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6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62화(261/300)
제 262화
‘EX랭크급에 가까운 보스 몬스터를 일대일로 상대해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신화 씨밖에 없을 거야.’
한편, 신화와 약속한 역할 분담대로 새끼 골렘의 움직임을 차단하러 가는 동안.
마리나는 신화의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계속해서 바르가스는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가까이 있는 신화보다 멀찍이서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는 마리나가 영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바르가스는 시간이 흐를 때마다 속성포를 전개하면서 동시에 몸을 분리하는 패턴을 이어 갔다.
흔히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중에서 볼 수 있는 로봇 머리, 손, 다리 등이 분리되어 날아다니는 그런 형태였다.
하지만 신화는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바르가스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마크하고 있었다.
몸을 날리든 혹은 공격을 대신 받아 내든, 아니면 재능을 써서 적극적으로 방어하든!
마리나에게 단 한 줄기의 바람도 닿지 못하도록 전력을 다해서 막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마치 무아지경에 빠진 것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바르가스의 움직임 자체가 마리나가 제때 쫓을 수 없을 만큼 정말 빨랐지만.
신화의 대응은 그 이상으로 빨랐다.
바르가스가 100을 움직이면, 신화는 최소 110을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자신을 노리는 바르가스의 공격이 성공할 리 없었던 것이다. 이곳은 정말 평온했다.
끼리릭. 끼릭. 끼리릭.
한편 마리나가 펼친 은사에 몸이 묶인 새끼 골렘이 쇳소리를 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혹시나 은사가 압박을 이겨 내지 못하고 끊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5분만 지연해 줘요. 새끼 골렘이 30초에 한 마리씩 나오니까 30마리 정도가 모일 정도면 충분해요.’
이것이 신화가 자신에게 부탁한 내용이자 사명(使命)이었다.
보통의 전투에서 더미나 생체를 다루기 위해 많아야 네다섯 가닥의 은사를 활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최소 30가닥의 은사를 필요로 하는 이번 특명은 마리나로서도 새로운 도전인 셈이었다.
‘틈틈이 은사를 여분의 여분까지 만들어 두기를 잘했네. 정말 만들어 두면 쓸 곳이 있구나.’
마리나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워낙 제작 단가가 높은 은사라서 제법 자금 사정이 여유로운 마리나도 제작 의뢰를 할 때마다 손이 다 떨릴 정도였으니까.
[바르가스가 사랑하는 두 번째 부속품, ‘이카젤라’가 제작을 완료하고 출발합니다.]‘빠르다.’
새끼 골렘의 등장 간격은 30초인데, 체감상은 10초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마리나가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북서쪽 언덕에서 모습을 드러낸 두 번째 새끼 골렘의 모습이 보였다.
언덕 위에는 마리나가 가상으로 그린 하나의 선이 있었다. 자신이 생각한 최후의 저지선이었다.
‘신화 씨가 이쪽에 단 한 번이라도 발걸음을 하는 일이 없도록.’
그녀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버스는 차고 넘칠 만큼 탔다.
이제는 밥값을 제대로 할 시간이다.
마리나가 좀 더 팽팽하게 은사를 잡아당기며, 묵묵히 북서쪽으로 향했다.
아직 할 일이 많았다.
* * *
전투가 지속될수록 바르가스의 공격 패턴은 다양해졌다.
치이이익-.
이윽고 나를 반긴 것은 갑자기 우악스럽게 입을 떡 벌리고 바르가스가 내뿜은 보라색 연기였다.
‘독연(毒煙).’
독성을 담은 연기.
마시면 입 안에서부터 기관지까지 모두 마비 상태가 되어 고통을 유발하는 연기였다.
최소 5초 이상의 경직이 유발되기 때문에 이런 전장에서는 치명적이었다.
물론 개변된 코, 폐, 식도를 갖고 있는 내게는 전혀 영향이 없는 독성 연기였지만.
“크헉!”
나는 연기에 당한 것처럼 목을 움켜쥐고는 몸을 고통스럽게 부르르 떨었다.
전생에 이런 기만술을 수도 없이 연습했던 탓에 리얼함만큼은 오스카상급이었다.
-크하하하!
바르가스는 큰 웃음을 터뜨리며 육중한 몸, 그중에서도 다리를 힘껏 나를 향해 차올렸다.
저 다리에 정면으로 맞으면 슈트는 말할 것도 없고 뼈도 못 추릴 터.
하지만 다음 순간!
꾸드드득.
머리카락 전체를 강철의 형태로 개변시키고, 바로 용수철처럼 바르가스에게로 돌진했다.
바르가스의 전신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얼굴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만이 유독 강철이 아닌 물렁한 연철(軟鐵)의 형태로 되어 있었다.
-아?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바르가스가 탄성을 터뜨리는 찰나.
퍼억!
나는 그대로 녀석의 얼굴에 머리카락을 들이받았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송곳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어 파괴력은 어지간한 무기 못지않았다.
-끄어어억!
충돌과 동시에 바르가스의 얼굴에서 피가 전방으로 흩뿌려졌다.
하지만 녀석은 노련했다.
분명 일격을 당해서 몸의 무게중심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오른쪽 팔을 휘둘러 나를 노렸다.
심지어 평소보다 더 힘이 잔뜩 실린 일격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영리한 노림수를 쓴 것이다.
어지간한 몬스터는 말할 것도 없고, 보스 몬스터도 쉽게 떠올리기 힘든 임기응변이었다.
‘빠르다.’
회피하는 것보다는 영리하게 받아 내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철퍼덕!
액체화 재능을 이용해서 바르가스의 기습적인 반격을 받아 냈다.
-호오?
“뭐가 호오야, 이 XX야!”
[태초의 힘을 활성화합니다.] [활성화 기간 : 1초] [남은 기간 : 6초]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써 볼까.
태초의 힘 버프를 활성화했다.
그리고 반격을 막아 내며 다시금 반격의 찬스를 잡은 나는 거침없이 바르가스에게 폭권을 날렸다.
[대미지가 최대치인 7배로 적용됩니다.]‘럭키.’
내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룰렛과 같은 대미지 뻥튀기 중에서 가장 최상급 선택지가 나왔다.
폭권 9장, 파붕권.
일순간 마력 전량을 소모한 이번 일격은 앞서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파괴적인 일격이었다.
뻐어어억!
-으컥!
짧은 신음이 그간 보인 반응의 전부였던 바르가스에게서 묵직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내 입장에서는 맛보기 ‘초필살기’를 한 번 써 본 셈이었다.
초필살기 구성은 다음과 같다.
태초의 힘, 즉사의 일격.
여기에다 광폭의 반지 발동으로 말미암아 유발된 초각성 상태.
이렇게 3단 조합이 이뤄진다면, 내가 생각하는 최대의 화력이 나온다.
지금은 태초의 힘에다가 폭권을 섞었을 뿐이다. 즉사의 일격과는 파괴력이 또 다르다.
쿠웅! 쿵! 쿵!
포물선을 그리면서 훌쩍 날아간 바르가스의 몸이 한참을 볼썽사납게 지면을 나뒹굴었다.
막판에 얼굴 정면이 바닥에 쭉 미끄러지는 것을 보았을 때는 묘한 쾌감마저 들 정도였다.
물론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바르가스 같은 녀석은 1, 2초의 여유만 줘도 바로 다음의 반격을 준비한다.
다른 보스 몬스터처럼 분노로 가득 차서 이성을 잃는다거나 무턱대고 달려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타타타타탓! 퍼억!
다시 거리를 좁힌 다음에 아직 고개를 들지 못한 바르가스의 뒤통수를 스텔라드 검으로 찔렀다.
-크아악!
녀석이 비명을 질렀다.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머리가 급소가 아니기에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다.
다만 스텔라드 검이 생각한 것보다는 깊게 박혔고, 덕분에 그 안에서 흘러나온 피와 체액이 바닥을 축축하게 적셨다.
-계속 당하고만 있을 것 같으냐!
역시 바르가스였다.
엎어진 채로 고개조차 들지 못한 녀석이었지만, 팔을 뒤로 꺾어서는 바로 포문을 열었다.
속성포 공격.
이번은 모든 포문의 특성이 ‘화염’에 맞춰진 열화와도 같은 불길의 공격이었다.
‘슬슬 지옥 시작이군.’
나는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전투가 더 힘들어지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전투를 잘 치러 낼 수만 있다면, 내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바르가스가 구사하는 속성 공격 중에서 화염 계열의 공격은 일라이저를 대비한 ‘사전 연습’의 의미도 충분히 있었다.
그래서 더욱 중요했다.
가장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실전이지만, 동시에 최고의 연습 기회이기도 한 전투.
나는 일분일초, 공격 한 번 한 번을 허투루 놓치지 않고 모두 몸으로 받아 내고 기억하고 싶었다.
그리고.
완전히, 완벽하게 바르가스에게만 집중했다.
‘할 수 있다.’
불가능은 없었다.
회귀한 이후로 지금까지 늘 나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되뇌었던 말이었다.
힘들 수는 있어도 절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
이 신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내 머릿속 깊숙이 박혀 있었다.
* * *
-제아무리 날고 기어 봤자 결국 너도 인간이다.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보이는군. 하하하!
퍼억! 퍼어억! 퍼억!
“쿨럭! 쿨럭!”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수세에 몰리는 것은 역시 나였다.
순식간에 타격당한 3연타 공격에 마른기침과 함께 핏물이 토해져 나왔다.
애초에 바르가스는 정말 EX랭크의 각성자가 와야 해 볼 만한 수준의 파괴력을 지녔다.
괜히 전생에 EX랭크의 니콜라스와 나, 그리고 나인 로드의 동료들이 공략을 위해 왔던 것이 아니었다.
이유인즉, 바르가스의 공수 전환은 빠르고 변수 창출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었다.
이를 혼자서 받아 내려면 전투에서 단 0.1초도 낭비하지 않고 계속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했다.
그나마 뇌 개변을 통해서 수행 능력을 극대화했기에 망정이지, 다른 각성자였다면 진즉에 죽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 던전을 공략한 많은 각성자들이 바르가스를 상대로 5분 이상을 버티지 못했다.
오죽하면 5분 안에 결과를 내지 못하면, 이유 불문하고 그냥 도망치라는 공략법이 정식으로 각성자들 사이에서 돌았을까?
그 정도로 바르가스는 난이도가 높은 녀석이었다.
하지만.
‘15분.’
어느덧 나는 한계의 시간이라고 불리는 5분을 훌쩍, 아니 세 배는 뛰어넘은 15분의 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바르가스의 움직임도 초반보다 눈에 띌 정도로 느려졌고.
무엇보다 속성포 공격의 화력이 줄었다. 녀석도 무한 동력은 아닌지라 점점 에너지 가용 자원의 밑천이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로 따진다면 연비가 매우 떨어지는 셈이라 중간 보급이 꼭 필요한 녀석인데…….
끼릭! 끼릭! 끼릭!
그 보급대의 역할을 해 줄 새끼 골렘들이 죄다 외곽에 묶인 채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중이었다.
‘젠장, 너무 무심했나?’
내가 혹시나 싶은 마음에 뒤를 돌아보자, 마리나가 창백해진 얼굴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은사의 구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량의 마력을 계속 활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리나가 나 같은 마력 회복력을 갖고 있었다면 충분히 해 볼 만한 작전이었지만.
문제는 내가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는 것이다. 마리나의 회복력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내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내색 한 번 안 하고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마력의 고갈은 정신력만으로 버텨 낼 수 있는 문제가 절대 아니었다.
없는 마력을 극한으로 짜내 쓰다 보면 심장마비가 오거나, 쇼크로 즉사할 수도 있었다.
반쯤 풀린 눈으로 나와 마주친 마리나가 핏기가 사라진 입술을 파르르 떨며 나를 불렀다.
“시, 시, 신화 씨…….”
“마리나 씨!”
꿋꿋이 버텨 내며 숨겨 왔던 승부수를 이제는 던져야 할 때가 온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