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79)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79화(278/300)
제 279화
‘꿈인가……?’
누구나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
가장 빠른 반응은 꿈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너무 말이 안 되니까, 이런 일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당연히 꿈이라고 믿는 것이다.
애초에 꿈이라는 것이 현실보다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올 때가 많기 때문이다.
파이올라의 생각이 딱 그랬다.
꿈인가 싶었다.
처음 신화에게 안면 강타를 당했을 때만 해도, 방심해서 한 방을 먹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마와 정수리 사이를 내리찍는 주먹을 한 번 더 얻어맞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목이 부러졌기 때문이다.
너무 아팠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럴듯한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다.
세상 무서울 것 없던, 완전체나 다름없는 자신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발아래에 둔 수많은 추종자가 자신과 아이슬라를 신이라고 추앙하며 따랐다.
자신의 실력은 누군가가 함부로 도전하여 쉽게 굴복시킬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카드드득!
-끄윽.
파이올라의 삶은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그 자리에서 끝났다.
“말도 안 돼.”
멀리서 전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이오시프의 표정이 변했다.
몬스터로부터 고유의 차원 에너지를 측정해서 랭크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장치.
그것을 이용해서 확인한 파이올라와 아이슬라 형제의 경지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SSS+랭크.
신화가 설령 EX랭크라고 해도 단숨에 끝장을 낼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파이올라의 머리는 정확히 180도 돌아가 뒤를 돌아보고 있었고, 숨은 즉시 끊어졌다.
그 단적인 증거로 활활 타오르던 파이올라의 불길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던 것이다.
-으아아아!
방금까지 기세등등하던 아이슬라가 절규하며 신화에게 무작정 달려들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형제의 비명횡사에 아이슬라는 그만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비단 죽은 파이올라뿐만이 아니었다. 이오시프도 마찬가지였다.
신화에 대해 그간 가지고 있던 환상이 말도 안 되는 꿈으로 만들어졌나 싶었다.
-죽여 버리겠다!
후웅! 후웅! 콰아아앙!
분노로 가득 찬 아이슬라의 검격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극한의 냉기 폭풍이 발생했다.
폭풍에 휘말린 것들은 동물, 식물, 무생물을 가릴 것 없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휘리리릭!
이오시프도 멸살의 철편을 휘둘러 폭풍의 방향을 틀고 나서야 겨우 안전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대가로 철편이 얼어붙었고, 이를 녹이기 위해서 계속 마력을 불어넣어야 했다.
화르르륵.
“……갈수록 태산이군.”
한편, 그 순간에 신화의 온몸은 거대한 불길이 되어 활활 불타오르는 중이었다.
마치 화신(火神)이 현실에 강림한 것처럼 신화는 특유의 위풍당당함을 드러냈다.
-도대체 넌…… 누구냐?
“누구긴. 널 잡으러 온 저승사자지.”
-어떻게 우리가 가진 능력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거지?
“씹어 먹는다며? 찢어 먹겠다며? 이제 입에서 다른 소리가 나오네? 두려워?”
-이런 능력은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힘이다. 감히 존재할 수 없다.
“그래도 나름 보스 몬스터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놈이면 죽어도 패기는 있을 줄 알았는데, 기껏 한단 소리가 현실 부정이네.”
-이럴 수가 없다.
“그래, 그럼 죽고 나서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체험해 보든가!”
신화가 짧은 대화를 끝내고는 이내 아이슬라에게 쇄도했다.
전장은 넓고 광활하다.
이 녀석들에게 마냥 시간을 쓸 틈은 없었다. 어차피 꽃을 제외하면 두 녀석에게는 볼일도 없다.
-죽어라!
평정심을 되찾았는지 아이슬라는 방금과 비교도 안 될 만큼의 냉기를 머금은 검격을 가했다.
앞으로 쭉 뻗는 형태의 일격.
가장 신속한 형태로 검격을 구현할 수 있기에 위협적인 공격이기도 했다. 하지만.
파팟!
신화는 블링크 링을 이용해 바로 아이슬라의 뒤로 회피했다.
신화의 움직임은 아이슬라가 생각하고 예측한 것보다 한 박자는 빨랐다.
뇌 개변 덕분이었다.
신화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아이슬라는 다듬어지지 않은 구석이 많은 몬스터였다.
‘학습형 몬스터의 한계지. 초창기의 구성과 생각은 조악하기 그지없다는 것.’
신화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었다.
학습형 몬스터란.
인공지능이 수많은 실수와 성공을 반복해 가면서 훈련하고 스스로의 실력을 업그레이드하듯.
인간 혹은 적성체와 전투를 치르면서 자신의 공격, 방어 레퍼토리를 향상시키는 몬스터를 말한다.
러시아 대격변이 전생에 대규모의 재난이 된 것은 보스 몬스터들이 전부 ‘학습형’이었기 때문이다.
초기에 그들을 제압했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많은 각성자들이 초기 전투에 각개격파를 당하거나 지리멸렬하게 공격을 하다가 궤멸하면서.
보스 몬스터들은 각성자들의 공격 패턴이나 재능에 대한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고 학습했다.
그 결과.
정작 잘 구성된 각성자 부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충분한 업그레이드를 마친 후였다.
그래서 오히려 각성자들이 역으로 몬스터들의 전략 전술에 걸려들면서 당했고, 많은 피해를 입었다.
아이슬라와 파이올라도 학습형이었지만, 참 애석하게도 신화를 대상으로 첫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생존 훈련을 자연이 아니라 맹수의 앞에서 시작한 것이다. 시작이 곧 죽음이 된 셈.
쿠우웅!
-크억!
신화는 화신 그 자체가 된 몸으로 아이슬라의 뒤를 전력으로 받아 버렸다.
개변한 몸으로 육탄전은 자신 있었기에 이 정도의 충돌은 고통 축에도 끼지 못할 만큼 약했다.
‘고맙다, 일라이저.’
일라이저에게 얻은 화신 버프가 이토록 유용하게 쓰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신화 스스로가 속성의 꽃을 먹으면서 얻은 화염의 특성에 화신 버프가 더해지니.
그야말로 지옥불 그 자체였다.
나스 대륙의 마법사들이 쓰던 표현을 빌리자면, 헬 파이어(Hell Fire)가 따로 없었다.
-크아! 아아! 크아아악!
신화가 앞으로 고꾸라진 아이슬라의 등에 바짝 달라붙어서 불길을 더욱 높였다.
아이슬라가 내뿜는 한기는 신화의 불길을 전혀 잠재우지 못했다. 잠깐 밀쳐내고 말 뿐.
하지만 아이슬라는 빙하처럼 단단했던 몸이 순식간에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중이었다.
외피를 대신했던 얼음이 모두 사라지자, 그 속에 파묻혀 있었던 뼈와 살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이올라가 곁에 있어도 단 한 번도 드러낸 적 없던 아이슬라의 ‘속살’이었다.
“버텨 봐. 너도 인내라는 게 뭔지는 알아야지?”
신화가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드러난 아이슬라의 속살 안으로 오른팔을 비집어 넣었다.
그것은 사람으로 따지면 검으로 갈라낸 상처 안에 손을 집어넣고, 그 안을 후벼 파는 것과 같았다.
즉…… 지옥 같은 고통이라는 뜻이다.
-크아아아아아아아!
드넓은 벌판이 뒤흔들릴 정도로 우렁찬 ‘비명’이 아이슬라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 자체로 엄청난 위압감이 있어 그 소리를 들은 이오시프는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
어지간한 각성자 한 부대, 그러니까 10명 단위의 실력자들이 와도 감히 상대할 수 있을까 싶은 적.
하지만 그런 적을 둘이나 두고, 수적 열세를 진즉에 뒤집으며 신화는 압도적인 우세를 점했다.
그 결과.
콰각! 콰각! 쩌어어어억!
-크헉…….
이윽고 등 뒤를 파고들어 갔던 신화의 오른팔, 그 불길이 아이슬라의 복부를 뚫고 나왔다.
그리고 얼마 후.
우적. 우적우적.
신화는 아이슬라의 심장 언저리에서 피어오른 ‘부활의 꽃’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었다.
뒤에서 보는 이오시프에게는 마치 심장을 꺼내어 먹는 것처럼 보이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최고다.”
그 말 한 마디로 이오시프는 신화에 대한 모든 생각과 느낌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반드시 강신화는 ‘아군(我軍)’이어야만 한다고.
만약에 이런 사람을 적으로 두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살아 있는 재앙이 되고야 말 것이다.
* * *
‘목숨 하나가 늘었다.’
뿌듯했다.
부활의 꽃은 그 가치가 다른 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공격자’의 입장에서.
죽어도 된다는 대전제는 상당한 자신감은 물론이고, 엄청난 적극성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도 그렇잖은가?
내가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죽기 직전까지 온갖 발악을 할 수가 있다.
또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최후의 순간까지 적에게 미칠 듯한 맹공을 가할 수도 있었다.
“신화 씨.”
“일단 쉿.”
이오시프가 무어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나는 침묵을 부탁하고 더욱 부지런히 서쪽으로 움직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보스급의 몬스터가 죽으면 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것을 전생에서는 ‘정화의 폭발’이라고 불렀다.
보스 몬스터의 죽음이 주변의 몬스터들을 모조리 소멸시켜 버린다.
바로 그때.
퍼어어엉!
푸른 버섯구름을 불러일으키는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의 근원은 아이슬라와 파이올라였다.
크에에에! 키헥!
크흐르르…….
폭발의 충격파에 휘말린 몬스터들이 여기저기서 한 줌의 재가 되어 덧없이 흩어졌다.
파이올라, 아이슬라와 같은 차원 에너지를 공유하던 몬스터들이 모조리 죽어 없어진 것이다.
나와 이오시프는 멀쩡했다.
두 녀석과 원류(源流)가 같은 동족들만 핀셋으로 골라내듯이 제거된 것이다.
러시아 대격변을 빠르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이런 식으로 보스 몬스터를 빨리 처리해야 했다.
잔챙이들만 잡아서는 끝이 없는 것이다.
이것을 몰랐던 전생의 RSA에서는 방어선을 구축하고, 몰려드는 ‘잡몹’만 열심히 막다가 나중에 험한 꼴을 당했다.
‘일단 다음으로 부활의 꽃을 줄 녀석은 시간이 좀 걸리겠네. 이틀 정도?’
이번에 잡은 녀석들처럼 부활의 꽃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보스 몬스터는 이틀 후에 나타난다.
전조는 확실하게 나타난다.
유성우가 쏟아지는 그 순간, 강림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남았다고 해서 그때까지 손가락이나 빨면서 쉬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꽃이 최우선 목표이기는 하지만, 러시아 대격변의 재앙을 막기 위해 이곳에 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틀 동안은 눈에 보이는 몬스터들을 쉴 새 없이 처리하며, 전리품을 챙기고 인명을 구할 생각이었다.
게다가 곧 KSA의 요원들과 팀 미스틱의 동료들도 합류할 터다.
나는 물론이고, 동료들에게 도움이 될 전리품을 찾아 부지런히 싸우다 보면 시간은 금방 갈 것이다.
한편, 같은 시각.
“감사합니다. 직접 이렇게 빠른 지원을 나서 주심에 어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감사는 무슨.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서 응당 해야 할 애국을 하는 것뿐입니다.”
RSA의 요원들은 대규모로 현장에 도착한 ‘지원군’을 보고는 매우 반가워했다.
그들은 바로 러시아 내의 서열 1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길드 ‘프라우다’의 길드원들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한술 더 떠서.
프라우다의 길드 마스터인 가이츠 무클란스크도 현장에 왔다. 핵심 전력이 온 것이다.
가이츠는 RSA의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한 요원에게 질문을 건넸다.
“실례지만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예,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혹시 한국에서 왔다는 강신화 씨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