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61)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61화(260/300)
제 261화
“미쳤네, 미쳤어…….”
“마리나 씨.”
“네?”
“조금 더 신박한 추임새는 없어요? 매번 미쳤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좀 더 극적인 것 있잖아요?”
“뿅간다, 이런 거요?”
“아니, 그 말이 지금 상황에 맞는 어휘는 아니잖…….”
“진짜 압도적이네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신화 씨와는 전 세계 어느 던전을 가도 하나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리나의 찬사에 신화가 고개를 어설프게 끄덕이고 말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은 게 아니라 쉬울 것이다. 분명히.
전생에 신화가 은퇴를 그렇게 부르짖으면서도 끝내 할 수 없었던 것은 니콜라스와 전 세계의 던전을 공략했기 때문이었다.
은퇴를 외칠 시간조차 없었던 강행군이었다.
물론 S랭크급 이상의 던전이라는 범위 설정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최상위 던전이라 부르는 곳은 전부 다 다녀 봤다.
나인 로드 차원에서도 존재 자체를 모르는 던전은 물론 가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시기별로 내부의 급변동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서 지형이나 형태가 아는 것과 다른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구성, 보스 몬스터의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크릿 던전처럼 아예 몰랐던 던전을 가는 경우가 아니면, 어떻게든 기억을 되짚는 게 가능했다.
열심히 공략을 하다 보니 어느덧 모든 포인트의 공략을 마치고, 보스 바르가스가 머물고 있는 보스 방 결계 앞이었다.
지금껏 WSA 혹은 관계 협력 길드에서 수많은 각성자들이 이를 갈고 이곳을 공략했었다.
다들 각 길드나 조직에서 내로라하는 능력자들이었고, 결코 어중이떠중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도 보스 결계 앞까지 무난하게 도착하지 못했다.
중간에 낙오자는 물론이고 중상자가 심심찮게 나왔고, 던전의 위용에 압도되어 후퇴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마리나는 여기까지 오는 내내 한 번도 긴장한 적이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신화가 속으로 긴장을 했을지는 몰라도 본인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반성해야 해. 솔직히.’
마리나가 자책했다.
좋게 말하자면 ‘버스’를 탔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민폐’를 잔뜩 끼치면서 온 셈이었다.
자신이 그만큼 치열하게 싸울 일이 없었다는 것은 신화가 거의 다 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 보스인 바르가스를 상대로 마리나가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기는 했다.
그게 전부라고 신화가 몇 번이고 강조하긴 했지만, 면목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강신화 씨가 정말 얘기한 대로 은퇴를 한다면 그건 각성자 세계의 큰 손실이 아닐까?’
마리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신화의 실력만 놓고 보면 당장에 한국에서도 최고라고 불리는 KSA 본부장 이하성도 뛰어넘을 듯했다.
적어도 호각이거나 그 이상.
그것이 마리나가 생각하는 신화의 실력이었다.
일본으로 시선을 돌려 Top 3을 선정하면 반드시 이름이 들어가는 오빠 하라 토시오도!
신화와 비교했을 때, 신화를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심지어 가족, 오빠라는 ‘프리미엄’을 달고 생각해도 말이다.
마리나의 눈에 토시오는 빈틈이 꽤 있는 각성자였지만, 신화는 솔직히 빈틈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신화가 아무 것도 안 하고 멍하니 서 있는 것이 아니면 공격으로 이길 자신이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내 더미를 걸레짝으로 만들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마리나가 과거 신화와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리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때만 해도 그녀 자신의 눈높이는 분명 신화보다 최소한 위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마치 대불상을 아래에서 올려다볼 수밖에 없는 불자(佛子)처럼, 한없이 고개를 들어 신화를 올려다봐야만 했다.
“꾸준히 잘 보조해 줘서 고마워요. 은사는 활용도가 정말 많아서 좋아요. 괜히 천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죠.”
“아……. 도움이 좀 됐어요?”
“까먹었어요? 은사로 죽음의 울타리 깔아 놓고, 오우거 무리들 끌고 와서 한 번에 백 마리 가까이 썰어 버린 거.”
“신화 씨가 판을 짠 거죠!”
“판도 토대가 있어야만 짜는 거죠. 마리나 씨, 은사를 활용해서 꼭 전투를 주도적으로 풀어 갈 필요는 없어요. 서포트에 좀 더 무게를 둬 봐요. 팀플레이 같은.”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마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던전을 공략하면서 그녀 스스로 느낀 부분이기도 했다.
꼭 전장에서 주역(主役)이 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한 발자국 물러서서 아군을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재능의 시너지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신화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아주 중요한 가르침을 자신에게 줬으며, 이는 매우 의미가 있었다.
“바르가스 녀석 앞에서도 지금처럼 최상의 호흡을 맞춰 보자고요. 준비됐죠?”
“……준비됐어요.”
마리나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공략을 성공한 적 없는 바르가스이기에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됐다.
“우리가 2인이기 때문에 앞서 8인, 16인, 25인으로 왔을 때보다 훨씬 약할 거예요. 걱정 마요.”
신화가 마리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긴장을 풀 수 있는 말을 건네주었다.
하지만 이미 여러 각성자가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는 그녀로서는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노력해 볼게요.”
“새끼 골렘들만 묶어 줘요. 바르가스는 내가 마크할 테니까.”
신화의 전략은 간단했다.
바르가스가 공략이 까다로운 것은 시간이 흐를 때마다 던전 외곽의 공장에서 ‘새끼 골렘’들이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새끼 골렘들은 마치 로봇에서 새로운 부위나 엔진을 장착하는 것처럼 바르가스를 강화한다.
그게 속성의 힘이건, 기동력이건, 공격 자체의 화력이건 무조건 플러스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새끼 골렘이 사방에서 등장하다 보니 한 사람으로 막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새끼 골렘을 죽일 경우, 모체(母體)인 바르가스가 분노하여 폭주 상태에 빠지는 메커니즘도 같이 장착되어 있었다.
죽여도 문제, 안 죽여도 문제인 새끼 골렘들.
이 녀석들을 단 ‘1명’으로 묶어 둘 수 있는 방법은 마리나의 은사를 이용하는 것밖에 없었다.
주변에 기둥이나 건축물이 많은 만큼, 그때그때 골렘들을 묶어 고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정말…… 괜찮겠어요?”
“이 녀석은 인원에 맞게 난이도가 올라가는 놈이에요. 지금 수준이면 혼자서도 할 만합니다. 물론 긴장을 늦춰선 안 되겠지만.”
신화가 호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손을 털며 결계 앞에 섰다.
이제 들어가게 되면 이 던전의 최종 보스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될 것이다.
아울러 전부터 뇌 개변에 필요한 초월의 꽃만큼이나 고대하고 또 고대했던 꽃을 얻을 수 있다.
속성의 꽃.
능력 강화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최후의 만찬이 바로 눈앞에 놓여 있었다.
* * *
얼마 후.
“으랏차!”
까앙!
나는 바르가스를 마주하는 순간부터 쇄도를 시작해 바로 녀석의 복부에 발차기를 때려 넣었다.
녀석의 내구성을 테스트할 겸해서 내지른 일격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바르가스는 너무 무난하게 내 공격을 받아 냈다.
온몸이 강철로 이루어진 바르가스는 나스 대륙에서 본 적이 있는 ‘아이언 골렘’을 쏙 빼닮았다.
아마 바르가스라는 고유 명칭을 지어 주지 않았다면, 100% ‘아이언 골렘 킹’ 같은 보급형 보스 몬스터의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다.
-인간, 너희들의 욕심은 참으로 끝이 없고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구나.
“내가 실수한다고 누가 그래?”
-이미 내 앞에서 죽은 인간의 수가 네 자릿수를 넘어간다. 그것으로 부족한가?
“개미 천 마리를 밟아 죽였어도, 모기 한 마리에 물려서 갑자기 죽는 게 사람이야. 너라고 뭐 다를 줄 아냐?”
퍼억! 빠악! 빠아아악!
바르가스의 말에 대응하면서 열심히 주먹을 내뻗었지만, 공격은 줄줄이 무위로 돌아갔다.
단순한 강철 개념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근력을 극대화해서 내뻗는 권격에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박살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찌그러지기는커녕 안으로 조금도 밀려들어 가지 않았다.
‘처음부터 예상은 했지만, 이번 던전은 내게는 버티기와 맷집의 시험대가 되겠네.’
나는 예상했던 상황을 받아들였다. 혹시나 변수를 만들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애초에 바르가스는 화력으로 공략하는 보스 몬스터가 아니었다.
앞서 수많은 각성자 팀이 도전했지만, 아무도 바르가스를 죽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바르가스를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
‘지구력’이다.
전투를 오래 지속하면서도 다치거나 죽지 않고 현재의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유지력.
그것이 공략 성공의 관건이다.
[바르가스가 사랑하는 첫 번째 부속품, ‘아펜슈르’가 제작을 완료하고 출발합니다.]‘시작이구만.’
새끼 골렘의 출발을 알리는 메시지가 보였다.
이 던전은 마치 게임 속 던전의 페이즈와 경고를 연상케 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다.
아마도 오만한 바르가스의 천기누설일 것이다.
다 알려 주고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그래서 이런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겠지.
파팟. 팟. 팟.
메시지가 출력되기 무섭게 마리나가 던전 외곽의 어디론가 사라졌다.
지금부터 던전 외곽의 모든 일은 마리나가 전담해야 한다.
그녀를 믿기에 걱정하지는 않지만, 내가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미션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웅! 우웅!
바르가스의 ‘속성포’ 공격을 막아 내는 일이다.
자체 마력이 충전될 때마다 바로 포문이 열리는 속성포는 화염, 빙결, 뇌전, 바람 중 택일한 형태로 발사된다.
이 공격에 노출되면 스페셜 슈트가 아니라 그 할아버지라도 버텨 낼 수가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공격이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리는 마리나의 후방을 덮친다면?
그녀가 가루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인 셈.
-죽여 주마!
바르가스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채, 양팔 위에서 열린 포문을 마리나에게로 겨누었다.
“될 것 같으냐?”
지잉!
그녀에게로 향하는 직선 주로를 막아선 다음, 실드 스톤을 이용해 전방 방패를 만들었다.
콰앙!
“크윽!”
엄청난 화력이었다.
언뜻 눈으로 보기에는 기껏해야 배구공 정도의 크기로 보이는 두 개의 속성포 구체였는데.
막상 직접 받아 내 보니 트럭에 들이받은 것처럼 엄청난 충격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개변한 몸이 아니었다면, 팔부터 시작해서 뼈가 줄줄이 부러졌어도 이상할 것 없는 강한 일격이었다.
쿠쿵. 쿵. 쿵!
한참을 뒤로 쭉 밀려난 나는 그 힘에 버티기보다는 순응하며 충격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곧바로 공격 자세에 들어갔다.
바르가스의 공격은 생각보다는 ‘친절’하지 못해서, 한 번 공격하고 쉬는 패턴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격을 퍼붓고 나면 나름의 쉬는 시간을 갖는 다른 사례와는 달랐다.
-겁이 나느냐?
“하여간 허세는, XXX.”
내가 다시 바르가스와 눈이 마주쳤을 때.
몸에서 분리된 녀석의 머리통이 어느덧 내 앞에 날아와 헛소리를 지껄여 대고 있었다.
신체 분리!
그것은 바르가스의 주요 기술 중 하나이자 버티기를 까다롭게 만드는 다중 공격의 핵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