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7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73화(272/300)
제 273화
–신화! 반갑다!
–신화, 오랜만이네!
자택에 도착하자마자 방 한구석에서 나를 반긴 것은 다른 동물들이었다.
나와 소통이 가능한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그들도 샤미처럼 레체로의 저주를 받아서다.
최근 샤미의 활약으로 비슷한 처지의 동물들이 대거 안전 자택으로 유입됐다.
이 공간은 장동식이 안전하게 장기간 머물 수 있도록 내가 손을 써 두었기 때문에.
내가 별도로 나가라고 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장동식의 공간이나 다름없는 셈이었다.
장동식이 워낙 동물을 좋아하다 보니 제법 수가 되는데도 세심하게 잘 챙겨 줬다.
게다가 딸인 장소희도 아버지와 취향이 같아서 매일매일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사실 장동식에게 필요 이상으로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내가 먼저 말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장동식은 레체로의 저주로 인해 동물이 된 이들을 볼 때마다 안쓰러운 모양이었다.
자신의 원죄를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전력을 다해 그들을 돌보는 모습이었다.
장동식 나름의 참회가 될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고 생각했기에 나도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다들 잘 챙겨 먹고 있지?”
–응, 걱정 마라!
–따뜻하고 배부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사람처럼 입을 오물거리며 말하는 개와 고양이를 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샤미만 보다가 부쩍 식구가 늘어서 그런 모양이다.
어쨌든 그렇게 잠깐 인사를 하고는 바로 샤미에게로 향했다. 이미 저주를 풀기 위한 최종적인 술식이 진행되고 있는 듯했다.
“…….”
적막이 감돌았다.
장동식은 식은땀을 계속 흘리며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고.
샤미도 공중에 붕 뜬 채로 몸에 스며드는 백색의 기운을 전력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
그러다가 가까이서 나의 기척을 느꼈는지 샤미가 눈을 떴다.
–신화.
“샤미, 말하지 마.”
–아냐, 괜찮아. 움직이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어…….
샤미의 목소리는 확실히 평소에 비해 힘이 없었다.
애초에 저주를 푸는 것이 풀어 줄 사람, 풀리는 대상 모두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이 아닌 고양이의 몸을 하고 있는 샤미의 입장에선 더 힘들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응. 괜찮아. 카스론 님의 말이 낮은 확률이기는 하지만, 저주를 풀다가 몸이 버티지 못해 죽을 수도 있대.
“그 얘기를 왜 지금 해?”
–괜찮아.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설령 일이 잘못되더라도 나는 신화와 카스론 님을 절대 원망하지 않을 거야.
“괜히 똥 폼 잡으면서 유언 같은 거 남길 생각 하지 마라. 안 들을 거야.”
귀를 막는 시늉을 했다.
뭔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비장하게 이런 말을 남기면 꼭 무슨 일이 생기던데…….
상상으로라도 불길한 생각은 전혀 하고 싶지 않았다. 샤미도 내게는 소중한 인연이니까.
–우연히 만난 나를 구해 주고, 또 함께해 줘 고마워. 정말 고마워. 평생 그 은혜는 잊지 못할 거야.
“그래. 평생 살면서 갚아. 알겠지? 죽으면 못 갚잖아.”
농담처럼 들릴 수 있게 한껏 하이 톤의 목소리로 샤미에게 말해 주었다.
–이제 다시 집중할게. 어떻게든 결론이 날 테니까…….
샤미가 눈을 꼭 감았다.
바로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녀석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고통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한편, 이어서 장동식이 눈을 떴다. 살짝 실눈을 뜬 장동식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장동식, 내가 도울 건?”
“딱 하나 있어. 네가 아니면 도와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해.”
“말해 줘.”
“이 일은 마력이 미친 듯이 소모되는 작업이야. 그러니 뒤에서 내게 끊임없이 마력을 보급해 줘.”
“보조 배터리 역할은 내게는 아주 익숙한 일이지.”
탁! 타탁!
손바닥을 털어 내면서 나는 바로 장동식의 뒤에 자리를 잡았다.
그에게 했던 말처럼 걸어 다니는 마력 배터리 역할은 전생에 니콜라스 곁에서 평생을 했다.
마력 소모가 많은 니콜라스에게 있어 마력 저장량이 풍부한 나는 좋은 보급원이었기 때문이다.
던전을 갈 때 포션이나 다른 준비물은 빼먹어도, 나는 반드시 데려갔던 이유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너무 붙어 다녀서 사람들에게 내가 니콜라스와 사귄다는 말까지 들었을까?
둘 다 남자를 끔찍이 싫어하는 터라 그냥 우스갯소리로 여기고 넘겼지만, 오해를 꽤 많이 받았다.
슈우우욱!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장동식에게 폭발적으로 마력을 불어넣어 줬다.
“마력의 양이 엄청 많네.”
“내가 좀 그래.”
“조금만 줄여 줘. 잘못하면 내 심장이 못 버티고 터지겠군.”
“남자한테 설레는 거야?”
“농담이라도 끔찍한 소리 하지 마라.”
장동식과 실없는 농담을 나누면서 우리는 샤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 이후.
아무 말도 오가지 않는 적막감이 찾아들고, 침묵은 30분 이상을 길게 이어졌다.
나도, 장동식도 구슬땀을 쉴 새 없이 흘리는 집중의 현장이었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저주의 강도가 몇십 배는 높아. 본보기로 큰 저주를 받았어.”
“레체로, 개XX.”
장동식의 말에 달리 생각할 것도 없이 욕설이 터져 나왔다.
“맞아. 희대의 XX끼지.”
장동식도 맞장구를 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레체로가 해 놓은 짓거리는 그의 입장에서도 용서할 수 없는 모양이다.
바로 그때.
–아흑……!
샤미에게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순간, 뭔가 큰 문제가 생긴 것인가 싶었지만, 다행히 장동식이 고개를 바로 저었다.
“이제 최종 저주 술식이 파훼될 거야. 여기서 샤미가 버텨야 저주도 풀리고, 그녀도 살아.”
“샤미……! 힘내! 힘내야 해!”
힘주어 그녀에게 소리쳤지만, 샤미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지 고통스럽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동시에 검붉은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며, 허공에 흩뿌려진 기운이 악마의 형상으로 변했다.
만들어졌다가 뭉개진 기운의 모습에서는 잠깐이지만 레체로의 모습도 묻어났던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쿠과과과!
“이런 미친……!”
암흑 기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수준이 아니라 마치 홍수가 난 것처럼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샤미는 고통을 힘겹게 버텨 내는 수준이니 말할 것도 없고.
“쿨럭! 쿨럭! 우욱!”
장동식은 방금의 폭주로 마력이 역류했는지 한 움큼의 피를 토해 냈다.
일시적인 내상이기에 푹 쉬면서 회복하면 낫겠지만, 일단 지금 뭔가를 할 상황은 못 됐다.
저 암흑 기를 그대로 두면 가깝게는 장동식을 공격할 수도 있고, 다시 샤미를 덮칠 수도 있었다.
혹은 집 밖으로 빠져나가 지나가는 행인이나 죄 없는 민간인에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었다.
“하, 레체로 이 망할 놈.”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마 전의 나였다면, 이 엄청난 양의 암흑 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게 여겼겠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게다가 몸의 상태 역시 개변이 완벽에 가깝게 끝낸 만큼 충분히 받아 낼 자신이 있었다.
‘나중에 이 암흑 기는 잘 저장했다가 네놈의 입에 직접 처넣어 주마, 레체로!’
독기를 잔뜩 머금은 눈빛과 함께, 나는 힘껏 몸을 날려 암흑 기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열심히 사방으로 마력을 분출하기 시작하자, 피 냄새를 맡은 흡혈귀처럼 암흑 기가 모여들었다.
아마도 나를 좋은 ‘먹이’로 생각한 본능적인 이끌림이겠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은 잘못 짚은 셈이다.
“하아압!”
힘찬 기합과 함께 나는 내 몸으로 파고드는 암흑 기를 받아들였다.
비열하고 저급하며, 음침하고 탐욕스런 악마의 혓바닥이 내 전신을 훑는 듯하다.
나는 불쾌한 기분을 삼키며, 암흑 기를 전력으로 복부에 집중시켰다.
굳이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단전’이라고 해야 할까, 딱 그 부위에 암흑 기를 몰아넣었다.
오장육부는 물론, 신체의 혈관까지 모두 개변을 해 둔 터라 이런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됐어.”
암흑 기의 격리가 끝났다.
엄청난 양의 암흑 기가 나를 덮쳤지만, 한 톨만큼의 기운도 나를 잠식하진 못했다.
바로 그때.
파아앗!
샤미에게서 눈부신 백색 섬광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방금까지만 해도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던 샤미의 외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아차!”
나는 이런 경험이 없었던 나머지, 깜빡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를 떠올렸다.
그것은 바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샤미는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내게 똥배를 까뒤집을 만큼 가까워지긴 했지만, 그것도 고양이였을 때가 아닌가?
일국의 공주였던 샤미를 ‘벌거벗은 공주님’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나는 바로 방으로 내달렸다.
* * *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미련을 두지 말거라. 지금까지 넌 충분히 잘해 왔어.
-우리 걱정은 말고, 부디 네게 주어진 축복 같은 삶을 열심히 살아 가렴. 그게 내 소원이란다.
“어마마마! 아바마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암흑의 터널 끝에서 샤미가 마주한 것은 바로 돌아가신 부모님이었다.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었지만,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얼굴. 그 반가운 얼굴에 샤미는 그만 통곡하고 말았다.
다행히 샤미에게 나타난 부모님의 모습은 생전에 입고 있었던 예복을 갖춰 입고 환히 웃고 있던 모습이었다.
그래서 기뻤다.
이것이 비록 환상이라고 하더라도, 부모님이 편히 지내고 계시는 증거라고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같이 자신을 고귀한 신성계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놈들을 나는 아주 경멸한다.
너희 부모를 죽이고, 너까지 죽이면 비극이 너무 빨리 끝나 슬프겠지. 비극이란 원래 지지부진하게 늘어져야 제맛인 법이거든.
네게 죽지 못해 살 수밖에 없는 저주를 내리겠다. 쓸쓸함과 외로움, 그리고 추위를 느껴 봐라.
그리고 평생 내 얼굴을 기억하며 지옥 속에서 살아라. 하하!’
이윽고 주변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얼룩졌다가 다시 나타난 것이 레체로의 모습이었다.
샤미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는 레체로의 얼굴과, 그에게 묻어 있던 부모의 선혈이 선명해서다.
트라우마로 남아 버린 끔찍한 기억이었다.
-굳건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 어미 걱정하지 말고, 지금의 네 인연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알았지?
-라디우스 님께서 우리를 보살펴 주실진대, 악인은 분명 심판받을 게다. 마음 쓰지 말거라.
“아버지……. 어머니…….”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부모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길게 담아 두고 싶어 황급히 눈물을 훔쳐 냈지만.
샤아아.
다시 그녀를 둘러싼 배경이 바뀌고 있었다.
긴 환상의 터널을 지나 드디어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깜빡. 깜빡.
재조합된 현실의 모습이 예전과 다르게 무척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높이가 달라졌어.’
완전히 달라졌다.
고양이로서 보던 세상은 누군가의 무릎이나 발목을 보는 것이 익숙했지만.
“아…….”
지금 이 순간.
샤미의 정면에는 늘 한참을 올려다봐야만 겨우 턱을 쳐다볼 수 있고.
직접 양손으로 들어 올려 주어야만 고양이의 시각으로 마주 볼 수 있었던 사람!
“신화.”
그가 정면에서 자신을 감동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