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44)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44화(243/300)
제 244화
‘구린내가 물씬 풍기네.’
아일라의 뒤를 쫓는 내내, 나는 그녀에게서 좋지 않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동하는 내내 같은 곳을 여러 번 반복해서 돌기도 했거니와.
갑자기 급발진과 감속을 반복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행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보는 눈을 떼어 내기 위해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용의주도한 성격이야 문제될 것은 없지만, 어차피 나를 따돌릴 수는 없을 터.
나는 계속 건물 옥상에서 사뿐하게 뛰어넘으며 쫓아감으로써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고.
그녀의 차가 충분히 감시의 시선을 ‘따돌렸다고 생각’하고, 개활지로 나왔을 때는.
아예 작정하고 초월 가속을 이용해 뒤를 쫓아서 더욱 거리를 좁혔다.
그렇게 도심을 빠져나온 아일라의 차가 향한 곳은 교외에 위치한 어느 폐공장이었다.
그녀가 은밀히 주변의 눈을 피해 가며 찾아가야 할 중요한 곳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황당한 장소.
정말 남의 눈을 피해 은밀히 누군가와 접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굳이 이런 곳을 찾아와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곳이었다.
‘홀로 와야 하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에는 경계를 세워 놨다 이거지?’
아일라의 차가 폐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주요 길목을 지키고 있던 자들이 모두 인사를 올렸다.
골든 스카이 길드의 견장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소속 길드원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깍듯이 인사를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돈을 받고 움직이는 사설 용병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각성자 용병들이야 돈만 준다면 악당의 집 앞에서 경계를 서고 호위를 하는 것은 일상이니까.
“…….”
나는 조용히 폐공장에서 100m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한 뒤, 팔짱을 낀 채 돌아가는 상황을 살폈다.
이윽고 폐공장 깊숙한 곳, 그 안까지 차를 몰고 들어간 아일라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폐공장 밖으로 나간 것은 아니고, 내부 어딘가의 비밀스러운 장소로 이동한 듯했다.
창문 사이로 어렴풋하게 비치는 내부를 보니, 폐공장 1층이 아닌 지하로 향하는 길이 있는 듯했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기다렸다.
아일라의 등장으로 살짝 부산해졌던 용병들이 다시 자리로 돌아와 편하게 쉬고 있을 무렵.
나는 정문을 지키고 있는 용병 가까이까지 도착한 뒤, 투명화를 풀 준비를 마쳤다.
전투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투명화가 풀리기 때문에 공격이 곧 은신 해제인 셈이다.
“확 덮쳐 버려……?”
“야, 말조심해. 골든 스카이 길드의 간부야. 쉽게 납치해 몸값을 받아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역시나 소속이 없는, 근본 없는 용병답게 이 자리에 없는 아일라를 납치할 계획을 들먹이고 있었다.
흔한 일이었다.
대한민국이야 화이트 존, 옐로 존, 레드 존, 블랙 존의 구분이 뚜렷해서 각 구역마다 범죄율의 차이가 극명하지만.
그 외의 국가들은 그 경계가 모호했다. 그런 까닭에 생각 이상으로 범죄가 만연해 있었다.
물론 시드니와 그 일대는 화이트 존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맞지만, 용병들의 질이 문제였다.
그들 중에는 과거를 세탁한 범죄 조직 출신의 각성자도 많았기 때문이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 셈.
‘역겨운 얘기를 듣고 있는 것도 귀찮군. 빠르게 처리해 볼까.’
파팟!
“어?”
“엇!”
내가 블링크 링을 이용해 말 그대로 바로 코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두 용병이 놀라 흠칫했다.
하지만 이미 흠칫하는 순간에.
뻐어억!
한 놈의 턱 아래를 올려쳤다.
죽을 정도의 일격은 아니었지만, 일순간 뇌가 진탕하면서 정신을 잃기에는 충분한 한 방이었다.
달리 재능을 쓸 필요도 없이 개변을 통해 압도적인 힘을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누…….”
뻐어억!
동시에 반대편에 있는 놈은 폭권을 이용해 그대로 복부 한가운데를 내질러 버렸다.
혹시나 해서 질렀는데, 생각보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일반형의 강화 슈트를 입고 있었다.
조금만 더 비싼 것을 입고 있었다면 한 번은 막아 냈을 텐데, 녀석은 장비 값을 너무 아꼈다.
1초,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시간에 두 놈을 기절시킨 나는 유유히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보통의 힘으로 때려눕힌 것이 아니니 앞으로 몇십 분 정도는 너끈하게 꿈나라에 가 있을 것이다.
“웬 놈이냐?”
“멈춰라!”
‘너 같으면 멈추겠냐?’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그 대신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답했다.
‘힘 조절 잘해야지.’
나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지금 내가 노리고 있는 것은 아일라이지 그녀가 고용한 용병들은 아니니까. 굳이 죽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어설프게 힘을 조절했다가는 단번에 골로 갈 수도 있기에 ‘죽지 않을 만큼’ 힘을 빼는 것이 참 어려웠다.
“……!”
기합 대신 부릅뜬 두 눈으로 대신하며, 나는 두 용병을 향해 훌쩍 뛰어올랐다.
포물선으로 날아가면서 정점에 자리를 잡은 나를 두 녀석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도약이 너무 매끄럽게, 그리고 고속으로 이루어져서 무척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뻐억! 빠악!
균형을 잃지 않고 공중에서 교차로 휘갈긴 발차기를 얻어맞은 둘이 마치 볏짚처럼 픽 쓰러졌다.
녀석들은 적당히 양팔을 교차해서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내 힘을 너무 얕봤다.
사실 그게 상식이기도 하다.
다리를 주로 활용하는 각성자라고 하더라도, 일격에 엄청난 힘을 싣는 경우는 드무니까.
하지만 나는 순간적으로 양다리에 거의 전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마력을 집중시켰고.
무쇠처럼 단단해진 양쪽 다리를 이용해서 그대로 찍어 누르니, 상대로서는 도저히 버텨 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특히나 얼굴과 머리 주변을 사선으로 강타당한 형국이 된지라 체감 충격도 엄청났을 터.
풀썩! 쿠웅!
그렇게 네 명의 각성자가 몇 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추풍낙엽처럼 맥없이 쓰러졌다.
본인들은 어떻게 기절했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냥 어느 순간에 불이 꺼진 듯, 기억이 사라진 것처럼 느끼겠지.
‘아, 경보 장치가 있었군. 하긴 굳이 많은 인원들을 세워 둘 필요도, 전투까지 갈 필요도 없었을 테니.’
쓰러진 각성자의 주머니 속에서 알람을 울려 주는 장치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아마 외부 방문자가 있으면 이것을 눌러 신호를 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이를테면 골든 스카이 길드에서 뒤를 밟고 온 사람이라든가, 아무 이유 없이 엮이게 된 외부인이라든가?
그때, 시치미를 떼고 나올 시간을 마련해 줄 장치가 필요했던 것일 터.
하지만 누르기도 전에 전부 기절해 버렸으니, 이제 내 방문이 알려질 일은 없을 듯싶었다.
자신의 방문 기록 자체를 없애기 위함이었는지 주변에는 그 흔한 CCTV도 없었다.
* * *
“역시.”
폐공장 안으로 들어온 나는 ‘아케로의 의안’을 통해 암흑 기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반지는 일부러 아공간에 넣어 두었다. 갑자기 공명을 일으키면 아일라가 경계할 테니까.
다 알고 있었지만, 아케로의 의안을 통해 다시금 아일라가 사도인 것을 확인했다.
암흑 기의 흔적을 쫓았다.
예상대로 그 흔적은 폐공장 1층 구석의 창고 옆, 그 옆 계단을 통해 지하로 이어지고 있었다.
“…….”
날렵한 발걸음으로 확실하게 기척을 숨긴 채, 지하실로 천천히 내려갔다.
점점 강렬해지는 암흑 기는 아래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흑마법과 관련된 수련을 하고 있었던 건가. 앞서 리베인처럼?’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아일라는 우리 앞에서 흑마법이나 암흑 기의 흔적을 보인 적이 없었다.
아마 그 정도는 충분히 숨길 수 있을 만큼의 능력과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흑마법의 연성과 강화 자체는 언제든 홀로 할 수 있었겠다 싶었다.
즉, 우리의 앞에서는 레체로의 타도와 흑마법사들의 절멸을 목청껏 소리치면서도!
뒤로는 온갖 더럽고 추악한 짓들을 해 왔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속이 뒤틀렸다.
오랜 시간 동안 은밀히 배신을 준비하며, 그녀는 나와 니콜라스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가소로워했을 것이다.
어리석은 자들의 바보 놀음을 보는 듯해서 재밌었겠지.
다가올 더 큰 위기는 알지 못한 채 오로지 대재앙만 부르짖으면서 그것에 대비할 준비만을 해 왔으니까.
‘빌어먹을 X.’
절로 욕이 나왔다.
꿈에도 모르고 그녀에게 당해 버렸을 전생이 생각나서다.
스르르륵.
이내 오른팔을 검날 형태로 변화시켰다.
그녀에게 베풀 인정 따위는 없었다. 이유를 물을 필요도 없었다. 어둠으로 얼룩질 미래를 미리 단죄(斷罪)하는 것, 오직 그뿐이다.
* * *
“좋아, 좋아…….”
아일라의 얼굴에는 희열과 쾌감이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죽은 시체들로부터 흡수한 특유의 암흑 기가 가져다주는 극치감 때문이었다.
마약처럼 끊을 수 없는 강렬한 유혹이기도 한 이것은 흑마술 연성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바로 그때.
“아일라 블란쳇. 아니, 사도 라니아. 너의 구린내 나는 짓거리도 여기까지다.”
“누, 누구냐?”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던 곳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리자, 아일라가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하지만 바로 마력 암기를 펼칠 준비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누군지는 직접 보고 말해.”
“……강신화? 네가 왜? 아니, 어떻게 여기까지?”
아일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입구에 실력 있는 A랭크급 용병을 세워 뒀고, 유사시에 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장치까지 준 마당이었다.
한데 신호 한 번 보낼 틈도 없이 놈들이 당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주변의 눈을 완벽하게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신화가 여기서 나타난 것도 의외였다.
“어떻게긴. 두 발로 걸어서 찾아왔지.”
“……미행은 없었는데.”
“그건 네 생각이고.”
저벅. 저벅. 저벅.
신화의 단호한 발걸음이 점점 아일라에게로 가까워졌다.
“왜 여길 온 거지?”
묻는 아일라의 눈빛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미 이유는 알 듯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길게 설명할 생각 없어. 그저 레체로의 사도들은 모두 죽일 뿐이야.”
“일라이저의 지시인가? 설마 그놈 짓거리야?”
“아니, 일라이저도 네가 죽으면 조만간 그 뒤를 따라갈 거다. 네가 먼저 저승으로 가는 거야.”
“……X발,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일라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인 게 틀림없었다.
신화는 그녀에게 구구절절 전생이니 미래니 하는 것들을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개과천선을 유도한다?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설령 그녀를 살려 둔다고 해도, 훗날 레체로가 니콜라스의 말대로 대전이를 사용한다면.
그녀는 그저 좋은 모체가 될 뿐이다.
살려 두면 더욱 큰 문제가 된다.
“강신화, 잘 생각해 봐. 우리가 이렇게 싸울 필요가 없어. 네가 마음만 먹으면 네게 넘겨줄 이권이나 특혜가 아주 많다고.”
“입 닥치고 전력을 다해서 싸울 준비나 해라. 그래야 후회가 없지. 안 그래?”
“망할 새X…….”
이미 공격 자세를 취하는 신화의 모습을 보니, 협상은 결렬이었다.
결국.
화악!
아일라의 등 뒤로 검붉은 암흑 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폭주.
전투 준비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