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47)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47화(246/300)
제 247화
“스텔라드 검. 알아?”
“알지. 아, 아니, 모르지.”
“그래, 몰라야 정상이지. 나스 대륙에서도 구하기 힘든 스텔라드 광석으로 만든 검이니까.”
신화가 모르는 체를 했다.
훗날은 스텔라드로 만들어진 아티팩트가 흔해지는 시점이 오지만 지금은 아니다.
스텔라드 광석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것이 당연한 시점이라 신화는 부리나케 말을 주워 담았다.
사실 장동식이 ‘선물’로 준비한 것인 만큼, 김이 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한 이유도 있었다.
‘이렇게 많은 양을 어떻게 구한 거지? 나스 대륙에서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하고, 모은 건가?’
“날카로워 보이네.”
“요 며칠 보강 작업을 더했어. 스텔라드는 다이아몬드도 자를 수 있을 만큼 단단한 광석이야.”
“와……. 그런 광석이 있었군.”
“믿기지 않지? 그래서 항상 이 무기를 언젠가 레체로의 목을 날릴 때 쓰리라고 생각했었어.”
“근데 왜 내게 주는 거지?”
“다행히 나보다 더 확실하게 레체로의 목을 날려 줄 사람이 나타난 것 같으니까.”
장동식이 씨익 웃었다.
딸에게 짓는 미소 말고는 미소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인지, 볼살이 잔뜩 말려 올라가는 모습이 보기에도 어색했다.
하지만 신화는 이 선물의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을 듯했다.
자신의 미래를 건 것이다.
거창한 해석일 수도 있고, 섣부른 지레짐작일 수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자신에게 중요한 물건을 남에게 준다는 것은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신뢰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받아도 돼?”
“5초 안에 안 가져가면 마음이 변할지도 몰…….”
홱!
신화가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으로 스텔라드 검을 챙겼다.
전생에서도 ‘전설의 광석’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는데,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음…….”
“마음에 안 들어?”
“아니, 그게 아니라.”
신화가 잠시 검을 쭉 살폈다.
좋은 검이다.
여기에 마력을 적절하게 실어 칼질을 한다면, 스페셜 슈트도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검술은 분명 신화의 주력이 아니었다.
그래서 신화는 깊게 생각할 것 없이 선물을 건넨 원래 주인에게 질문을 건넸다.
“장동식.”
“응?”
“이 검, 혹시 먹어도 되나?”
“뭐? 뭘 먹어?”
신화가 개변된 혀, 식도, 위장을 통해서 몬스터뿐만 아니라 금속의 특성도 획득할 수 있는 사실을 모르는 장동식이었다.
그렇기에 신화의 갑작스러운 폭탄선언에 화들짝 놀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나에게 재능이 있어. 이를테면 이런 거지. 스테인리스 젓가락을 먹었더니 생긴 능력이야.”
꾸득. 꾸드득.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화의 양손이 스테인리스의 말끔한 표면으로 순식간에 변하자.
주르르륵.
놀란 장동식은 입에 반쯤 머금고 있던 아메리카노를 그대로 컵에 흘리고 말았다.
신화의 재능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변형 응용 재능까지 있었을 줄이야!
“그럼 스텔라드 검을 먹으면 몸 전체가 스텔라드로 변하나?”
“전신까지는 장담 못 해도 적어도 이 검의 재질은 바꾸지.”
신화가 오른팔을 개변해 보인 검의 형태에 장동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에서 자유자재로 사용하던, 신화의 오른팔을 개변한 무기들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검이든 혹은 다른 형태의 무기든 간에 그것이 ‘스텔라드’로 이루어진 무기라면.
적에게는 악몽과도 같을 것이다.
게다가 검은 자칫 잘못하면 떨어뜨리거나 적에게 빼앗길 위험도 있지만.
아예 그것을 체화(體化)해 버린다면 빼앗길 수가 없었다. 죽여도 사라지기만 할 뿐이다.
“미쳤네.”
“미쳤지, 흐흐.”
신화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스텔라드 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워낙 단단한 광석이기에 먹고 소화시키면 시간이 좀 걸릴 듯했다. 씹기도 꼭꼭 씹어야 하고.
게다가 괴식인지라 장소희 앞에서 보여 주기에는 썩 유쾌한 광경은 아니지 싶었다.
“볼 거야?”
“뭘?”
“먹는 모습을 볼 거냐고. 뒤돌아서서 먹긴 할 건데, 별로 흥미롭진 않을 텐데?”
“아니, 각성자의 호기심으로 제대로 보고 싶다. 어떤 재능인지도 궁금하고.”
“좋아. 이왕 보기로 한 거, 끝까지 보라고.”
그리고 다음 순간.
오독! 오도도독!
우적. 우적. 까드득. 까득.
신화가 스텔라드 검을 깨물어 먹기 시작했다. 마치 오랜 시간 냉동고에 묵혀 둔 얼음을 깨 먹듯.
* * *
1시간 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금속을 소화해서 자신의 재능으로 만드는 각성자라니…….”
“원래 각성자 재능이라는 게 그렇잖아? 희귀한 재능도 있고, 상식에서 벗어난 재능도 있는 거지.”
장동식은 안전 자택으로 돌아오는 내내, 반짝이는 오른손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스텔라드 검의 흡수는 잘됐다.
그리고 예상한대로 오른팔의 개변과 연동되어서 스텔라드 광석의 힘이 잘 구현되었다.
전신이 다 스텔라드 형태로 강철 강화, 아니 ‘스텔라드 강화’가 됐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이런 검을 5자루 이상은 더 먹어야 한다는 신체 분석이 나왔다.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다만 나스 대륙에서 스텔라드 광석이 묻힌 장소, 혹은 무기를 보관하는 무기고를 알아낸다면 유의미한 전환점이 생길 듯했다.
장동식은 마침 뭔가 생각난 것이 있다며, 자택으로 돌아와 자신이 기억하는 지도를 그렸다.
그때.
마침 켜 놓은 TV를 통해서 각성자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도 늘 습관처럼 각성자 뉴스를 틀어 두는데, 장동식도 비슷한 습관이 있는 모양이었다.
“범죄 조직 리벤저스가 내전에 휘말려, 무려 500여 명에 달하는 각성자들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직 내부의 신뢰할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리더 리베인과 주축 간부들이 대거 실종된 채 아직까지 행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강신화, 네 작품이네.”
“그러게.”
장동식의 말에 나는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작품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그냥 제 무덤을 찾아온 놈들의 목을 쳤을 뿐이다.
“네가 엄청난 일을 해낸 거야. 세계적인 범죄 조직이 한순간에 와해되기 직전이라니.”
“놈들의 단결력이 모래알 같아서겠지.”
“아마 리벤저스는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배신자도 제법 나오겠지.”
“각국들이 공조만 잘하면 지금이 놈들의 뿌리를 뽑기에 최적의 시기일 텐데…….”
“힘들어. 애초에 기반이 아프리카에 있는 놈들이라 현지의 정재계가 골고루 달라붙어 있어.”
장동식의 말대로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내가 직접 달려들어서 다 휘젓고 다닐 수도 있었지만…… 귀찮았다.
나중에 정말 할 일이 없을 때나 ‘참교육’을 시켜 줘야 할 때면 모를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미국-유럽 각성자 협회가 두 번째 협력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얼마 전 설치된 분쟁 해결 위원회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양 조직의 화해 무드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일촉즉발이었던 두 단체의 화해에 많은 각성자 단체들이 지지 성명을 밝히고 있습니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군. 그 앙숙 같던 놈들이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고 하는 걸 보면.”
장동식의 말에 나는 대답 대신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저건 사실상 내 작품에 가까우니 말이다. WSA의 VVIP의 죽음으로 바뀐 미래가 긍정적으로 흘러간 케이스였다.
“그리고 한 시간 전에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상하이 현지에서 대규모 난투극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3대 길드라고 불리는 오성회, 삼합회, 흑사회의 구성원들 간에 대규모 무력 충돌이 발생했고.
그 결과, 현재 공안이 파악한 것만으로도 사망자 15명, 부상자 193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마지막 뉴스가 의외였다.
이 사건은 전생에 없던 일이다.
애초에 3대 적폐 길드라고 싸잡아 불린 이유도 그만큼 세 단체가 일심동체였기 때문이었다.
나쁜 짓은 단합해서 하고, 좋은 짓은 영원히 하지 않는……. 그런 쓰레기 같은 단체였다.
그런데 무력 충돌이라고?
이런 전개는 생각해 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바로 그때.
-신화!
잠든 장소희의 곁을 몰래 빠져나온 샤미가 내게로 달려왔다.
장동식과는 이제 많이 친해져서인지 처음처럼 움찔하거나 놀라지 않았다.
장동식의 얼굴이 워낙에 투박하게 생겼다 보니, 여린 마음의 샤미가 깜짝 놀라곤 했었다.
“아참, 샤미. 잠깐 멈춰 봐.”
“……고양이랑 말을 하는 능력도 있어?”
“안 그래도 이것 때문에 당신에게 말할 게 하나 더 생겼어.”
샤미와 의사소통을 하는 내 모습에 놀란 장동식이 물었다.
이제 이런 일은 놀랄 축에도 못 든다는 그의 표정에서는 어느 정도의 체념(?)이 묻어났다.
“뭐지?”
“샤미는 사실 나스 대륙의 공주야. 아마 당신도 알 듯한데.”
“공주…… 라고?”
“그라디아 왕국의 유일한 왕족이자 공주.”
“아, 설마 그러면 샤미 이스하나카 공주가……?”
“레체로의 저주로 고양이가 된 다음에 차원 너머로 쫓겨났지. 이런 저주에 걸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텐데.”
“레체로가 교단을 이끌고 가장 먼저 공격한 것이 신성 국가인 그라디아 왕국이었어. 레체로가 왕가의 씨를 말렸다고 했는데…….”
“대륙에서 추방한 것도 사실상 죽음이나 진배없었으니까.”
“레체로의 업보가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건가. 하아.”
장동식이 시선을 돌렸다.
샤미는 장동식이 사도라는 사실을 모른다. 내가 말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평상시에는 암흑 기를 거의 내뿜지 않는 장동식이라서 들킬 염려도 없었다.
다만 장동식은 암흑 교단이 만들어 낸 피해 당사자인 샤미를 마주 볼 면목이 없는 듯했다.
다행히 샤미는 나와 장동식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한다.
내가 샤미와 말이 통하는 것은 텔레파시 형태로 녀석의 머릿속에 직접 의사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샤미는 옆에서 고개만 갸웃거리며, 장동식을 찬찬히 살필 뿐이었다.
“저주를 해제하는 방법을 알아? 신성의 꽃도 펜던트로 만들어서 걸어 주고 했는데 영…….”
“뿌리를 뽑아야 풀 수 있는 저주야. 레체로가 유희 삼아 만든 저주지만 구조는 복잡하지.”
“가능하겠어?”
“가능은 해. 하지만 풀기 위한 마법진이 대단히 많은 마력을 소모하고, 또 강한 출력을 필요로 해.”
“재료는 있는 셈이네.”
극상급 차원석 2개를 장동식에게 던졌다. 하나여도 충분할 것 같았지만, 혹시 모르니 만약을 대비해서였다.
대수롭지 않게 던지긴 했지만, 순식간에 200억 원어치의 돌덩어리가 넘어간 셈이다.
“꼭 찾아보지.”
“내게 소중한 인연이니까 샤미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
“알았다.”
“수시로 진행 상황 좀 알려 주고. 이 고양이가 갑자기 사람이 되면, 좀 당황스러울 듯하거든.”
-신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기에 자꾸 내 눈치를 보는 거야?
역시 눈치 빠른 샤미가 나와 장동식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의 냄새를 맡았다.
“가다랑어를 잔뜩 넣은 특제 츄르를 만드는 법을 안다고 해서 그걸 좀 물어보는 중이었어.”
-크허, 츄르! 츄르으으으!
샤미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면서 격렬하게 환호했다.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 둬.”
나는 그런 샤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말 그대로다.
사람이 되면 츄르를 먹고 싶어도 맛이 이상해서 먹지 못할 테니까. 먹어 본 자의 경험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