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99)
만렙 회귀자입니다만-299화(298/300)
제 299화
“갑자기요?”
“갑자기는 아니고 이제 좀 쉬려고 할 뿐이에요.”
“세상이 강신화 씨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때에 홀연히 사라지겠다니……. 정말 신화 씨답네요.”
“다른 건 몰라도 스마트폰은 챙겨갈 거니까 가끔 안부 연락이나 하죠.”
“놀러 가는 건 안 돼요?”
“되죠. 대신 섬 주인이 뭔가 챙겨 주기를 바라진 마요. 알아서 먹고 자고 가는 것까진 눈감아 주도록 하죠.”
“……갑자기 이별이라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네요.”
“하하. 뭐 사귀던 사이도 아닌데, 싱숭생숭할 것까지야 있습니까?”
“신화 씨야 제게 관심이 없었겠지만, 저는 신화 씨에게 관심이 무척 많았거든요.”
“고마워요.”
“뭘요. 알겠어요. 나중에 다시 각성자의 삶으로 복귀하게 되면, 꼭 우리 팀 오사카를 떠올려 주세요. 알았죠?”
“그래요. 그래 보죠.”
“하여간 확답이 없으셔.”
“하하하.”
나는 일본을 떠나기에 앞서, 그간 내게 많은 지원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마리나에게 감사를 표하고.
이렇게 작별 인사를 나눴다.
나중에 다시 연락을 해서 구구절절 설명할 자신이 없었기에 겸사겸사 인사를 끝낸 것이다.
다들 내가 매번 입버릇처럼 말하던 은퇴가 그냥 푸념이나 하소연 같은 줄 알았나 보다.
아니면 섬에서 지내면서 언제든 각성자 활동을 할 줄 알았던 것 같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틀렸다.
섬에 들어가면, 난 어지간해서는 밖으로 나오지 않을 작정이다.
정말 무슨 큰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은 섬 밖의 일에 일절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
어쨌든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마리나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녀에게 작별을 고했다.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작별 인사를 나눌 사람은 마리나밖에 없다. 국외에 볼일은 없는 셈이다.
* * *
한국으로 귀국을 한 나는 공항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은퇴지가 될 크리비아 아일랜드, 율리아네스 아일랜드, 그 일대 섬들의 공사 공정은 100%가 아닌 여전히 진행 중이었지만.
크리비아 아일랜드의 경우, 별장과 운동 시설을 포함한 기본적인 생활공간은 완공된 상태였다.
즉, 공사는 공사대로 하도록 두고, 나는 완성된 공간에서만 생활해도 됐다.
모든 준비가 갖춰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일단 들어가고, 그다음의 문제는 그때 가서 고민한다! 이것이 오래전부터의 내 생각이었다.
“부산 떨고 싶진 않은데.”
작별 인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 공항을 나설 예정이었다.
먼저 진보미와 진성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회귀 후에 첫 굵직한 인연의 장을 맺게 된 사람이자 지금도 든든하게 뒤를 봐주는 사람이다.
아울러 내 은퇴지의 공사를 여전히 담당하고 있고, 지제역 일대의 개발 사업도 관리해 주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는 확실하게 연을 끊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양화그룹과는 얘기가 다르다.
특히 돈과 투자에 관련된 문제로 엮인 것이 많아, 은퇴 후에도 종종 정기적인 연락이 필요할 터다.
“KSA까지는…… 필요 없겠고.”
잠깐 이하성과 나미나를 떠올렸다가 생각을 접었다. 최근 부쩍 가까워진 사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뜨거운 우정이라든가 피, 땀, 눈물까지 나눈 사이는 아니었다.
이들에게는 은퇴지로의 이동을 마친 후에 전화로 통보해도 될 것 같았다.
“장동식은 어차피 내가 뭘 할지 알고 있으니 잘 지내라고 말이나 해 두면 되겠네.”
장동식도 마찬가지다.
짧은 인사면 충분하다.
“샤미는 나중에 나스 대륙과 지구가 연결될 때 신경 써서 좀 챙겨 주기로 하고. 지금은 뭐.”
숙원이었던 샤미의 저주 해제를 풀었고, 사람이 된 그녀는 열심히 대한민국의 삶에 적응하는 중이었다.
종종 그녀가 외로워할 때, 사기 진작(?) 차원에서 놀러와 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샤미가 나만큼이나 장동식을 편하게 느끼고 있어 더 마음이 가벼워진 구석도 있었다.
장동식도 지난 ‘업보’에 대한 책임감으로 샤미에게 더 많이 신경을 써 줄 것이고.
그녀 역시 동향 사람인 장동식에게 좀 더 많은 이야기와 감정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남는 게…… 우리 팀 미스틱의 동료들이군. 마지막 인사는 세 사람과 확실하게 하는 게 좋겠지.”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은 역시 윤별이, 최지혁, 한소준으로 이어지는 우리 미스틱 일원들이었다.
만남의 순서는 정했다.
진보미와 진성태를 만나고.
장동식과 샤미를 만난 뒤.
마지막으로 세 동료를 보기로.
특히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안전 자택은 장동식과 샤미가 알아서 나눠 쓰도록 할 생각이다.
팔아 봤자 내게는 ‘푼돈’이고, 양화 건설에서 공들여 만들어 준 자택을 굳이 팔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은퇴를 위한 미팅을 시작해 보실까? 괜히 설레네. 은퇴라는 단어가 이렇게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단어였어?”
나는 벌써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양화그룹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 * *
“신화 씨, 너무 이르지 않나요?”
“보미야, 한번 마음을 먹은 결정에는 이르고 늦음이 없다. 자신이 선택한 시점이 가장 적합한 시점인 게야.”
“이제부터 신화 씨의 시간이 시작되려고 하는데…… 괜히 아쉬워서요. 주제넘었어요.”
“하하, 아니에요. 결심은 확고하고 번복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떠나기 전에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온 겁니다.”
신화의 연락을 받고 자리를 마련해 만난 진성태와 진보미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신화를 모델로 삼아 광고도 몇 개 찍어 볼까 하던 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세를 떠나겠다고 하는 마당에 붙잡고 광고 좀 찍어 주십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국내에 올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내게 연락 주게나.”
“네, 회장님. 아마도 종종 연락드릴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무에 관해선 보미에게 연락하고.”
“물론입니다.”
“안식의 시간이 평온하기를 바라네. 세상이 또 언제 흉흉해질지 모르는 일 아닌가?”
“그렇습니다.”
신화가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속으로는 힘껏 저었다.
그럴 만한 위험 요소가 있는 놈들이 일단 전부 죽었기 때문이다.
리벤저스, 일라이저 그룹, 골든 스카이 길드, WSA 등등…….
숨어 있던 사도들을 모두 일망타진했으니, 당분간은 큰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것이다.
딱 하나 걸리는 것이 중국의 3대 적폐 쪽이기는 한데…….
‘마음만 먹으면 오성회고 삼합회고 흑사회고 우습지.’
작정하고 밟으러 가면 전부 끝장 낼 자신은 충분히 있었다.
자신은 EX+랭크의 각성자다.
랭크만 놓고 비교했을 때,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중국의 승려인 원해 스님이 전부였다.
그리고 원해 스님은 은퇴할 신화보다 속세의 일에 더 관심이 없는 천생 신앙인이었다.
원해 스님과 나중에 인생의 깨달음과 같은 고귀하고 진귀한 말을 주고받을 일은 생길지 몰라도.
그와 적이 되어 싸울 일은 없을 것이다.
전생에도 원해 스님은 세속의 어떤 일에도 개입하지 않았다.
심지어 입적한 사실도 한참 후에 알려졌을 정도였다. 홀로 암자에서 지냈던 분이었기에.
“신화 씨, 정말 감사해요. 다 죽어가던 저를 살려 낸 것은 명의도, 동료들도 아닌, 바로 신화 씨였어요.”
“추억이 새록새록 돋네요.”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어요.”
“후후, 잊어 달라고 하지도 않을 겁니다. 보너스로 얻은 삶이라고 생각하고 치열하게 살아 주세요.”
“반드시 그럴게요!”
환하게 미소 짓는 진보미의 모습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웃는 모습이 예쁜 그녀다.
“몸은 멀어지지만 연락은 종종 드리겠습니다. 회장님은 안부 겸. 그리고 보미 씨와는 섬에 관련된 실무를 겸해서요.”
“그렇게 하세나.”
“알겠어요, 신화 씨.”
“이번 주 내로 정리하고 떠날 겁니다. 혹시나 논의할 부분이 있으면 떠나기 전에 연락 주시길.”
“공사는 순조롭고 개발 건은 착실히 진행 중이에요. 달리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없어요.”
“좋네요, 그럼, 가 보겠습니다.”
신화가 바로 일어섰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했고.
들을 소회도 다 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후 바뀔 삶에 적응하며, 서로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뿐이다.
* * *
이어서 만난 사람은 계획했던 대로 장동식과 샤미였다.
은퇴에 대한 얘기를 하자, 장동식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도 그와 관한 얘기를 몇 번 나누기도 했고.
그간 고군분투한 신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사도’로서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보일 수 있는 반응이었다.
“막 연락 끊고서 사라지고 그런 거 아니지? 그냥 장기 휴양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지?”
“맞아. 가끔 찾아올 테니까 장동식이랑 소희랑 같이 맛있는 거나 먹고 그러자.”
“……이제 막 사람의 몸으로 살기 시작했는데! 신화는 훌쩍 떠나 버린다고 하고, 나빠!”
“나 좀 쉬자. 구구절절 설명하기는 싫은데, 진짜 지난 반 년 동안 개같이 굴렀다.”
“……미안해, 신화. 고생했던 것은 누구보다 잘 알아. 날 구해 준 것도 그렇고. 날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무척 애를 썼잖아. 모두 기억하고 있어.”
“알면 됐다.”
“열심히 한국어도 익히고! 나처럼 저주로 고통 받는 사람들도 찾아내고! 신화가 말한 대로 나중에 나스 대륙과 연결되면…….”
“응. 그때는 꼭 내가 같이 가 줄 테니까 고향에서 그리운 얼굴을 같이 찾아보자.”
“응! 알았어!”
“어디 뭐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몸만 멀어지는 거야. 마음은 옆에 있다고 생각해.”
“알았어! 그렇게 할게!”
“클로이도 잘 챙겨 주고. 녀석이 배신감이 클 거야.”
“안 그래도 클로이가 요즘 많이 삐져 있어서…….”
“특제 츄르 한 방이면 끝나. 레시피 내가 알려 줄 테니까 만들어 봐. 금방 풀릴 거다.”
“맞아. 츄르 맛은…… 잊을 수가 없어. 그런데 사람의 몸으로 돌아오니까 영 맛이 없더라.”
“하하하.”
장동식과 샤미와의 대화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잘 마무리됐다.
둘 다 분명히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간 신화의 고생을 알기에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어떻게 될 문제도 아니긴 했지만.
어쨌든 쉴 새 없이 달려온 신화의 힘든 시간을 이해하기에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계획한 대로 총 다섯 채의 안전 가옥은 두 채는 장동식, 두 채는 샤미, 나머지 한 채는 공동 공간으로 쓰도록 했다.
공동 공간의 경우는 가끔 둘을 찾아오게 되면, 신화가 잠시 머물고 갈 공간으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샤미의 생활비에 대해서는 신화가 넉넉히 그녀의 계좌에 돈을 넣어 뒀다.
1억 원.
이 정도면 앞으로 1, 2년 동안 현실적인 돈 걱정은 크게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만남을 마무리 짓고.
신화는 밀린 방학 숙제를 하듯 바로 세 사람이 모여 있는 팀 미스틱의 사무실로 향했다.
거창한 작별 파티라든가 술자리 같은 것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만큼.
건조하고 덤덤하게.
세 사람에게 팀의 뒷일을 맡기고 홀연히 떠날 생각이었다.