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77)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77화(276/300)
제 277화
러시아의 모스크바로 향하는 전세기 안.
다수의 전세기가 같은 항로로 편성된 가운데, 가장 먼저 모스크바로 출발한 전세기 안에는.
이하성과 나미나로 대표되는 KSA의 최고급 전력과, 팀 미스틱의 일원들이 같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구면이었다.
신화가 중간에서 다리를 놔 준 덕에 팀 미스틱의 세 사람은 KSA와의 던전 공략 협력을 활발히 했다.
특히 윤별이는 KSA 출신이다 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더 쉽게 녹아들었다.
최지혁과 한소준도 개인적으로 이하성의 실력에 대해 궁금해하고 동경해 왔던 터라.
서로 가까워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별이야, 어때? 괴물이라고 불리는 각성자 곁에서 동료로 함께한다는 게?”
나미나가 넉넉하게 만들어진 전용 좌석의 옆에 앉은 윤별이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흑, 지부장님.”
“큭큭, 별이는 매번 반응이 똑같아서 재밌단 말이야.”
“뱃살도 부쩍 늘어서…… 부끄러워요.”
“살이 손가락 끝으로 눌리지도 않는데 뭐가 뱃살이 늘었다는 거야? 어쨌든 내 질문에 답을 안 했는데?”
나미나와 윤별이는 서로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예전부터 직위에 관계없이 언니동생처럼 친하게 지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는 직장의 상하관계도 아니니 전보다 더 부담 없이 대할 수 있었다.
“같이 괴물이 되는 느낌이에요.”
“같이 괴물이 된다……. 나쁜 뜻이야? 아니면 좋은 뜻?”
“좋은 뜻이죠. 용기가 가만히만 있어도 샘솟는 달까? 뭘 해도 될 것만 같은 확신이 생겨요.”
“실제로도 그렇고?”
“네. 맞아요. 신화 씨에게 불가능이란 없는 단어니까 저도 감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기는 거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위험했던 적은 없었지?”
“그렇죠. 사실 제가 잘해서 그랬다기보다는 보통 신화 씨가 홀로 위험에 맞섰으니까요.”
“참 대단한 사람이네, 신화 씨.”
“그래서 부족함을 많이 느껴요. 항상 미안한 감정도 느끼죠. 제대로 하는 것 없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그렇진 않을걸? 신화 씨를 보니까 자기에게 꼭 필요한 사람만 곁에 두던데?”
나미나의 말이 맞았다.
신화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신화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바꿔 말하면, 지금 신화와 인연을 맺지 못한 사람들은 신화에게 불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별이야.”
“네?”
“신화 씨랑은 언제 사귀어?”
“푸읍!”
윤별이는 아무 생각 없이 생수를 들이켜다가 그만 사레들려 앞으로 물을 뿜었다.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면 앞좌석에 앉은 한소준의 머리에 그대로 흩뿌려졌을 물보라였다.
“뭘 이렇게 놀라?”
“콜록! 콜록콜록! 지부장님. 저랑 신화 씨,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완벽한 동료예요.”
“그 말을 누가 믿어?”
“사실이 그래요.”
윤별이가 얼굴을 붉혔다.
단언하듯 말하는 이 순간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건 자신이 여전히 그를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신화를 원망하거나 야속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미 그는 자신에게 누군가에게 마음을 쉽게 주지 않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줬다.
그리고 그 말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수긍하게 만들었고, 또 가슴 아프게 만들기도 했다.
전 여자친구와의 사별.
그로 인해 닫혀 버린 마음의 문.
분명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무게가 담긴 말이었다. 윤별이는 그런 신화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오히려 안쓰러웠다.
모성애…… 일까?
그런 감정도 자신의 마음속에 섞여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화를 보면 각성자로서는 경외의 시선을 보내게 되면서도.
늘 보듬어 주고 싶고 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때로는 엄마처럼, 혹은 누나처럼, 혹은 말괄량이 여동생처럼 굴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강세미 씨랑 썸을 타는 건가? 아니, 신체 건장한 남자가 도만 닦을 리는 없잖아?”
나미나의 말에 윤별이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강세미, 샤미의 한국 이름이다.
자세한 뒷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윤별이는 샤미를 외국에서 온 친구 정도로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꽤 오래 살았고, 이번에 귀화가 받아들여져 정식 한국인이 된 상태.
이 정도가 윤별이가 그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전부였다.
“미안. 내가 눈치 없이.”
“아니에요. 신경 쓰실 것 없어요. 정말 저랑 신화 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요.”
윤별이가 힘주어 말했다.
이렇게 말할수록 가슴속 신화를 향한 마음이 점점 더 커져 갔지만, 그래도 내색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색을 하면 할수록 신화가 부담스러워할 테니까. 누군가에게 짐이 되기는 정말 싫었다.
마음의 짐을 덜어 주기는커녕 오히려 신화에게 미안한 감정만 자꾸 쌓이게 만든다면…….
자신에게는 그게 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니니까.
“신화 씨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갑자기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된 철없는 망나니인 줄 알았는데.”
“첫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죠?”
“그런데 지금 보면…… 뭔가 미래를 착실하게 대비하는 사람처럼 느껴져. 슈퍼 히어로, 그런 거 있잖아?”
“저도 그런 생각을 해요. 청연, 홍연 길드 사건이나 주천호 건도 그렇고……. 이번 일도 그렇죠.”
윤별이가 맞장구를 쳤다.
신화는 별것 아니라며 매번 손사래를 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했지만.
사실 2020년에 신화가 개입하면서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던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니었다.
청연, 홍연 길드 사건의 경우, 신화가 없었다면 과연 지금까지 KSA가 존속하고 있었을지도 의문이 드는 사건이었다.
주천호도 마찬가지.
신화가 조기에 간부들을 처치하지 않았다면, KSA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터다.
그리고 이번 일은 스케일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이번 ‘재난’은 분명 러시아뿐만 아니라 이웃나라까지 휘말릴 수 있는 크나큰 ‘재앙’이었다.
신화는 이것을 미래시로 알아냈다고 했다. 그리고 모두들 그것이 현실이 되자, 감탄했고 그 이상의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나미나는 생각이 좀 달랐다.
“별이야.”
“네?”
“혹시 신화 씨, 미래시가 아니라 미래에서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어?”
나미나가 꺼낸 말.
그것은 분명 신화 주변의 사람들이 적어도 한 번씩은 생각을 해 보았지만, 당사자에게는 묻지 않았던.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는 신화에게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비밀에 대한 얘기였다.
* * *
한편, 같은 시간.
툰드라의 한복판에 들어선 신화는 그야말로 대규모 학살극을 벌이고 있었다.
악 성향의 끝을 달리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이오시프도 멸살의 철편을 휘두르며 맹활약했지만.
옆의 신화가 단번에 두세 놈씩 몬스터의 머리를 한 방에 날려 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작게 느껴져 힘차게 내뱉는 기합조차 쓸데없는 허세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그만큼 신화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무슨 살인 기계인가?’
이오시프의 솔직한 총평이었다.
각성자가 몬스터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Monster, 즉 괴물이기 때문이다. 잘 안 죽는다.
물론 ‘국민 샌드백’으로 불리는 하급 고블린 따위야 채찍질만 해도 터져 죽는 게 일상이긴 하지만.
이를테면 트롤이나 오우거 같은 녀석들은 마주 보게 되면 일단 한숨부터 나올 수밖에 없었다.
놈들의 단단한 외피, 놀라운 회복 속도와 재생 능력은 거의 공포스러울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몬스터는 완력도 상당해서 어설프게 덤볐다가 역공이라도 당하면, 슈트의 내구도를 통으로 날리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신화의 앞에서는.
뻐엉! 빠앙! 콰드드득!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모두 평등한 결과지를 받아 들었다.
터지든, 으깨지든, 박살이 나든.
혹은 그런 험한 꼴까지는 아니더라도 참혹하게 부러져 죽든.
무조건 죽었다.
그 과정에서 현란하게 펼쳐지는 공방전도 없었다. 원샷 원킬. 신화의 앞에서는 모두가 그랬다.
일대일, 일대이 정도로 신화에게 달려드는 몬스터는 보통 주먹으로 끝장이 났고.
하나의 무리가 달려들기 시작하면 그때는 신화가 오른팔을 검으로 변형시켰다.
이오시프는 그 검이 가진 위력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 ‘강철’ 재질의 검으로도 제대로 벨 수 없던 ‘강화형 트롤’이 그대로 죽어 나갔기 때문이다.
스텔라드 광석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오시프는 신화가 만든 검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트롤보다 5배 이상 단단한 외피를 가진 강화형 트롤은 SS랭크의 이오시프도 기피하는 대상이었다.
이런 녀석은 다수의 각성자가 한 번에 화력을 퍼붓는, 이른바 일점 사격으로 끝내는 게 정석.
하지만 신화는 호기롭게 달려들어 스텔라드 검으로 강화형 트롤의 정수리를 반으로 갈랐다.
일반적인 검이라면 이 정도 공격으로는 겨우 강화형 트롤의 두피를 찢고 머리뼈 정도나 통! 하고 타격하는 것이 전부였을 터.
하지만.
쩌어어억!
이오시프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머리부터 목젖 한가운데까지 정확히 일직선으로 베인 광경이었다.
신화의 공격에 정중앙이 정확히 쪼개진 강화형 트롤의 얼굴은 각각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었다.
그 말인즉.
‘씨X……. 완전 미쳤어. 강화형 트롤을 쪼개서 죽인다고?’
반 토막이 났단 소리다.
이오시프는 발가락 끝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신경 줄기를 따라 타고 오르는 전율을 느꼈다.
두렵고 공포스러웠다.
자신의 옆에 있는 이 사람.
바로 신화가 혹시라도 변심해서 자신을 공격하면 어쩌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힘이라면 남에게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그리고 심지어 SS랭크의 각성자인 자신에게!
이런 정도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지금까지는 신화가 유일했다. 식은땀이 다 흐를 정도였다.
‘이거…… SS랭크보다 더 위에 있는 경지 아닌가?’
신화를 보며 생각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신화의 랭크는 SS랭크였다. 굳이 신화가 과거의 정보를 갱신하지 않아서다.
물론 SS랭크 같지 않은 SS랭크라는 얘기는 전부터 있었다.
그래서 일반적인 예상이 SSS-랭크급의 실력자라는 말이 돌고 있던 상황.
하지만 지금의 신화를 본다면, SSS랭크도 낮았다. 최소 EX랭크? 그것밖에는 설명이 안 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방금 신화의 일격에 반으로 쪼개진 강화형 트롤은 SSS랭크급의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강화형 트롤도 피부색에 따라서 S에서부터 SSS까지 나뉘는데.
이번에 상대한 녀석은 붉은 피부를 가진 SSS랭크급 강화형 트롤이었다.
이오시프 같은 각성자가 대여섯은 붙어야 겨우 호각세를 이룰 수 있을 법한 몬스터가 단 일격에 비명횡사를 해 버렸다.
“이오시프 씨?”
“……예?”
“뭐 하고 있어요? 다 끝났어요.”
얼굴에 피 칠갑을 한 신화가 뒤돌아 자신을 쳐다보더니 이내 씨익 웃으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파르르.
이오시프는 자신도 모르게 힘이 쭉 빠지는 두 다리를 간신히 붙잡으며 떨었다.
괴물은 먼 곳이 아닌, 자신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