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57)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57화(256/300)
제 257화
“크하하하!”
신화가 앞으로 몸을 움찔하자, 카스티요가 힘껏 전신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육체 강화계의 각성자인 카스티요는 방어에 특화된 각성자였다.
오죽하면 걸어 다니는 요새라고 불릴까? 그 정도로 단단하고 강력하여 감히 공격할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였다.
앞서 많은 각성자들이 그런 카스티요의 능력을 모르고 달려들었다가 마치 볏짚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카스티요의 주특기인 ‘헤드록’에 한번 걸리면 목이 부러지지 않는 이상 절대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이 조직 내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하아앗!”
신화는 카스티요가 방어 동작을 취하기도 전에 이미 돌아서서 부하들을 노리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방어형 각성자로 보이는 카스티요를 처음부터 골치 아프게 상대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피핑! 피핑! 핑!
타앙! 타타탕!
여기저기서 불꽃과 굉음이 일며 신화를 향해 마력탄총과 각종 암기, 그리고 방출형 공격 기술들이 쏟아졌다.
각양각색의 각성자들이 모여 있다 보니 공격 레퍼토리가 다양하면서도 현란했다.
티팅! 팅! 팅!
“와, X발! 뭐야, 저건?”
신화가 손쉽게 강철 강화로 공격을 받아 내자, 조직원들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액체화 재능을 써 볼까 하다가 전략적으로 마력을 아꼈는데 이것이 통한 것이다.
‘해적들치고는 수준 높은 각성자들이 제법 섞여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내 기준에서는 애송이들이네.’
견적 확인은 끝났다.
대장으로 보이는 카스티요는 예외로 하고, 나머지는 높게 잡아야 A랭크가 될까 말까 한 각성자들이었다.
딱히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놈들을 상대로 ‘놀아 주는’ 일이 가능했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아까웠다.
파앗!
이윽고 신화의 인영이 순식간에 도약하며 바로 코앞에 도착하자.
“히익!”
당황한 조직원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입을 딱 벌렸다.
평범하지 않은 각성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한 것보다 너무 움직임이 빠른 탓이었다.
“너무 쉬워.”
뻐어억!
“커헉!”
신화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주먹을 조직원의 입술 한가운데에 꽂아 넣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슈트 방어 부위에 해당되지 않는 입은 공격에 너무 취약한 부위였다.
상대도 그것을 알고 있고, 어지간해서는 당할 리 만무했지만.
신화의 움직임은 한 박자, 아니 두 박자는 더 빨랐다.
와드드득!
“끄어어!”
조직원이 기함하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는 둘째 치고 일격에 상악, 하악 가릴 것 없이 산산조각이 난 탓에 정신을 붙들고 있을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동선 좋네.’
신화는 어설프게 자리를 잡고 서 있는 조직원들의 위치를 쓱 훑었다.
움직임을 보이기 전이지만, 이미 예상 경로와 함께 미래의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모의 전투 시뮬레이션을 쉴 새 없이 돌리는 느낌이랄까?
수많은 상황이 일찌감치 그려졌고, 그중 최적의 동선과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다음 순간.
파아앗!
다시 갑판을 박찬 신화의 모습이 쏜살같이 조직원들 사이를 현란하게 갈랐다.
뻐억!
“억…….”
마력을 잔뜩 싣고, 강철보다 더 단단하게 강화한 신화의 발차기가 조직원들의 낭심을 힘차게 걷어찼고.
파아아앙!
마력을 넉넉하게 머금은 왼손의 건틀릿은 응축력을 이용해 고위력의 충격파를 전방으로 발산했다.
빠각!
“끄엑!”
정확히 이마 한가운데가 명중된 조직원 하나가 그 자리에서 목이 뒤로 꺾여 죽었다.
어설프게 아랫부분이나 다른 부위를 맞았더라면 죽음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공격.
하지만 정확하게 약점을 분석하고 노린 신화의 공격에는 오차가 없었고, 첫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
엿가락처럼 목이 길게 늘어난 채.
머리가 등에서 달랑거리고 있는 동료의 모습을 본 조직원들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난전 중에 불운하게 목숨을 잃은 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찍어 누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본함을 지원해!”
하지만 그들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신화의 신출귀몰한 공격에 동료들이 고전하는 것이 보이자.
주변에 대오를 유지하고 서 있던 쾌속선에서 다른 리벤저스 조직원들이 움직였다.
무기를 쓰지는 않았다.
투척 무기나 방출형 공격은 상대가 ‘한 명’밖에 없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되니까.
오히려 빗나가면 소위 팀킬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다들 근접전을 노리는 모양새였다.
파앗! 파앗!
제법 도약력이 있는 각성자들이 가볍게 몸을 날리며, 포물선을 그리면서 접근했다.
그것은 상식적인 기동의 선택지였지만, 애석하게 가장 약점을 노출하기 좋은 조건이기도 했다.
공중 이동의 정점을 찍은 상태에서는 상승, 하강, 회피, 그 모든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
습관적으로 내뱉던 기합 대신에 신화가 별말 없이 허공에 주먹을 한 번 내질렀다.
언뜻 보기에는 무의미하게 허공을 휘젓는 듯한 헛손질 정도로 보이는 움직임이었지만.
“뭐지?”
그중 한 명이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렸을 때는 이미 상황은 벌어진 상태였다.
진격권.
시간차를 두고 터지는 폭발형 권법이 그들을 휘감은 것이다.
신화가 반원형의 형태로 마력을 방출하며 권법을 펼쳐 냈기에 피격 범위가 상당했다.
물론 피해 당사자들은 예상이나 감지를 전혀 못 하고 당한 불의의 일격이었다.
콰콰콰콰쾅! 쾅! 콰쾅!
“크아아아!”
“끄아아악!”
허공에서 각성자들의 몸이 폭죽처럼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신화의 공격 포인트는 무결점에 가까울 정도로 정확히 그들의 상체만을 노렸고.
슈트가 지켜 줄 수 없는 취약 부위인 목과 얼굴, 머리 쪽을 예리하게 노렸다.
그 결과는 실로 참담했다.
철퍼덕! 철퍽!
여기저기서 핏빛으로 물든 살점이 눈처럼 쏟아져 내렸다.
방금까지 살아 숨쉬던 동료가 몸이 산산조각이 나서 추락하는 모습에 지켜보던 모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차이.
그것이 만들어 낸 공포감은 A랭크의 각성자에게도 예외 없이 찾아왔다.
“아아…….”
뒷걸음질.
이는 두려움이 만들어 내는 자연스러운 반사적 행동이었다.
신화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쓱 훑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누군가가 이 광경을 봤으면 마치 콩트라도 찍나 싶을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광경이기도 했다.
한 명의 각성자를 두고, 수십 명의 각성자가 물러서는 꼴이라니!
쪽팔려도 이런 쪽팔리는 상황이 있을 수 없었지만, 당사자들은 그런 부끄러움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변변찮은 새X들!”
쿠웅!
부하들이 알아서 처리해 주길 바랐던 카스티요가 욕설을 내뱉으며 위치를 옮겼다.
“잔챙이들은 내게 상대가 안 돼. 그냥 구경이나 시켜. 너랑 나, 일대일 한판으로 끝내자, 오케이?”
신화가 먼저 도발했다.
이 상태에서 갑자기 뒤에서 다른 녀석들이 기습한다고 해도 충분히 버틸 자신이 있었다.
스페셜 슈트는 안면뿐만 아니라 뒤통수 쪽도 보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염병처럼 번져 나간 공포심 때문에 아무도 과감하게 나서지 못할 것이다.
신화는 전장에서 두려움이라는 감정 하나가 얼마나 많은 인원을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많이 체험했다.
대재앙.
그 참혹한 현장에서 신화는 인간의 나약함을 극한까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설령 EX랭크의 각성자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번 잃은 전의는 세계 최강의 실력을 가진 각성자라고 해서 쉽게 되찾을 수 없었다.
“다들 지켜만 볼 거냐?”
카스티요가 한심한 표정으로 부하들을 노려보았지만, 아무도 단 한 발자국도 나서지 않았다.
버틴다고 해서 카스티요가 함부로 자신을 죽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버티고 신화에게 달려들면 100% ‘죽는다’는 것은 앞서의 경험으로 이미 학습한 상태였다.
다들 영리하게 베팅을 한 셈이다.
의도적으로 상관의 명령에 미적지근하게 불복종하면서 오래 사는 길을 택한 것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놈들, 똑똑히 봐 둬라! 나 카스티…….”
“뭐 하냐?”
카스티요가 미처 말을 끝맺기도 전에 이미 신화의 얼굴이 카스티요의 코앞에 있었다.
그리고.
뻐어어어어억!
뼈가 부러졌어도 진즉에 수백 개는 부러졌을 소리가 카스티요의 복부에서 들려왔다.
부하들 중 몇몇은 소리만 듣고도 두 눈을 질끈 감을 정도였다.
“오……?”
“크하하, 겨우 이거냐?”
‘이 자식, 방어 특화 각성 정도가 아니라 방벽 그 자체인가?’
신화도 깜짝 놀랐다.
선수필승이라고 이번에는 여유를 주지 않고 즉각적으로 공격을 펼친 상황.
하지만 카스티요는 신음은커녕, 그저 몸만 뒤로 쭉 밀려나고 말았을 뿐이었다.
복부 언저리에서 희뿌연 연기만 잠깐 일었다가 사라진 것이 변화의 전부였다.
‘미쳤네.’
오히려 신화의 손이 얼얼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단단한 녀석을 만나 보기는 처음이었다.
한편으로는 시종일관 보였던 자신감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이 정도 맷집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했다. 아마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그의 몸에 흠집도 못 낼 테니.
‘각성자 세계에는 불변의 진리가 있지. 세상에 무적은 없다고. 아킬레스건은 반드시 존재해.’
신화는 당황하지 않았다.
분명 놈에게 약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녀석은 자신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과도하게 포장해서 마치 완전무결한 존재인 것처럼 군다.
그래야만 상대의 전의를 빠르게 꺾고 굴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산전수전, 게다가 공중전까지 다 겪은 신화에게는 씨도 안 먹힐 방법이었다.
“오늘 벌이가 좋았으니! 네 녀석이 쓸 만한 아티팩트 하나만 내놓는다면, 섬은 그냥 지나쳐 주도록 하지. 어떠냐?”
아니나 다를까.
마치 선심 쓰듯 강자의 여유를 한껏 부리는 카스티요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신화가 적절한 답을 해 줬다.
“F*** You.”
현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손가락 욕이었다.
* * *
‘찾았다.’
5분이나 되는 공방전을 주고받은 끝에 나는 기어이 카스티요의 빈틈을 찾아냈다.
5분이나 ‘되는’ 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단 하나.
한 놈을 상대로 이만큼 길게 끈 전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무식하리만치 방어 특화로만 무장한 카스티요가 상대하기 꽤 까다로웠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물론 그런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서 중간에 녀석의 부하들이 난입했던 적도 있긴 했다.
당연히 다 죽었다.
몇 놈을 본보기로 처치하니, 더 이상 잔챙이들이 엮이진 않았다.
‘결국 육체 강화도 슈트랑 똑같아. 육체의 연결부와 접합부는 필연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어.’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카스티요가 육체를 강화한 부분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점이었다.
진짜 단단했다.
스텔라드 검도 반쯤 들어가다가 말 정도의 대단한 방어 능력을 자랑했다.
그에 반해 약점도 있었는데, 움직임이 굼떠서 공격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내가 초월 가속을 쓰지 않고도 녀석의 모든 공격을 피해 낼 수 있을 정도니 말 다 한 셈.
그게 끝이었다.
놈은 단단했지만, 그뿐.
그것이 녀석을 리벤저스의 핵심 간부가 아니라, 이런 변방의 해적으로 쫓겨나게 만든 이유겠지.
땀내, 짠내, 쉰내가 물씬 풍기는 이 녀석들과 푸닥거리를 하는 것도 이쯤이면 됐지 싶었다.
“이제 끝내자. 너랑 나, 원터치로 가는 거다. 오케이?”
“X 까, 이 X 같은 XXX야!”
필터링이 제법 많이 필요한 외침과 함께 나와 녀석의 몸이 순식간에 하나의 점으로 뭉쳤다가 흩어졌다.
그리고.
“끅!”
단말마의 비명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