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40)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40화(239/300)
제 240화
‘전에 싸웠을 때, 내가 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확실히 있었구나. 저런 괴물 같은 각성자가 어떻게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걸까.’
전투가 계속되면서 지켜보는 장동식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경악만이 가득 어려 있었다.
세간에 알려져 있는 신화의 재능과 전투력은 지금 본 모습의 1할도 될까 말까 한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의 전투 영상이라고 해 봤자 신정아와 싸웠던 그 영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신화의 전투력은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되었고, 재능도 훨씬 더 다양해졌다.
특히 전방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리베인의 공간 활용 재능을 무력화시키는 모습은 일품이었다.
리베인의 주특기 재능이지만, 신화에게는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커헉! 크허어억!”
리베인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었다.
나름 비장의 한 수로 꺼내 든 강령술인데, 신화는 그 분신들에게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난 오직 한 놈만 팬다, 같은!
우직하게 리베인에게만 달라붙어서 집요하게 그를 괴롭혔다.
사실 가장 현명한 선택지이기도 한 것이 분신들이 신화를 공격하면 신화와 함께 있는 모체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게다가 중독 상태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해 리베인의 반응이 계속 느린 것도 한몫했다.
‘EX랭크를 상대로는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압도하는 SS랭크의 각성자라니…….’
물론 랭크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마력과 재능의 우위를 상징하긴 하지만, 변수는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EX랭크는 지구의 각성자 전체를 살펴봐도 열 명이 될까 싶을 정도로 수가 적었다.
그나마 리베인이 극단적인 공격 스타일의 재능이 아니었기 때문에 장동식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통곡의 벽과 공간 활용 재능은 완성형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파괴적이었고.
그래서 신화가 최소한 반반 싸움은 할지언정 우세할 가능성은 0%라고 생각했던 장동식이었다.
그래서 신화가 대혈투를 벌이는 내내, 장동식은 몇 번이고 스마트폰을 열었다가 닫곤 했다.
여차하면 가까운 KSA 지부에라도 신고를 해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신화가 리베인을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외력이 개입한다면 리베인은 미련 없이 도망칠 테니 말이다.
혹은 현장으로 출동한 수많은 KSA 요원이 대규모로 덧없이 희생될 수도 있고.
‘강신화가 만약 리베인을 붙잡거나 처치한다면…….’
단지 가정만 해 봤을 뿐인데, 그 생각만으로도 몸이 떨렸다.
경외(敬畏).
그것은 신화가 보여 준 엄청난 힘과 능력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지금의 전투력이라면 다른 사도들도 얼마든지 처치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자신 ‘따위’는 이제 파리 목숨이라는 사실도 어렵지 않게 실감할 수 있었고.
“그구구구. 그구구구.”
모체인 리베인이 신화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있는 탓인지 부활시킨 분신들의 움직임이 더뎠다.
“이 정도면 너희도 그냥 장난감일 뿐이지.”
부상을 입은 와중에도 장동식은 신화에게 힘을 보태고자 아픈 몸을 이끌고 분신들을 처치했다.
다행히 리베인은 여기까지 정신을 쓸 겨를이 없었고, 장동식의 우직한 공격에 분신들은 죽어 나갔다.
바로 그때.
“씨X…… 아아아알!”
자의 반, 타의 반이 되어 버린 긴 욕설로 절규하는 리베인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절망감과 두려움, 굴욕감이 가득 담긴 욕설은 리베인의 확실한 감정 표현이었다.
퍼억! 퍼억!
“미친…….”
이윽고 장동식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신화의 손에 붙잡혀, 지면에 패대기쳐지고 있는 리베인이었다.
마치 햇살 좋은 날에 밖에 나와 이불의 먼지를 열심히 털듯이.
혹은 어린아이들이 모여 딱지치기를 할 때 지면에 시원하게 왕딱지를 내려치듯이!
리베인의 두 다리가 신화의 양손에 꽉 붙잡힌 채로 대책 없이 지면과 정면 충돌을 하는 중이었다.
이미 몇 차례 유효 타격이 들어간 탓에 집중이 깨져 그 바람에 통곡의 벽도 무력화된 상태였다.
“뒈져, 이 새X야……!”
그 와중에도 리베인이 어떻게든 손을 휘저으며 신화를 노린 공간 왜곡을 전개했지만.
“훗.”
신화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리베인을 하늘 높이 던져 가볍게 왜곡을 피했다.
그리고 마치 곤봉 체조에서 공중으로 던졌던 곤봉을 다시 받듯, 리베인을 가뿐히 잡아서는 다시 두들겨 팼다.
“야, 이 개X끼야……! 좀……!”
리베인이 절규를 넘어, 발악…… 아니, 울분을 토하듯 처절하게 소리쳤다.
살려 달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아무리 사람을 패도 이렇게 우악스럽게 팰 수 있느냐는 비난의 외침이었다.
“망할!”
결국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퍼퍼퍼펑!
한데 뒤엉켜 있는 신화와 리베인의 한가운데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공간 폭발이었다.
“크윽!”
신화가 신음을 토해 내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폭발에 휘말린 몸은 그야말로 넝마가 됐다.
“쿨럭! 쿨럭!”
당연한 얘기지만, 흠씬 두들겨 맞는 와중에 폭발을 유도한 리베인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왼쪽 팔은 과연 붙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심하게 덜렁거렸고.
금빛 머리칼이 아름답게 흩날리던 머리는 피떡이 진 채로 까치집이 생긴 험한 머리카락만 남았다.
그야말로 ‘개망신’이었다.
“크아아아!”
리벤저스의 수장, EX랭크 같은 호화로운 수식어가 무색하게 리베인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대단히 굴욕적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여기서 죽고 싶지는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빠르다.”
장동식이 빠르게 멀어져 가는 리베인과 그 이상의 속도로 추격해 가는 신화를 보며 감탄했다.
어느새 리베인과 신화의 뒷모습이 하나의 점이 되어 멀리 사라졌다.
“혹시 강신화가 이긴다면…….”
사실은 신화의 완전한 우세처럼 보이긴 했지만, 장동식은 여전히 불안했다.
하지만 만약에 신화가 승리해서 이 상황을 해결하고 끝맺음을 해 주기만 한다면!
“평생의 은인이 되겠군. 소희의 은인, 그리고 내 은인이…….”
신화에게 앞으로 평생을 고마워해도 모자랄 빚을 지게 될 것 같았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로 달려와 준 신화.
그에게 장동식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감동, 그 이상으로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제발.”
장동식은 하늘에 간절히 빌었다.
혹시라도 아주 작은 사소한 변수라도 신화에게 절대로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한데 바로 그때.
“아아아아……!”
고함인지 비명인지 헷갈리는 외침과 함께.
팟! 파팟! 팟!
한없이 멀어지는 듯했던 신화와 리베인의 모습이 점멸을 반복하다가 장동식의 앞에 나타났다.
블링크 링을 이용해 처절한 ‘도피’를 무력화시킨 신화의 아티팩트 활용이었다.
그리고.
“끝이다, 리베인!”
장동식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실하게 살필 수 있는 시야의 한복판에서.
퍼억! 퍼억! 퍼억!
신화는 거의 넝마가 되다시피 한 리베인의 머리를 움켜쥐고, 그의 얼굴을 바위에 내리치기 시작했다.
“…….”
장동식은 다시금 느꼈다.
신화를 적으로 돌린 자의 비참한 최후가 어떻게 되는지를.
불과 몇십 분 전까지만 해도 리베인은 심복들을 데리고 득의양양하게 나타난 살인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뭉개진 고깃덩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리베인의 부릅뜬 두 눈이 힘주어 장동식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몸은 축 늘어져만 갔다.
장동식은 점점 죽어가는 리베인의 모습에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죄 없는 아내를 죽이고, 지옥과도 같은 삶을 만들었던 리베인과의 악연을 끊는 순간이었다.
“거, 되게 오래 버티네!”
빠악! 빠악! 빠아아악!
리베인의 감기지 않는 두 눈을 본 신화가 머리를 움켜쥔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러자 리베인이 다시금 안광을 폭사하며, 또 한 번 폭주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잘 가라.”
신화는 당황하지 않았다.
마치 연인과 작별 인사를 고하듯이 리베인에게 진한 백허그를 했고.
스르르륵!
이윽고 리베인의 몸에 자연스럽게 달라붙은 스페셜 슈트가 붉게 타오르며 폭발 준비에 들어갔다.
“크오오오오!”
“넌 끝났어.”
콰아아아앙!
리베인의 괴성이 무색하게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리베인의 몸이 통째로 터져 버렸다.
의심할 여지도 없는 완벽한 즉사이자 확실한 죽음이었다.
몸이 산산조각 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각성자는 전 세계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기에.
* * *
[순환의 팔찌] [판정 등급 : S] [재능을 활용할 때 사용한 마력의 25%를 완벽하게 되돌려 받습니다.]마력을 100%로 활용하는 재능 역시 ‘순환’의 적용을 받으나 재사용에 1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란슈트 건틀릿] [판정 등급 : S] [건틀릿 전면부에 마력을 한계 없이 응축할 수 있습니다.
단, 응축 가능한 마력은 건틀릿과 연동된 신체에서 파생된 마력만이 가능합니다.
또한 응축한 마력을 본인이 원하는 만큼의 갈래로 나누어 다중 공격을 펼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활용 가치가 높은 아티팩트를 가지고 제대로 활용 못 해서 쓰레기로 만드는 것도 재주네.”
리베인의 사체가 남긴 흔적 속에서 겨우 뒤져서 찾아낸 아티팩트를 확인했다.
이것들 외에도 자잘하게 목걸이와 반지를 챙겼지만, 집중력 강화에 관련된 아티팩트라 따로 빼 뒀다.
이것들은 동료들에게 ‘대여’해 주거나, 혹은 상황을 봐서 돈이 부족해지면 오픈 마켓에 팔 생각이었다.
순환의 팔찌는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좋아 보였다.
괘당권처럼 마력 전량을 소모하는 재능을 썼을 때도, 1분의 쿨타임이 있지만 25%의 마력이 즉각 회수되고.
전량을 소모하는 재능이 아니라면, 무조건 25%는 다시 되돌아오니 특히 장기전에 유리했다.
어쩐지 전투 내내 리베인의 재능과 마력이 우물처럼 샘솟듯 끊이지 않는다 싶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크윽, 더럽게 아프네.”
아티팩트에 흥분했다가 잠시 제정신이 돌아오자.
나는 발끝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고 결국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막판에 리베인을 몰아붙이며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았다.
이놈의 적극성이 문제인 건지 몸 전체가 상처와 피로 얼룩진 상태였다.
누가 내 모습을 본다면 전신을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매우 심각한 상태로 보였을 것이다.
내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과 함께 다리의 힘이 풀릴 정도라면 진짜 심각한 수준이긴 맞긴 했다.
그래도 기뻤다.
EX랭크의 각성자를 이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물론 리베인은 EX랭크 각성자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구석이 많았다.
우선 가진 재능이 공격적인 부분에 특화되지 않아 극단적 공격 성향인 내게는 상대가 안 됐다.
만약 일라이저였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전생의 경험과 기억으로 짐작해 봐도 녀석은 나와 맞먹을 만큼 뒤가 없는 공격자니까.
일라이저가 일으키는 폭발의 개념은 리베인이 일으킨 ‘작은’ 폭발과는 천지 차이였다.
“어이, 괜찮아?”
나는 4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오래된 폐차에 몸을 기댄 채로 앉아 있는 장동식을 보았다.
“괜찮다. 이 정도는 뭐 며칠 항생제랑 소염제 먹고 푹 쉬면 나을 정도지. 후후.”
애써 여유롭게 웃어 보이는 장동식의 모습에서. 사도의 사악함보다는 딸바보인 아빠의 안도감이 묻어나는 듯했다.
그도 앞서의 전투 과정에서 부상을 크게 입은 탓에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나보다는 나아 보였다.
당연히 그래야지!
내가 구하러 온 게 누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