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97)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97화(296/300)
제 297화
뛰는 놈 위에는 항상 나는 놈이 있다.
그리고 자신은 항상 나는 놈의 위치에서 적을 유린하고 살육하는 것을 즐겼다.
레체로가 신화의 위협적인 공격이 이어질 때 꺼내 든 선택지는 바로 헤이스트였다.
그러나 3클래스의 마법인 헤이스트가 아니었다.
악마와의 계약자로서 자신의 수명 일부를 담보 삼아 가져다 쓰는 악마의 헤이스트였다.
데몬 크레이스, 헤이스트.
9클래스 흑마법보다도 더 많은 암흑 기를 소진하면서 동시에 수명까지 갉아먹는 비장의 한 수였다.
그 순간, 신화가 자신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지 못하고 당황했을 때.
레체로는 희열을 느꼈다.
사실 전투 시작부터 얼굴을 한 대 맞고 싸움이 시작되었던 데다가.
좀처럼 답보 상태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신화에게 주도권을 넘겨준 것이 영 신경 쓰였던 레체로였다.
한데 전환점이 마련된 것이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은 신화의 뒤통수였고, 그의 반응은 여전히 늦었다.
‘데몬 페시스트, 헬 파이어.’
레체로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지옥의 불길을 만들어 냈다.
악마의 힘까지 더했으니 9클래스 이상의 참혹한 지옥의 맛을 보게 될 것이다.
레체로는 확신했다.
다음 순간.
화아아아악!
“끄아아아!”
거대한 불길이 바로 앞에서 신화를 덮치고, 신화의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불길에 가려진 실루엣만 보이긴 했지만, 영락없이 사람의 몸이 불타오르는 광경이었다.
이내 실루엣은 점점 작아졌고, 가루가 되는 듯하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크, 크흐흐. 크하하하!”
노림수는 대성공이었다.
역시 작정하고 모든 힘을 개방하여 전투에 임했더니 시간여행자도 별것 아니었다.
잠시나마 혹시 패배하지는 않을까, 험한 꼴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후후후…….”
레체로는 눈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신화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을.
힘을 좀 아낀답시고 머뭇거렸던 탓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기긴 했지만, 이 정도면 그대로 쓸 만한 훈장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바로 그때.
쉬이이익!
“……?”
등 뒤에서 파공음이 들렸다.
바람 소리는 아니었다.
뒤를 돌아보면 절대로 안 될 것 같은 상황. 하지만 본능은 생각보다 빨랐고, 레체로는 고개를 돌렸다.
“부활이다, 이 새X야!”
퍼어억!
“끅……!”
그 순간, 레체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뒤에서 자신에게 일격을 가한 사람은 바로 신화였다.
방금 코앞에서 한 줌의 재, 아니 재도 되지 못하고 소멸해 버린 것이 신화였다.
악마 페시스트의 힘을 빌어서 만든 헬 파이어는 영혼마저 소멸시킨다는 말이 있을 만큼 강력했다.
그런데…… 신화는 멀쩡했다.
심지어 몸에 나 있던 상처도 말끔히 사라진 후였고, 모든 것이 말짱한 상태로 보였다.
콰쾅! 쾅! 쾅!
한참 멀리 날아간 레체로의 몸이 제단의 대리석을 부수며, 볼썽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바로 고통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레체로는 제단과 부딪힌 어깨와 팔꿈치 뼈가 골절됐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쿨럭!”
이번에 입은 내상은 상상을 초월했다.
날아드는 신화의 주먹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몸을 비틀기는 했는데, 대신 맞은 부위가 복부였다.
아까의 전투에서도 몇 차례 공격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그때는 그래도 참고 인내할 만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마취를 안 한 상태에서 복막을 가르고 창자를 누군가가 마구 휘젓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크아아악!”
고통스러웠다.
레체로는 알지 못했지만 방금의 일격에 신화는 거의 ‘전부’라도 해도 될 만큼의 위력을 담았다.
먼저 폭권 9장인 파붕권을 썼다. 마력을 전부 소진하는 부담이 있지만, 그래서 ‘정신 나간’ 파괴력을 가진 권법이었다.
여기에 추가 속성을 부여했다.
화염, 결빙, 뇌전 속성을 주먹 하나에 담아냈던 것이다.
속성의 혼합이었다.
서로 물리고 무는 상성 관계에 있는 세 가지 속성이 한 곳에서 뭉칠 경우 그 반발력이 엄청났다.
쉽게 섞이기는 힘들지만, 한번 섞게 되면 셋이 융합반응을 일으켜 엄청난 공명을 일으킨다.
신화는 그 반발력을 움켜쥔 손으로 짓눌러 가면서 – 정말 무식한 짓이었지만 그니까 할 수 있었던 – 뭉쳐 버린 것이다.
그 상태에서 레체로를 타격하는 순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한꺼번에 속성의 힘이 터져 버린 셈이었다.
눈에도 보이지 않고, 심지어 느낄 수도 없는 공명이 만들어 낸 살상의 충격파.
마치 소리 소문 없이 방사능에 피폭된 것처럼, 레체로는 그렇게 신화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충격파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힘을 고스란히 받아 낸 것이 레체로의 오장육부였다.
파붕권은 충격파를 온전히 막아 낼 수 있도록 로브 안에 덧대어 입고 있었던 항마 갑주마저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설계된 노림수를 역으로 노린 노림수였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생각했을 레체로에게!
나는 놈 위에 더 높이 나는 놈이 있음을 알려 준 셈이었다.
쿠과과과!
신화가 지면을 박차며, 초월 가속을 이용해 레체로에게 맹렬하게 질주했다.
대놓고 신화가 정면에서 접근하고 있었지만, 레체로는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했다.
무엇보다 복부 아래, 즉 하체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단순히 장기만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방금의 일격으로 척추에도 문제가 생긴 듯했다.
치명적인 일격을 당했다.
전투에서 수십, 수백 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싸우는 건 레체로의 장기였다.
결국 신화의 빈틈을 발견했고, 노림수가 적중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생각을 비틀어서 만든 노림수, 그 자체를 신화가 예상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무엇보다 이 노림수를 완성하기 위해 사용한 능력이 ‘부활’이라는 점이 레체로를 절망스럽게 만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지구에는 사람의 목숨을 되살려 주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일까.
마법의 끝에 도달한 레체로도 죽은 사람을 말끔하게 부활시키는 능력은 없었다.
그것은 악마의 계약으로도 결코 이뤄 낼 수 없는 기적이었다.
심지어 마왕 레크나트도 할 수 없는 기적이었다. 하지만 신화는 그것을 해냈다.
살고 싶다.
레체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눈앞의 남자.
신화 앞에서는 이제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똥폼 잡지 마, 새X!”
빠악!
“크헉!”
하지만 단숨에 거리를 좁힌 신화가 오른발을 이용해 레체로의 턱 아래를 그대로 올려 찼다.
누가 보면 축구공을 차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경쾌하게 차올린 것은 레체로의 ‘머리’였다.
쿠웅!
제동을 걸 틈도 없이 붕 떠오른 레체로의 몸이 마치 백덤블링을 하듯이 360도 공중에서 회전했다.
볼썽사납고 쪽팔리는 광경이었지만, 문제는 이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이 레체로에게 더 이상 없다는 점이었다.
“쿨럭! 쿨럭! 쿨럭!”
연신 터져 나오는 것은 피가 섞인 기침뿐이고, 전신의 뼈가 죽을 것 같은 고통으로 마구 아우성쳤다.
레체로는 알지 못했다.
지금의 신화가 태초의 힘 버프로 7배에 달하는 대미지 ‘뻥튀기’를 달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화아아아악!
그 와중에도 정신을 집중한 레체로가 전력을 다해 신화에게 흑마법을 전개했다.
하지만.
푸슉!
정직하게 직선으로 날아간 흑마법은 신화의 의도된 액체화에 걸려 관통하고 지나갔다.
이미 신화는 레체로의 반격을 감안하고 관통을 허용한 공격이었다. 속도를 줄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푸욱!
“크아아아아!”
레체로의 왼쪽 가슴, 심장에서 불과 손가락 한 마디 거리 차이밖에 안 되는 곳에 검을 찔러 넣었다.
다음 순간.
레체로는 움직임이 크게 억제되는 왼손 대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오른손을 활용하려 했다.
잠깐 집중할 시간만 있다면 반격을 위한 흑마법을 펼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니까.
빠지지직!
“커으억!”
하지만 그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신화가 남는 한 손을 활용해 전류의 속성을 머금은 기운을 방출했기 때문이다.
마법처럼 장거리 타격은 불가능했지만, 바로 코앞에서 전류를 즉시 전달하는 것은 쉬웠다.
“끄그극. 끄극. 끄그극.”
태어나서 당해 볼 수 있는 모든 굴욕을 압축판으로 당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거부할 수 없는 전류가 매섭게 온몸을 휘젓자, 의지와 관계없이 레체로는 대소변을 지리고 말았다.
체인 라이트닝 같은 마법에 간접 피격을 당한 것이 아니라, 몸속에 전류가 침투한 탓이었다.
“나보다 더 너를 원망하고 증오했을 사람의 이름을 빌려서 네 목을 날려 주마, 레체로.”
“끄극. 끄극. 끄그극…….”
인사불성이 되어 버린 레체로는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제아무리 모든 것을 다 가진 대마법사라고 해도, 결국은 인간이었다.
신화가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
무적(無敵)의 존재는 없다는 말은 레체로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진리였다.
“니콜라스. 너의 이름으로 내가 끝낸다. 이 새X, 니콜라스 네 이름으로 끝낸다고!”
“크아아! 내가 이렇게 죽을 것 같……!”
“X 까, 이 XX야!”
레체로가 악에 받친 발악을 쏟아 내려는 찰나.
쫘아아악!
분노를 가득 담은 신화의 검이 왼쪽 가슴에서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얼굴 한가운데를 시원하게 가르며, 그야말로 레체로의 얼굴을 반 토막 내 버렸다.
반으로 쪼개진 수박처럼 갈라진 레체로의 얼굴은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며 양쪽으로 벌어졌다.
“후아. 후아. 후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부활의 꽃을 짧은 시간에 두 번이나 반복해서 썼더니, 몸에 엄청난 과부하가 걸린 느낌이었다.
“크헉.”
전투가 끝났다는 안도감.
혹은 긴장감이 풀리면서 찾아온 탈진 때문이었을까?
신화는 방금까지만 해도 굳건하게 딛고 있던 두 발에 힘이 쫙 빠지는 것을 느끼며.
쿠웅!
그 자리에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그 순간, 블랙아웃이 찾아오면서 모든 시야가 아찔해지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게 만드는 심장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맥동했다.
이 몸이 얼마나 극한까지 희생을 하며 고생했는지를 단적으로 알려 주는 증거였다.
한데 바로 그때.
쿠아아아!
“……?”
신화는 갑자기 빗줄기가 쏟아지는 하늘의 먹구름 어딘가에서 제단으로 접근하는 무언가를 봤다.
빗방울에 가려져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사람의 모습은 아닌, 괴상망측하게 생긴 무언가였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하게 주제단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저것이 무엇인지, 누구인지, 왜 여기에 오고 있는지를 생각할 겨를 따윈 없었다.
“하아, 귀찮게.”
신화는 만약을 대비해서 이끌어 낼 수 있을 심장 속 마지막 마력만 남겨 둔 채.
과아아아!
오른쪽 주먹에 모든 마력을 실었다.
아직 태초의 힘 버프도 5초 남아 있었고, 최후 일격을 날리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게다가 아직 활용하지 않은…… 즉사의 일격도 남아 있는 상태였다. 한 방은 더 먹일 수 있었다.
-끝나지 않았다! 나, 레크나트의 계획은 아직……!
“응?”
그 순간.
빛줄기 속에서 매우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