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51)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51화(250/300)
제 251화
퍼억! 퍼억! 으저적!
“이, 이, 미친……!”
아케로의 표정이 굳어 갔다.
보통 퍼펙트 실드를 펼치면 반격은 못 하더라도, 우직하게 버티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그것은 ‘방패의 꽃’이라고 불리는 실드 마법이 가진 특징이자 장점이었다.
그러나 신화의 앞에서는 방패고 나발이고 버티기만 했다가는 전부 박살이 날 판이었다.
한편 신화는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는 아케로를 보며 그가 회피 시점을 잡고 있다고 느꼈다.
일반적으로 마법사는 근접전을 부담스러워하고, 이는 아케로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으니까.
‘아케로를 잘만 이용하면 나중에 레체로의 빈틈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도 있겠어.’
아케로를 보며 생각했다.
자신에게는 ‘전략적 위장’이라는 아주 유용한 버프가 하나 있으니까.
한번이라도 접촉한 적이 있다면 얼굴부터 목소리, 외형까지 모두 완벽히 흉내 낼 수 있는 버프.
죽은 VVIP가 주고 간 큰 선물로, 위장술에 특화된 것이기도 했다.
신화는 계속 실드를 박살 내 가면서 아케로를 향해 외쳤다.
“레체로가 그렇게 너를 총애하더냐? 어차피 리카넬라 님이 모든 것을 가지실 것이다!”
“하! 날 죽이고 레체로 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겠다는 것이냐? 그런 것이냔 말이다!”
“그거야 나중에 네가 직접 리카넬라 님께 여쭤보든가! 아, 하긴…… 여기서 죽으면 여쭤볼 방법도 없겠군?”
“이, 이 망할 자식……. 역시 리카넬라 놈을 믿지 말라고 레체로 님께 그리 말씀드렸건만.”
“다 우리 손안에 있다.”
“훗, 이래서 너희 사도들은 안 된다는 거야. 그런 배신조차 레체로 님께서 염두에 두지 않으셨을 것 같으냐?”
“뭣……?”
신화가 짐짓 당황한 체하자, 아케로는 힘겹게 공격을 막아 내는 와중에도 비웃음을 흘렸다.
“레체로 님은 방법을 갖고 계시다. 너희가 아무리 발버둥쳐 봤자 절대 레체로 님은 못 당해.”
“……그렇군.”
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니콜라스의 말대로 ‘대전이’를 이용할 수 있는 모양이다.
배신을 한 사도가 있다면 대전이를 이용해서 그 사람의 몸속에 빙의하면 되니까.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분명 옳은 것이었다.
‘물론 대전이를 해야 할 사도가 전부 죽어 버리면, 본체로 죽을 수밖에 없겠지만.’
레체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아케로에게 모든 수단과 방법을 알려 주진 않았을 터.
더 이상 전투를 길게 끌고 싶지 않았다.
확실하게 우세를 점한 뒤, 죽기 직전까지 고문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 내면 된다.
아무리 신념과 투지가 강한 사람도 죽지 않을 만큼, 그러나 무척 고통스럽게 이뤄지는 고문에는 장사가 없다.
그리고 아케로 같은 악인(惡人)에게는 고문을 하면서 죄책감을 느낄 이유도 없었고 말이다.
바로 그때.
후우웅!
신화가 검의 형태를 거두고, 오른팔을 원래의 주먹으로 만든 뒤에 마력을 힘껏 실었다.
그러자 심장에서 뿜어내는 마력의 출력이 최고조로 솟구치며, 엄청난 위력이 오른손에 실렸다.
‘폭권 9장, 파붕권.’
그간 많은 성장을 해 온 만큼.
폭권 10장 중 9번째 권법인 파붕권을 꺼내도 충분히 몸이 버텨 낼 수 있을 듯했다.
마력 소모량이 엄청난 권법이지만 이제는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마력량도 늘어나 있었다.
‘마력 소모 101%.’
파붕권의 특징은 해당 사용자의 마력을 101% 소모한다는 것이다. 즉, 일반 각성자는 사용이 불가능했다.
마력을 소모하는 순간에도 반드시 회복량이 뒷받침되어 1%를 보조할 수 있어야 파붕권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사람은 현재 시점에서는 신화가 유일했다.
훗날 묵철이 가능했던 것은 무강 대륙인인 그에게는 지구의 각성자와 전혀 다른 메커니즘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구의 각성자들 중 파붕권을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신화가 유일했다.
“크윽.”
신화는 어깨에서부터 느껴지는 통증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파붕권의 특징이었다.
공간을 깨부수고 무너뜨릴 정도로 파괴적인 힘을 가진 이 권법은 사용하는 순간.
그 신체 부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지는 게 특징이었다.
단순한 체감만으로도 오른팔에 200㎏에 가까운 무게를 올려 둔 느낌이었다.
일반 각성자였다면 곧바로 팔을 축 늘어뜨렸겠지만, 신화에게는 버틸 만한 근력이 있었다.
그리고.
“하아압!”
일갈과 함께 파붕권을 내질렀다.
검이 아닌 주먹을 선택한 신화의 결정에 아케로는 아주 잠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너지기 일보 직전까지 몰아붙였던 그 좋은 검격을 두고 굳이?
아무리 보아도 검격보다는 형편없이 약해 보이는 주먹을 왜 선택했는지 의문이었다.
‘마력이 부족한 모양이군.’
그럴듯한 추측이었다.
하긴, 말이 안 되긴 했다.
우악스럽고 우직하게 검으로만 찍어 눌러서 실드를 파괴하는 능력자라니.
아무리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많다지만 그래도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반격의 찬스다!
아케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적의 총공세를 막아 냈으니 이제 남은 일은 버티면서 힘을 비축한 자신의 칼을 보여 줄 차례였다.
공수의 전환.
그것은 수많은 노림수와 방어가 난무하는 전장에서 당연한 일이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퍼펙트 실드의 잔여량을 이용해서 신화의 공격을 막아 내고 이제 반격에 나서려던 그 순간!
파칭!
“아……?”
아케로는 당황했다.
신화의 주먹, 아니 정확히는 주먹이 닿기도 전에 먼저 발생한 권풍에 의해.
퍼펙트 실드의 방어 역장이 산산조각이 나 버린 것이다.
공중에서 무지개 색깔로 반짝이며 떨어지는 수많은 역장 조각들이 아름답다고 느낄 새도 없이.
퍼어억!
아케로는 자신의 복부를 강타한 신화의 파붕권에 뼈와 살이 무너지는 기분과 끔찍한 고통을 느꼈다.
단순한 주먹질이 아니었다.
타격점인 복부를 시작으로 퍼져 나간 충격파는 그의 온몸을 파괴적으로 뒤흔들었다.
차라리 어디가 부러지거나 찢어지거나, 터져 나갔더라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다.
어디에 부상을 입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고, 고통의 원인을 그곳으로 돌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쿨럭!”
잔기침을 한 번 했을 뿐인데, 녹갈색의 액체를 토해 냈다.
피와 담즙이 뒤섞여 만들어진 강렬한 악취의 토사물이었다.
자신이 봐도, 아니 누가 보더라도 아케로의 외형은 너무 멀쩡했다. 원래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데 속이 완전히 문드러졌다.
뼛속 깊은 곳, 오장육부 깊숙한 곳이 갈가리 찢어지고 파괴된 느낌이었다.
겉만 멀쩡할 뿐, 속은 단 한 번의 일격에 그만 무너져 버린 것이다. 완벽하게.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아케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손, 발, 머리, 허리.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전혀 이상이 없었지만, 속은 아예 박살이 났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뎠지만.
철퍼덕!
“크어어억!”
견딜 새도 없이 바로 무너졌다.
아케로는 그제야 느꼈다.
자신의 오른쪽 다리, 그 안쪽에 위치한 뼈들이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음을.
단지 겉을 감싸고 있는 뼈만 멀쩡할 뿐이었다. 속은 가루가 돼 버린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이 어디에 있나 싶지? 여기에 있어. 아케로, 날 봐라.”
“……?”
신화의 말에 아케로가 두어 차례 피를 더 토해 내고는 힘겹게 위를 올려다보았다.
던전의 상공에서 쏟아지는 달빛이 신화를 마치 후광처럼 감싸고 있었다.
“지금 너와 나의 눈높이가 바로 실력과 힘의 차이야.”
신화의 도발에 약이 바짝 오른 아케로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속을 게워 내기 시작했다.
“쿨럭! 우웨에에엑!”
오장육부를 갈기갈기 잘라서 게워 내는 듯 고통스러운 구토가 이어졌다.
하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이 흐릿해지기는커녕,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케로, 너는 모르겠지만 파붕권은 정말 당하는 상대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공격이야. 왠지 알아?”
“…….”
“바로 죽이지 않고 서서히 죽어 가게 만들기 때문이지. 그렇다고 치료를 한다고 사느냐? 그것도 아니야.”
“쿨럭! 쿨럭!”
기침을 하면 핏물이 나오는 게 정상인가 싶을 만큼, 아케로의 입에서는 연신 핏물이 흘러나왔다.
“진정한 고수는 어린아이와 맞서 싸운다고 해도 절대 방심하지 않는 법이거든. 그런데 넌 아닌 듯하네.”
신화가 다시 오른팔을 검의 형태로 변형시켰다.
이제부터는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고통과 고문의 시간이다.
신화에게는 유익한, 하지만 아케로에게는 죽음의 시간이 될 것이다.
애초부터 9클래스 언저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케로는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아케로 본인만 몰랐을 뿐이다.
해 볼 만한 전투로 본 것이다.
과거보다 자신이 훌쩍 성장했다는 것이 자신감의 근거였겠지만!
안타깝게도 신화는 아케로가 경험한 성장의 4배, 아니 5배는 훌쩍 뛰어넘는 성장을 이뤘다.
“일단.”
꾸우욱.
“크아아악!”
신화가 엎어진 상태로 있는 아케로의 왼쪽 손을 지그시 왼쪽 발로 밟아 눌렀다.
그리고.
푸우욱!
아공간에서 꺼낸 ‘켈디아 단검’을 그대로 손등 한가운데에 찔러 넣었다.
“으악!”
“지금부터는 아무리 도망치려고 해도 네 손이 단검에 찢기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할 거야.”
신화는 덤덤하게 말했다.
이 모든 고문 기술은 나인 로드의 동료이자, 러시아 각성자였던 이오시프 카라치에게서 전수받았다.
그때는 배운 기술을 언제 쓸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 이렇게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는 중이었다.
“레체로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해. 공개적으로 알려진 사실 말고 개인적인 취미나 습관 말이야.”
“X이나 까…… 끄아아악!”
신화에 대한 반감으로 얼룩진 아케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화는 아공간에서 꺼낸 단검 하나를 이번에는 아케로의 오른손 한가운데에 찔러 넣었다.
그러고는 동시에 양쪽의 단검을 움켜쥐고 딱 1cm, 미세할 정도로만 앞으로 잡아당겼다.
“끄어어어! 으어어!”
아케로가 비명을 질렀다.
단순히 손에 찔러 넣은 단검을 비튼 것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마력을 힘껏 불어넣은 뒤, 검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어서 속을 지진 것이다.
비명이라도 안 질렀으면 진즉에 까무러쳤을 극한의 고문이었다.
“어차피 나스 대륙에서 레체로의 수족으로 죄 없는 백성들을 짓밟았을 네 업보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약과지, 안 그래?”
“크어어어…….”
“지금은 이 정도로 경고하지만, 다음은 더 고통스러울 거야. 미리 말해 두지만 딱 죽지 않을 만큼만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거야.”
“X발…….”
“분노의 표출은 버티는 데 도움을 주지. 뭐, 그 정도 욕쯤은 허용해 주겠어. 그러니 아는 것만 술술 털어놔 봐.”
신화가 다시금 단검을 사선으로 비틀 움직임을 보이려 하자, 아케로의 얼굴이 흙빛이 됐다.
은근한 고통.
그것은 아케로에게는 익숙지 않은 경험이자, 소름 끼칠 정도로 고통스러운 압박이었다.
“양쪽 손 반으로 갈라진다?”
“제, 제, 제발……!”
“말을 하라고, 아는 대로!”
“뭐가, 뭐가 궁금한데! 말을 해야 내가 털어놓을 것 아니냐! 딱 짚어서 확실하게 말을 해 달라고!”
역시 두려움을 이겨 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결국 아케로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