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94)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94화(293/300)
제 294화
“…….”
“왜 박수 안 쳐?”
“……하하. 하하하.”
짝짝짝. 짝짝짝.
“그래, 듣기 좋네. 갑자기 치던 박수를 안 치니까 이상하잖아?”
“대단하군요. 솔직히 의외예요. 이렇게 강한 사람이 왜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을까, 하는?”
“강하다고 인정은 하네?”
“인정을 안 할 수가 있나요. 다 죽었는데. 물론 그래 봤자 열 놈이 저 하나를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만.”
미카시스가 잔뜩 똥 씹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아까만 해도 너 좀 한다? 이런 느낌으로 박수를 쳤는데.
지금은 꽤 놀란 듯한 느낌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허세를 부리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랄까.
친위 기사 열 명을 모두 죽였다.
이왕이면 깔끔하게 전투를 끝내고 싶었는데, 그래도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는지 한 방 먹었다.
한쪽 다리를 ‘잃었던’ 것이다.
신속 재생 덕에 잃은 다리를 바로 되찾았지만 섬뜩했던 경험이었다.
화아아아아!
점점 더 주제단의 연기는 짙고 강렬해지고 있었다. 덩달아 통곡의 벽도 더 두꺼워진 느낌이었다.
레체로의 기척이나 반응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놈은 의식에 집중하고 있는 듯했다.
“괜히 부하들은 부르지 마. 와 봤자 좋은 꼴 보기 힘들어. 이미 증명이 됐잖아?”
주변을 가리켰다.
마치 운석 충돌의 현장에 있던 나무들을 보는 것처럼 시체가 전부 밖으로 눕혀져 있었다.
레체로와 미카시스를 지키겠다고 제단 아래에서 다급히 올라왔던 교단 단원들의 시체였다.
미안하지만 나에게 이런 녀석들은 ‘파리 목숨’과 같은 존재들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무런 방해도 되지 못한다. 작은 티끌만큼의 방해도.
그러니 내 앞에서는 완벽히 개죽음인 셈이다. 나는 미카시스에게 그 점을 확실하게 짚어 줬다.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시간 끌지 마.”
“딱 세 가지만 답해 주시면 닥치고 전투에 임해 드리죠.”
“답하지 않고도 전투에 임하게 만들 수 있는데?”
내가 한 걸음 앞으로 움직이자, 미카시스가 바로 대검을 사선으로 겨누며 대응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쫄지 마. 키 안 큰다.”
“시시껄렁한 농담이군요.”
“들어 보자. 너무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 아니면 답해 줄게. 저기 네가 모시는 높으신 분도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말이다.”
“좋습니다.”
“그 기분 묘한 존대는 안 하면 안 돼? 은근한 목소리도 그렇고…… 남자 좋아하냐?”
“좋아하면 안 됩니까?”
“이거 완전 또라이네.”
최종 보스전에 만난 녀석치고는 별종을 만났다. 어쨌든 얘기나 좀 들어 볼까.
“당신은 어디에서 온 사람입니까?”
“첫 번째 질문?”
“그렇습니다.”
“지구에서 왔다. 네놈이 알지 모를지는 모르겠지만 레체로가 다섯 사도를 보낸 세계에서 왔지.”
바로 그때.
화악!
나는 제단 안쪽 방향에서 강렬한 살기가 내 쪽으로 단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혹시나 했던 생각을 사실로 확인한 레체로의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이유가 궁금하겠지.
“어떻게 온 거죠?”
“질문인가?”
“아닙니다.”
“그럼 잘 생각해 봐.”
“……질문으로 해 보겠습니다. 어떻게 왔습니까?”
“차원을 넘어왔어. 이걸 자세하게 설명해 주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지구에서 나스 대륙으로 넘어온 거다. 너희들 때려잡으려고.”
“정말입니까?”
“주변 상황을 보면 몰라? 전부 때려잡고 있잖아. 그리고 다음은 너야. 자, 마지막 질문.”
“당신은 오블란과 어떤 관계입니까?”
“딱히 아무 관계도 아냐. 난 너랑 레체로의 ‘대가리’만 확실하게 부수고 나면 여길 뜰 거야. 나스 대륙에 안 있을 거라고.”
“……그들을 돕지 않는데 왜 우리를 공격합니까?”
“질문 개수가 초과됐지만 서비스로 말해 주지. 그건 너희들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미래가 내 X 같은 은퇴를 방해했기 때문이야.”
“은퇴를 방해했다……?”
“됐다. 이제 싸우자. 마침 쉬고 싶었는데, 딱 한숨 돌릴 만큼만 대화했네. 이젠 피로가 다 풀렸어.”
“오블란도 제 상대가 안 되는 소드 마스터입니다. 쉽지 않을 겁니다.”
“영화나 소설 보면, 꼭 죽을 놈이 그런 말을 많이 하더라고. 쉽지 않을 거다. 널 죽여 주겠다 등등.”
“후후.”
“실력으로 그 말이 틀렸음을 증명해 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미카시스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블링크 링은 쓰지 않기로 했다. 주변에 워낙 마력 간섭 현상이 심해서다.
애초에 제단 자체가 거대한 차원석과도 같았다. 그래서 이동 기술을 쓰는 것은 곧 자살행위였다.
미카시스가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대검을 힘껏 움켜쥐자.
고오오!
제단 전역에 흩어져 있던 암흑 기가 미카시스를 향해서 집결하기 시작했다.
그 암흑 기의 대부분은 방금까지 열심히 싸우다가 목숨을 잃은 부하들의 암흑 기였다.
‘흑마술을 사용할 줄 아는 기사라서 무척 까다로웠지.’
녀석에 대한 기억은 선명했다.
사실상 마검사나 다름없는 녀석이라 무척 까다롭게 상대했던 기억이 있는 것이다.
물론 그때의 기억은 10년이 훌쩍 지난 이후 미카시스가 더 강해진 시점의 모습이었고.
지금은 아직 완벽하게 성장하지 않은 모습일 것이다.
승산은 충분히 있다.
물론 자만해서는 안 되겠지만.
‘예전에 묵철이 내게 말했었지. 폭권을 1장부터 10장까지 쭉 차례대로 먹여 보고 이걸 다 버텨 내는 놈이 있으면 미련 없이 물러서라고. 좋은 전투력 측정기라고.’
나는 씨익 웃으며 미카시스를 향해 폭권 1장을 전개했다.
폭권 1장, 폭권.
피격당한 적으로 하여금 심각한 진탕을 유발하는 기초 공격이다.
회귀하자마자 내게 시비를 걸었던 박도원을 바로 골로 보내 버린 일격이기도 했다.
“하아압!”
전력으로 폭권의 열기가 실린 주먹을 미카시스에게로 뻗었고.
티잉!
미카시스는 검 앞으로 만들어 낸 은회색 빛의 결계를 활용해서 공격을 막아 냈다.
“이게 다입니까?”
재수 없게 여유 가득한 멘트까지 섞어 가며 미카시스가 도발했다. 물론 신경도 안 썼지만.
“이제 시작이야.”
바로 폭권 2장.
압권을 전개했다.
마치 프레스 기계로 압착하듯이 묵직하게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것이 일품인 권법.
“크음……!”
미카시스가 공세로 전환하려다가, 내 폭권이 바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는 수세로 전환했다.
마검사는 까다롭다.
특히 마법과 검술을 조합해서 빈틈을 치밀하게 없애고 공격성을 강화하면 상대편은 그만 혀를 내두르게 된다.
나는 미카시스에게 전투의 주도권을 넘길 생각이 없었다. 넘어가면 그만큼 시간이 끌 테니까.
쿠우웅!
“읍!”
앞서 1장은 쉽게 막았던 미카시스가 이번에는 신음을 살짝 토해 내며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결계는 건재했고.
당연히 미카시스의 신체 어디에도 작은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계속 막아 보라고!”
속도를 높였다.
폭권 3장, 광권. 난격 권법이다.
콰콰콰! 콰콰! 콰콰콰!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가 나면서 내 주먹이 내 눈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미카시스를 난타했다.
카직! 카직! 카직! 카챙!
“제길!”
이번에는 방어 결계가 깨졌다.
그러자 미카시스는 검기를 끌어올려 방어막을 만들어 냈다. 약칭 ‘검막’이라고 불리는 형태.
실드보다 훨씬 더 내구성이 좋은 방어 수단이다.
진즉에 검막을 쓰지 않은 이유는 하나. 내 수준에 맞춰서 대응을 하기 위함이었겠지.
“잘 막네.”
“주먹 장난에 당하겠습니까?”
“하긴 그것도 그래.”
광권이 안 먹힌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다음을 보여 줄 수밖에.
화르르륵!
이번에는 화권이었다.
불의 권.
과거의 화권은 지금보다는 훨씬 약했다. 그때는 속성에 대한 깨달음이 없었을 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속성의 꽃을 먹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화신 버프까지 있는 상태다.
녀석이 내 화권의 경지를 함부로 얕본다면…….
“하아압!”
“어림없습니다!”
파직!
“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의 상황이 벌어졌다.
내가 펼친 화권을 검막으로 대응하려던 미카시스의 결계가 박살 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결계를 박살 내고도 화력이 한참 남은 주먹은 순식간에 미카시스의 검까지 녹여 버렸다.
붉게 달아올라 있는 내 오른팔은 그 자체가 하나의 펄펄 끓는 용암과도 같은 상태였다.
과거 화권이 화력 1의 권법이었다면, 지금은 화력 10에 달하는 권법인 셈.
퍼억!
“끄악!”
폭권의 네 번째 장에 도달하는 순간, 드디어 미카시스의 몸에 타격을 입혔다.
그래도 잘 버틴 축에 속했다.
말이 좋아서 폭권 4장이지, 방금의 화력은 7장, 8장 그 이상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니까.
쿠웅! 쿵! 쿵!
미카시스는 볼썽사납게 지면을 세 번이나 구르며 날아갔다.
‘마력은 넉넉하다.’
예전에는 폭권 5장, 6장만 넘어가도 마력이 부담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새 사용한 마력이 빠르게 회복된 것은 물론이고, 여분의 마력도 넉넉한 상태였다.
‘다음은 연계다.’
바로 폭권 5장, 6장을 연속으로 전개할 준비에 들어갔다.
폭권 5장, 진권.
상대의 방어력을 순간적으로 크게 낮추는 일종의 디버프 형태의 권법이다.
폭권 6장, 번권.
하나의 점을 고화력으로 연속 타격하는 ‘난 한 곳만 패’라는 식의 맹렬한 타격법이다.
이 둘은 세트로 묶었을 때 가장 효율이 좋다.
방어력이 크게 떨어진 물 몸을 부수기에는 한 곳만 작정하고 패는 것만큼 좋은 게 없으니까.
다음 순간.
티잉!
“……?”
진권 특유의 언밸런스한 타격음에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맞긴 맞았는데, 그다지 아프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충격음도 가벼웠기 때문이다.
이놈도 아직 영글려면 멀었다.
세상 모든 전투가 자기 생각대로 흘러갈 리가 있나.
“뭐 하냐!”
뻐어어억!
“크아아아악!”
연이어 번권이 미카시스의 복부에 정확하게 들어갔다.
타격음 자체는 한 번인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 안에 수십 번의 연타가 이어지는 공격이다.
번권은 맞는 사람도 아프지만, 때리는 사람도 아프다.
순간적으로 모든 관절과 근육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연타 공격을 퍼붓기 때문이다.
쿠웅! 쿠쿠쿠쿵!
이번에는 꽤나 멀리 미카시스의 몸이 날아갔다.
마치 투포환을 하는 느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포환 – 미카시스 – 을 보는 느낌이다.
이제부터 한 번을 쓸 때마다 마력을 전량 소모하는 공격이 시작된다. 가볍지 않다.
그래서 변주를 줬다.
폭권 8장, 진격권.
시간차로 대폭발을 일으키는 권격을 먼저 전개한 뒤, 이어서 폭권 7장인 괘당권을 전개했다.
바닥을 드러낸 마력은 즉각 윌슨을 이용해 공백을 보강하는 것으로 빠르게 메웠다.
7장과 8장은 접근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원거리 타격이 가능한 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단, 미카시스가 딛고 있는 자리를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도록 정밀한 조정은 일찌감치 끝내 놨다.
그리고.
“……크윽.”
후웅!
곧바로 몸을 일으킨 미카시스는 본능적으로 주변을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그어 냈다.
좋은 대응이다.
내가 접근할 수도 있으니까.
예상 경로를 차단하면서 시간을 버는 것은 가장 이상적이고 또 이성적인 선택이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이다.
하지만 나는 ‘상식’을 따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