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8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83화(282/300)
제 283화
“네 무의식이 개입되는 재능이야. 다시 말해서 저 공격을 막아 내야 한다고 생각할 때, 되받아치기가 발동된다는 거야.”
“…….”
“그리고 연속적인 되받아치기는 안 돼. 한 번 받아치고 난 다음에는 이어지기까지 약간의 시간차가 존재해.”
“크허어억!”
신화의 말을 제대로 곱씹을 새도 없이, 가이츠가 피를 토해 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서 매 공격마다 가짜를 섞은 거야. 그럼 네 무의식은 가짜에 대항해서 되받아치기를 만들어 낼 테니까.”
“그, 그런…….”
“세상에 무적의 존재는 절대 없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늘 자기의 재능에 대해서 연구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지.”
“가, 가, 강신화……!”
빠아악!
가이츠가 절규하듯 말을 내뱉는 순간, 신화의 발길질이 그대로 가이츠의 목을 걷어찼다.
그러자 바닥에 누워 있던 가이츠의 목이 수직으로 꺾이면서 즉사했다. 부러진 목뼈를 되돌릴 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바로 그때.
“어?”
가이츠의 몸에서 출발한 연보랏빛의 버프가 신화의 몸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됐다.
딱히 버프라고 체감할 수 있을 법한 특수한 능력은 없었던 것 같은데, 무엇일지 궁금했다.
[확실한 반격] [적에게 받은 대미지의 45%를 즉시 되돌려줍니다.단, 적이 기존의 자리를 이탈한 경우에는 원래의 자리였던 허공을 강타하게 됩니다.]
“아, 절반은 버프였어? 절반은 재능이고? 가이츠, 어지간히 운이 좋았던 놈이구나.”
신화가 흡족한 표정으로 버프창에 추가된 ‘확실한 반격’을 봤다.
이번 원정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물론 나쁜 놈의 단죄도 확실히 하고.
어쨌든 프라우다의 길드 마스터였던 가이츠는 그렇게 신화의 손에 죽었다.
완벽한 정당방위.
하지만 나중에 귀찮아지는 일을 막고 싶었던 신화는 때마침 전방에 다시 나타난 몬스터를 보았다.
“옛날에는 야생동물에게 자연스럽게 먹혀 없어지도록 시체를 내버려 두는 장례도 치렀다더라. 너도 그렇게 흙으로 돌아가라.”
후웅! 후웅! 후우우웅!
신화가 가이츠의 두 다리를 움켜쥔 뒤 전력을 다해서 그의 몸을 몬스터들에게로 날려 보냈다.
철퍼덕!
이윽고 지면에 떨어진 가이츠의 몸이 둔탁하게 부딪힌 소리가 들려오고.
카우우우!
찌익! 찌이이익!
인간의 피가 가져다주는 오묘한 중독성에 취한 몬스터들이 살점을 게걸스럽게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이츠는 단 몇 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꽤 거창했던 시작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볼품없고 처량하기 짝이 없는 최후였다.
* * *
그 이후, 하루가 흘렀다.
전조 현상인 유성우를 본 다음 날 아침, ‘부활의 꽃’을 가진 이프리트가 전장에 나타났다.
한 줄기 빛과 함께 나타난 것을 보면 분명 어딘가에서 ‘전송’된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그 근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오리무중이었다.
나스 대륙은 아닌 듯한데, 그렇다고 다른 어디인지 알아보려니 말이 통하지 않았다.
즉, 나스 대륙어나 무강 대륙어를 쓸 줄 모르는 제3의 존재였던 것이다.
어쨌든 결과만 이야기하자면, 이프리트도 내 손에 죽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인상적인 녀석은 앞서 일라이저 로우를 죽였을 때처럼 제거했다.
이것이 화염계 재능을 가진 각성자나 몬스터가 가지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자신이 직접 화(化)하거나 구현할 수 있는 불길을 너무 맹신한 나머지, 속성에는 무지했던 것.
이를테면 결빙 능력을 스스로가 압도할 수 있다고 믿거나, 상대의 화염 능력을 얕보는 식이다.
일라이저도 그러다가 내가 심어 놓은 불씨에 비명횡사를 당했는데, 이프리트가 흡사한 재방송을 찍었다.
‘일단 목숨줄 두 개는 확실히 확보했고. 랭크가 변하진 않았지만 마력도 제법 얻었네. 좋아.’
뿌듯한 표정으로 어제와 오늘의 행보를 정리했다. 여러 의미로 알찼던 행보였다.
“신화야!”
“형! 형님……!”
“어디 다친 데 없어? 괜찮아?”
“여어! 다들 반갑군!”
이윽고 약속한 장소에서 팀 미스틱의 동료들을 만났다.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처럼 우리는 꽤 격한 포옹을 나눴다.
잠시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워낙 정신없이 전장을 누비고 다닌 덕분인지 아주 오랜만에 보는 듯했다.
“강신화 씨, 정말 멋지십니다!”
“벌써 인터넷이 떠들썩해요. 어느 포털 사이트를 가 봐도 검색어 순위 1위는 강신화 씨네요?”
동료들의 뒤에 함께 있던 이하성과 나미나도 나를 반겼다.
러시아 대격변 현장에 도착한 이후, 스마트폰 한 번을 들여다볼 새가 없었던 나였다.
한데 나미나가 힘주어 말하는 것을 보니, 매스컴에서 열심히 ‘히어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야 자극적인 기사는 물론이고, 특종이라는 미명 아래 온갖 기사들을 쏟아 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요?”
“보세요. 이게 신화 씨가 직접 처리한 구역이라면서 보도된 기사예요. 이 정도면 뭐, 거의 일인군단이라고 해도 될 정도 아녜요?”
나미나가 내민 태블릿 PC에는 그녀의 말대로 내가 누비고 다닌 전장에 색깔이 입혀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와 비교 대상은 RSA가 토벌한 구역이었다. 한 단체와 개인의 공략 영역을 표시한 것이다.
공방전과 일진일퇴를 반복하는 RSA의 토벌 구역은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그것은 우선 SSS+랭크급 이상의 각성자가 없는 RSA의 현실도 크게 한몫을 했을 것이다.
무보수 봉사직에 가까운 RSA는 유능한 각성자들이 진즉에 다른 길드로 유출된 상태였다.
그러니 국내에 남은 인재는 없었고, 전부 미국이나 독일 등으로 스카우트되어 나간 상태.
어쨌든 그렇다 보니 러시아 대격변의 대처가 미흡했던 게 사실.
반면에 내가 굵직한 보스 몬스터를 제거한 범위는 무려 열 곳에 달했다.
보스 몬스터가 죽게 되면 폭발과 함께 주변의 동족 몬스터들도 함께 소멸되는 만큼.
내가 RSA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토벌했다는 언론의 보도는 결코 과장이 아닌 완벽한 사실이었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은 이에 열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RSA는 식물인간이냐?
-RSA를 너무 욕하지 말란 것이에요. 정신 나간 미친놈처럼 강한 강신화 님이 최고인 거죠.
-강신화, 우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사람 맞지? 방구석 찐따인 나, 가슴이 웅장해진다.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스크롤을 내려 반응을 살펴보니 모두가 하나같이 찬양 일색의 내용들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내용을 보면 왠지 오글거리고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누군가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매우 기분 좋고 명예로운 일이니까.
“어? 강신화 씨, 혹시 지금 통화 괜찮으십니까?”
“예? 갑자기 통화요?”
그때, 이하성이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를 살피더니 내게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누굴까?
“러시아의 총리님이 직접 전화를 거신 듯합니다. 아까도 사실 연락이 왔었습니다만…….”
“저는 통화하기 귀찮으니 별이 누나와 연결해 주세요.”
“……예?”
“비싼 척하겠다는 얘깁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통화를 연결하려는 이하성의 눈빛을 뿌리쳤다. 정치인과의 대화는 딱 질색이다.
게다가 총리는 RSA의 실질적인 최종 결정권자이기도 했다.
이번의 러시아 대격변을 알고도 피해를 입은 것은 그의 어리석음이 한몫을 했다.
그런 정치인과 통화를 해 봤자, 내 입에서 나올 만한 단어는 육두문자에 쌍욕밖에 없을 듯했다.
“어, 어머…….”
윤별이의 입술이 떨렸다.
아무래도 정치인은 누구이든지 간에 통화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미안해, 윤별이.
이번에는 당신이 고생 좀 하자?
* * *
1시간 후.
나와 팀 미스틱의 동료들은 곧 이 근처에서 벌어질 몬스터의 ‘소환’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전생의 역사대로 몬스터들의 등장이 이어지고 있었기에.
나를 비롯한 동료와 KSA의 요원들 모두가 일말의 의심 없이 여기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다들 하나씩 먹어요. 달리 특별하게 준비하진 못했지만 튼실한 놈들로 구했으니까.”
“어?”
“이, 이건……?”
내가 자신들 앞에 무심히 건넨 꽃을 발견한 세 사람은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꽃은 정말 희귀하다.
그 희귀한 각성자도 99% 이상이 죽기 전까지 하나의 꽃도 못 먹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데 내가 마치 간식을 꺼내는 것처럼 꽃을 내놓으니, 놀라 당황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꽃이에요. 나한테는 필요 없고, 세 사람에게 각각 시너지가 너무 좋은 거니까 어서 먹어요.”
“아니, 자꾸 이렇게 아낌없이 주기만…….”
윤별이가 말끝을 흐렸다.
표정이 굳어진 것은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라, 신부님과 한소준도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은 참 마음이 고운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먹어요. 안 먹으면 버립니다?”
내가 손을 뻗어 당장에 눈앞에 보이는 꽃 하나를 구겨 없앨 듯한 시늉을 하자.
“아아아앗!”
당황한 신부님이 다급하게 꽃을 챙겨서는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물론 그것은 계산된 행동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꽃을 없앨까 봐 그랬다는 것을 안다.
“세 사람이 앞으로도 더 열심히 활동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줘요. 자, 어서들 먹읍시다?”
가늘게 뜬 눈으로 세 사람을 번갈아가며 살피자, 이내 내 눈빛을 느낀 나머지 둘이 꽃을 먹었다.
이렇게라도 억지로 먹이지 않으면 계속 거절만 할 사람들이라 밀어붙인 것이 잘 먹혔다.
나는 셋이 완전히 꽃을 씹어 넘긴 것을 확인하고는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이제 제가 없더라도 세 사람이 제 자리와 그리고 팀 미스틱의 힘을 대신해 줘야 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신화야?”
이야기의 전제에 ‘제가 없더라도’라는 말이 있어서인지, 윤별이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되묻는다.
“말 그대로예요. 제가 없더라도 팀 미스틱은 지금처럼 잘 굴러가야 한다는 얘기죠.”
“어디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 왜 그래?”
윤별이의 눈 초점이 흔들린다.
질끈 깨문 입술에서 감정의 동요가 느껴진다. 한소준과 신부님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이 난다.
“어쨌든 그게 제가 원하는 ‘밥값’이에요. 다들 앞으로도 노력해 줘요. 내게 너무 의지하지 말고.”
“무슨 말인지 알겠다. 좀 더 주도적으로, 자주적으로 활동하라는 뜻이겠지?”
“맞아요. 그렇다고 별이 누나처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고요. 하하.”
신부님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 주었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기 전에 신부님이 미리 진화를 해 주는 느낌이었다. 이런 센스는 좋다니까.
“전부터 네가 말했던 은퇴……. 그 은퇴 결심이 머지않았나 보네, 그렇지?”
“맞아요. 이번 일을 마무리 짓고 나면, 한두 달 내로 어떤 식으로든 은퇴할 것 같아요.”
나는 ‘어떤 식’이라는 표현 앞에 붙였어야 하는 문구를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그것은 바로.
‘죽든 살든.’
이라는 문구였다.
레체로와의 최종전은 내게 그런 의미였다.
내가 전투에서 승리해서 생존한다면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났으니 행복하게 은퇴.
패배한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리 없으니, 볼 것도 없이 ‘이승’에서 은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