다.
뚝뚝 떨어지는 핏물, 아찔한 정신을 힘들게 부여잡으며. 리베인을 향해서 질주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동안 꽉 다물고 있던 입을 활짝 벌렸다.
카드드득.
방금까지 평범한 하얀색 치아였던 것이 은빛으로 변하면서, 이내 침샘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서 와. 내 독침은 처음이지?’
내 노림수는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