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4)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4화(23/300)
제 24화
신화가 악력을 조절할 때마다 칼레의 표정이 두려움에 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대굴욕이었다.
나름 목숨을 위협하겠답시고 목을 움켜쥐었는데, 아무런 쓸모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반면에 자신의 목을 움켜쥔 신화의 손은 자신의 생살여탈권을 완벽하게 가진 손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삶에 대한 갈망과 같은 수많은 감정이 칼레의 머릿속에서 교차했다.
“어떻게 할 거냐고.”
“케헥! 헥! 케헤헤엑!”
칼레가 쇳소리를 냈다.
신화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칼레의 가슴 언저리에서 오색의 영롱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됐다.’
아공간 아티팩트인 칼레의 혼돈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두려움을 자극해 분노를 일으키고, 그것을 기반으로 각성을 유도하는 작업.
일대일 전투였던 덕분인지 칼레는 더 많은 자극을 받은 듯했다.
상대의 수가 많았다면, 혹여 죽더라도 나름의 이유를 붙였을 것이다.
수적 열세였으니까 죽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상대는 하나였고, 칼레는 처음부터 침입자와의 일대일 전투는 자신 있었다.
그래서 기세 좋게 덤볐는데!
결과는 최악이었다.
“너도 시시하네. C랭크 이하는 거들떠보지도 말아야겠다. 어떻게 내 몸 하나를 못 뚫냐, 쯧.”
신화가 혀를 차며, 어느새 검으로 만든 자신의 오른팔을 칼레의 가슴팍에 찔러 넣었다.
푸욱!
“커억!”
두꺼운 뼈와 질긴 근육을 뚫고 들어간 신화의 검 끝이 바로 칼레의 심장 아래를 찔렀다.
그 상태에서.
슈르르륵.
신화는 오른손을 개변시켜, 원래 모습으로 되돌렸다.
사람의 손 그대로.
다음 순간.
쿵쿵! 쿵쿵!
아직 맥동하고 있는 칼레의 심장을 꽉, 움켜쥐었다.
“목걸이는 내가 잘 쓰도록 하지. 환생해서 또 쳇바퀴처럼 살아라. 고생 많다.”
“이, 이이이익!”
퍼석!
칼레가 무어라 외치려는 순간, 신화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꽉 움켜쥐어 버렸다.
단단한 외피와 골격을 가진 몬스터라 한들, 심장까지 단단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말랑말랑하기 그지없는 칼레의 심장은 그렇게 신화의 손아귀에서 풍선처럼 터졌다.
“좋아.”
이어 신화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목걸이 특유의 촉감 때문이었다.
[칼레의 혼돈] [판정 등급 : A] [아공간으로의 보관, 소환 능력을 가진 무한한 공간의 아티팩트입니다.생체는 보관을 거부하며, 아공간의 소환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단, 사체와 더불어 무생물의 모든 물건들은 아공간에 자유롭게 보관이 가능합니다.
다만 반경 1m의 입구를 통과할 수 없는 물건들은 보관할 수 없습니다. 해체가 필요합니다.]
‘2010년의 대격변 이후 2052년의 대재앙까지. 유일무이하게 존재한 아공간 아티팩트지.’
상태창 확인을 마친 신화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희소성으로 보면 EX랭크 판정을 받아도 이상할 것 없는 아티팩트지만.
아마 전투에 쓰일 수가 없는 탓에 판정과 시스템을 주관하는 ‘절대적 존재’가 A랭크로 구분 지은 듯했다.
어쨌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신화는 목걸이를 바로 착용하고 앞에 있는 칼레를 향해 손을 뻗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떠올렸다.
‘보관.’
스윽!
생각을 떠올리기 무섭게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무색의 일그러짐이 발생하더니.
슈우우욱!
칼레의 시체가 순식간에 아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간편하네. 역시 아티팩트가 만능이야.”
밀린 숙제를 해결한 것처럼 신화의 표정에는 뿌듯함이 잔뜩 묻어났다.
샤아아아.
이윽고 칼레가 죽은 자리에 출구 차원문이 열렸다.
이곳을 통해 나가면, 기다리고 있을 진보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01:10:59]“뭐야, 아직 50분도 넘게 남았잖아? 중간에 여유를 잠깐 부렸던 것을 빼면 1시간 컷인가? 좋네.”
신속 공략에 성공했다!
이 정도면 라이센스가 확보된다는 가정하에 하루에 던전 열 군데 이상도 돌 수 있을 듯싶었다.
‘A랭크 아티팩트면 표준 시가로만 따져도 가격이 500억 원. 물론 팔 생각은 없지만, 오늘도 참 보람찬 하루야.’
신화가 목걸이를 어루만졌다.
나미나처럼 SNS에 올려서 자랑하고 싶은 생각까지는 없었다.
진보미를 치료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자신에 대한 소식이라면 모를까.
먼저 입을 나불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기엔 아직 성장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도 멀었고.
“자, 그럼 수금을 해 보실까?”
신화는 입맛을 다시며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던전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몬스터들의 시체와 부산물들을 챙길 시간이었다.
악취가 나는 몬스터 체액, 스켈레톤의 뼛조각, 그리고 수많은 가죽 모두.
하나같이 쓰임새가 있는 것들이었다. 신화는 그것들을 두고 갈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조만간 주변에 쓸 만한 지하 창고를 하나 구해야겠어. 그래야 부산물 추출, 적출, 조합, 혼합 작업을 수월하게 할 테니까.’
자연스레 다음 목표도 생겼다.
하나를 해내고 나면, 이어서 체계적으로 다음을 꼼꼼하게 생각하고 계획하는.
신화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 * *
그 시각, 던전 밖.
“잠깐만! 여러분. 지금 이 출구 차원문, 저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죠?”
진보미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눈앞에 나타난 검붉은 색의 출구 차원문을 가리켰다.
놀란 것은 함께 대기 중이던 짐꾼들도 마찬가지여서, 모두가 넋 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1시간 10분? 말도 안 돼. 이 정도 공략 시간은 내가 솔플 해도 절대 나올 수 없는 시간인데?”
진보미는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출구 차원문이 생기며 누른 시계의 스톱워치는 정확히 1시간 10분에 멈춰져 있었다.
C랭크 던전을 단순 1인 공략이 아닌, 1시간 안팎의 공략을 하려면 최소 A+랭크는 되어야 한다.
즉, A랭크인 진보미도 쉽게 하기 힘든 공략이었다.
인원이 많다면 화력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 가능하지만, 1인이면 고려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
진보미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잇지 못한 채, 차원문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번뜩 정신이 들었는지, 양화 길드의 마스터 서예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보미야. 강신화, 공략 들어갔어? 전화가 좀 늦었네? 방금 들어갔나 보지?
“언니, 그게…….”
-왜? 공략 취소야? 라이센스 발급을 받고 공략 취소하면 그거 벌금 있는데?
“그게 아니라. 음, 좀 믿기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뭔데? 싸움이라도 났어?
맥을 짚는 족족 틀린 말만 하는 서예희의 반응은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서예희와 윤태호는 신화가 라이센스를 요청했을 때부터 뭘 믿고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었다.
신화가 잠재력이 높은 재능을 가진 것은 맞으나, D랭크의 한계는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높이 3m의 농구 골대에 1m의 어린아이가 자력으로 덩크슛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았다.
즉,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게 아니라 강신화 씨가 1시간 10분 만에 K-911 던전을 공략했어요. 방금 출구 차원문이 열렸거든요.”
-뭐라고? 그게 말이 돼?
“보세요…….”
진보미가 방금 막 찍은 사진을 톡을 이용해 서예희에게 보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헐, 하는 탄성이 바로 터져 나왔다.
-미쳤네? 진짜 혼자 들어갔어?
“제가 강신화 씨 본인도 아닌데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서포트도 거절해서 못 들어갔어요.”
-뭐야, 랭크 감지 장치는 분명 D랭크라고 했는데? 비싼 돈 주고 구한 건데 이거 고장 난 건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가장 빠른 반응은 현실 부정이었다.
“저 돌아가면 얘기 좀 해요, 언니. 이거 보통 상황이 아닌 것 같아요. 신화 씨가 힘을 더 숨기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요.”
-도대체 어디까지 힘을 숨기고 있는 거야. 강신화, 얼마 전까지 F랭크 짐꾼이었잖아?
“그러니까 말이에요.”
-일단 복귀하는 대로 다시 얘기하자. 전화로 할 얘기가 아니지 싶어.
“네, 언니.”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진보미는 자신도 모르게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아 쥔 채로, 신화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 * *
전리품을 아공간에 모두 수납하고 던전 밖으로 나온 뒤.
진보미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믿을 수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그녀에게 이제 눈으로 봤으니 믿으라고 했다.
난 속인 것이 아무것도 없다.
랭크도 정확히 D랭크, 내가 보여 준 능력 중에 가짜인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다 보여 주지 않았을 뿐이다. 숨겼다기보다 굳이 자기 PR를 할 필요가 없어서 말하지 않은 쪽에 가깝지만.
그녀는 내게 귀찮게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아마 나름대로 다른 생각이 있는 듯했다.
내게 원한다면 재능을 더 보여 줄 수는 있다. 대신 그만큼 몸값 상승도 감수해야겠지.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어쨌든 K-911 던전을 나온 나는 진보미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는.
바로 병점역의 옛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원래는 업체를 불러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지만, 혹시나 내가 놓친 과거의 흔적들이 있을까 봐서다.
특히 부모님에 관련된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은 내게는 절대 버려서는 안 될 소중한 것들이었다.
아무래도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일말의 찜찜함도 없이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을 듯했다.
한데 중간에 생각지도 않은 손님이 날 찾아왔다. 아니, 정확히는 역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정훈이었다.
“타시죠.”
“무슨 일입니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가씨를 구해 주시면, 일과를 제외한 모든 시간에 당신의 수호자와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죄송합니다. 일정 정리를 하느라 늦었습니다.”
“아, 정말로 지키는 겁니까?”
“허언은 하지 않습니다. 약속은 지킬 겁니다. 아가씨의 은인이라면, 저에게도 은인입니다.”
‘오, 좀 멋있는데.’
저런 멘트는 배워서 하는 걸까, 아니면 정말 천성이 저런 말에 특화된 걸까.
곰곰이 말을 곱씹으니, 꽤 멋있게 느껴지는 정훈의 말이었다.
그는 잘나가는 A랭크 각성자답게 고가의 스포츠카를 타고 있었다.
나는 차 욕심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한껏 명품 슈트를 차려입은 남자가 스포츠카를 몰고 창밖을 바라보니 제법 멋있어 보였다.
바로 차에 탑승했다.
곁에서 직접 수행을 하겠다는데, 거절하면 예의가 아니지.
차에 타자마자, 나는 그에게 용건을 전달했다.
“그럼 오늘은 한 가지만 하고 들어가시죠.”
“말씀하십시오.”
“바로 병점역으로 가 주세요. 거기 예전 집이 있거든요.”
“병점역이면, 레드 존이군요.”
“맞아요. 해가 지는 순간, 달빛이 죽음을 비추는 빛이 되는 그런 곳이죠.”
그에게 대답을 하며,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녁 여섯 시 반.
딱 지금부터가 레드 존에서는 수많은 폭력과 협박이 난무하는 무법자의 시간이 된다.
‘오늘 완벽하게 청산하는 거다. 힘들고, 어렵고, 절망스러웠던 내 과거의 모습과.’
과거와의 이별.
미래를 향한 질주.
그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예전의 집으로 돌아가 모든 물건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경의를 표합니다.”
“훗, 경의까지야.”
레드 존에서 살았던 내 과거의 모습에서 경의라는 감정까지 느낄 것이 있나 싶었지만.
어쨌든 존경한다는 정훈의 말에 나는 헛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정훈, 저 남자도 확실히 특이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란 말이지.
야간의 내 전담 수행원이 되겠다고 하였으니, 나름 쓸모는 많이 있을 듯했다.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종종 부려먹을 작정이다.
D랭크 각성자의 말을 고분고분 들으며 수행하는 A랭크 각성자?
그림 참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