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71)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71화(270/300)
제 271화
파파파팟! 팟!
“크하하하!”
확신은 현실이 됐다.
일라이저는 눈앞의 거대한 불길 속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것’을 보며 광소를 터뜨렸다.
바로 신화의 팔과 다리임이 분명한 신체 부위가 흩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화에 휘말리면서 일어난 폭발이 신화의 팔과 다리를 보기 좋게 절단한 모양이었다.
“하하! 와하하! 어떠냐, 강신화. 네깟 놈이 아무리 용을 써 봤자 내 손바닥 위라는 얘기다!”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는 일라이저가 힘껏 웃어 젖힐 정도로 기쁜 일이었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각성자라고 한들 가장 중요한 팔과 다리를 잃고서야 멀쩡할 수는 없었다.
“크윽, 후후. 후후후.”
물론 피를 흘리지 않고 얻은 승리는 아니었다.
방금 신화가 던진 노림수도 일라이저에게 제법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냉기를 잔뜩 머금은 윌슨이 일라이저의 몸을 파고 들어와, 중심부에서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목숨을 위협할 만큼 큰 타격은 아니었다. 굳이 정도를 매기자면 중상(重傷)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
이 정도면 신화의 목숨을 빼앗은 값으로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싼 값이었다.
“분수를 알아야지, 개XX.”
일라이저가 감정을 솔직하게 내뱉으며 불길이 만들어 내는 연기를 향해 걸어갔다.
신화의 잘려 나간 머리라든가 죽은 흔적을 확실하게 눈으로 봐야, 전투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듯했다.
한데 바로 그때.
“……!”
일라이저는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봤음에도 결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그만 경악했다.
그것은 바로 검은 연무 사이를 뚫고 나오는 신화의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화의 팔다리는 분명 저 뒤에서 주인을 잃고 팔딱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에 잘도 붙어 있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신화는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에워싸고 있는 금빛 역장을 두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이번만큼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일라이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대비할 시간? 당연히 없었다.
이미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을 즈음에는 신화가 바로 코앞까지 당도해 있었기 때문이다.
‘X 됐다.’
이 말로 지금의 상황과 자신이 처한 운명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하압!”
퍼어어억!
“크아아악!”
힘이 잔뜩 실린 신화의 냉기 주먹이 그대로 일라이저의 오른뺨을 후려쳤다.
미처 손쓸 새도 없이 오른뺨을 내준 일라이저는 순간 목에서 으드득 하는 소리가 나면서 반대로 돌아갔다.
“커컥, 커헉, 크어헉.”
바람 빠지는 비명이 새어 나왔다.
목뼈가 돌아가면서 동시에 금이 갔는지 찌릿 하는 느낌과 함께 전신에서 힘이 빠졌다.
무지막지한 괴력!
분명 최고급 슈트를 하나도 모자라 이중으로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신화는 순식간에 슈트 상단부의 내구도를 0으로 만들어 버렸다.
악몽은 시작에 불과했다.
윌슨을 회수한 신화는 다시 한번 윌슨에 한기를 불어넣은 뒤.
비틀거리는 일라이저에게 재차 윌슨을 날려 보냈다.
퍼퍼펑! 펑! 펑!
한기 폭풍이 일어나며, 일라이저 몸을 수많은 얼음 조각들이 사정없이 할퀴었다.
불에는 그리도 강한 일라이저의 몸이 얼음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평소의 일라이저라면, 불길을 크게 일으켜 최소한 등가교환을 이뤄 내며 피해를 줄였겠지만.
지금은 신화에게 당한 일격으로 정신조차 제대로 붙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끄륵, 끄르르륵.”
검은자보다 흰자가 더 많이 보이는 두 눈이 바로 그 증거였다.
완벽하게 허가 찔린 일라이저에게 제대로 들어간 신화의 일격은 치명적인 빈틈을 만들어 냈다.
“아직 안 끝났어.”
신화는 미리 자만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준비한 노림수를 차례로 펼쳐 나갔다.
다음의 노림수는 일라이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최후의 노림수였다.
화르르륵.
신화가 왼손을 통해서 큼지막한 불길을 일으켰다.
일라이저만큼 화려한 불길은 아니었지만, 속성을 상징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불꽃이었다.
“일라이저.”
“……끄르륵.”
신화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서도 일라이저는 비틀거릴 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나마 그 와중에도 간신히 정신을 일부 집중해서 발화를 여러 군데에서 일으키기는 했지만.
“무뎌. 무디다고.”
눈이 먼 발화는 신화가 맞아 주고 싶어도 맞아 줄 수 없을 만큼 조악하고 형편없었다.
고수들의 싸움이 생각보다 단순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로가 노림수를 주고받았을 때는 비기는 경우가 없는 가위바위보 싸움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일라이저는 신화의 노림수를 분명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신화가 의도적으로 보여 준 패에 불과했고, 진짜 노림수는 이것이었다.
육체를 최대한 강화하면서 대발화 공격을 방어하되, 일부러 팔다리의 방어를 느슨하게 한 것이다.
폭발에 휘말리기 직전, 해당 부위의 슈트를 일부러 약하게 만들어 놓기도 했고.
그 결과, 보기 좋게 팔과 다리가 불길에 휘말려 잘려 나가서 앞으로 날아갔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순간 엄청난 고통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
두 눈으로 담기에도 끔찍한,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지만.
신화는 자신의 몸을 기꺼이 노림수를 위해 희생했다. 전략과 전술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그리고 일라이저 로우는 그 노림수에 보기 좋게 당했다.
자신이 신화보다 당연히 한 수 위라고 생각했고, 수 싸움에서 절대 질 리가 없다고 믿었기에!
그 확신과 믿음이 외통수가 되어 돌아온 참담한 결과였다.
“일라이저, 네가 흡수한 내 화기는 말이야. 미안하지만 네 것이 된게 아냐. 잠깐 섞여 있을 뿐.”
“끄으으…….”
이제야 막 정신이 돌아오고 있는 일라이저가 온 힘을 다해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열심히 내가 주는 화기를 잘 X먹더라? 미안한데 말이야. 발화는 나도 할 수 있어. 야, 너도? 응, 나도!”
화르르륵!
이번에는 신화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일라이저의 화염에 섞여 들어가 있던 불씨가 순식간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
비명이 터져 나왔다.
분명 같은 ‘화염’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성질의 불길이 일라이저를 태우고 있었다.
자신은 절대 불에 타서 죽을 수 없는, 살아 있는 화신이었다.
‘분명 그래야만 하는데…….’
그의 생각과 달리 일라이저의 몸은 빠르게 불길에 잠식되면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어설픈 육체만 유지한 상태에서 화신이 된 탓인지.
육신과 살점이 타오르는 것보다 오히려 활활 더 잘 탔다. 마치 기름이라도 뿌린 것처럼.
“내 몸을 한 번 거쳐서 나온 화염이라 성질이 전혀 달라진 녀석이거든. 네게는 같은 불처럼 보였겠지만, 사실은 폭탄이지.”
“…….”
일라이저는 지금까지의 이 모든 전개가 신화가 만든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이뤄졌음을 깨달았다.
최후의 일격을 위해 신화는 가장 중요한 노림수를 아꼈고, 일라이저는 그것을 놓쳤다.
‘잃어버린 자신의 몸을 완전히 재생시키는 능력까지 가졌을 줄은……. 이건 너무 불공평하다.’
의미 없는 푸념이었다.
각성자라면 당연히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맞다.
너무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한 그 오만함이 기어이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일라이저, 너는 끝났어.”
“내가 이렇게…… 죽는다고?”
후두두둑. 후득. 후드득.
일라이저의 몸이 불길인지 몸뚱이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아이스크림처럼 계속 흘러내렸다.
스스로를 화신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믿고 싶었던 자의 쓸쓸한 최후였다.
더 이상 동력을 유지할 힘이 없는 불길은 빠르게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이내 앙상한 몰골만이 남은 일라이저의 알몸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야 말았다.
검은 재가 되어 버린 몸.
반짝이고 있는 수많은 아티팩트와 흑암의 목걸이가 검은 몸과 대조되어 더욱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만들어 냈다.
“이제 레체로를 사냥한다.”
이렇다 할 유언이나 악에 받친 최후의 일갈을 날릴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쇄애액!
“크억…….”
오른팔을 검의 형태로 변형시킨 신화가 일라이저의 목을 시원하게 날려 버렸다.
투웅. 퉁. 퉁.
그것으로 끝이었다.
시리리링!
이어서 일라이저의 목에서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 흑암의 목걸이를 신화가 움켜쥐었다.
이제 진짜 레체로를 잡을 준비가 끝났다.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는 중요한 수단을 손에 넣었다.
샤아아아.
죽은 일라이저에게서 얻은 버프가 연이어 신화에게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신화는 아직 남은 불길에 타고 있는 일라이저의 몸을 빠르게 냉기로 진화했다.
일라이저 본인에게는 얻을 것이 없었지만, 그가 착용한 아티팩트는 전부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역시 버프였다.
깔끔하게 베인 일라이저의 목에서 출발한 붉은빛이 순식간에 자신을 감싼 탓이다.
어떤 버프인지 매우 궁금했다.
[화신 – 지옥불의 현신] [화염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불씨를 이용한 발화, 온몸을 불길로 뒤덮게 만드는 화염화, 불씨와 불씨를 잇는 불의 고리화.
……(중략) 이상의 다양한 화염 재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 일라이저가 가진 화염 재능이 각성자로서의 재능이 아니고 버프였던 거야?”
생각했던 것보다 일라이저가 더 빨리 성장하고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닫게 됐다.
버프였던 것이다.
버프는 동류의 다른 능력에 비해서 훨씬 더 효과가 좋고, 자유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일라이저가 각성 초창기에 이 버프를 얻었다면, 성장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쉬웠을 것이다.
그가 많은 이익을 독식하며 빠르게 성장한 배경이 무엇일까 늘 궁금했는데.
사실상 치트키에 가까운 버프를 갖고 있었으니, 성장을 못 하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고맙다. 잘 쓸게. 재능이었으면 갖지도 못했을 능력을 이렇게 얻게 됐네.”
신화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버프는 다다익선이다.
남의 것일 때야 그저 손가락만 빨 따름이지만, 이제 자신의 것이 되었으니 거리낄 것이 없었다.
화르륵! 화르륵!
속성의 힘을 다루는 것이 익숙해진 덕분인지 신화는 손쉽게 자신의 전신을 불길로 만들었다.
“좋아. 생각하지도 않았던 소득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소득을 얻었네. 뜬금없어도 좋은데?”
일라이저의 발화 능력이 버프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 큰 선물처럼 느껴졌다.
신화는 바로 이어서 일라이저에게서 얻은 아티팩트들을 주섬주섬 착용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에 끼울 반지부터 시작해서 팔찌, 목걸이, 발찌 등등……. 종류별로도 참 많았다.
그렇게 얼마나 착용을 했을까?
몸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신화가 몸을 부르르 떨 즈음!
[판정 등급 : EX]“미쳤네.”
신화가 또 한 번 탄성을 터뜨렸다.
일라이저가 마력을 보조하는 아티팩트로 도배를 해 뒀던 덕에 마력이 대폭 오르면서 등급도 오른 것이다!
아티팩트 중에는 총량 일부, 즉 퍼센티지의 개념으로 마력을 올려 주는 것도 있어서 마력이 방대한 신화와 시너지가 너무 좋았다.
“와……. 마지막 사도가 나에게는 그야말로 산타클로스였네.”
신화는 어느덧 사막의 밤바람에 반짝이는 재가 되어 흩날리고 있는 일라이저의 ‘흔적’을 향해.
처억!
엄지를 치켜들어 보였다.
가장 힘들었던 전투!
하지만 보람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