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6)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6화(25/300)
제 26화
“저기 혼자 중심 잡고, 사방으로 각성자들 날려 버리고 있는 사람이 강신화인 것 같은데.”
“네, 그래 보여요.”
“이철수면 별이 너랑 클래스가 같아. 그런 각성자가 D랭크 각성자에게 한 방에 끝났어. 어떻게 생각해?”
“지부장님 생각이 제 생각과 다르지 않을 듯해요.”
“강신화가 D랭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는 거지?”
“강신화 씨를 재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림짐작으로는 최소 B랭크,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요.”
“도대체 F랭크 짐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나미나가 가늘게 눈을 떴다.
“꾸엑!”
이철수는 물론, 그의 오른팔로 알려진 D+랭크의 각성자 조춘팔도 멀리서 날아와 옆에 나란히 뻗었다.
패거리가 일망타진되고 있었다.
상대는 신화 한 명.
하지만 힘의 불균형은 해소될 줄을 몰랐고, 신화의 앞에서 모든 패거리는 공평한 결과를 받았다.
산송장처럼 겨우 숨만 쉴 뿐.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나미나는 꼼꼼하게 지켜본 신화의 전투 방식을 읊기 시작했다.
SS랭크의 각성자답게 눈썰미 좋게 잡아 낸 것들이 여럿 있었다.
“원거리 능력은 사용하지 않았어. 전부 근거리 공격. 오른팔은 무기로 다 변화시킬 수 있는 것 같고, 왼팔은 마력 방출이야.”
“그럼 그것만으로도 이미 듀얼 각성자이잖아요? 변화, 그리고 방출 재능.”
“문제는…….”
“신체 강화까지?”
“그렇지. 다른 각성자의 공격에 신음조차 흘리지 않더라. 그건 육체도 강화가 된다는 얘기야.”
“강화 재능까지 더하면, 트리플 각성자가 될 수도 있겠네요.”
“여기에 숨겨진 능력이 더 있다면, 트리플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게 되겠지.”
바로 그때.
“지부장님, 저기!”
신화를 지켜보던 윤별이가 다급히 나미나를 부르며, 신화의 변화된 모습을 가리켰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몰래 신화를 날카로운 창으로 찌르려는 각성자의 모습이 보였고.
꾸드득.
동시에 몸 전체가 강철로 변해 버린 신화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강철 강화.
일전에 마고스에게서 먹은 강철의 꽃을 활용한 신화의 능숙한 대응이었다.
“미친, 쿼드러플이라고? 게다가 저건 각성 재능이 아니라 재능과 연관된 꽃을 먹은 것 같은데? 어디서 또 저런 걸 먹은 거야?”
나미나가 지끈거리는 이마를 만지며, 넋 나간 표정을 지었다.
대부분의 각성자는 하나의 재능을 주로 활용하는 각성을 경험한다.
프로 축구 선수가 보통 축구에만 재능을 지니듯, 각성자도 한 가지 재능에만 특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종종 돌연변이처럼 두 가지, 세 가지 재능을 가진 각성자가 나타나곤 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KSA 서울 지부의 지부장 나미나였다.
그녀는 마력을 변화시켜 속성 마법으로 바꿀 수 있는 변화 계열의 각성자이자 공간의 자유로운 왜곡이 가능한 공간 구현의 능력자였다.
이렇게 두 분야의 재능만 갖고 있어도 몸값이 폭등하고, 그 각성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진다.
하물며 트리플이나 쿼드러플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다면,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각성자의 재능은 다다익선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재능은 곧 잠재 가치가 높음을 뜻하는 지표이기도 했다.
“저런 강화 능력은 처음 봐요. 아예 물리 공격 면역이라도 되는 걸까요?”
윤별이는 강철 인간으로 변해 버린 신화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뒤에서 신화를 기습한 남자는 일반인이 아니라, 나름 마력을 다룰 줄 아는 각성자였다.
그러니 평범한 창격이 아니라, 마력의 힘을 확실하게 담은 필살의 일격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여기서 신화는 최소한 부상을 입었어야 했다.
아무리 육체를 강화했다고 하더라도, D랭크 각성자의 강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화는 전신을 강철로 만듦으로써 마치 무적이 된 것처럼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켜 버렸다.
빠악!
“끄헉.”
그사이, 신화의 주먹이 정수리에 그대로 내리꽂힌 각성자는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D랭크로 한 트럭 데려와 봐라. 내가 눈 하나 깜빡하나. 변변찮은 놈들.”
탁탁!
신화가 여유롭게 손바닥을 털어 내며, 쓰러진 패거리들의 수를 세어 보았다.
도합 스물다섯.
적은 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별일 없이 끝났다.
물론 이는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고, 패거리는 최소 뼈 네댓 개씩은 부러진 채로 뻗어 있었다.
‘자기 힘만 철석같이 믿고, 정형화된 패턴으로 공격하는 놈이 가장 상대하기 쉬워.’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리는 맹수 같은 각성자는 상대하기 까다롭지만.
자기 편한 대로 마구잡이 공격을 퍼붓는 적은 너무 쉬웠다.
거의 샌드백 느낌이랄까.
어쨌든 놈들은 자신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다.
‘그나저나 나한테 올 거면 오든가, 멀찍이서 지켜보면서 뭘 저렇게 중얼거리는 거지?’
신화는 널브러진 패거리에게서 쓸 만한 아티팩트를 전리품으로 취하며.
곁눈질로 나미나와 윤별이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둘 다 구면이다.
그래서 그들이 누군지, 어디 소속인지 아는 것은 쉬웠다.
KSA에서 우연히 레드 존인 이곳에 왔을 가능성은 0%.
십중팔구 자신에 대한 스카우트 건으로 찾아온 게 틀림없는데, 이래저래 재는 시간이 길었다.
“끄르륵, 이 아티팩트는 절대로 안 된다…….”
“떼거리로 사람 하나 죽일 생각으로 몰려와 놓고는 이제 와서 본전 생각이냐?”
신화가 팔찌를 가져가려 하자.
코에서 피를 줄줄 쏟던 각성자가 다급히 신화의 손을 잡았다.
“잘못했으니 제발.”
“잘못했으면 닥치고 뻗어 있기나 해. 때마침 KSA에서 사람도 나온 듯한데, 콩밥 잘 챙겨 먹고.”
뻐억!
“으헉!”
신화의 주먹이 얼굴 한가운데에 꽂히자, 각성자는 비명 한번 제대로 못 지른 채 그대로 정신을 놓아 버렸다.
“끄어어…….”
숨만 겨우 붙어 널브러져 있는 패거리의 생각은 모두 똑같았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
그리고 강신화는 공개적으로 알려진 ‘D랭크’보다 한참 상위의 실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
다만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저마다 신화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온몸이 넝마가 된 후였다.
‘박도원, 개XX…….’
모두가 박도원을 원망했다.
녀석의 복수 때문에 애먼 곳에 코가 꿰어서 온갖 부상을 입고 반쯤 불구가 되었으니 말이다.
“더 챙길 건 없네. 마침 KSA의 어르신들도 오셨으니 죗값은 너네가 알아서 잘 치러라.”
아공간에 아티팩트를 모조리 챙겨 넣은 신화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훌쩍 뛰었다.
타타탓!
그리고 단숨에 달려.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던 나미나와 윤별이의 앞으로 향했다.
이어 대뜸 말문을 열었다.
“보셨죠?”
“안 그래도 가까운 KSA 지부의 요원을 호출하고 있어요. 레드 존이라고 해서 각성자 특별법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요. 대부분의 질서 유지를 권역 합의체에게 위임하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도를 넘는 건 예외죠.”
신화의 말뜻을 이해한 나미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완전 무법지대로 규정한 블랙 존을 제외하면, 레드 존은 그래도 법의 적용을 받기는 받았다.
다만 치안 유지력이 부족한 영역이다 보니, 일선의 각성자 인력 출동이 늦을 뿐이다.
다른 이도 아니고 서울 지부 지부장의 눈에 띈 범죄 현장인 만큼, 이들은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게 될 터였다.
“잘됐네요. 레드 존에서 KSA 요원을 보는 게 원체 희귀한 일이라서 말이죠.”
신화가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그 말에 나미나나 윤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레드 존, 블랙 존에 대한 KSA의 영향력의 부재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였다.
“인사가 늦었네요. KSA 서울 지부 지부장 나미나라고 해요. 옆은 구면이죠? 서울 지부 제7팀의 던전관리 팀장, 윤별이 씨.”
“또 보네요.”
신화가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윤별이의 연락을 두 번이나 답도 없이 무시해서인지, 신화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차가웠다.
하지만 이내 자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녀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
웃음과는 태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영혼 없는 리액션이었다.
신화가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나저나 지부장님께서는 여기에 무슨 일로?”
“강신화 씨를 직접 스카우트하러 왔어요. KSA에 들어오세요. 일반 루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계약금을 약속하겠어요!”
나미나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녀의 직설적이고 저돌적인 성격에 맞는 빠른 돌직구 멘트였다.
KSA는 인재 영입에 무척 보수적인 집단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신중히 인재를 영입하지만, 일단 결정을 내리면 과감하게 예산을 집행하기도 하는 곳이다.
어쨌든 만나기 힘든 뛰어난 능력의 각성자를 만났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굳이 KSA에 내가 들어갈 필요는 없지. 일단 조직 특성상 자율성 제한이 너무 크니까.’
KSA는 국가에 소속된 조직.
그런 만큼 수직적이고 경직된 상하 관계가 강조되는 곳이다.
근속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짧고 굵게 벌어 은퇴하려는 자신에게는 시작 단계부터 모든 성향이 상극인 곳이기도 했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
어쨌든 높고 실력 있는 저명한 단체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들의 관심이 곧 가치와 직결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만약 흔해 빠진 F랭크 짐꾼이라면 관심이나 가졌겠는가? 아마 말 섞을 일도 없을 것이다.
“어렵겠네요. 전 이미 양화 길드에 소속된 길드원입니다.”
“월 단위 계약인 것 정도는 알아요. 그럼 31일 후에는 다른 계약처를 알아볼 수도 있잖아요? 강신화 씨, 저는 아무나 만나러 오는 사람 아니에요.”
나미나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높은 자신감의 발로였다.
서울 지부의 지부장은 KSA에서는 본부장 바로 다음의 위치다. 보통 거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저는 단순히 각성자로서의 능력 발휘뿐 아니라 다양한 영리 활동도 원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간섭은 질색입니다.”
“특약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그래도 조직은 조직이죠. 위아래로 눈치 보긴 싫습니다.”
신화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래저래 특혜를 준다고 해도, KSA가 국가에 소속된 조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다못해 자신이 최상급 마력 포션을 팔려고 해도, 우선 공급 규약에 걸릴 것이다.
KSA 요원이 생산한 전략 물자의 경우, 반드시 내부 공급이 우선한다는 규약이 있어서다.
“KSA가 싫으신가요?”
“딱히 좋아할 이유도 없기는 합니다. 괜히 짐꾼들이 안주 삼아 욕하는 곳이 아니니까요.”
솔직한 나미나의 성격에 걸맞게, 신화도 돌려 말할 것 없이 그대로 직설적으로 말해 주었다.
한국 각성자 협회는 철저히 실적주의, 성과주의인 곳. 그러다 보니 각자 개성이나 의견은 극단적으로 무시되는 곳이기도 했다.
쉽게 말해 꽉 막힌 조직.
그런 곳에 들어가는 것만큼, 자신의 미래를 갉아먹는 악조건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니 거절은 사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계약을 무조건 성사시킬 생각으로 본인이 직접 등판한, 나미나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럼…… 협상 결렬인가요?”
“본부장님 정도 되는 분이 오시면, 그때는 엉덩이 붙이고 진지하게 얘기해 볼 의향은 조금 있네요.”
신화가 장난을 반쯤 섞어 에둘러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정말이죠?”
그런데.
왠지 무척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한 나미나의 대답이 즉각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