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5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53화(252/300)
제 253화
“…….”
나는 잠시 침묵을 지키며 리미트리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의도된 침묵이었다.
몇 번을 반복해 동료들에게 리미트리스에 대해 브리핑했지만, 결국 백문이 불여일견이었다.
-두려움은 하찮은 인간의 역겨운 감정이지. 내게 목숨을 잃는 것이 두려운가?
리미트리스가 웃었다.
녀석의 얼굴은 하회탈을 쏙 빼닮아서 인상 자체가 웃는 상이었다.
저게 기분 좋은 웃음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더럽다.
그렇게 5초가 흐르고.
-짐의 힘이 강해지구나.
녀석이 어깨를 으쓱이더니.
쑤우욱!
이내 덩치가 살짝 커지면서 등 가장자리 쪽에서 길쭉한 팔 하나를 쭉 뽑아냈다.
마치 국수를 뽑아내듯이 단번에 팔을 만들어 낸 리미트리스는 그것을 검의 형태로 바꿨다.
이 부분은 내가 육체 개변을 활용해 오른팔을 검의 형태로 변환하는 것과 매우 흡사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녀석은 영구적이라는 것이다.
‘이대로 계속 두면 점점 증식해서 정말 천수관음이 될 수도 있겠지. 가장 최악의 그림.’
이제부터는 가만히 두면 5초마다 리미트리스가 하나의 팔, 그러니까 하나의 검을 더 가진다.
이를 지연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어서 집중력을 깨뜨려야 한다.
물론 집중력을 깨뜨린다고 해도, 15초의 시간이 흐르면 집중 유무와는 무관하게 팔 하나가 무조건 생긴다.
‘증식형 몬스터는 전생에도 분명 차고 넘치게 상대해 봤지. 니콜라스가 훈수도 많이 해 줬고.’
경험이 일천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많이 상대해서 차라리 ‘고인물’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 정도다.
보통 증식형 몬스터는 태생적인 약점을 하나 갖는다.
그것은 점점 늘어나는 신체 부위가 완전히 새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복제하고 급속 생산하는 형태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원본이 되는 팔에 유의미한 변화나 변형, 타격을 주면 복제품의 품질도 엉망이 된다.
‘당연히 리미트리스 놈도 바보가 아니니 쉽게 내주지 않겠지.’
역시나 리미트리스는 새로 만든 팔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원본’을 잘 방어하고 있었다.
이제 팔의 개수가 늘어나면 위치를 교묘하게 움직이면서 어떤 것이 원본인지도 알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일반 각성자라면 전혀 추적이 안 되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뇌를 개변한 각성자다.
녀석이 백 개, 아니 천 개의 팔을 가졌다고 해도 원본은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도핑은 일찌감치 다 끝냈다.
모두가 최대의 전투력에 최대의 집중력을 가진 상태다.
이번 전투를 위해서 약간의 마약 성분이 있는 각성제까지 모두 복용했다.
금단현상은 다행히 쏟아지는 졸음이기에 공략을 잘 마무리하고 푹 자 두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 일찌감치 돌아가는 항공기 편을 퍼스트 클래스로 예약해 둔 상태다.
“공격!”
파앗!
내 외침과 함께 나를 포함한 모두가 사방으로 산개했다.
나는 전방으로 전진했고.
윤별이는 늘 그랬듯 멀찍이 호선을 그리며, 리미트리스의 후방을 노릴 준비를 했다.
이번 전투는 앞서 오기 전에 황석철에게서 추가로 공급받은 스페셜 슈트를 모두 착용한 만큼.
한두 번 정도의 실수가 바로 치명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동료들의 움직임도 생각보다 경쾌했다. 주눅 들기보다는 오히려 호전적이었다.
“생긴 게 X같이 생겨서 그런지 면상에 치유술을 꽂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드네요.”
이번 공략이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소준도 상당히 전방에 배치됐다는 점이다.
이유인즉, 암흑 속성을 가진 리미트리스가 치유술에 ‘극단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암흑과 빛.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는 기운이기 때문에 엄청난 추가 대미지를 기대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만들어 낸 공략법이기도 했다.
애초에 힐러를 공격용 옵션으로 쓰는 것이 대중화되는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10년은 더 지나야 한다.
미리 트렌드를 선도하는 셈.
이를 위해서 한소준과 나는 전부터 공격에 대비한 훈련을 해 왔다.
그래서인지 한소준은 전혀 당황하거나 망설이는 기색 없이, 내 근처에 포지셔닝을 하는 모습이었다.
“소준아, 공격이 가능한 녀석의 팔만 노려 줘. 어떤 팔이든 상관없다. 네가 편한 곳만 노려.”
“알겠어요.”
“치유술이니까 빗나가 봤자 손해 보는 건 없어. 나한테 맞으면 회복될 거고. 무슨 말인지 알지?”
“옙. 맡겨 주세요!”
전투 개시.
나는 일거에 도약해 리미트리스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휘릭! 휘릭! 휘리릭!
세 개의 팔, 즉 세 개의 검날이 어지럽게 교차한다.
숫자 자체는 아직 많지 않지만 압도적인 근력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검을 휘두르고 있다.
동체 시력이 매우 좋은 각성자라고 하더라도 쉽게 흐름을 좇을 수 없는 속도였다.
깡! 까칭! 까치잉!
하지만 나는 모든 감각을 극대화하여 리미트리스의 검격을 받아 냈다.
‘역시 강하군.’
딱 세 번 검날에 부딪혔을 뿐인데, 팔 전체가 얼얼해지는 통증이 느껴졌다.
-크윽, 이건 뭐지?
하지만 소득도 있었다.
푸슈슈슈!
기세 좋게 내 검을 두들기던 리미트리스의 팔에서 피분수가 솟구친 것이다.
‘그래, 나에게 전략적인 이점이 있었지? 나름 긴장을 좀 했나 보네.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리미트리스처럼 ‘강철’ 형태의 검이 아닌 상위 호환 개념의 ‘스텔라드 검’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그 개수는 오른팔로 한 개에 불과하지만, 때로는 수적 우세보다 질적 우세가 훨씬 더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어떤 장난질을 친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어림없다!
쑤우욱!
이내 리미트리스의 몸이 한 차례 더 불어나며, 네 번째 팔이 생겨났다.
복제 대상인 ‘원본’처럼 상처가 난 팔이었다. 피가 나지는 않았지만, 깨끗했던 상태 그대로 복제되지는 않았다.
-잔챙이 놈들!
후웅! 후웅!
리미트리스가 일으킨 거친 검풍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나는 실드 스톤을 이용한 다음, 강철 강화로 몸을 두르면서 생각보다 쉽게 공격을 방어해 냈지만.
“……!”
“아아앗!”
윤별이와 한소준은 달랐다.
나처럼 육체 자체를 강화할 수는 없는 탓에 슈트에 마력을 불어넣어 방어를 최대치로 높였지만.
결국 돌풍에 휘말려 한참을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볼썽사납게 지면을 나뒹구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물론 부상을 입는 것은 아니겠지만, 머리가 어질어질할 것이다. 몸 전체도 얼얼할 테고.
-제법이군, 인간.
“뭐가 제법이고 자시고야? 지금 그렇게 감탄이나 X 하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이제야 몸풀기가 겨우 끝났을 뿐이다. 몇 번의 교전으로 자만하지 말아라.
꾸드득. 꾸득. 꾸드드득.
이윽고 리미트리스의 몸 전체가 붉게 변하더니, 근육과 혈관이 터질 듯이 부풀기 시작했다.
나름의 육체 및 근력 강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현장이었다.
“너도? 야, 나도 할 수 있어.”
나 역시 웃으며 근육의 강화를 시도했다. 개변은 개변이고 강화는 별개의 개념이다.
근육 개변은 근육 강화를 더 빠르고 극대화해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밑거름일 뿐이다.
“후우우.”
뜨거운 숨결을 토해 내며, 스페셜 슈트를 터질 듯이 압박하고 있는 근육의 형태를 보았다.
물이 잘 올랐다.
-나를 따라 하는 건가?
“개소리는 거기까지 하고, 제대로 붙자. 이제부터 시작인 듯하니까.”
나는 즉시 리미트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스텔라드’라는 상대적인 이점이 있다고 해도 시간은 결코 내 편이 아니다.
압박하고 밀어붙여야 한다.
시간이 흘러 이 녀석의 몸이 내 두 배가 될 만큼 거대해지고.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수십, 수백 개의 팔이 생겨나게 된다면.
그때는 내가 버틴다고 해도 동료들이 줄줄이 죽어 나갈 것이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 * *
5분 후.
‘믿을 수가 없군.’
리미트리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하회탈 같은 표정도 더 이상 환하게 웃지 못하고, 입꼬리가 잔뜩 내려간 상태였다.
5분이 지났고, 팔의 개수가 20개까지 불어났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신화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물론 서로 상처를 입었다.
리미트리스는 스텔라드의 우수한 절삭력 때문에 몇 개의 팔을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은 전부 복제된 팔이었고, 이미 대미지가 많이 누적되어서 버려도 되는 팔이었다.
신화의 경우는 목덜미와 어깨 언저리에 가장 많은 상처를 입었다.
리미트리스가 정면에서 즉각 공격할 수 있고, 가장 방어가 까다로운 위치라서다.
전투가 시작된 후.
약 2분 정도가 흐른 시점까지만 해도 리미트리스는 ‘등가교환’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 대를 맞으면 반드시 한 대를 돌려줬고, 그 이상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3분이 경과된 즈음해서 승리의 추가 점점 신화를 향해 기울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제 감을 잡고 조직적으로 리미트리스를 괴롭히기 시작한 동료들의 합세 때문이었다.
최지혁은 끊임없이 둔화를 걸어 리미트리스의 움직임을 굼뜨게 만들었고, 방어력을 밑도 끝도 없이 깎아내렸다.
게다가 후방에 대한 주의가 공교롭게도 느슨해질 시점이면 윤별이가 귀신같이 파고들었다.
뒤에서 계속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있지도 않은 것처럼 자취를 감췄다가.
리미트리스의 머릿속에서 윤별이의 존재가 사라질 즈음에 갑자기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은 신화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윤별이 특유의 ‘육감’과 ‘본능’에 따른 것이었다.
즉, 윤별이가 개화한 또 하나의 재능인 셈이었다.
여기에 신화가 계속 주의를 끄는 가운데 유효타로 들어오는 한소준의 치유술은 최악이었다.
백색의 기운이 휘감거나 스치고 지나간 곳에서는 여지없이 피부가 녹아내리고 연기가 치솟았다.
그것은 마치 생살에 염산을 들이부은 것처럼 못내 고통스러웠다.
네 사람이 마치 하나가 된 듯, 유기적으로 공격하는 흐름 속에서 리미트리스는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물론 리미트리스가 느끼는 공포의 지분 90%는 당연히 신화에게 있었다.
‘지금껏 이런 녀석을 상대해 본 적이 없었는데…….’
던전에서 눈을 뜬 이후, 리미트리스의 손에 죽은 각성자의 수만 네 자릿수가 넘었다.
리미트리스는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했다.
감히 인간 따위는 함부로 넘볼 수도 없는 완전무결한 경지!
하지만 그 ‘신’이 천 번째를 훌쩍 넘어 찾아온 인간의 손에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쇄액! 쇄액! 쇄액!
스무 개에 육박하는 팔, 즉 검날이 연신 신화의 목을 노리며 매섭게 공간을 할퀴었다.
검의 경로가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이어질지 리미트리스 스스로도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거친 난격이었다.
하지만.
까깡! 깡! 깡! 까까깡!
“무디군, 무뎌!”
신화는 모든 공격을 너무 쉽게 막아 내고 있었다.
마치 시간을 아주 느리게 흐르도록 만들어 놓고 눈으로 하나하나 좇으면서 대응하는 것 같았다.
현란한 공격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푸슛! 푸슈슛!
그저 죄 없는 리미트리스의 수많은 팔들만 스텔라드 검에 베어 애꿎은 살점을 뱉어 낼 뿐.
-X발…….
그랬다.
지금의 이 욕보다 리미트리스의 심정을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