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54)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54화(253/300)
제 254화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시간이 리미트리스의 편이 아니라, 오히려 내 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점점 공격의 밀집도와 시너지가 높아져만 가는 우리 팀의 환상적인 호흡 때문이었다.
게다가 가장 큰 골칫거리로 여겼던 리미트리스의 ‘증식’하는 팔이 무기력해진 것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내가 간과한 – 간과해서 사실 기분이 더 좋지만 – 것, 바로 스텔라드의 위력 덕분이었다.
리미트리스는 나와 교전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누적되는 신체적 피해를 감당해 내지 못했다.
희귀 광석인 스텔라드에는 그만한 위력이 있었다. 장동식이 내게 준 선물은 보통 선물이 아닌 셈이다.
아마 지금 각성자 세계에 뿌려져 있는 스텔라드 관련 아티팩트를 전부 모은다고 하더라도.
앞서 내가 ‘먹은’ 검만큼의 광석을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장동식이 내게 준 스텔라드 검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을 정도였다.
즉, 그 자체로도 장동식은 나를 매우 신뢰하고 있으며 돕고 싶어 한다는 것을 믿어도 될 듯싶었다.
“잘 안 풀리지?”
-가소로운 인간!
“가소로운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치고는 네 움직임이 너무 다급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크윽! 으윽!
나는 이제 리미트리스의 상복부와 가슴 언저리에 유의미한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피는 진즉에 쏟아지고 있었고, 입을 크게 벌린 상처들이 어지러이 살점을 뱉어 내는 중이었다.
쇄액! 쇄애애액!
“크아아아아!”
게다가 방금 전의 일격으로 ‘원본’에 해당하는 팔 하나가 기어이 잘려 나가고 말았다.
나머지 원본 팔 하나도 힘줄이 전부 끊어진 상태라서 복제한다고 해도 별 효과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즉, 거구의 몸을 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공격 수단이 없는 셈이었다.
무딘 칼만 수십 자루를 갖고 있는 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에 리미트리스가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태초의 힘’ 버프를 쓸 줄 알았다면.
전투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어쩌면 전투의 시작과 동시에 내가 고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리미트리스는 자신의 버프를 활용하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경우가 많았다.
당사자는 버프의 존재조차 모르지만, 죽이고 나면 각성자가 버프를 생각지 않게 승계하는 경우.
그간 W-1099 던전을 공략해 온 다른 각성자들은 리미트리스에게 버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그러니 무리하지 않았고, 리미트리스가 있는 보스 방 앞까지만 공략하고 되돌아갔겠지.
이것이 회귀자의 힘이다.
모든 미래를 꿰뚫어보고 있기에 남들이 나중에 알게 되면 통한의 눈물을 흘릴 많은 특전들을!
이렇게 전부 취할 수 있다.
그것도 남들이 전혀 모르게 말이다.
바로 그때.
‘보인다!’
비틀거리던 리미트리스의 심장부에 확연히 드러나는 약점이 보였다. 빈틈이었다.
이런 전투에서 상대를 일격에 죽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한번 놓치면 영원히 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에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먼저 앞으로 날렸고, 역으로 나를 노리는 리미트리스를 보면서도 무시했다.
경로로 봤을 때는 왼쪽 대퇴부 쪽에 검상을 입을 확률이 높았지만 그것은 즉사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즉, 전략적으로 내준 셈이다.
“끝을 내자!”
-크아아아!
리미트리스는 반쯤 넋이 나갔는지 대답 대신 기함하며 눈을 까뒤집었다. 맛이 간 모양이었다.
그리고.
푸욱! 푸욱!
서로의 검이 교차했다.
나는 리미트리스의 왼쪽 가슴을 꿰뚫었고, 녀석은 예상대로 내 대퇴부를 꿰뚫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개의 검날이 나를 노렸지만, 제대로 닿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애초에 난전 중에 전부 잘리고 너덜너덜해져 이제는 검날이라기보다는 그냥 하찮은 채찍 수준이었다.
-끄헉…….
“네 버프는 잘 쓰도록 하마.”
리미트리스의 심장을 관통하자 맥동하던 심장이 움직임을 멈추더니.
붉은 빛깔의 버프가 내 몸으로 빠르게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내가 그토록 얻고 싶었던 버프인 ‘태초의 힘’이다.
즉사의 일격이나 폭권과 같은 폭발적인 대미지 딜링과 연계하면 그야말로 최후의 일격이 된다.
게임으로 따지면 초필살기가 되는 셈인데, 그 위력은……. 글쎄.
어림짐작이긴 하지만 내가 작정하고 ‘초필살기’를 쓴다면 일라이저도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녀석이 바보가 아닌 이상 멍청하게 서서 그것을 받아 줄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럴 만한 기회가 생긴다면 일라이저는 절대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다.
레체로?
녀석도 결국 인간 흑마법사이기에 그 앞에서 종잇장 신세가 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터였다.
[태초의 힘] [매일 자정 최소 1초에서 최대 3초에 달하는 태초의 힘이 심장부에 자연스럽게 저장됩니다.태초의 힘은 어떤 공격 수단이나 방식에 상관하지 않고, 공격의 위력을 최소 3배에서 최대 7배 증가시킵니다.
최대 저장 한계는 30초입니다.
단, 태초의 힘의 저장량이 최대치이고, 위력 강화가 필요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는 이 힘을 전부 마력으로 치환하여 흡수할 수 있습니다. 그 즉시 모든 힘이 사라집니다.]
‘드디어…….’
손끝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말 그대로였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도 매일 1초씩의 힘이 저장되고, 힘의 기대치도 최소 3배 이상이다.
나는 지속적인 대미지 딜링보다 폭발적인 대미지 딜링에 특화된 ‘파괴적’인 기술이 많다.
그러므로 대미지가 곱 연산으로 들어가는 태초의 힘 버프는 내게 최고의 버프라고 할 수 있었다.
“후우, 후우, 하아, 하아.”
“하얗게 불태워 버렸어…….”
풀썩! 털썩!
최지혁과 한소준, 윤별이가 일제히 사방으로 널브러졌다.
중간중간에 리미트리스가 광역의 형태로 펼친 검풍에 꾸준히 휘말린 탓이었다.
내가 보조를 아예 하지 않으면 아직까진 SSS+랭크급 이상의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아직 세 사람의 실력으로는 S, SS랭크 언저리의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다들 좀 쉬어요. 전리품 분배는 천천히 하기로 하고, 나는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
“신화야, 진짜 쉬어도 되냐?”
“뭐 급하게 던전 밖으로 쫓기듯이 나갈 건 없잖아요?”
“하악, 하악, 그래. 좀 눕자. 아이고, 이 비싼 슈트가 아주 걸레짝이 됐네…….”
“외관만 그렇게 된 거니까 수리하면 금방 복구될 거예요.”
“그렇겠지? 이 슈트, 정말 엄청난 것 같다. 기존에 입던 고급 슈트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당연하죠. 원가가 백억이 넘는 슈트인데요.”
“……응? 뭐라고? 배, 백억? 이게 그렇게 비싼 슈트였어? 그런 슈트를 막 빌려줘도 되는 거야?”
“아, 제가 원가를 말 안 해 줬던가요?”
“당연하지! 나는 네가 고급 슈트보다 좋은 거라고 말하기에 한 5억쯤 되는 게 아닐까 했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원가가 나올 줄이야.”
“헐.”
“으악!”
소스라치게 놀란 것은 윤별이와 한소준도 마찬가지였다.
어찌나 놀랐는지 용수철처럼 몸을 튕겨 일어나서는 품속에서 꺼낸 물티슈로 열심히 슈트를 닦기 시작했다.
그럴 만도 했다.
100억 원이면 고층 빌딩 몇 채를 세울 돈이 아닌가?
그만한 가치에 해당하는 슈트가 더럽혀지고 망가졌으니!
온몸이 쫄깃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수리, 보수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나올 테니까.
물론 내 동료들은 충분히 그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있다!
단지 그렇게 된 지 얼마 안 돼 가난했던 때의 생각과 경험을 조건반사처럼 떠올릴 뿐.
“다들 쉬고 있어 봐요. 괜히 이쪽 쳐다보다가 충격 받지 말고.”
“앗…….”
다들 이 말의 의미를 안다.
내가 몬스터의 고기나 오장육부 등을 섭취하면서 재능을 획득하려고 할 때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인간형 몬스터나 인간은 아무리 고기나 신체 어떤 부위를 먹더라도 재능을 흡수할 수 없다.
하지만 리미트리스는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하고 있지만, 분류는 인간형이 아니었다.
‘증식형 변형 괴수’라는 특이한 분류 특성을 가졌는데, 그래서 먹어도 될 것 같다는 계산이 섰다.
‘아무리 익숙해진 괴식이라고는 해도 역시 매번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군.’
나는 축 늘어진 리미트리스의 왼쪽 가슴, 그 안에서 반짝이는 녀석의 심장을 보았다.
보통 몬스터 심장을 먹어 보면, 이 녀석이 어떤 재능을 줄 수 있으며 그 재능을 획득할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다.
내 생각에 팔이 무한대로 증식하는 재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기 위해선 몸이 동시에 ‘거대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럴 기반이 내게 없기 때문이다.
‘백날 생각해 뭐하나. 일단 먹어야지.’
나는 우악스럽게 손을 쑤셔 넣고는 리미트리스의 심장을 그의 몸속에서 빼냈다.
초점을 잃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리미트리스의 두 눈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세상을 호령한 각성자.
혹은 백전무패의 보스 몬스터.
그 누구라고 한들 결국 최후는 똑같았다. 죽고 나면 화려하고 찬란했던 과거의 전적도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한 번의 잘못으로 목숨을 잃는다면, 회귀자로서 누린 특전과 명예도 모두 물거품이 되겠지.
그러니 늘 긴장해야 한다.
방심은 금물이다.
우적. 우적.
우득. 우드드득.
가장 질기고 딱딱한 심장을 씹어 먹으며, 흡수할 수 있는 능력에 관련된 정보가 뜨기를 기다렸다.
[섭취물 : 리미트리스의 심장] [적합도 : 30%] [손상된 신체 부위에 대해서 한 번, 중복되지 않게 완벽한 재생이 가능합니다.두 번째는 50%만 회복된 상태로 재생이 가능하며, 마지막인 세 번째는 형태만 재생 가능합니다.
즉, 신체 기능과 신경 세포 등은 모두 소실된 상태의 빈껍데기 재생입니다.] [특수 알림 : 적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상의 폐, 간, 쓸개, 신장을 모두 섭취해야 합니다.
모두 섭취할 경우 100%의 적합도를 완성, 확실하게 능력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능력명 : 신속 재생] [능력 매개체 : 리미트리스]
“가장 먹기 싫은 부위만 골라서 주는 것 같네. 완전 이거 엿 먹는 거 한번 제대로 먹어 봐라, 아니야?”
한숨을 푹 내쉬었다.
먹는 것이 고역이긴 하지만, 파악된 능력은 내게 매우 필요성과 중요도가 높은 능력이었다.
손실된 신체 부위에 대해서 최대 3번의 재생이 가능하며.
특히 첫 번째 재생의 경우는 원래의 상태와 똑같은 완벽한 재생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이것은 곧 개변 또는 단련 등으로 강화된 상태가 고스란히 승계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부활의 꽃보다는 아쉽지만.
접근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상이나 절단 손실의 우려가 있는 내게는 아주 좋은 보험인 셈이다.
다 좋은데, 다 좋은데…….
“끄억.”
트림이 절로 나온다.
애초에 부끄러울 것도 없는 이 괴식.
이제는 좀 구워 먹을까?
나는 본격적으로 불을 피울 준비에 들어갔다.
역시 어지간해서는 익혀 먹는 게 최고다.
날것은 안 좋아,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