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41)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41화(240/300)
제 241화
얼마 후.
“리베인이 어떻게 방해를 받지 않고 부하들과 이곳에 왔는지는 확실하게 알 것 같네.”
“버프가 있었나?”
“응, 맞아.”
내 대답에 장동식도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성자의 ‘재능’은 죽으면 사라지지만, 각성자의 ‘버프’는 죽어도 죽인 대상에게 그대로 계승된다.
전생에 직접 확인한 바는 없었지만, 리베인이나 일라이저 같은 네임드에게는 늘 흉흉한 소문이 따라다녔다.
버프가 있는 각성자들을 집요하게 찾아내서, 그들을 죽여 의도적으로 버프를 흡수한다고 말이다.
마냥 음모론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그만큼 버프의 매력이 크기 때문이었다.
아티팩트처럼 죽여서 빼앗을 수 있고, 여타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희소성을 가진 버프는 각성자들에겐 언제나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래서 많은 각성자들이 자신이 가진 버프를 숨기거나, 그것을 재능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높으신 분’들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리베인에게는 두 가지 버프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무척 쓸모가 많은 버프였다.
[약점 감지] [신체 기능이 절반 이상으로 떨어진 부위는 실제 피부 혹은 의상과 전혀 다른 푸른색으로 보입니다.신체 기능이 아예 무너진 부위는 검은색으로 변색되어 보이게 됩니다.
단, 원치 않는다면 감지 능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염(念)으로 버프를 일시 중단할 수 있습니다.] [공간 이동] [투입한 마력에 비례하여 국경, 영공, 공해를 뛰어넘는 초장거리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단, 직접 다녀온 경험이 있는 장소로만 이동이 가능합니다.
최대 인원 제한은 10명이며, 초장거리 이동의 왕복을 ‘1회’로 계산합니다.
공간 이동 버프의 유지 시간은 1일이며, 재활성화는 왕복이 끝난 후로부터 7일입니다.]
약점 감지를 활용해서 장동식의 상태를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붉은색이었다.
앞서 난전에서 많은 부상을 입기는 한 모양이었으나, 다행히 중상이라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약점 감지도 좋아 보였지만, 사실 솔깃한 것은 공간 이동이었다.
나스 대륙의 마법으로 따진다면 ‘텔레포트’ 마법을 얻은 셈이었다.
하지만 한 사람만 이동이 가능한 텔레포트와 달리, 단체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물론 한 번 활용하고 나면, 7일의 버프 활용 대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어디를 수시로 들락날락할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충분했다.
전투적으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면, 일주일에 한 번은 남태평양에 있는 내 은퇴지에 다녀올 수 있다는 뜻이니까.
게다가 하루의 유지 시간을 이용해 1박 2일의 여행까지 다녀올 수 있었다!
“일단 이 짐짝……. 하, 별로 남은 부위도 없어서 난감하긴 하지만 그래도 보관은 해야겠네.”
나는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리베인의 흔적(?) 중 그나마 좀 멀쩡한 머리를 아공간에 보관했다.
사람의 머리만 달랑 보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죽일 놈이 죽어서 마음은 후련했다.
“EX랭크를 때려잡는 SS랭크의 각성자라……. 솔직히 뭐라고 감탄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뭘 감탄을 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 되지. 세상에 완벽한 건 없어. 산다는 건 놀라움의 연속이고.”
“되게 나이든 사람처럼 말하는군.”
“뭐, 정신은 확실히 늙었지.”
나는 사실 반, 농담 반을 섞어서 말했다. 몸은 스물넷이지만, 분명 머릿속은 환갑을 앞둔 자의 것이기에.
“정말 고맙다. 덕분에 내 목숨은 물론이고, 우리 딸도 지킬 수 있었다.”
“그래. 소희 데리러 가야지. 자, 걸어갈 수 있겠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도, 딸만 생각하면 가벼워지는 사람이 아빠 아니겠나.”
“밀린 이야기는 소희의 안전부터 확인한 후에 하자고. 그리고 당분간은 거처도 좀 옮기지.”
“음…….”
“리벤저스가 당신을 노리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어. 죽은 보스의 복수를 할지도 모르고.”
“하긴, 그렇겠지.”
“내가 안전 자택이 여러 채 있으니까 그중 한 곳에서 임시로 머물 수 있도록 해 줄게.”
“그럴 것까지 있나?”
“왜 그래야 하는지는 조금 이따가 대화를 나눠 보면 알게 될 거야.”
나는 장동식의 손을 붙잡고는 힘껏 일으켰다.
오랜 시간 기구와 기계 등을 만진 탓인지 그의 손은 마치 고목나무의 껍질처럼 거칠고 딱딱했다.
물론 만능 제작자로서 그간 많은 돈을 벌어 온 장동식이기는 했지만.
돈과는 별개로 그의 삶은 퍽 고달파 보였다. 그것은 아마 돈으로는 절대 채울 수 없는 사랑, 바로 사별한 부인의 빈자리 때문일 것이다.
이윤아를 만난지 얼마 안 된 이후라 그런지, 나는 장동식에게 더욱 감정이입이 되었다.
전생에 이윤아를 사고로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결코 떠올리고 싶지 않을 만큼 컸다.
어지간한 사건 사고나 아픈 기억에는 초탈한 나조차도 그 일만큼은 마치 트라우마처럼 오랫동안 남아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일까?
진보미나 윤별이가 나에게 호감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겠다.
어쨌든 리베인은 죽었다.
사도 다섯.
그중에 둘이 죽었고, 하나는 적보다는 아군에 가까운, 조력자로 만들어야 할 상황이었다.
‘다음은 아일라 블란쳇.’
이후 목표는 명확해졌다.
사실 리베인에게 공간 이동 버프를 얻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는 단순해졌다.
공간 이동을 이용해, 이번의 리베인처럼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호주로 진입하면 된다.
거기에 전략적 위장을 이용해서 내 정체를 숨긴다면?
굳이 길드나 국제적인 문제를 야기하지 않으면서도 아일라만 ‘핀셋’으로 집어내 처리할 수 있다.
나는 전쟁광, 살인마가 아니다.
그저 은퇴를 방해하고 있는, 아울러 전생의 니콜라스를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는…….
변절자 혹은 쓰레기들을 묵묵히 처리할 뿐이다.
모든 것을 다 잊고, 홀연히 남태평양으로 떠날 그날을 위해서 말이다.
* * *
“망할, 아지트가 아주 개박살이 났군.”
“이참에 다시 시작하는 것은 어때? 블랙 존의 위험한 분위기를 즐기는 변태가 아니라면.”
“그래도 여긴 와이프와의 추억이 많이 남아 있는…….”
“동시에 소희에게는 일분일초가 걱정되는 곳이기도 하잖아. 언제까지 딸을 새장에 가둬 둘 건데?”
신화는 폐허가 되어 버린 아지트에 미련을 두는 장동식에게 일침을 가했다.
확실히 문제가 생겼다.
리베인을 비롯한 부하들이 트랩과 방어 시설을 완전히 박살을 내면서 장동식의 아지트는 더 이상 그와 딸 소희를 보호해 주지 못했다.
그나마 장동식이 계속 외곽으로 움직이며 주의를 끌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지트에서 온갖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딸 장소희가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네 말이 맞다. 면목 없군.”
“아지트 내부에 있는 대형 공정은 빠른 시일에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게 인력을 구해 보지.”
신화는 바로 양화 그룹을 떠올렸다.
어떤 요청을 해도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겠다는 곳이니 이런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얼마 후.
장동식이 해맑게 고양이 인형을 안고 놀고 있는 장소희를 데리고 나왔다.
신화는 소희가 홀로 울고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연하다 싶을 정도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아무리 봐도 아빠를 닮은 딸은 아니네.”
“하하. 맞아. 나를 닮았으면 정말 죽고 싶었을 거야. 소희야, 강신화 삼촌이야.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장소희예요!”
“그래, 소희야. 삼촌이 아빠와 푹 쉴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게. 거기에는 고양이도 있어!”
“와! 고양이요?”
“응! 사진 보여 줄까?”
신화가 스마트폰에 담긴 샤미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대놓고 사진을 찍는 것을 워낙 싫어하는 탓에 사진의 99%가 전부 자는 사진이었다.
그것도 곤한 잠에 빠져서 배를 발라당 드러낸 채 입을 벌려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굴욕적인 사진.
“와아! 너무 귀여워요! 귀여워!”
“가자, 삼촌이랑. 장동식, 갈 준비는 다 됐지?”
“일단 중요한 공정들은 전부 삼중으로 보안 장치를 가동해 놨다. 좀도둑들이 손댈 순 없을 거야.”
“나머진?”
“작업 도구들이야 뭐 다시 사면 그만이고. 어차피 바꿀 때도 됐다. 가져가라지 뭐.”
“그럼 미련 없이 가자고.”
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일이 잘 풀려서 기분은 좋았다.
뭔가 실타래가 꼬이지 않고, 순리대로 술술 흘러가는 느낌이랄까? 물론 직감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 * *
-아이가 너무 귀여워! 어디서 이런 아이를 데려온 거야? 혹시 숨겨 둔 딸……?
“뭔 소리야. 같이 온 동료의 딸이야. 잘 챙겨 줘. 그럼 내가 츄르 더 챙겨 줄게.”
-나도 아이는 좋아! 신화처럼 음흉하거나 능글맞지 않고, 완전 순수하거든! 정말 좋아!
“어째 거기서 나를 들먹이냐. 마침 클로이도 있으니까 좀 챙겨 줘. 알았지?”
-알았어!
안전 자택으로 돌아온 나는 마침 클로이와 함께 놀고 있던 샤미에게 장소희를 맡겼다.
외부인이라서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한 장소희에게 마음을 빼앗긴 듯했다.
덕분에 셋은 전용 방에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뛰어놀기 시작했다.
한편, 장동식과 아일랜드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나는 그에게 와인을 따라 주었다.
그냥 와인이 아니라,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고급 물약을 대거 때려 넣은 와인이었다.
그냥 포션만 먹어서는 맛이 더럽게 없기에 별도로 와인을 첨가한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사이에 나눌 얘기가 많을 것 같군.”
“맞아.”
장동식이 먼저 운을 뗐고, 나 역시도 동의했다.
어쨌든 그는 나스 대륙 출신이고, 레체로의 총애를 받는 사도 다섯, 즉 ‘펜타나즈’의 일원이었다.
전략적 목적이 있어 아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그를 믿을 수는 없었다.
“내가 먼저 말할까?”
“아니, 내가 말하지. 일단 중요한 핵심부터 짚어 줄게. 나는 나스 대륙의 사람이 아니야.”
“리베인에게 아케로를 언급했던 것은 거짓이었나 보군. 하지만 아케로를 네가 어떻게 알지?”
“설명하자면 길고, 그 설명까지 자세하게 하고 싶진 않아. 당신은 많이 알 필요가 없어.”
회귀부터 시작해서 장황하게 설명해야 했기에 사실 무척 귀찮았다.
그리고 장동식에게 모든 사실을 까발리는 것도 문제가 있겠다 싶었다.
“음…….”
“일단 증명을 하나 확실하게 하자고. 상대가 적의가 없는 상태로 접촉하면, 암흑 기 감지가 되지?”
“가능하지. 물론 적에게 자신의 암흑 기를 감지하도록 마음 편하게 있는 경우가 없어서 문제지.”
“먼저 확인해 봐. 나스 대륙과 연관이 있는 사람인지. 그러면 명확해질 테니까.”
“그래도 되나?”
“걱정 마. 어지간한 수작질에는 다 면역이니까.”
가늘게 눈을 뜨는 장동식의 반응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자신을 전적으로 믿을 수 있겠느냐는 장동식의 자조 섞인 질문이었지만, 나는 털털하게 넘겼다.
장동식이 독한 마음을 품는다면, 암흑 기를 감지하는 척하다가 단숨에 암흑 기를 내게 밀어 넣고.
이를 바탕으로 내 육체 혹은 정신의 통제권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흑마법사니까.
하지만 대응법을 아는 나에게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그럼 아주 X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