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4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42화(241/300)
제 242화
‘전혀 없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던 신화의 안배와 달리, 장동식은 암흑 기 탐지에만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신화가 호언장담했던 대로 체내에 단 한 움큼의 암흑 기도 없음을 확인했다.
신화가 나스 대륙에서 온 사도나 추종자였다면, 암흑 기의 존재는 지울 수 없는 낙인이었다.
애써 숨길 수는 있지만, 방금처럼 집요하게 살피려고 들면 반드시 그 흔적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무결하게 암흑 기가 없다는 것은 사도의 일에 깊이 개입되어 있는 신화의 현실과 달리.
나스 대륙과 전혀 상관이 없음을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였다.
“정말 지구인이네.”
“맞아. 순도 100%지.”
“그러면 어떻게……. 우리에 대해서 그리 잘 알고 있는 거지?”
“‘미래시’라는 단어로 포장을 해 두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설명을 더 원해?”
“미래시라……. 설마 뭐 미래에서 회귀라도 한 건 아니겠지? 설마 그런 건가?”
“회귀가 그렇게 쉬운 거였으면, 이 세계에 회귀자가 넘쳐나지 않았을까?”
신화는 살짝 뜨끔했지만 웃으면서 터무니없는 소리인 양 자연스럽게 넘겨 버렸다.
장동식도 비약이 심했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신화와 니콜라스가 자주 했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니콜라스, 지금보다 더 흘러간 미래에는 과거로 가는 시간 장치가 개발되지 않았을까?’
‘아니. 내 생각은 달라. 그랬으면 수많은 미래인이 지금을 살고 있지 않겠어?’
‘하긴…….’
‘회귀하는 능력이 보통 특별한 게 아니란 얘기지. 사실 불가능한 능력에 가까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결국 네가 대단하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빙고. 회귀자인 이 니콜라스 님을 알아서 찬양해라, 이 말이야.’
‘너 하는 꼬라지를 보니까 난 절대 회귀하고 싶지 않네.’
‘하하, 그래? 그래, 네가 회귀할 일이 있기나 하겠냐.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라고 말했었는데…….
현실은 이렇게 ‘잘’ 회귀해서 열심히 살고 있다.
어쨌든 장동식도 회귀라는 가정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여겼는지 더는 캐묻지 않았다.
“필요한 부분만 얘기해 줘.”
“난 너희 사도들이 꿈꾸는 그릇된 미래를 알아.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고.”
“나는 협력해야 한다?”
“그렇지. 선택지는 둘 중 하나야. 돕거나 죽거나.”
“강요인가? 아니면 부탁인가?”
“그건 장동식, 당신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듣는 사람의 마음 아니겠어?”
“내가 당신을 얼마나 신뢰하고, 또 믿느냐의 문제이기도 하겠군.”
“맞아. 어디까지 마음을 여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겠지. 내 결정도 그렇고.”
신화는 덤덤하게 말했다.
물론 장동식을 살려, 꼭 도움을 받으라는 니콜라스의 조언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개를 숙이고, 저자세로 일관하면서 도와 달라고 구걸할 마음은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장동식에게 그가 가진 업보와 힘의 차이를 정확하게 인지시키려는 목적도 있었다.
“…….”
적막이 흘렀다.
신화는 채근하지 않았다.
어쨌든 장동식의 뿌리가 사도라는 것은 확실하고,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 이야기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술술 이야기를 풀어낸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그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꿀꺽- 꿀꺽-.
“한 잔 더 줄 수 있나?”
“비싼 포션이 들어갔다는 것을 귀신같이 눈치챘나 보네. 이렇게 헤프게 마시는 걸 보면.”
“……인심 좀 써라.”
“그래, 그러려고 꺼낸 거야.”
쪼르르르.
신화는 장동식의 와인 잔에 와인을 가득 채워 주었다.
아마 저 와인 한 잔의 가격을 현금으로 환산하면 천만 원은 훌쩍 넘어갈 것이다.
꿀꺽- 꿀꺽-.
장동식은 그렇게 내리 두 잔의 와인을 단숨에 비운 뒤에.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맞아. 나는 사도다. 사도명 카스론, 나스 대륙에서 넘어온 존재지. 네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레체로 님…… 아니, 레체로가 보낸 첩자다.”
“계속 얘기해 줘. 경청할 거야. 아울러 아무런 편견 없이 들을 거니까 걱정할 것 없어.”
신화가 말의 무게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 주자, 장동식은 술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쭉 들었다.
신화는 중간중간에 짧게만 고개를 끄덕이면서 장동식의 말을 남김없이 귀 기울여 들었다.
정보의 충돌은 없었다.
장동식이 말한 것은 신화가 알고 있는 것과 정확히 일치했고, 장동식의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섞이지 않았다.
신화 역시, 장동식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보답으로 자신의 비밀을 일부 알려 주기도 했다.
클리자드 전투단의 반지 같은 경우 던전에서 흑마법사 3인조를 만나 얻게 되었다는 사실과.
미래시 – 사실은 회귀 지식이지만 – 를 통해 펜타나즈의 존재와 나머지 구성원의 정체도 전부 알고 있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그리고 말을 끝낸 후.
신화는 안전 자택 내부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창고에서 사도의 시체를 보여 주었다.
이곳은 신화가 종종 포션 가공이나 손질을 위해 활용하는 장소.
그래서 방음과 악취 차단, 강력한 내부 공기 순환 및 환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게다가 진공상태인 아공간에서 보관되고 있었던 덕분에 상대적으로 부패가 지연이 된 상태였다.
“눈으로 직접 봤다시피 리베인, 사도 발카디아는 내 손에 죽었고, 이게 나머지 사도 한 명이지.”
“음……. 누구지? 각성자 소식을 챙겨 보지만, 이 얼굴이 누군지는 전혀 모르겠는데.”
“VVIP. WSA의 수장이었지. 대외적으로 얼굴을 알리지 않은 비밀스러운 인간이었어.”
“그 수장을 네가 처리했다고?”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잖아? 사실 이놈이 VVIP인지 아닌지는 안 중요해. 사도인지 아닌지가 더 중요하지.”
“살펴봐도 될까? 흑마법사는 죽어도 육신이 문드러져서 없어지기 전까지는 암흑 기가 유지된다.”
“그러라고 꺼낸 거야. 꼼꼼하게 살펴봐. 이건 ‘신뢰’의 문제니까.”
감지는 앞서 신화에게 했던 것보다 더 쉽게 이뤄졌다.
애초에 죽은 시체를 살피는 것이라 대상이 전혀 반응하거나 대응할 수 없어서였다.
이윽고 암흑 기 분석을 마친 장동식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했다.
“사도 메슬로우의 암흑 기야. 음흉하고 음험한 놈이지만 전투실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 약은꾀가 많은 놈이었는데…….”
신화를 바라보는 장동식의 눈빛이 두려움으로 파르르 떨리다가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똑바로 마주친 신화의 시선에서 심연보다 더 깊고 어두운 살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마치 그 눈빛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장동식 같은 사도 ‘따위’는 얼마든지 죽여 버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물론 신화 본인은 별생각 없이 응시한 것이었지만, 장동식의 머릿속은 일찌감치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어쨌든 이렇게 난 사도들을 처리하고 있어.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은 레체로지.”
“맞다.”
“내가 레체로를 없애 버릴 수 있게 협력해 줘.”
“네가 어떻게? 레체로는 지구가 아닌 나스 대륙에 존재하고 있다. 전혀 다른 세계라고.”
“그냥 네가 나스 대륙에서 아는 모든 것을 말해 주면 돼. 나머진 굳이 질문할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
“나스 대륙에 당신의 가족이 있다고 했지?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언젠가 그들의 안전도 확인해 줄 수 있을 거야.”
“이동 경로를 찾아낸 건가?”
“내가 장담컨대 모르면 모를수록 좋아. 그냥 지금 이 정도 수준으로만 알아 둬.”
장동식이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강신화’라는 인물 자체가 비상식적인 부분이 많은 각성자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말도 안 되는 사실 몇 가지가 거기에 더 추가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가 시간 여행자건, 회귀자건, 미래 예지자건, 무엇이건 간에 정상 범주를 벗어난 건 사실이었으니까.
확실한 것 하나는.
신화가 레체로와 사도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것.
그리고 장동식은 그러한 신화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도이자, 내부의 ‘변절자’라는 것.
당연히 착한 변절이라고 생각했다. 레체로의 꿈은 절대 이뤄져서는 안 될 악몽이었다.
“강신화.”
“응?”
“좋아. 나에게 어떤 지식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무조건 협력하겠어.”
“가장 많이 필요한 것은 레크나트 교단과 흑마법에 대한 지식이야. 데이터가 전부 필요해.”
“지금?”
“내가 요청할 때부터 아는 모든 것을 알려 주었으면 해.”
“그야 어려울 것 없지.”
장동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화는 좀 더 속도를 낼 생각이었다.
니콜라스에게서 계시의 이름으로 전달될 메시지만 마냥 기다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듯했다.
무조건 의존할 수만도 없었다.
지금 니콜라스가 안정된 상태에서 메시지를 보내는 건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위기를 겨우겨우 넘겨 가면서 알려 주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으니까.
이제부터는 투 트랙으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니콜라스의 ‘계시’를 통해 지름길을 알아내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샛길도 모색해 보기로.
* * *
다음 날 아침.
나는 장동식에게 사당역 근처에 있는 안전 저택을 빌려주고, 그 인근에서 괜찮은 창고 하나를 구했다.
창고 임대료가 제법 비싼 편이기는 했지만, 내 수입에 비하면 한없이 저렴한 수준이라 상관없었다.
그리고 진보미에게 부탁해서 블랙 존의 장동식 아지트에 있는 설비들을 옮겨 오도록 요청했다.
지역이 지역이니만큼 단순 운송뿐만 아니라, 호위를 붙여 안전하게 가져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용 지출이 있을 뻔했지만, 양화 길드의 배려로 한 푼의 부담도 없이 안전하게 옮겨올 수 있었다.
다행히 그 이후, 리벤저스가 왔다 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날 죽이려 했던 중국 3대 적폐 길드가 ‘다크 포레스트’라는 암살자 정보망을 활용했던 기억을 되짚어 보면.
장동식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었기에 당분간 지금의 거처에서 머무르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아직 텅 빈 창고에서 도착할 제작 설비를 기다리는 장동식에게.
아공간에서 꺼낸 극상급 차원석을 던져 주었다.
“이, 이게 뭐지?”
“뭐긴 뭐야, 다음 세대가 될 차원석 ‘님’이시지.”
“이걸 어떻게……?”
“갖고 있으니까 보여 주는 거지, 별거 있어?”
“…….”
“그걸로 제작할 수 있는 좋은 아티팩트가 있으면 좀 만들어 줘. 가격은 섭섭지 않게 쳐줄게. 어차피 그냥 있기도 심심할 거 아냐?”
“그렇긴 하다만. 살다 살다 별 희한한 경험을 다 하는군. 극상급 차원석이라니 툴팁에 적힌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야. 일단 당분간은 여기서 안전하게 지내자고.”
“알았다.”
별다른 이슈가 없는 한, 장동식은 내게 전적으로 협조하면서 조용히 지낼 듯했다.
딸의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사람이니 더더욱 행동을 조심할 것이고.
‘더 미룰 것 없이 또다른 변수가 생기기 전에 얼른 끝내고 오자.’
그래서 쇠뿔을 단김에 빼기로 했다. 호주행이었다.
아일라 블란쳇.
혹은 사도 ‘라니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 번째 타깃을 제거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