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95)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95화(294/300)
제 295화
“…….”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미카시스는 갑자기 생겨난 인지 부조화의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까지 신화는 자신을 매섭게 밀어붙였다.
처음에는 충분히 받아 낼 만하다고도 생각했는데, 점점 위력과 강도가 커져 갔다.
이것은 앞서 레크나트 나이츠의 전투에서 알아냈던 신화의 힘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신화가 폭권 4장을 펼쳤을 때부터 미카시스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생각을 했다.
선 수비, 후 역습.
이것은 미카시스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필승의 패턴이었고, 나름 성공률도 높았다.
견고한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의 약점을 파악, 불시에 빈틈을 찌르는 공격법은 항상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방어하기에 급급한 탓에 신화의 빈틈을 살피기가 어려웠고, 점점 공세는 커져만 갔다.
종국에 이르러서는 견뎌 내지 못하고 그만 날아가 버린 것이다. 사실 여기서 한 방 크게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전력을 다해 반격의 수를 펼친 것인데, 정작 신화는 접근하지 않았던 것이다.
노림수에 대응하는 역노림수가 빗나간 셈이다.
왜일까?
그 물음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퍼석! 퍼서서석!
“끄허!”
미카시스는 복부 안쪽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고통에 신음을 토해 내며 바로 주저앉았다.
다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이, 이럴 수가…….’
직접 내려다본 것은 아니었지만, 미카시스는 자신의 복막 어딘가에 이상이 생겼음을 느낄 수 있었다.
찢어지고 터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퍼서서석!
“끄아아아!”
2차 폭발이 일어났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배 속에다가 폭약을 잔뜩 넣어 놓은 다음 한 번에 터뜨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뻐억!
“크허!”
시간차로 날아온 신화의 괘당권이 십자가 형태의 충격파를 만들어 내며 그의 안면을 덮쳤다.
위아래로 흠씬 두들겨 맞는 일격이었다.
“끄어어어…….”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입이 허락하는 소리는 그저 신음을 토해 내는 것밖에는 없었다.
방금의 일격으로 놓쳐 버린 검이 바로 옆에 보이는데, 한 손을 뻗을 힘조차 없었다.
주르르륵.
“아……?”
미카시스는 검에 손을 뻗기 위해 몸을 옆으로 살짝 돌렸을 때.
상처를 따라 분명히, 아주 선명하게 느껴지는 시원한 감각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복부의 상처들을 비집고 나와서는 공기 중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 버린, 자신의 창자였다.
‘9장이랑 10장은 아꼈네.’
신화는 먼지가 묻은 양손을 탁탁 털어 내며, 미카시스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대놓고 앞에서 걸어오고 있었지만, 미카시스는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신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차하면 레체로가 안에서 튀어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더 암흑 기가 짙어지는 것으로 봐선 레체로도 이제 끝이 보이는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시간을 더 주게 된다면, 자칫 레체로가 주제단을 완성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나, 나는…….”
처업!
“컥!”
이미 제단 쪽으로 시선을 옮긴 신화가 미카시스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힘껏 들어 올렸다.
그리고.
퍼석! 퍼석! 퍼서석!
마침 옆에 보이는 돌부리에 미카시스의 얼굴을 정면으로 찍었다. 마치 바위에 호두를 깨 먹듯이.
횟수는 세 번이면 충분했다.
첫 번째에 얼굴이 엉망이 되었고.
두 번째에 얼굴뼈가 박살났고.
세 번째에는 두개골과 머리뼈가 통째로 가루가 되어 버렸으니까.
그것으로 끝이었다.
미카시스가 죽었음을 확인한 신화는 전력으로 통곡의 벽을 향해 달렸다.
요행히 죽지 않고 통과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부활의 꽃을 쓸 생각으로 미련 없이 달렸다.
투타타타타!
홰애애액!
이윽고 신화의 몸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통곡의 벽 안으로 파고들었다.
혹시나 해서 화신 버프를 이용해 몸을 유사한 불길로도 둘러 봤지만…….
‘얄짤 없구먼.’
소용없었다.
통곡의 벽을 통과하는 그 상태에서 신화는 바로 죽었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되살아났다.
그 ‘시간차’를 신화는 노렸다.
죽자마자 바로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잠깐이지만 그 사이의 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은 ‘부활의 꽃’을 설계한 어떤 절대적인 존재의 작은 실수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죽었다.
부활의 꽃은 그렇게 하나가 소진이 됐고, 신화는 꽃을 통해 새 생명을 얻으며 목적을 이뤘다.
타탁!
말끔해진 새 몸으로 지면에 착지한 신화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레체로였다.
레체로는 신화가 살아서 통곡의 벽을 넘어올 것이라고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죽었다가 살아나서 온 것이지만, 부활의 꽃을 알지 못하는 레체로에게는 말이 안 되는 일.
레체로는 당황스럽고도 황당한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레체로, 이 씨X 새X야……!”
신화는 지금까지 참고 억눌러 왔던 모든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 그대로 레체로에게 주먹을 날렸다.
부활과 동시에 마력도 모두 채워졌기에 에너지마저 흘러넘치는 상황이었다.
퍼어억!
“커헉!”
이보다 더 시원하게 들릴 수 없는 타격음과 함께 레체로의 몸이 한참을 날아갔다.
실드 같은 보호 마법을 쓸 틈도 없이 정말 무방비 상태에서 맞아 버린 일격이었다.
그나마 신화에게 얼굴을 얻어맞기 전에 본능적으로 아머 마법을 쓴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날아가는 정도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목이 720도는 족히 회전했을 테니까.
“개XX!”
이어서 욕설을 퍼부으며 신화는 쉴 틈도 주지 않고 레체로에게 쇄도했다.
레체로는 바보가 아니었다.
영악하고 영리한 놈이다.
아주 약간의 시간만 주어지면 바로 반격의 수를 떠올리는 아주 이성적인 악마다. 그러니 공격의 속도를 더 높여야 했다.
다음 순간.
키히히히.
“제길.”
역시 예상한 대로 레체로가 흑마법을 펼쳤다.
그것은 지면 아래서 죽은 자의 손길을 뻗어 내어 상대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악독한 흑마법이었다.
죽은 자로 하여금 안식을 취하지 못하게 만들고 영원히 흑마법사의 하수인으로 종속시키는 흑마법.
사아악! 서걱! 서걱!
“망할.”
앞으로 움직이려던 신화가 망자의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녹아내리는 자신의 두 다리를 보고는 뒤로 물러섰다.
과연 9클래스의 흑마법은 달라도 많이 달랐다.
소환한 하수인의 손길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살점을 녹이게 할 수 있을 정도라니…… 섬뜩했다.
“그래. 이래야 흑마법사 레체로답지! 걱정했다고. 한 대 맞자마자 바로 뒈지는 건 아닌가 해서.”
“카아악, 퉤.”
레체로가 얼얼하다 못해 감각이 사라진 것 같은 뺨을 어루만지며 피가 섞인 가래를 뱉었다.
레체로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세게 맞아 본 경험이 없었다.
항상 엘리트로 최고의 자리를 걸어왔던 레체로에게 맞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의 얼굴에 생채기를 낼 수 있는 실력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맞수라고 할 만한 자가 있다면 오블란 정도.
하지만 그는 부상 후유증을 갖고 있는, 한계가 뚜렷한 적이었다.
신화가 레체로와 제단의 코어를 번갈아 조심스럽게 살폈다.
마음 같아서는 코어부터 박살 내고 싶었지만, 레체로가 자신의 그런 생각을 모를 리 없었다.
앞서 부제단 다섯 곳을 박살 낼 때, 그 무엇보다 전력을 다해 깨부순 것이 코어였으니까.
레체로를 과대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생에도 레체로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독종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한쪽 팔이나 다리를 미끼로 삼아 필살의 노림수를 만들어 내곤 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신화와 레체로는 똑같았다.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하고 움직일 수는 없었다.
어설픈 녀석에게야 한두 번 실수가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지만, 레체로 앞에서 실수하면 죽음을 당할 뿐이었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더라도 똑같이 적용될 논리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시간여행자, 이름이 뭐지?”
“통성명은 해서 뭐 하게?”
“그냥 듣고 싶을 뿐.”
“강신화다.”
“강신화……. 어색한 이름이군.”
“그럼 뭐 멋들어진 이름이라도 갖고 있을 줄 알았어?”
“나는 네게 개인적인 원한을 산 일을 한 적이 없다. 우리 교단도 네게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맞아. 아무것도 하지 않기는 했지. 아직은.”
“아직은…… 이라.”
“자꾸 논리나 이론 따위로 나를 설득하려고 하지 마. 어차피 처음부터 네 목적은 나스 대륙에 이어서 다른 차원계까지 네 손아귀에 두는 것이었잖아.”
“…….”
“지금은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지? 어차피 꾸고 있는 꿈이 개쓰레기 같은 더러운 꿈인데 말이야.”
“분노가 가득하군.”
“가득하지. 미래의 네놈 때문에 내가 사는 세계가 아주 쑥대밭이 되었고, 동료들이 모조리 죽었으니까.”
“네 녀석의 반응을 보니 미래의 나는 성공한 모양이군?”
“그래. 축하한다, XX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을 네가 열심히 누비고 있다는 것은 널 인도하는 미래의 누군가가 있는 모양이군.”
“캬, 역시 머리 좋네. 맞아.”
“널 죽이면 모든 시간선에 존재하는 나, 바로 이 레체로 님이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겠군!”
“왜? 상상하니까 벌써 XX가 불끈불끈하냐? 아! 너 고자지? 흑마법을 극한으로 연성하면서 아랫도리를 제물로 바친 걸로 아는데.”
정곡을 심하게 찌른 걸까?
레체로가 양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진짜였어? 아니면 바로 아니라고 해야지, 인마!”
“사도들과의 모든 연결이 끊겼던데.”
레체로가 화제를 돌렸다.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아, 그거. 사도 넷은 죽고, 카스론은 대전이 술식을 내가 함께 깨 줬어. 이제 네가 가진 보험은 전부 거덜이 난 셈이야.”
“그건 불가능하다.”
“불가능한지 아닌지는 지금 대전이를 시도해 보면 되겠지? 대전이가 되면 내 말이 허풍인 거고, 안 되면 뭐…… 죽어야지.”
“널 죽이는 게 빠르겠군.”
“정답. 우리 후회 없이 한번 싸워 보자. 나도 네 모가지를 날려 놔야 편하게 쉴 수가 있거든.”
“영원한 안식은 내가 선물한다.”
“그래. 입으로는 뭔들 못 말하겠냐. 그렇게 말하면 나도 신이고 절대자지. 개소리는 그 정도면 됐고 덤벼라. 죽기 딱 좋은 날 아니냐!”
신화의 외침에 레체로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어느덧 몰려온 먹구름이 비를 쏟아 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투툭. 투둑. 투둑. 쏴아아아.
이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굵어진 장대비가 신화와 레체로의 몸을 거칠게 때리기 시작했고.
휘이이이이!
이내 강풍이 불어닥쳤다.
갑자기 날씨를 바꾸는 버튼이라도 누른 듯, 급격하게 일어난 기상 변화였다.
스르륵.
레체로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통곡의 벽을 없애 버렸다.
레체로에게도 기동 범위를 제한하는 만큼, 이제는 필요 없었다.
그리고.
“전력으로 널 분쇄하겠다.”
레체로는 짧고 굵게 신화에 대한 확실한 살의를 표출했다.
“콜. 받고 시체 능욕 더.”
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체로 같은 악인에게는 백번을 해도 모자랄 것 없을 퍼포먼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