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6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63화(262/300)
제 263화
“하, 한계에…… 요.”
“됐어요. 이제 풀어요!”
주사위는 던져졌다.
내 지시와 동시에 마리나는 온 정신력을 집중해 유지하고 있었던 은사를 풀어 버렸다.
그녀에게 신세를 졌다.
과부하가 걸려도 진즉에 걸렸을 그녀인데, 나를 생각해 힘들게 버티고 있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확실하게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
끼릭. 끼릭. 끼릭.
외곽에서 출발한 새끼 골렘 30기가 성큼성큼 모체인 바르가스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쓸모없는 짓을 했군. 결국 내 새끼들은 나를 향해서 묵묵히 올 뿐이다. 네게 남은 것은 저승길뿐이지.
바르가스의 표정은 득의양양하기 짝이 없었다.
은색 빛깔로 무표정하게 빚어진 녀석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니 기분이 두 배로 더럽긴 했다.
‘다 왔어. 다 왔다고.’
나는 스스로를 격려했다.
정말 잘 버텼다.
애초에 각성자 한 명이서 상대조차 할 수 없는 녀석과 붙어서 큰 부상 없이 잘도 버텼다.
이것만으로도 앞서 죽어간 수많은 각성자와, 공략에 실패한 각성자들보다 충분히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
하지만 내게는 거기에 한 술 더 떠 노림수가 있었다. 물론 바르가스는 모를 것이다.
새끼 골렘이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약 30초가량.
여기서 내가 더 버텨야 한다.
버티지 못하면 새끼 골렘 전체가 바르가스에게 온전히 흡수될 거고, 그때부터는 생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아니, 100%의 확률로 나와 마리나는 죽음을 당할 것이다.
죽었는지조차 자각할 새도 없이 엄청난 양의 화력에 휘말려 온몸이 녹아 없어지겠지.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군. 지금껏 내가 상대했던 인간 중에서는 네가 가장 뛰어나다.
“그래서 뭐? 영광입니다, 하고 지껄이기라도 해 줄까?”
-하지만 그뿐이다. 새끼 골렘의 덕을 볼 것도 없이 그 전에 끝내 주마!
“하여간 폼 잡기는.”
쇄도하는 바르가스를 향해 나도 지지 않고 맞섰다.
여기서 괜히 시간을 끄는 듯한 인상을 주면, 녀석에게 내 노림수가 간파당할 수도 있었다.
전략 전술은 눈빛 하나, 움직임 하나에서 거짓과 진실이 판별되곤 한다.
누가 더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기만하느냐의 문제다.
-뒈져라!
푸욱!
매섭게 파고든 바르가스의 정권 찌르기는 액체화 재능으로 받아 냈다.
강철 강화 재능으로 받아 낸다면 대응이 한결 수월하겠지만, 충격으로 인해 몸이 뒤로 쭉 밀린다.
그러면 무게중심을 완전히 잃어버리기 때문에 바르가스에게 공격할 기회를 내주게 돼 버린다.
“이건 어떠냐?”
빠악!
-크헛!
나는 지금껏 상체 위주의 반격으로 일관해 왔던 패턴을 정반대로 바꾸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바르가스의 머릿속에 심어 둔 고정화된 패턴이었다.
이 인간 – 나 – 은 상체 위주의 반격을 즐긴다. 그러니 하체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런 고정관념을 심어 준 것이다.
그리고 가장 필요한 시기에 상대의 허를 찔러 빈틈을 만들어 냈다.
쿠웅!
옆 돌려차기에 오금 부위를 강타당한 바르가스는 속절없이 무릎을 꿇었다.
인간으로 취급되지는 않더라도 ‘인간형’ 몬스터라면 약점이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아직은 아냐.’
나는 흘깃 확인한 태초의 힘 버프를 보며, 승부수를 던질까 했던 마음을 바로 접었다.
사용 가능한 버프의 시간은 약 6초. 하지만 새끼 골렘은 아직 20초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하압!”
기합을 지르며, 빠르게 오른팔을 변형시킨 스텔라드 검을 바르가스의 눈으로 향했다.
-너무 정직하군!
바르가스는 양팔을 교차시켜 자신의 눈으로 향하는 검을 막으려 했다.
나도 알고, 바르가스도 안다.
서로가 어디를 노리고 싶어 하는지를.
다만 바르가스에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나는 놈이 머리를 쓸 줄 안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즉, 전략 전술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아니 그 이상으로 꼬아 낼 수 있었다. 대응 레퍼토리를 잘 아니까.
“XX.”
귀에 또렷하게 박히라고 두 글자의 짧은 욕설을 내뱉어 주었다.
그리고 나는 자신 있게 놈의 눈을 노리는 듯했던 오른팔의 경로를 급격하게 틀었다.
어깨에 엄청난 과부하가 걸렸지만, 개변된 뼈와 근육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다.
뭔가 찢어지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가벼운 부상일 것이다.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설마?
“바보냐?”
쇄애애액!
-크아아악!
바르가스의 오른쪽 겨드랑이 사이로 검을 밀어 넣으면서 그대로 위로 끌어올렸다.
오금이나 겨드랑이와 같이 접히는 부분은 아무리 강화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강철 강화를 할 경우에 나는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양팔을 옆구리에 붙인다.
그래야만 두 부위를 안정적으로 방어하면서 변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승승장구해 왔던 바르가스에게 이런 디테일은 별 쓸모가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적당히 위력을 뽐내기만 해도 우수수 죽어 나가는 각성자가 태반이었을 테니까.
앞서 흩뿌려진 각성자의 선혈이 바르가스를 긴장시킨 게 아니라 오히려 방심하게 만든 셈이다.
-끄어어어!
바르가스는 허무하게 떨어져 나간 자신의 오른팔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내 공격에 당하는 경우에도 늘 반격할 수를 생각하던 바르가스가 당황했는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으랏차!”
뻐엉!
남아 있는 마력 전량을 이용해서 파붕권을 바르가스의 얼굴 한가운데에 꽂아 넣었다.
어차피 심장에 마력이 가득 저장되어 있으니, 거기서 즉각 회복해서 쓰면 됐다.
-크컥! 컥! 우우우욱!
바르가스는 얼굴에 바퀴가 달린 것처럼 지면 위에 긴 흔적을 남기며 질질 미끄러져 갔다.
아마 바르가스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면, 미끄러지며 눈코입이 죄다 갈렸을 것이다.
‘다 왔구나.’
그사이, 새끼 골렘은 현재 보폭으로 7초 정도면 바르가스에게 닿을 위치까지 다가와 있었다.
흘깃 살펴본 후방에서는 마리나가 초점이 흔들리는 눈으로 겨우 이쪽을 살피고 있었다.
온 힘을 다해 은사를 길게 펼쳐 보려고 하는 그녀의 투지가 엿보여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누군가를 도우려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감동적이었다.
특히 마리나를 보면, 전생의 모습과 많이 오버랩 되어 더욱 느껴지는 바가 많았다.
-그래 봤자다.
바르가스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놈은 화력도 화력이지만 내구성이 참 좋다. 그러니 이런 던전에서 대장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다만 결점이 그리 많지 않은 바르가스는 애석하게도 여전히 내 노림수를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하아압!”
나는 바로 오른손에 끼고 있던 팔찌를 벗고, 그것을 호두 으깨듯 부숴 버렸다.
라키스의 팔찌.
분해하게 되면 ‘라키스의 정수’라는 것이 나오게 되는데.
이것은 내부가 기계 형태로 된 구조물의 코어를 이유 불문하고 발화시키는 특징이 있었다.
인간의 심장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기계 인간이나 기계, 골렘 따위에게는 완벽히 적용됐다.
물론 바르가스 같은 보스 몬스터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 노림수였지만, 새끼 골렘은 아니었다.
드디어 내가 원했던 그림이 나왔다.
모체를 향해 달려온 새끼 골렘 전체가 사이좋게 바르가스의 주변을 에워싸고.
‘라키스의 정수’를 기폭제로 활용해 동시다발적인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것.
연출 강신화, 극본 강신화.
감독 강신화, 배우 마리나!
모든 것이 완벽했다.
-크하하! 나의 사랑하는 녀석들아, 이제 내 일부가 되어라!
바르가스가 양팔을 활짝 벌렸다.
녀석의 자신감은 이해가 갔다.
매우 단단한 외관을 지닌 새끼 골렘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터질 리는 없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렇다면 동시에 도착한 서른의 새끼 골렘은 전부 강화를 위한 좋은 재료일 뿐이니까.
그때.
콰직!
라키스의 정수를 깼다.
그러자 정수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퍼져 나간 무색의 충격파가 진동을 일으켰다.
인체에는 아무 영향이 없지만, 바르가스와 새끼 골렘들에게는 문제가 생길 충격파였다.
-크윽!
그나마 버틸 능력이 되는 바르가스는 신음 한 번을 토해 내는 것으로 고통을 이겨 냈지만.
끼릭! 끼릭! 끼이이익!
정수의 폭발과 함께 강제 폭주 상태에 돌입한 새끼 골렘들은 안전장치가 없었다.
그리고.
퍼어어어엉!
대폭발이 일어났다.
나는 그 폭발에 맞춰.
폭발 지점과 마리나가 일직선으로 위치하는 중간 자리에서 실드 스톤으로 충격파를 받아 냈다.
거리가 제법 있었기 때문에 실드는 깨지지 않고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다음 순간.
[태초의 힘을 활성화합니다.] [활성화 기간 : 6초] [남은 기간 : 0초]태초의 힘 버프를 전부 활성화했다.
바르가스에게 가장 많이 타격을 입혔을 때가 역설적으로 내 최대의 위기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쥐새끼 같은 노오오오옴!
폭발이 만든 검은 연기를 뚫고 바르가스가 성난 표정으로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폭발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방금의 폭발로 인해 바르가스의 전신이 넝마가 되다시피 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왼쪽 가슴에 위치한 심장 – 정확히는 심장을 흉내 낸 코어지만 – 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시뻘게진 눈으로 바르가스가 달려들고 있었고, 전신에서 붉은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대로는 붙잡히면 정말 뼈도 못 추릴 정도로 내 몸이 갈기갈기 찢어질 듯했다.
‘즉사의 일격.’
바르가스는 이판사판이겠지만.
나는 차분하게 준비한 노림수가 있었다.
[대미지가 최대치인 7배로 적용됩니다.]태초의 힘 버프는 오늘 일이 잘 풀리려고 하는지 최대치의 대미지 버프가 든든히 걸린 상태.
여기에 즉사의 일격을 더했다.
대미지 뻥튀기의 뻥튀기!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을 보일 때, 각성자들은 ‘원턴킬’, ‘원펀맨’이라는 단어를 붙이곤 한다.
지금의 내가 딱 그러했다.
바르가스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든 그 이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경지의 조건이 만들어졌다.
7배의 파괴력 강화.
거기에 마력 97%를 소모해서 만들어 내는 또 한 번의 대미지 곱셈까지.
[‘즉사의 일격’으로 최대 8배의 대미지가 확보됩니다.]‘니콜라스, 네가 어지간히 미래에서 기도를 하고 있나 보다. 오늘 나는 뭘 해도 되는 날이네.’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평소 화력의 56배에 달하는 소위 ‘핵펀치’가 완벽하게 준비되는 순간이었다.
-죽여 버리겠다!
“…….”
침묵을 지키고 기다렸다.
이미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적을 굳이 적극적으로 상대해 줄 필요는 없었다.
어디를 어떻게 노릴지 인지하고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된다.
-크아아아!
이내 거리를 바로 코앞까지 좁힌 바르가스가 뜨겁게 달아오른 왼팔을 내게로 뻗었다.
저 왼팔이 내 무엇을 움켜쥐건 간에 단숨에 녹여 버릴 것이다.
이미 바르가스의 왼팔이 녹아 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날 죽이겠다는 살기가 잔뜩 담긴 공격이었다.
‘좀 더.’
시간을 쪼개어 더 기다렸다.
그리고 바르가스의 왼팔이 내 얼굴을 감싸기 직전이 된 바로 그때!
“……!”
손바닥을 내뻗었다.
타격의 범위를 확실하게 넓히기 위함이었다.
뻐어엉!
그 순간.
바르가스의 왼쪽 가슴과 등에 똑같은 모양의 상처가 생겨났다.
내 손바닥 모양을 완벽하게 빼다 박은 관통의 상처.
바르가스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황천길 고속 열차를 태워 보낸 회심의 일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