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81)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81화(280/300)
제 281화
다음 날 밤.
나는 유성우를 보았다.
부활의 꽃을 갖고 있는 보스급 몬스터, 이프리트가 내일 아침쯤에 나타날 것이라는 전조였다.
한편 지난 하루 동안.
나는 가이츠를 위시한 프라우다의 정예 세력들과 함께 전장을 누비며 최선을 다해 싸웠다.
조기에 마각을 드러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가이츠는 생각보다 신중했다.
나에게 치유 각성자를 붙여 회복 지원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지원을 자처할 정도였다.
아마도 이러한 방식으로 라포르(Rapport)를 쌓아 심리적 경계 기제를 무너뜨리기 위함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재앙이지만, 동시에 기회의 땅이기도 한 이곳.
나는 전력을 다해서 싸웠다.
물론 전투를 치르는 내내 가이츠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어디 보자…….”
꽤 많은 꽃을 얻었다.
팀 미스틱의 동료들과 함께했다면 즉석에서 나눠 주고 먹이면서 변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텐데.
아쉽지만 아공간에 잘 보관해 두었다가 만나는 날 전달해 줘야 할 듯했다.
당초의 계획은 세 동료와 함께 움직이는 그림이었지만,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지면서 계획이 변경되었다.
KSA가 RSA로부터 긴급 지원 요청을 받았고, 이에 따라 KSA가 세 사람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한시가 급한 재난 상황에서 무리해서 동료들을 내 곁으로 부르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기에.
이하성과 나미나의 연락을 받은 나는 동료들로 하여금 KSA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라고 말했다.
세 사람이 있으면 KSA의 요원들이 다치거나 혹은 위험에 빠지는 일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런 확신을 가져도 될 만큼 신부님의 디버프, 한소준의 치유술, 윤별이의 암살 능력은 수준급 이상이었다.
한편 나는 꽃을 꼼꼼히 살폈다.
우선 나에게 필요했던 꽃은 일찌감치 먹었다. 망각의 꽃이었는데, 전생에는 본 기억이 없었다.
이렇듯 회귀자인 나에게도 지식의 빈틈은 존재한다. 새삼스럽지만 그래서 가끔 신기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망각의 꽃’은 1회 한정이지만, 반경 50m 내의 인물들의 기억을 지울 수 있었다.
모든 기억을 지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10분 내로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그들의 기억을 지우는 것이다.
과거 모 영화에서 불빛이 한 번 번쩍하면 기억이 지워졌던 것 같은, 그런 일회성 능력을 얻는 셈.
어쨌든 그런 꽃을 하나 먹었고, 이제 살피고 있는 꽃은 동료들에게 줄 것이었다.
‘광각 저항의 꽃. 이건 햇빛에 약한 신부님에게 최고의 꽃이 될 거야.’
찬란한 금빛을 가진 꽃.
신부님에게 안성맞춤이다.
이 꽃을 먹으면 해가 중천에 뜬 완전한 대낮만 제외하면, 더 이상 햇빛에 큰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신성의 꽃……. 이 꽃은 소준이의 현재 신성력 밀도를 두 배 이상은 높여 줄 거고.’
이름부터 알 수 있듯이, 신성의 꽃은 한소준 전용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내가 욕심낼 이유가 없는 게, 신성력을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 먹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다시 말해서 입으로 먹어 항문으로 나오는 역할 말고는 꽃이 아무것도 못 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그림자의 꽃.’
이어서 움직일 때에 의도적으로 잔상을 강화시키도록 만드는 그림자의 꽃까지.
완벽했다.
동료들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챙겨 주고 싶었던 꽃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았던 셈.
휙! 휙휙!
나는 아공간에 꽃을 던져 넣었다.
그러고는 오늘 있었던 전투들을 하나씩 복기하기 시작했다.
30분의 휴식 시간이 지나면 팀 전체가 다시 움직이기로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즈음에 예상했던 일이 터질 듯 보였다.
‘확실히 실수를 가장하고 내 뒤를 노리는 공격이 많이 날아들었지. 가이츠가 직접 처벌하는 식으로 기강을 세우는 척했지만.’
오늘 우연이라는 명분 아래, 나에게 날아든 스킬이 한둘이 아니었다.
물론 목숨을 위협할 만한 스킬은 없었다. 맞는다고 해도 가벼운 찰과상에 그칠 정도?
하지만 내가 뒤에 눈이 달린 것이 아닌 만큼, 어디선가 날아드는 공격을 느낀 후에야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액체화, 강철 강화, 블링크 링 등을 주로 쓰면서 대응을 했는데…….
내가 보기에 가이츠는 이런 식으로 내가 대응하는 ‘방어 매뉴얼’을 살핀 것 같았다.
물론 나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뜸을 들이며, 뒤늦게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즉에 막을 수 있었던 것도 아슬아슬하게 막아 내며 당황한 듯한 눈빛도 제법 연출했던 것이다.
‘착한 일을 많이 하면 복을 받아야 하는데…… 나는 왜 이런 놈들만 꼬이는 건지 모르겠네.’
푸욱, 한숨을 내쉬었다.
‘니콜라스, 내가 똥통에서도 이렇게 구르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너도 힘내라, 꼭. 알았지?’
저 하늘에 선명히 보이는 북극성을 향해 기도했다. 니콜라스가 들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리고.
‘딱 네 놈.’
나는 동료라는 명목하에 함께 있는 프라우다의 대원들이 적으로 돌변했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 넷을 골라냈다. 그것은 바로 대장인 가이츠와 심복 셋이었다.
전투 내내 유심히 살펴본 심복 셋은 핵심 전력임이 확실한데, 보여 주는 재능은 영 허술했다.
그 말인즉, 필요에 따라 극단적으로 숨긴 재능이 있음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십중팔구 정신계지.’
나는 확신했다.
정신계 재능을 사용하는 각성자들은 공격 패턴 자체가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공격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장이 필요할 경우, 어떻게든 개화를 시킨 화려한 능력을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이를테면 불화살을 날린다거나 하는……. 말 그대로 위장용 스킬만 열심히 써 대는 것이다.
한데 세 심복의 움직임이 딱 그러했다. 그렇다면 세 놈이 묶음으로 정신계일 수도 있다.
‘그래, 정신계야. 그래야 가이츠의 반탄 능력이랑 호흡도 좋지.’
계산은 끝났다.
가이츠의 재능은 알고 있다.
상대가 자신에게 가한 대미지의 90%를 그대로 되돌려 주는 X 같은 재능이다.
되받아치기 재능.
예를 들어 내가 파붕권을 아무 생각 없이 녀석에게 전개한다면, 9할의 대미지로 내게 되돌아온다.
물론 녀석은 부수적인 개념으로 검을 쓸 줄 알았고, 그래서 이번 전투 내내 검만 썼다.
하지만 육탄전을 가장한 전투에서 은근슬쩍 되받아치기로 대미지를 돌려주는 것을 여러 번 봤다.
가이츠는 완벽하게 숨겼다고 생각했겠지만.
찰나의 순간까지 모두 살필 수 있는 내 눈을 결코 피하진 못했다.
녀석은 그런 식으로 대형 몬스터를 생각보다 많이 잡았다.
‘분명 재능의 발현 기전이 있을 거야. 그리고 늘 진리처럼 말하지만, 무적의 재능이란 존재하지 않아.’
아쉽지만 부족한 정보는 싸우면서 보충해야 할 듯했다.
뭐…… 흔한 일이다.
정보가 100% 완벽한 상태에서 전투를 치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니까.
‘작정하고 내 뒤를 노리려고 온 너희들의 실력 좀 어디 보자. 얼마나 잘난 놈들인지.’
슬슬 칼바람의 한기가 몸에 스며들기 시작할 즈음,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이제 몸을 덥힐 차례다.
다시 출진이 시작되면.
그때는 정신없이 몬스터들도 죽이고, 날 죽이려는 몬스터만도 못한 놈들도 쳐 죽여야 할 테니까.
* * *
“크거걱! 커헉!”
“으커허어어억!”
“캬악!”
“……아니?”
뭔가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가이츠가 알아차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화가 전방에 나타난 대형 몬스터를 향해 몸을 힘껏 날린 바로 그 직후!
가이츠는 그 순간을 노려 자신의 심복들로 하여금 신화에게 정신계 금제를 걸도록 시켰다.
금제는 집중력이 완전히 다른 곳에 가 있는 경우나 방어기제가 약할 때 쉽게 걸리기 때문이다.
타이밍으로만 봐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신화는 온통 몬스터에게 정신이 팔려 있었고, 세 심복의 금제는 정확히 신화를 타깃팅했다.
하지만.
“끄극…….”
결과는 온몸의 구멍이라는 구멍에서 모조리 검붉은 피를 쏟아 내고 있는 부하들의 모습이었다.
내상(內傷).
그것도 돌이킬 수 없이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금제는 완전히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역으로 부하들이 당한 것이다.
한순간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금제가 역행(逆行)할 경우 매우 큰 대미지를 입을 우려가 있다.
그런 우려가 있음에도 자신 있게 시도했던 것은 반격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였다.
허무하게 되받아치기를 당할 정도로 실력이 낮은 각성자도 아니었다. 셋 다 S랭크급이었으니까.
잘못됐다. 완전히 잘못됐다.
하지만 가이츠는 냉정했다.
신화는 여전히 뒤돌아보지 않고 눈앞의 몬스터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대형 라이칸스로프로 보이는 녀석은 한눈에 보기에도 트롤 킹을 능가할 만큼 단단해 보였다.
녀석이 신화의 동선을 억제해 준다면, 뒤를 노리는 것은 손쉽다.
즉, 신화라는 공통의 적을 두고 라이칸스로프와 자신이 전략적인 협력을 하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은 중요치 않다.’
죽일 수만 있다면야 방법이 무엇이 중요할까? 가이츠는 신화를 향해 뒤에서 쇄도했다.
…….
아주 작은 바람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침묵의 장화.
아무리 맹렬한 속도로 달리더라도 절대 발소리가 나지 않게 해 주는 아티팩트였다.
가이츠는 라이칸스로프에게 도약한 신화의 뒤를 검격으로 기습할 생각이었다.
설령 반격하더라도 되받아치기로 돌려주면 그만이다.
금제로 생포하려던 계획이 아쉽게 수포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죽여도 나쁠 것은 없다.
진극명에게 상당한 보수를 약속받은 것은 물론이고, 한국 진출 사업에서도 연대하기로 했으니까.
다음 순간.
구오오오!
라이칸스로프가 포효하며 신화를 향해 우악스럽게 양손을 내뻗었다.
저 손에 일단 잡히기만 하면 몸이 찢어지지 않고서야 배길 수 없을 정도로 위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뻐엉!
“……!”
신화는 기세등등하게 달려들던 라이칸스로프의 얼굴을 그 자리에서 날려 버렸다.
그간 신화가 한 번도 가이츠의 앞에서 쓰지 않았던 파붕권을 쓴 것이다.
그리고.
파팟!
블링크 링을 활용하면서 신화가 빠르게 라이칸스로프의 뒤로 이동했다.
여기서 문제는.
“제길!”
죽음을 인지하기도 전에 머리가 날아가 버린 라이칸스로프의 양팔이 가이츠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파앙!
어쩔 수 없이 가이츠가 되받아치기를 이용해 라이칸스로프의 공격을 받아쳐 냈다.
온몸이 요새와도 같이 단단한 신화와 달리, 가이츠는 그렇지 못했다.
되받아치기를 하지 못하면.
그를 지켜 줄 수 있는 것은 입고 있는 최고급 슈트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몸으로 때울 순 없었다.
풀썩!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없는 라이칸스로프가 되받아치기에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신화가 고꾸라지는 라이칸스로프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가이츠를 향해 씨익 웃었다.
“빨리 끝내자, 시간 없다.”
“…….”
“어설프게 살아나갈 생각 하지 말고, 나를 확실하게 죽일 각오로 덤비는 게 좋을 거다. 덤벼. 선공권은 네게 주지.”
신화가 가이츠를 도발했다.
레체로와 최종전을 앞둔 지금.
가이츠의 목숨은 자신의 출정식에 쓰일 좋은 ‘제물’이 될 것이다. 신화는 그렇게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