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39)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39화(238/300)
제 239화
얼마 후.
시종일관 신화를 농락하듯 상대해 왔던 리베인의 입에서 절대 나올 것 같지 않았던 소리가 나왔다.
비명이었다.
“크아아악……!”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리베인이 신화를 괴롭히기 위해서 공간 폭발을 여기저기서 일곱 차례나 일으켰지만.
신화는 마치 폭발 지점을 미리 눈으로 확인했다는 듯이 너무 쉽게 위험 지점을 벗어났다.
‘분명 앞서의 전투에서는 계속 먹혀들었던 공격인데…….’
아쉬움은 잠시였다.
아쉬운 감정을 곱씹기에는 이미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상황은 바로 신화가 리베인의 뒤에 바싹 붙은 다음 그의 목덜미에 이를 쑤셔 박은 대사건이었다.
꿀렁- 꿀렁-.
리베인은 느낄 수 있었다.
독사가 깨문 상처 부위에 독을 주입하듯, 신화 역시 뭔가를 자신의 몸속에 주입하고 있다는 것을.
그를 떼어 내기에는 너무 가깝게 붙어 있었고, 떼어 낼 방법도 없었다.
푹! 푹!
다급한 마음에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뒤에서 자신을 껴안은 신화의 팔뚝과 손등을 마구 찔렀지만!
신화는 이런 고통 따위는 관심도 없다는 듯 계속해서 걸쭉한 침을 자신의 체내에 밀어 넣었다.
‘뭔가 잘못됐다.’
침의 정체가 무엇인지 굳이 파악할 필요도 없었다.
주입과 동시에 목 근처에서 빠르게 번지는 얼얼함 때문이었다.
얼얼함은 곧 뻐근함이 됐고, 뻐근함은 곧 점점 굳어 가는 마비 현상으로 바뀌어 갔다.
독에 대한 저항력이 있어 완전 마비까지 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몸의 둔화가 여실히 체감됐다.
‘역시 통곡의 벽의 약점은 벽에 바짝 달라붙는 거였어. 무적 역장과 신체 사이에 아주 미세한 틈이 있었던 거지!’
신화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야말로 자신의 ‘피와 살’을 내주는 일방적인 손해 속에서 신화는 끊임없이 많은 실험을 반복했다.
목표는 단 한 가지였다.
통곡의 벽이 완벽하게 발현되는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한 희생을 거쳐 값을 얻어 냈다. 그것은 완전히 밀착할 경우, 공격이 통한다는 증거.
바로 손등의 상처였다.
또한 통곡의 벽은 무적의 역장이긴 하지만, 접근한 사람을 태우거나 녹이는 능력은 없었다.
말 그대로 보호를 해 주는 보호막의 역할만 하기 때문에 작정하고 붙으면 답이 없었다.
다만 지금까지 이 통곡의 벽을 뚫은 각성자가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리베인이 공간 왜곡, 전이, 폭발에 능하고, 그래서 접근이 불가능했기 때문일 터였다.
“끄거걱!”
리베인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중독으로 인해서 신체의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제어가 전혀 불가능한 중독 현상이었다.
다음 순간.
“이건 못 막을 거다!”
리베인의 몸에 손등을 정확하게 밀착시킨 신화가 대거 마력을 쏟아 내며 괘당권을 전개했다.
수직, 수평으로 대폭발을 일으키는 정조준의 일격!
슈트를 입고 있더라도 충격파를 받아 내기 힘든 위력적인 공격이기도 했다.
“씨…….”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리베인이 욕설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뻐어어엉!
폭발이 일어났다.
등과 허리 사이에서 시작된 폭발은 마치 종이 인형처럼 리베인의 몸을 저 멀리 날려 버렸다.
불가항력이었다.
주먹 몇 대를 맞은 수준이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면 몸이 산산조각이 나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폭발이어서다.
“커허어억! 쿨럭! 쿨럭!”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정신없이 구른 리베인이 검붉은 피를 두 움큼이나 토해 냈다.
앞서 신화가 흘린 피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심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파르르르.
힘겹게 땅을 짚고 일어서려는 리베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것은 각성자가 된 이후.
처음 겪는 공포이자 두려움이며 놀라움이었다. 물론 그 공포의 대상은 신화였다.
“리베인, 이제는 우리 중에 누가 통곡할 차례지?”
이어지는 신화의 말이 리베인의 속을 시원하게 긁었다.
* * *
같은 시각.
‘마력을 절약하기보다는 퍼센티지 단위로 펑펑 쓰는 기술들이 많다 보니 마력이 문제군.’
나는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마력의 회복이 필요해서였다.
마력 부족은 아니었다.
애초에 리베인이 아니라, 그 부하들인 ‘잔챙이’를 상대할 때는 마력이 남아돌았으니까.
하지만 역시 EX랭크급의 각성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한 방, 한 방이 매우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괘당권처럼 마력 전량을 남김없이 소모하는 필살기형 재능을 많이 활용해야 했고.
그 결과, 충전하기가 무섭게 사라지는 마력의 신비를 경험하게 됐다.
카치잉! 카칭!
그사이, 몸을 일으키던 리베인이 기습적으로 공간 폭발 두 차례를 시도했다.
‘이젠 다 보이지.’
하지만 전투 초반과 달리, 지금은 전혀 당황하거나 위치를 추적하려 애쓸 필요가 없었다.
개변된 뇌 덕분이었다.
리베인의 손가락 끝.
손가락 끝이 향하는 위치로 자연스럽게 그어지는 가상의 선.
여기에 더해, 균등한 마력의 분포를 유지하고 있다가 갑자기 급격히 줄어드는 마력까지.
이 모든 과정이 개변된 뇌의 분석력을 통해 친절하게 가이드 됐고, 훤히 보였다.
‘분석되니까 확실히 편하네.’
원래부터 알고 있었지만, 뇌 개변의 편리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너무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일대일 승부에서 이렇게 고전해 보는 건 처음인 것 같군……. 강신화, 내 공격이 보이나?”
리베인이 입가의 피를 닦아 내며 말했다. 예상대로 뇌 개변의 활용을 정확하게 짚은 말이었다.
“아주 잘 보이지. 이제는 너무 뻔해서 당하기도 쉽지 않겠는데?”
“왜 네가 카스론을 돕는지 이해할 수 없군. 강신화……. 지금이라도 날 돕겠다고 약속한다면.”
“응.”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부와 명예를 약속하마. 던전? 여자? 아티팩트? 원하면 무엇이든 갖게 해 줄 수 있다.”
“그래서 내게 남는 게 뭔데?”
“뭐?”
“남는 게 뭐냐고. 부와 명예를 가져서 남는 게 뭔데.”
“그걸 원하지 않나?”
“뭔 개소리야. 난 그냥 네가 내 눈앞에서 지워졌으면 좋겠어. 역겨워서 같이 숨쉬기도 싫어.”
“뭣……?”
“너 같은 버러지를 살려 둔 채로 은퇴하면 아마 똥을 싸다가 만 느낌일 거야. 똥 냄새가 날 거라고.”
“나를 지금 똥…… 이라고 지칭하는 건가?”
“더럽고, 냄새나고, 보면 볼수록 역한 것을 보면 너랑 공통점이 참 많지 않아?”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까지 네가 상대한 내 모습이 전부라고 오판하지 마라.”
“개소리는 그쯤 하면 충분하고. 네가 가진 재능, 남김없이 다 보여 줘 봐. 아끼다가 똥 된다.”
나는 리베인을 도발했다.
애초에 이 정도로 죽을 녀석이었으면 EX랭크가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너무 얕보는 것이다.
“……협상 결렬인가?”
“어서 숨겨 둔 병기나 꺼내라고. 죽기 직전에 후회하지 말고.”
“고통스럽게 널 죽여 주겠다, 강신화.”
“그래. 엄청 기대하고 있으니까 이제 덤벼라.”
나는 가볍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간편한 도발을 끝냈다.
그리고.
“…….”
리베인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동시에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암흑 기가 느껴졌다.
“일어나라, 내 충직한 종들아.”
이윽고 리베인이 손짓을 시작하자, 내게 머리가 으깨지고 온몸이 터져 죽어 나갔던 부하들이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흑마법을 이렇게 빨리 연성했다고?”
뒤에서 놀라 소리치는 장동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눈에도 보였다.
강령술.
나스 대륙의 흑마법사, 그것도 고위 흑마법사만이 해낼 수 있는 특별한 능력 중 하나였다.
궁지에 몰리자, 바로 꺼내 든 강령술 카드는 리베인이 믿고 있는 구석임이 분명했다.
“장동식, 당신과 다르게 이 사도는 준비성이 철저하네. 반성 좀 해야겠는데?”
“……할 말이 없군.”
장동식의 긴장을 풀어 주고자 농담을 던지긴 했지만, 나 역시도 속으로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지금 리베인이 보여 준 재능은 엄밀히 따지자면 레체로의 ‘하위 호환’ 버전의 재능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내가 리베인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레체로와는 싸워서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레체로는 괴물이다.
우리 나인 로드를 상대로, 심지어 ‘가짜’가 압도한 적도 있었던 경험을 생각한다면.
리베인을 반드시 내 손으로 제압할 수 있어야 나중에 레체로를 상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결국 핵심은 모체인데…….’
강령술의 파훼법은 하나다.
강령술로 되살려 낸 망자나 하수인들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모체, 즉 강령술을 펼친 흑마법사를 직접 노려 목숨을 끊는 일이다.
당연히 흑마법사도 그 노림수를 잘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애쓰겠지만.
서로 뻔히 알고 있어 힘들어도 모체를 공격해서 괴롭혀야 강령술로 불러낸 하수인의 조종이 어려워진다.
“…….”
나는 조심스럽게 입고 있는 스페셜 슈트의 등 뒤쪽, 작은 버튼 하나를 만지작거렸다.
그것은 바로.
스페셜 슈트를 제작할 때, 나와 황석철이 만약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장치’의 안배였다.
‘부탁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유사시에 이 슈트 전체를 기폭제로 삼아서 상대에게 강제 피해를 입히고 싶습니다만.’
‘음……. 그러니까 일종의 자폭 슈트를 만들기를 원하신다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정확합니다.’
‘어렵겠지만…… 회로를 잘 설계하면 가능할 것 같기는 합니다. 다만 극상급 차원석이 있어 폭발력이 엄청날 텐데요?’
‘그게 바로 제가 원하는 바죠.’
‘다만 조건부는 피할 수 없을 겁니다. 멀리서 휘릭 날아가서 자폭하거나 그럴 순 없을 겁니다.’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상대에게 자연스럽게 슈트가 입혀지면서 승계가 되려면 반드시 후방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강제 접착을 유도할 수 있게 슈트가 전이(轉移)되는 과정에서 대량의 마력을 보조해야 합니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황석철이 세심하게 설정을 해 준 덕분에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스페셜 슈트에는 자폭 기능이 있었다.
제작 단가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수백억 원짜리 폭탄인 셈이다. 또한 조건도 까다로운.
‘여기서 리베인이 어설프게 살아 돌아가면 정말 큰 문제가 생긴다. 진짜 X 되는 거야.’
나는 여기저기에서 서서히 몸을 일으켜 세우는 시체들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리베인이 바보가 아닌 이상, 여기서 살아 나가면 무조건 두문불출하며 자취를 감출 것이다.
내게 호되게 당했으니까.
그럼 레체로를 상대하기에 앞서 장동식을 제외한 모든 사도를 처리한다는 내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꿀꺽- 꿀꺽-.
어느새 떨어진 약발(?)을 도핑을 통해서 빠르게 보충했다.
“후우.”
또 한 번의 심호흡.
이제 전투에 돌입하게 되면,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는 절대 쉴 수 없을 긴 호흡이기도 했다.
“그우우우…….”
이내 몸을 일으킨 시체들이 생전에 자신들이 활용했던 능력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리베인이 암흑 기를 나눠 줬으니, 이를 바탕으로 유사한 공격을 펼칠 것이다.
파팟. 팟. 팟.
‘다 볼 수 있어. 느낄 수 있어. 예측할 수 있어.’
두 눈에 선명하게 예측되는 공격 경로를 탐지하며, 나는 확신에 차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시 시작되는 2라운드.
이제는 리베인도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구석이 없었다. 나야 당연히 처음부터 그랬고.
그리고.
“간다!”
콰직!
아스팔트 지면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어 내며 전속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단 하나.
모체(母體), 리베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