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8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82화(281/300)
제 282화
‘야, 이거 골때리는 재능이네.’
애초부터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전투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가이츠는 자신의 되받아치기 재능을 믿고 신화에게 달려들었기에 매우 공격적이었다.
때릴 테면 어디 때려 보라는 식이었다.
10의 대미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9는 확실히 되돌려줄 자신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서 1이나 2 정도의 대미지는 자신의 검격으로 줄 자신도 있었던 것이다.
맞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각성자. 이런 유형의 각성자는 분명 처음이기는 했다.
그래서 신화도 때릴 듯 때리지 않는 애매한 공방전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방어 차원에서 주먹을 뻗었는데, 그것을 가이츠가 일부러 달려와서 맞았다.
다음 순간.
“크윽!”
“컥!”
대미지가 0.1초의 오차도 없이 거꾸로 돌아왔다.
신화와 가이츠가 거의 동시에 신음을 토해 내면서 뒤로 물러섰고, 얼얼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망할 X. 이런 재능을 내가 갖고 있었으면 진즉에 전 세계를 제패했지.’
신화의 눈에는 가이츠의 재능이 너무 아까웠다. 사람을 잘못 찾아간 느낌이랄까?
이렇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수 있는 재능이면 진즉에 세계 제일이 돼야 했었는데.
가이츠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케이스로 보였다.
그러니까 프라우다가 아직까지 러시아 내에서 공고한 자리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리라.
게다가 전 세계 각성자 혹은 길드의 랭킹을 매겨 봐도 그와 프라우다는 10위권 밖이었다.
‘내가 생각한 재능의 메리트에 비해서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은 100% 가이츠에게 어떠한 문제가 있다는 소리다.’
신화는 생각했다.
분명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만드는 재능 자체의 한계가 가이츠에게 있을 거라고.
하지만 아직까진 발견하지 못했다. 불의의 대응으로 인해 세 차례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을 뿐.
게다가 가이츠는 전투 중간중간에 진통제와 회복제를 먹으며, 손실을 보충하는 중이었다.
즉, 맞으면서 때운다는 얘기인데……. 이 무식한 대응의 파훼법이 보이지 않았다.
한데 바로 그때.
‘응……?’
아주 희미하게, 너무 희미한 나머지 개변된 눈으로도 그 형태를 겨우 짐작할 수 있을 만한.
그런 미세한 역장들이 가이츠의 전신을 휘감고 있는 것이 신화의 눈에 들어왔다.
아슬아슬했다.
마치 공기 속을 떠도는 작은 먼지 입자를 찾는 것처럼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방금까진 분명히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집중 상태를 유지하면 어떻게든 볼 수는 있을 정도였다.
“후후, 힘든가 보지?”
“그러게. 좀 힘들군. 망할 재능이 아주 무적이구먼, 무적이야.”
의기양양한 가이츠의 반응에 신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진심이었다.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 주특기인 자신의 전투 스타일이 통 먹히지를 않으니 답답하기도 한 것이다.
“강신화, 어차피 넌 한국의 각성자지 한국을 대표하는 정의의 사도는 아니잖나.”
“그래서?”
때마침 의도적으로 소강상태를 유도하는 듯한 가이츠의 말에 신화가 반색하며 맞장구를 쳤다.
더 집중해서 녀석의 빈틈을 살피고 싶었는데, 알아서 기회를 주는 모습이었다.
물론 가이츠는 신화가 자신의 되받아치기 재능에 대한 파훼법을 찾고 있으리란 생각은 못 했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신화가 전투 내내 계속 고전하면서 오히려 허를 찔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에서 피를 토한 것도 신화가 먼저였다.
견제를 위해서 뻗었던, 하지만 공격 의사는 없었던 폭권에 가이츠가 의도적으로 되받아치기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가이츠는 폭권을 방어 자세를 취하면서 맞았기에 신체 대미지를 크게 경감시킨 상태에서 당했지만.
그 대미지를 공격과 동시에 되돌려 받았던 신화는 미처 방어를 할 틈이 없었다.
그러니 공방전에서 최소한 등가교환도 못 하고, 손해만 연달아 입을 수밖에.
“나와 손을 잡자. 한국에 길을 터주면 네게 차고 넘치는 부와 명예를 주마.”
“돈은 필요가 없고 힘은 충분한데? 더 구미가 당기는 제안 없나?”
“예쁜 여자를 원하나? 원한다면 지금 TV에서 네가 찍은 여자 연예인 셋을 거느리게 해 줄 수도 있어.”
“호오……. 그건 좀 끌리네. 하지만 일처다부제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야.”
“세상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엄청난 꽃들이 많지. 그 꽃을 얻을 만한 던전을 리스트업 해 줄 수도 있다.”
“그런 꽃이 있으면 네가 먹었어야지 나한테는 왜 양보해?”
“…….”
그쯤에서야 가이츠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신화가 자신의 얘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조롱하고 있다는 것을.
“누가 불리하고 유리한지를 전혀 모르는 듯하군, 강신화.”
“그러게. 확실히 나는 잘 모르는 것 같아.”
“……?”
“그럼 다시 불나방처럼 달려들어 보실까! 하아압!”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화의 몸이 용수철처럼 튕겨지며, 가이츠에게로 쇄도했다.
앞서와 다르게 신화의 움직임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마치 더 이상 뒤가 없는 것 같은 느낌?
‘그래 봤자다.’
하지만 가이츠는 계속된 공방전에서 증명되었듯 같은 방법으로 대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방어 자세를 취했고.
신화의 공격이 줄 대미지를 감소시킬 방법을 준비했으며.
이와는 별개로 자신의 검격으로 대미지를 돌려받을 신화의 빈틈을 추가로 공략할 계획까지 짰다.
완벽했다.
너무 자신 있게 신화가 달려들기에 뭔가 노림수가 있는가 싶었지만, 공격 레퍼토리는 전과 똑같았다.
“하아아압!”
이번에도 가이츠는 신화의 쇄도에 맞서, 더욱 적극적인 접근으로 응수했다.
이윽고 신화의 주먹이 가이츠의 몸 앞까지 도달했고, 그는 자연스럽게 몸을 갖다 댔다.
한데 바로 그때.
홰액!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가이츠를 때릴 것만 같았던 신화가 급하게 팔을 잡아 뺐다.
아니, 정확히는 급하다기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손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퍼억!
찰나의 순간.
엇박자로 몸을 회전하며 그 힘을 이용해 가이츠의 얼굴을 쳤다.
이변은 바로 그때 일어났다.
“커헉……!”
프스스슷! 쿠웅! 쿵!
신화의 일격에 고스란히 노출된 가이츠가 차가운 지면을 볼썽사납게 구르며 나가떨어졌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어차피 이 정도 위력으로 자신을 공략했다면, 신화도 그에 준하는 대미지를 받았을 테니까.
자신의 재능에 매번 어떤 공방전을 치르더라도 등가교환에 준하는 타격을 적에게 주기 때문에.
가이츠는 상대에게 맞든 그렇지 않든 항상 대미지 교환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무너졌다.
“왜, 뭐가 잘 안 되는 것 같아?”
“……아?”
가이츠가 입가를 타고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 내며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눈앞에 신화가 도착해 있었다. 그것도 방금의 공격이 그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 않은 멀쩡한 상태로.
‘이게 무슨……?’
인과관계를 살필 틈도 없이.
과아아아!
파공음을 내면서 신화의 폭권이 다시금 날아들었다.
순간, 공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난 것으로 봐서는 앞서의 폭권보다 훨씬 상위 개념인 듯했다.
“당할 것 같으냐!”
가이츠가 몸을 들이밀었다.
방금 어떻게 타격을 입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늘 그랬듯 자신의 방법에 확신을 가진 대응이었다.
하지만.
“그럴 것 같은데!”
이번에도 신화는 폭권이 작렬하기 전에 살짝 멈췄다가, 또다시 엇박자로 폭권을 전개했다.
첫 번째 공격은 ‘미끼’였고.
두 번째가 ‘진짜’였던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선택지로 신화가 꺼내 든 공격은 폭권 10장인 파붕권이었다.
“……?”
순간,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눈빛이 가이츠에게서 나왔다.
잘못되어도 뭔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눈빛.
그리고 동시에 돌이키기에는 이미 늦어 버렸다는 것을 직감한 눈빛이었다.
다음 순간.
콰앙!
천지가 뒤흔들리는 폭음이 가이츠의 얼굴에서 터져 나왔다.
소리의 크기로만 봐서는 가이츠도 가이츠지만, 신화도 무사할 수 없을 듯한 소리였다.
이 공격이 만약에 어떤 건물에 닿았다면, 해당 층계의 벽과 유리가 모조리 터져 나갔을 것 같은.
그런 위력적인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공격은 방어자인 가이츠만큼이나 공격자인 신화에게도 치명적이었다.
‘그래야만 하는데…….’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고 있는 가이츠의 얼굴에는 더 이상 눈코입이라는 것이 없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터지고, 찢어지고, 으스러져서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는 안구가 터져 나가며 쏟아지기 시작한 핏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얼굴의 입체감을 담당하는 코는 양각의 형태가 아니라 음각이 되어 있었다. 얼굴 안으로 움푹 들어갔다.
그리고 입은 양쪽이 쫙 찢어진 것으로도 모자라, 주인을 잃고 알알이 떨어진 치아가 한가득했다.
“커헉…….”
“잘 당하잖아?”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거스를 수 없는 힘에 휘말려 날아가고 있는 가이츠의 감각에 신화의 기척이 느껴졌다. 바로 위에서.
그것은 즉, 공중에서 신화가 자신의 상단에서 공격 기회를 잡았다는 뜻이었다.
되받아치기가 통하지 않는다.
가이츠는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자신의 되받아치기가 이렇게 허무하게 연속해서 뚫렸던 적은 없었다.
있더라도 어쩌다가 간혹, 정말 예기치 않게 한 번 당하는 정도였다.
그랬기에 변수가 생기더라도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나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 계기이기는 했지만, 적어도 그것이 자신의 발목을 잡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화는 어찌 된 영문인지 완벽하게 자신의 빈틈을 찾아냈고, 순간 연타로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그 와중에 되받아치기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 신화의 상태는 멀쩡하다 못해 아주 좋아 보였다.
“망할.”
짧은 쇳소리와 함께.
푸우욱!
“으컥!”
신화의 스텔라드 검이 가이츠의 복부를 꿰뚫고 들어왔다.
검을 이용한 공격도 당연히 되받아치기가 가능하고, 그래서 함부로 쓸 수 없는 공격이지만.
신화는 이미 계산이 다 끝난 공격이었는지 거침없이 찔렀고, 가이츠도 거침없이 당했다.
허공에서 꼬챙이에 걸린 고기처럼 꿰어 버린 가이츠는 속절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쿠웅!
“쿨럭!”
이내 머리, 목, 등판 어디 하나 제대로 보호할 틈 없이 지면과 정면충돌한 가이츠는 피를 토했다.
쉬이익!
“크허!”
신화가 다시금 검을 뽑았고.
푸욱!
“끄아아아!”
이번에는 왼쪽 쇄골 부위를 검으로 꿰뚫어 버렸다.
꾸우욱.
그리고 왼쪽 발로 가이츠의 오른쪽 어깨를 지그시 찍어 누른 뒤 허리를 숙여 그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어 갔다.
“가이츠, 그래서 말이야. 각성자는 자기 재능에 대해 극한으로 연구를 해야만 하는 거야.”
“쿨럭. 쿨럭…….”
“네 되받아치기 재능은 말이야. 상시 역장처럼 늘 너를 지켜 주고 있는 재능이 아니야.”
“뭐라…… 고?”
“정말 몰라?”
“…….”
긍정하자니 쪽팔리고, 부정하자니 그것 역시 부끄러운 지경이라 가이츠가 입을 닫았다.
그리고.
“네 재능은 말이야.”
신화는 오만한 표정으로 비웃으며, 가이츠에게 다음 말을 이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