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45)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45화(244/300)
제 245화
‘아일라답네. 아주 날카롭고, 본인 스스로도 예측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변화무쌍해.’
전투를 펼치는 내내.
나는 아일라가 사방으로 펼치는 마력 암기를 보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기가 원하는 형태의 암기를 마력을 응축시켜 순식간에 만들어 냈다.
처음에는 단일 형태의 마력 창, 마력 화살을 만들어 집요하게 내 동선을 방해했지만.
내가 묵묵히 액체화 재능으로 정면 돌파를 하자, 당황한 표정으로 난사를 시도했다.
집중 공격이 안 먹히니 전방위적인 타격으로 정신을 쏙 빼놓는 노림수인 듯싶었다.
정신없는 난격.
한 달 전의 나였다면 대단히 고전했을 아일라의 일격이었지만.
‘이제는 다 보여.’
초월의 꽃을 섭취한 후, 뇌 개변에 성공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거듭난 내게는 별 감흥이 없었다.
만약 아일라가 EX랭크의 각성자로서 저런 공격을 펼쳤다면 아마 고전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아일라는 아직 그만한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본인은 당연히 모르겠지만.
내가 일찍 아일라를 찾아왔기에 아직 실력이 부족했고, 그 부족한 실력이 그녀의 발목을 확실히 잡았다.
“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야! 왜 나를 죽이려 하는지 이유나 들어 보자고!”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일전에 리베인이나 VVIP 같은 놈들과는 이런저런 말을 섞으면서 저승길을 가는 데 심심하지 않게 놀아 줬지만.
아일라와는 그 어떤 감정의 교류도 하고 싶지 않았다.
100% 거짓이었겠지만, 역설적으로 그녀와는 전생에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그녀에게 이유를 말해 주고, 왜 죽어야만 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네가 미래에 우릴 배신할 거니까!’라는 말을 한다고 통할지도 의문이고 말이다.
뚜벅뚜벅 걸어갔다.
어지간한 마력 암기 공격은 액체화 재능으로 버텨 버리니 아일라도 하얗게 질려 버렸다.
이제는 액체화 재능을 활용하는 것도 도가 터서, 자연스러운 대응이 가능했다.
초창기에는 타격을 입을 때마다 발생하는 특유의 경직 현상 때문에 기동에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바로 몸을 원상태로 복구시키면서 기존 움직임에 반동을 가해 전진하는 것이 가능했다.
여전히 내게는 약간의 ‘정지’ 상태가 유발되는 듯 느껴졌지만, 상대는 막힘없이 걸어오는 것처럼 보인다.
우웅. 우웅. 우웅.
그사이.
리베인에게서 얻은 란슈트 건틀릿에는 무럭무럭 마력이 응축되고 있었다.
액체화 재능의 유지에 필요한 마력을 제외하고, 모든 화력을 집중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기에 아일라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내가 죽으면 일라이저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사도들이 널 가만히 놔두겠냐고?”
“큭.”
나는 아일라의 안타까운 외침에 그만 웃고 말았다. 그것은 분명한 비웃음이었다.
이미 사도 둘이 아공간 안에서 썩어 가고 있는 터라 달리 덧붙일 말도 없었다.
“저승길에서 다 같이 길동무가 될 텐데, 약간의 시간차 정도는 문제될 거 없다고 본다.”
“강신화, 이 개XX!”
궁지에 몰리면 발악하듯 욕지거리를 내뱉는 것은 모든 사도가 다 똑같아서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이제 바로 코앞이었다.
아일라는 두 다리가 굳었는지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도망치려고 기동했더라면, 즉시 내가 뒤에 달라붙어 확실한 일격을 먹였을 것이다.
애초에 내가 이 지하실에 들어온 시점부터 아일라가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물론 지금의 아일라는 잘하면 살아 나갈 방도를 찾을 수도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지만.
“야아아아앗!”
아일라가 일갈하며 마력 암기를 있는 힘껏 다 쏟아 냈지만, 결국 실패했다.
내가 가진 액체화 재능은 아일라의 재능에 대한 완벽한 카운터였다.
폭발형 재능도 아니고 전부 관통형인데, 내게 관통형 공격은 별 의미가 없는 공격이었으니까.
결국.
터업!
“커헉!”
나는 어렵지 않게 란슈트 건틀릿을 낀 손으로 아일라의 목을 움켜쥘 수 있었다.
그녀는 막판에 민첩하게 몸을 아래로 날리면서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오히려 볼썽사납게 뒷머리를 잡힌 뒤, 그 상태로 끌려 올라와 내 손에 목이 잡혀 버리고 말았다.
“커컥. 컥.”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는 와중에도 아일라는 내게 몇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지만.
의미 없는 몸부림이었다.
물컹물컹한 액체가 되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내 몸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쿨럭! 쿨럭!”
목이 완전히 짓눌린 그녀가 고통스럽게 기침을 할 때마다 식도에서 역류한 핏물이 쏟아졌다.
“살, 살려만 줘, 제발…….”
아일라는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했다.
차라리 악에 받친 외침이나 질러 댔으면 좋았겠는데, 생각보다 아일라는 구질구질했다.
“…….”
“사도? 레체로? 내가 아는 정보 다 말해 줄게. 그러니 제발…….”
살짝 목을 조였던 힘을 풀자 그녀가 주절주절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녀의 정보는 더 이상 필요 없었다.
“날 귀찮게 하는 건 둘째 치고.”
“크컥…….”
“니콜라스와 우리를 엿 먹인 너를 용서할 수가 없어. 지금 널 살려 줘도 언젠가는 배신하겠지.”
“그, 그게 무슨…….”
퍼석!
나는 그녀가 말을 더 잇기 전에 란슈트 건틀릿에 응축해 두었던 마력을 일거에 방출했다.
목을 움켜쥔 접촉부를 통해 방출된 마력은 너무 손쉽게 아일라의 목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덕분에 몸과 머리가 완벽하게 분리된 채 아일라의 머리는 내 손바닥 위에 놓였다.
흑마술을 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벗고 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착용 중인 아티팩트가 적었다.
딱 하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만이 그녀가 유일하게 착용하고 있던 아티팩트였다. 버프는 없었다.
[마나 스톤] [판정 등급 : SS] [착용자의 마력을 대폭 늘려 주는 순수한 마력의 결정체입니다.차원석은 일회성이지만 마나 스톤은 영구적입니다.]
망설일 필요도 없이 빼앗은 목걸이를 내 목에 차는 순간!
[판정 등급 : SSS-]랭크가 단숨에 올라갔다.
아티팩트에 의한 조건부 상승이었지만, 착용하고 있는 한 낮아질 리 없는 변화이기도 했다.
“드디어…….”
SSS랭크에 진입했다.
EX랭크까지 알파벳만 놓고 본다면 이제 단 한 단계만 남은 셈이었다.
사도의 죽음을 발판으로 삼아서 성장한 것이기는 하지만 죄책감 따윈 느끼지 않았다.
놈들은 바이러스 같은 존재다.
지금 박멸해 두지 않으면 미래의 언젠가 지구의 모든 사람을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다.
“…….”
순식간에 망자가 되어 버린 아일라를 보며 씁쓸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의 그녀는 아직 ‘배신’하지 않았는데, 내가 너무 일찍 움직인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전생과 같은 배신을 할 때까지 지켜보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결국 회귀자는 미래의 일을 막기 위해 누군가를 필요에 따라 반드시 죽일 수밖에 없어.
네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히틀러 같은 광기에 찬 살인마를 미리 손보고 싶지 않겠어?’
‘살 운명이라는 말도 있듯이 죽을 운명이라는 것도 있는 거야. 단지 그뿐이야.’
니콜라스가 전생에 하소연하듯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의 내게 적용하기 딱 좋은 말인 듯했다. 운명. 그 말 한 마디로 조금은 편의주의적인 해석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아일라, 사도명 라니아의 처리도 끝났다.
그녀의 시체는 바로 아공간에 보관했고, 전략적 위장을 이용해서 그녀의 모습으로 변신한 후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용병들이 겨우 뜬 눈으로 내 모습을 확인했지만.
강신화가 아닌 아일라 블란쳇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기억에 남는 얼굴은 그녀뿐일 것이다.
‘이제 끝났어.’
오늘로 하나 더 추가된 희생자.
그렇게 사도 셋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 * *
-수배도 끝났고, 라이선스 대여도 끝났어요. 올 클리어. 언제든지 신화 씨가 이용할 수 있어요.
“고마워요. 그럼 하와이 쪽 던전은 개별적으로 공략하고, 남태평양 쪽 던전에 갈 때는 연락 줄게요.”
-호호, 남태평양에서 같이 해변가 데이트를 하겠다는 약속, 지키는 거예요?
“아니, 같이 던전 가겠다는 약속이 왜 데이트로 바뀝니까?”
-호호, 임도 보고 뽕도 따야죠. 아무튼 알겠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리나와 통화를 끝낸 내 입가에는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
일이 잘, 그리고 아주 빠르게 술술 풀렸다.
하와이 쪽 던전에서 태초의 힘 버프를 얻고, 남태평양 던전에서 속성의 꽃까지 얻는다면.
일라이저를 상대하기 전에 스펙을 확실하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된다.
“화신 일라이저, 결코 쉬운 놈이 아니지.”
딸칵. 치이이익.
나는 달빛이 아늑하게 쏟아져 내리는 발코니에 자리를 잡은 채.
일라이저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장동식과 장소희는 이곳이 아닌 다른 안전 자택에 있었다. 샤미도 일부러 거기에 뒀다.
아마 별일 없는 한, 장소희의 좋은 친구가 되어서 함께 놀아 줄 것이다. 샤미는 착하니까.
어쨌든 일라이저는 앞서 상대했던 사도들보다 훨씬 까다롭다.
쉽게 말하자면 이미 ‘완성형’인 각성자다. 두각을 드러낸 것은 사실상 각성 초창기부터였으니까.
이런 완성형 각성자인 녀석이 2052년까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무럭무럭 성장했다.
내가 회귀하기 전의 전생에서 대재앙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는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선했다.
일라이저의 핵심 재능은 화염이고, 그중 가장 무서운 것은 ‘발화’다.
얼마나 무서운 재능이냐 하면, 공격 대상을 지정하는 것만으로도 그 대상은 마력이 타오르며 몸이 자체 발화를 일으킨다.
물론 짧은 딜레이가 있긴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찍히면 죽는 것처럼 보이는 셈이다.
발화 능력이 알려진 것은 2030년이니, 지금은 아직 제대로 다듬어진 재능은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파괴력을 생각하면, 지금도 어느 정도는 완성된 재능일 가능성이 컸다.
‘이걸 버티려면 무조건 내가 속성의 꽃을 먹어야 해. 그래서 육체 개변과 연동해서 몸을 얼리는 게 필수야.’
유일한 방법은 이것이었다.
전생에 니콜라스와 함께 연구했던 방법이기도 하고, 일라이저를 가상의 적으로 상정했던 훈련을 통해 도출한 결론이기도 했다.
문제는 나만이 할 수 있는 대응법이라는 것이다. 속성의 꽃과 육체 개변을 연계할 수 있는 방법.
그래서 당시에 방법을 알아내고 나서도 니콜라스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야, 이거 나중에 문제가 되어도 네가 아니면 일라이저는 그 누구도 절대 못 잡겠는데?’
‘정신 조종으로 자폭하게 만들면 되잖아?’
‘겉이 아니라 속까지 뜨거운 불로 가득 찬 새X면, 재수 없으면 내가 되레 당할 수도 있어.’
‘어떻게?’
‘뭐가 어떻게야. 속을 뒤집어 보려다가 거꾸로 내가 불태워지는 거지. 역(逆)간섭을 당한다고.’
“……내가 그런 미친 새X를 상대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거지?”
꾸득. 꾸득. 콰지직!
갑자기 샘솟는 분노에 나도 모르게 맥주캔을 터뜨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